(어른들의 자동적인 반응 12가지, 계속)
4. 조언, 진부한 해결책
"왜 한번 해보지도 않는 거야…"
"내가 보기엔, 우리가 가서 사과해야겠다."
"내가 너라면 반격을 했을 거야."
통상 우리는 이렇게 조언하기에 인색하지 않다. 게다가 아이들에게 조언하는 것이 부모의 의무라고 여긴다. 그리고 종종 자신을 본보기로 든다.
"내가 네 나이 때는…"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조언에 귀 기울이지 않는 편이다. 때로는 노골적으로 반항한다. “아빠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내 생각은 달라요.” “그렇게 말하기는 쉽지요.” “그런 말 안 해도 알아요!”
아이의 그런 부정적인 반응 이면에는 무엇이 있나? 바로... 독자적인 사람이 되어 스스로 결정 내리고 싶은 갈망이 있다. 성인들도 다른 누군가가 조언을 해댈 때 늘 기분 좋게 여기지는 않지 않는가. (이와 관련해 소중한 아포리즘 하나 - "청하지 않은 조언을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다.")
한데 아이들은 성인들보다 훨씬 더 예민하다. 우리는 아이에게 뭔가를 조언할 때마다 이런 뉘앙스를 풍기기 쉽다. 즉, 아이는 아직 어리고 경험이 없으며 우리가 아이보다 더 현명해서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그리고 부모들의 그런 '위에 있는' 자세가 아이들의 반발심을 자극하고, 그래서 자기네 문제를 더 이상 얘기하고 싶어 하지 않게 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다음 대화에서 아빠는 그런 실수를 피하지 못했다.
토요일 저녁 아들이 눈에 띄게 우울한 표정으로 집안을 어슬렁거리고 있다.
아빠: 왜 그렇게 기분이 안 좋은 거니?
아들: 아,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아빠: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와라. 날도 참 좋은데.
아들: 아니요, 밖에 나가고 싶지도 않아요.
아빠: 그럼, 철수한테 전화해서 게임을 하자고 하렴.
아들: 게임도 질렸어요, 그리고 철수가 오늘은 바빠요.
아빠: 그러면 책이라도 읽어!
아들: 아, 아빠, 왜 그렇게 채근하세요. 아빠는 내 기분을 몰라요. (자기 방으로 가서 문을 잠근다.)
아빠가 <적극적 듣기> 방법을 떠올린 뒤 대화는 다르게 이어졌다. 잠시 뒤 아빠가 아들 방으로 들어가서 곁에 앉는다.
아빠 (아들 어깨에 손을 얹고): 아직도 기분이 우울하구나.
아들: 네, 안 좋아요.
아빠 (잠시 침묵한 뒤): 아무 것도 하고 싶지가 않은 모양이네.
아들: 그래요, 근데 리포트를 작성해야 하는데.
아빠: 리포트를 써야 하는구나.
아들: 네, 월요일까지, 고대 그리스 신화에 관한 건데, 참고 서적이 없어요. 어떻게 준비하겠어요?
아빠: 자료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보렴.
아들: 그게 문젠데, 아무 데서도… (잠시 말을 끊는다.) 아, 그래, 영철이 집에 백과사전이 있어요.
아빠: 그래, 거기엔 다 나와 있을 거야.
아들 (이제 활기를 띠면서): 당장 전화할래요.
(전화해서 백과사전 얘기를 끝낸 뒤 영철이한테 말한다.) 그 다음에 나가 놀자.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가 조언하려 한 것에 아이들 스스로 이르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사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아이들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책을 찾도록 훈련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자립성을 키우는 길이다. 부모로서는 그런 기회를 아이들에게 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비록 그렇게 하는 것보다는 조언을 건네는 것이 더 편하고 익숙한 것이긴 해도...
5. 입증, 논리적 결론, 가르치기
"식사하기 전에 손 씻어야 한다는 것쯤은 알 때가 됐잖니."
"자꾸 딴 데 정신 팔면 실수하게 된다."
"내가 몇 번이나 말했니. 엄마 말에 콧방귀만 뀌더니 이젠 다 네가 해결해라."
이런 말에 아이들은 흔히 “그만해요”, “내버려 둬”, “됐어!” 하고 응답한다. 그렇게 단적인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해도, 아이들에겐 심리학에서 <의미 장벽>이나 <심리적 청각장애>라 부르는 현상이 생겨 어른의 말을 듣지 않는다.
다섯 살 된 영희와 아빠가 봄날 거리를 걷고 있다.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으면서 인도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겼다. 영희는 채 녹지 않은 눈과 여기저기 물 웅덩이를 보고 좀 신이 났다.
아빠: 영희야, 웅덩이에 들어가면 신발이 젖는다. 신발이 젖으면 발과 몸이 차가워지고, 몸이 차가워지면 감기 걸리기 쉬워. 봄철 도시에는 병균이 많다는 걸 알아두렴.
