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rc="https://cdn.subscribers.com/assets/subscribers.js"> '파스칼' 태그의 글 목록
728x90

'파스칼'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9.07.20 루덩의 악마들 10편 5
  2. 2019.07.13 루덩의 악마들 3-3편 1
  3. 2019.03.14 퍼블릭 스피킹(5) 스피치 오프닝
728x90

 

  루덩의 악마들 

The Devils of Loudun 

 

 

올더스 헉슬리 저

(번역, 주석, 해설 – 김성호)

 

 

 

올더스 헉슬리, 루덩의 악마들

 


 

  1648년 삼십년전쟁이 끝났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위세가 꺾이고 게르마니아 주민 삼분지 일이 사라졌다. 유럽은 위대한 군주의 의지와 프랑스의 헤게모니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 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였다

  그러나 무정부 상태라는 간주곡이 흐르는 동안 한 프롱드가 나타났다가 사라지면 다른 프롱드가 나타나곤 했다. 마자랭이 스스로 유배에 내몰렸다가 권좌로 복귀했고, 다시 은퇴했다가 다시 나타났다. 그 다음엔 무대에서 영원히 사라졌다.[각주:1]

  그맘때쯤 로바르데몽이 죽었다. 총신 지위에서 쫓겨나고 희미해진 채로. 그의 외아들은 말 타고 출몰하며 노상강도 짓을 하다가 살해됐다. 딸은 고아가 되어 수녀원으로 들어가서 루덩 우르술라회 수녀가 됐고, 거기서 제 아버지의 옛 휘하인 잔느 수녀 밑에 들었다.

 

   1656년 1월 <시골 친구에게 보내는 서신> 1부가 출간되고, 넉 달 뒤 위대한 얀센파 기적이 일어났다. 포르루아얄에 보관돼 있는 신성한 가시에 닿자 파스칼의 조카딸 눈이 기적적으로 치료된 것.[각주:2]

 

한 해 뒤 생주르 신부가 죽자 원장수녀한테는 다른 수녀들과 가엾은 수렝 외에는 서신을 주고받을 사람이 없게 됐다. 한데 장 조셉 수렝은 아직도 병세가 심해 답신을 보낼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1658년 초 수렝이 직접 쓴 편지를 받았을 때 그 기쁨이란! 그것도 20여 년 만에 처음이었으니. 그녀가 이제 렌에 있는 방문동정회 수녀가 된 친구 마담 뒤우스한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적는다. 

   「얼마나 놀라운가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정말 감탄할 만해요. 그분은 나한테서 생주르를 빼앗아 가더니 이제 내 영적 스승이 다시 나한테 편지를 쓸 수 있게 만드셨지 뭐에요! 이 편지를 받기 불과 며칠 전에 내 영혼 상태에 대해 긴 편지를 보냈거든요.」 

 

  그녀는 자신의 영혼 상태에 관해 수렝한테, 마담 뒤우스한테, 자기 편지를 읽고 응답할 수 있는 모든 사람에게 계속 편지를 보냈다. 그녀의 남아 있는 서신들을 책으로 펴낸다면 몇 권은 좋이 되리라. 소실된 것은 또 얼마나 많은가! 원장수녀는 ‘내면의 삶’이라는 것이 꼭 공개적이고 다중 앞에서 하는 끊임없는 자기분석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던 게 분명하다

 

  그러나 실제로 내면의 삶이란 자신을 분석하지 않을 때 시작되는 법.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상태에만 집착하여 계속 떠들어대는 영혼은 거룩한 근간을 인식하기 어렵다. 이런 상태를 주목하자. 

 

  「내가 여러분께 편지하지 않은 것은 그럴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라오. 왜냐하면 난 진정 여러분 모두에게 선을 바라니까. 편지하지 않은 까닭이라면, 그저 필요한 것은 이미 충분히 언급된 것 같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뭔가 부족하다 싶다면, 그건 글쓰기나 말하기가 아니라오, 그런 것이야 흔히 필요 이상으로 넘치니까. 중요한 것은 침묵과 근면에 있어요.」 

  이 말은 십자가의 성 요한[각주:3]이 자기네 영적 상태를 아주 상세하게 적은 편지에 왜 답하지 않느냐고 불평한 수녀들에게 보낸 것. 그러나 ‘말하기란 마음을 흩뜨리고, 침묵과 근면은 생각을 모아서 스피릿을 굳힌다오.’ 