영희 (아빠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인 물을 또 철벅이면서): 아빠, 근데 저기 지나가는 아저씨는 왜 코가 빨개?
6. 지적, 질책, 꾸지람, 타박하기
"이게 무슨 짓이냐!"
"또 엉망으로 만들었구나!"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너한테 쓸데없이 기대를 걸었구나."
"넌 어째 늘 그 모양이냐!"
이런 말이 아이들을 키우고 가르치는 데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에 당신은 이미 동의할 것이다. 이런 말들은 아이한테... 적극적 방어나 대응 공격, 거부, 화를 내거나 울적해짐, 억압감, 자신에게 실망, 부모와 관계에 대한 낙담 등을 야기할 뿐이다. 이런 경우 아이의 자존감이 낮아지며, 실제로 자신이 좋은 사람이 못 되며 의지 약하고 기대에 부응도 못하며, 결국 실패자나 낙오자라고 생각하게 된다. 한데 자존감이 낮으면 새로운 문제들이 또 나타난다.
어떤 부모들은 비판이 교육적으로 아주 중요하다고 확신한다. 이 때문에 가정에서 아이와 소통하는 주요 형식이 때때로 명령 섞인 지적이 되는 것이다.
아이가 온종일 듣는 말들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일어날 시간이다."
"얼마나 더 뒹굴고 있을래?"
"봐라, 네 셔츠가 여기 처박혀 있잖아."
"저녁에 미리 가방을 챙겨 두라고 했지?!"
"문을 조용히 닫아라 아기가 자고 있어."
"왜 또 강아지를 산책시키지 않았니? 고양이 밥을 안 줬니? 네가 원해서 데려왔으니까 네가 챙겨야지!"
"네 방 꼴이 또 이게 뭐냐!"
"물론 숙제를 아직 안 했겠지."
"네가 먹은 밥그릇은 네가 씻어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니."
"밥 먹으라는 얘기도 이제 지쳤다."
"…을 하지 않으면 나가 놀 생각도 마라."
"전화기에 얼마나 오래 매달려 있을 거야?"
"잠잘 시간인데 아직도 뭘 하고 있는 거니?!"
이런 말들을 아이가 계속 들을 날이 며칠이나, 몇 주간이나, 몇 해나 될지 계산해 보라. 아이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이나 느낌을 얼마나 많이 받는가! 그것도 가장 가까운 사람들 입을 통해서!
이 부정적인 압박감에서 다소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아이는 자신이 뭔가 가치 있는 존재임을 자신과 부모에게 내보여야 한다. 그리고 그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부모의 지적과 요구를 비판하며 저항하고 나서는 것. (한데, 이건 또 주로 부모의 소통 스타일 때문에 생긴다.)
이런 상황이 가정에서 일어나면,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첫 번째 중요한 방법은... 아이의 부정적 측면만이 아니라 긍정적 측면에도 눈길 돌리려고 애쓴다. 아이를 용인하고 너무 받자하면 혹시 아이 버릇을 나쁘게 만든 건 아닐지 걱정하지 말라. 그런 생각은 자녀와 관계에서 아주 해롭다. 먼저 하루 동안 아이에게 좋은 말을 할 수 있는 긍정적인 계기를 찾아보라. 예를 들면,
"동생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와서 고맙구나."
"약속 시간에 맞춰 집에 오니 잘 했어."
"너랑 같이 식사 준비하는 게 난 좋단다."
부모가 사랑한다는 것을 아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이한테 긍정적인 감정을 꼭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는 부모들이 간혹 있다. 이건 전혀 그렇지 않다.
11세 소녀의 쓰라린 고백.
엄마는 날 사랑하지 않아, 난 분명히 알아. 몇 번이나 확인해 봤거든. 예를 들어, 며칠 전 오빠가 엄마한테 꽃을 선사했을 때 엄마는 미소를 지었어. 어제 나도 엄마한테 꽃을 사다 드렸어, 그리고 엄마 표정을 유심히 관찰했는데, 나한테는 미소를 짓지 않았어. 이제 난 분명히 알게 됐어. 엄마가 오빠는 사랑하면서 난 사랑하지 않아.
아이들은 어른의 행동과 말과 표정을 그렇게 있는 그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크다. 아이들은 세상을 흑백 톤으로, 무조건 예스 아니면 무조건 노로, 받아들이기 쉽다. 이런 점들을 우리가/어른들이 늘 헤아리기는 하는 걸까?
질문 하나 더: 우리(어른들) 자신은 가장 가까운 사람한테서 늘 비판과 지적을 받으면서 잘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그에게서 좋은 말을 기대하고 그런 말이 나오기를 그리워하지는 않았나?
7. 칭찬 (계속)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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