 

십자가의 성 요한&#44; St. John of the Cross
St. John of the Cross

 

  한데, 오호라, 잔느는 침묵하기를 원치 않았구나. 그녀는 유명한 마담 드 세비네[각주:4]만큼이나 어휘가 풍부하고 표현이 장황했다. 하지만 오로지 자기 자신에 관한 가십만 늘어놓았을 뿐이다. 

 

  잔느 수녀를 마귀 들림의 절정 시기에 보았던 브리튼 사람 둘이 1660년 왕정복고와 더불어 마침내 저희 자리에 들어섰다. 톰 킬리그루는 궁정 침소관이 됐고, 검열 받지 않고 작품들을 올릴 수 있는 극장을 건축하도록 허가받았다. 존 메이틀랜드로 말하자면, 우스터에서 죄수가 되어 9년을 감금됐다가 이제 새 국왕의 국무비서요 총신 중의 총신이 됐다. 

  그러는 동안 원장수녀가 제 나이의 무게를 느끼기 시작했다. 병치레를 하면서, 걸어 다니는 성물이요 권표 받드는 사람, 성스러운 대상이요 수다스러운 안내자라는 이중 역할이 이제 견딜 수 없이 고단해졌다. 성스러운 이름자들은 1662년 마지막으로 나타났고, 그 뒤 독실한 신자들이나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볼 것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몇몇 이적이 멈췄다 해도 잔느의 허황된 영적 자부는 이전처럼 여전히 컸다. 수렝이 그녀한테 보낸 여러 편지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다

 

  「아주 중요한 긴급함에 관해, 은혜의 근간에 관해 당신에게 말하려 하오. 곧, 겸허함 말이오. 이 성스러운 겸허함이 당신 영혼의 진정하고 견고한 반석이 되게끔 행동하기를 아주 간절히 바란다오. 우리가 편지로 주고받는, 숭고하고 고아한 본질의 것들이 그 어떤 경우에도 당신한테서 겸허함을 빼앗으면 안 된다오.」 

  아무리 남을 잘 믿고 기적적인 것을 과대평가함에도 불구하고 수렝은 서신으로 소통하는 여인을 아주 잘 파악하고 있었다

 

  잔느 수녀는 대단히 널리 퍼진 ‘보바리스트’ 아종에 속했다. 이런 사람들에 관해 우리는 파스칼의 <팡세>에서 추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파스칼테레사 성녀에 관해 이렇게 쓴다.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것은 계시를 받고도 그녀가 보인 크나큰 겸허함이고,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것은 그녀가 계시를 통해 얻은 인식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녀의 말을 본받으려 무던히 애를 쓰고, 그렇게 하면 그녀의 본질을 본받는다고 상상하면서 우리 마음을 열심히 자극한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이 기꺼워하는 덕목을 사랑하지도 못하고, 하나님께 기꺼운 상태로 들어서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잔느 수녀는 실제로 자신만이 펼치는 코미디의 주인공이었음을 마음 한 구석에서 잘 알고 있었으리라.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 반대 되는 것을 한층 더 확신했다. 루덩에 몇 차례 방문하고 여러 달 묵었던 마담 뒤우스는 제 가엾은 친구가 거의 모든 시간을 환상 속에서 살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잔느는 마지막까지 환상의 노예였을까? 혹은 조명 받는 배우가 아니라 무대 뒤편 모습으로 죽을 수 있었을까? 무대 뒤편 본연의 모습은 황당하고 측은했다. 그러나 사실을 인정하기만 했다면, 테레사 성녀인 체하기를 그만두었다면, 모든 게 더 좋았을 것이다. 한사코 다른 사람인 양 처신한 이상 기회는 없었다. 그녀에겐 정직성과 온유함이 부족했다. 안 그렇다면 자신 안에 더 훌륭한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었을 텐데

 

  1665년 1월 그녀가 죽은 뒤 그때까지 그녀가 벌여 온 코미디는 수녀원의 남은 멤버들에 의해 진짜 광대극으로 변했다. 그들은 시신의 목을 베어 잘린 머리를 성스러운 슈미즈와 나란히 크리스털 창이 달리고 은으로 씌운 상자에 담았다

  지역 화가가 주문 받아서 베게모트를 퇴치하는 그림을 엄청나게 크게 그렸다. 화폭 한가운데 원장수녀가 수렝 수사 앞에서 황홀경에 잠겨 무릎 꿇고 있고, 그 수렝을 트랑킬 신부와 어떤 카르멜회 수사가 돕고 있다. 그 장면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오를레앙 공 가스통이 동부인하여 위엄 있게 구경하고 있다. 그들 뒤로 창가에는 지체가 좀 낮은 구경꾼들 얼굴이 보인다. 그림 위쪽에는 후광에 둘러싸이고 케루빔을 거느린 성 요셉이 떠 있다. 오른손에 벼락 세 개를 쥐고 있는데, 그것을 마귀 들린 자들 입에서 나오는 시커먼 악마들과 악령들한테 내던지고 있다.  

  이 걸작은 우르술라회 채플에 팔십 년 넘게 걸려 있으면서 만인의 경배 대상이 됐다. 그러나 1750년 푸아티에 주교가 루덩에 왔다가 보고는 어디 멀리 치우라고 지시했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순종 의무 사이에서 애를 끓다가 수녀들이 절충안을 내놓았다. 그래서 화폭 위에 다른 훨씬 더 큰 그림을 걸었다. 원장수녀가 가려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거기 있었다. 하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다. 

 

  수녀원이 쇠락을 거듭하다가 1772년 폐쇄됐다. 그림은 성 십자가 교회 참사회 위원한테 넘어갔고, 슈미즈와 미라가 된 머리는 십중팔구 어떤 좀 더 운이 좋은 수녀원으로 보내졌을 것이다. 세 가지 다 지금은 종적이 묘연하다. 

(10편 끝) 

 

관련 포스트:

루덩의 악마들 11편 6 (최종)

루덩의 악마들 11편 1

루덩의 악마들 10편 1

루덩의 악마들 9편 6

루덩의 악마들 8편 5

루덩의 악마들 7-2편 4

루덩의 악마들 6편 3

루덩의 악마들 5편 3

루덩의 악마들 4편 3

루덩의 악마들 3-1편

루덩의 악마들 2편 5

루덩의 악마들 1편 3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4. 끝)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3)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2)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1)

원숭이와 안경

소통 법칙 14가지 (1. 오디오) - 호메로스, 소크라테스, 파스칼

그림 속 그림 (옥타비오 오캄포)

16-1. 우리는 자신을 누구라고 여기나?

자기인식.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소통 기량 향상 - 신체 언어 팁 16가지

우리를 매트릭스에 묶어두는 환상 6가지

 

 

  1. ‘프롱드의 난’은 프랑스에서 1648-1653 어간에 잇따라 발생한 반정부 폭동으로, 사실상 시민전쟁의 양상을 띠었다. 이는 또 1635년에 시작된 프랑스와 에스파냐 전쟁의 와중이었다. 파리 고등법원의 프롱드와 귀족들의 프롱드로 대별되는데, 전자는 베스트팔렌 조약 직후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 프롱드 난은 결국 지역 귀족세력의 권한 약화와 절대군주국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fronde는 본래 투석기를 뜻하는데, 파리 군중이 마자랭 지지자들 집의 창문을 깨는 데 이용했다. 이 와중에 마자랭은 두 번 권좌에서 물러났다가 복귀했다. 오늘날 프롱드는, 말만 그럴싸하게 하며 실제로는 아무 것도 행하지 않는 권력자들에 대한 불만을 의미한다. [본문으로]
  2. 파스칼의 누이의 어린 딸인 마르그뤼트 페리에는 왼쪽 눈의 누공이 썩어 들어가는 질병으로 3년 넘게 심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 기독교 교육을 시키려는 모친의 뜻에 따라, 언니와 함께 포르루아얄 수녀원에 기숙학생으로 들어갔다. ‘fistula lacrymalis’라고 일컫는 질환 때문에 누공이 안에서 심하게 손상되고 코뼈가 썩고 입천장에 구멍이 나서, 분출물이 뺨과 콧구멍, 목구멍으로 흘러내릴 정도. 머리를 만지기만 해도 눈가에 극심한 통증. 그 모습이 참으로 딱한데다가 분비물 냄새가 하도 역겨워서 다른 학생들과 떨어져 독방을 써야 했다. 파리의 내로라하는 의사들이 다 들러붙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어느 날 신성한 가시를 눈에 댄 뒤 그 즉시 병이 싹 사라졌다. 6명 의사와 5명 외과의가 이 기적을 인정했다. 이 사건의 충격이 어찌나 컸든지, 안 도트리시조차 기적으로 받아들이고, 일설에 의하면 마자랭이 이후 5년 동안 얀센파를 박해하지 않게끔 했다고. 신성한 가시를 접하고 치료받은 사람이 두어 달 사이에 수십 명으로 늘었다. [본문으로]
  3. St. John of the Cross (에스파냐어: San Juan de la Cruz, 1542–1591) - 반종교개혁의 중심인물, 에스파냐의 신비주의자, 로마가톨릭 성인, 카르멜회 탁발수사요 성직자. 수도원 개혁에 박차. 영성에 관해 에스파냐어로 주옥같은 글들을 남겼다. “신앙은 하나님께 가는 두 다리요, 사랑은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 안내자. 영혼이 하나님께 나아가면서 신앙의 신비와 은밀함을 잘 묵상하고 관상케 한다면, 사랑은 신앙 안에 담긴 것을 겉으로 드러나게 해줄 것.” [본문으로]
  4. Marie de Sévigné (1626-96) - 프랑스의 귀족. 나이 스물넷에 남편 잃고 홀로 자녀들 양육. 위트와 생생함이 넘치는 편지들을 남긴 일로 유명한데, 대부분 편지를 딸에게 썼다. [본문으로]
728x90

'루덩의 악마들 (헉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루덩의 악마들 11편 2  (0) 2019.07.20
루덩의 악마들 11편 1  (0) 2019.07.20
루덩의 악마들 10편 2  (0) 2019.07.20
루덩의 악마들 10편 1  (0) 2019.07.20
루덩의 악마들 7-2편 3  (0) 2019.07.19
728x90

 

  루덩의 악마들  

The Devils of Loudun 

 

 

올더스 헉슬리 저

(번역, 주석, 해설 – 김성호)



the devils of loudun

 


 

3-3

 

  <시골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각주:1]는 문학예술의 완전한 걸작 축에 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각이 얼마나 정밀하고, 문체는 얼마나 우아하며, 명쾌함은 또 얼마나 후련한가! 섬세한 풍자가 얼마나 많으며 세련된 논쟁거리를 얼마나 많이 제공하는가! 

  한데, 파스칼의 솜씨에서 얻는 즐거움이 크다 보니까, 이 문필 대가가 예수회와 얀센파의 논쟁에서 옳지 않은 관점을 옹호했다는 사실을 우리가 놓치기 쉽다.[각주:2]

 

  예수회가 결국 얀센파에 승리한 것도 물론 순수한 축복은 분명 아니었다. 그러나 파스칼이 지지하는 측이 이겼다면 결과는 더 나빴을 것이다. 거의 모든 사람에게 운명 지워진 저주라는 얀센파 교리와 확고한 퓨리터니즘이라는 얀센파 윤리에 빠져서 교회는 통제 불능한 악과 강압의 도구가 되기 쉬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히도 예수회가 우위를 점했다. 교회 도그마에서 얀센파가 주창하는 과도한 아우구스티누스주의 성격은 세미-펠라기우스주의적인 상식이 좀 곁들이면서 완화됐다. 

 

  예수회가 승리한 결과 실제에서 엄격주의는 더 관대한 사고방식으로 대체됐다. 이 더 너그러운 태도는 결의론으로 정당화됐으며, 결의론의 목표는 죽어 마땅해 보이는 죄인 중 많은 이들이 실제로는 용서받을 만하다는 점을 입증하고자 애쓰는 것.[각주:3] 또 이 결의론은 개연설의 관점에서 합리화됐는데, 이로써 여하한 의혹도 죄인한테 이롭게 해석하기 위해 많은 권위적 견해가 동원됐다. 엄격하고 지나치게 일관된 파스칼에게는 개연설이 아주 부당하게 보였다. 

  우리가 보기에 개연설과 그것이 정당화한 결의론은 한 가지 커다란 장점을 지닌다. 즉, 영원한 저주라는 끔찍한 교리에 종지부를 찍은 것. 즉결심판 판사 마음 하나 움직이지 못할 궤변으로써 사람이 벗어날 수 있다고 하는 지옥이란 썩 진지한 것일 수 없다. 예수회 결의론자들과 모럴리스트들의 의도는… 가장 속물적이고 죄 많은 남녀들도 관대하게 교회 품에서 지킴으로써 전체로는 교회를, 부분으로는 교파를 강화하는 것이었다. 

 

  이 목표를 그들은 웬만큼 달성했다. 그러나 동시에 교회 내부에서 상당한 분열을 일으켰으며, 정통 기독교의 주된 교리들 중 하나인, 한순간 죄에 대한 무한한 징벌이라는 교리를 터무니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1650년도 이후 이신론과 ‘자유사상’, 무신론이 급속히 커졌는데, 그 원인들 중에는 예수회의 결의론과 개연설, 또 그 예수회 학자들과 수사들을 파스칼이 대가다운 솜씨를 발휘해 풍자적으로 묘사한 <시골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도 있었다

 

  우리의 이상한 드라마에서 직간접적으로 어떤 역할을 한 예수회원들은 <시골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 나오는 성직자들과 전혀 달랐다. 그들은 정치와 무관했고 ‘이 세상’이며 거기 사는 생물들과 거의 접촉이 없었다. 그들의 금욕생활은 이성적 한계를 훨씬 뛰어넘었으며, 저희 친구며 신봉자들한테도 그런 금욕을 설교했고, 설교를 듣는 그들 역시 기독교적 완성을 이루기 위해 관상[각주:4]에 헌신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예수회 신비주의 유파의 신봉자이며, 개중에 가장 저명한 대표자는 테레사 성녀의 스승인 알바레즈 수사[각주:5]였다. 알바레즈는 이냐시오 로욜라가 설교 활동을 촉구했음에도 종교적 관상을 행하며 가르친다고 예수회 장군 한 사람한테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나중에 예수회 장군 아콰비바가 그에게 쏠린 비난을 거둬들이면서 관상기도에 관해 예수회 공식 정책을 규정했다. 

 

  「고도의 관상에 너무 이르게 무턱대고 달려드는 사람들은 비난받을 만하다. 하지만 관상을 경시하고 우리 구성원들에게 금지함으로써 수사들의 꾸준한 체험마저 반박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진실하고 심오한 관상은… 자만심을 억누르고 미온적인 사람들이 상사의 명령을 수행하여 영혼 구제에 적극 나서도록 환기시키는 데 다른 모든 기도 방법보다 더 큰 힘과 효험을 지닌다는 것이 많은 성직자들의 체험과 권위로써 잘 입증됐으니까.」 

 

  17세기 전반 내내 예수회가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적극적 활동에 중점을 두었지만, 신비주의 성향에 크게 기운 수사들은 관상에 헌신하도록 허용되고 때론 장려되기도 했다. 나중에 미구엘 몰리노스[각주:6]가 단죄 받고 정적주의[각주:7]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벌어진 뒤, 예수회원들 대다수는 관상에 상당히 의심쩍게 대했다. 

  저서 <프랑스에서 종교 감정의 문학적 역사>의 마지막 두 권에서 앙리 브레몽[각주:8]은 수도회 내부 대다수 ‘금욕주의자들’과 소수의 낙담한 관상 지지자들 간의 충돌을 생생하게 극화한다. 

  한데, 랄망과 그 제자들의 히스토리를 연구한 예수회 학자 포티에는 브레몽의 논제를 혹독하게 비판했다. 그가 주장하는 바를 보면, 관상은 예수회에서 공식적으로 비난받은 적이 전혀 없으며 관상을 수행하는 개개인들은 정적주의가 혹독하게 탄압받는 시기에도 예수회 내부에서 계속 활약했다는 것. 

 

  하지만 1630년대는 정적주의가 등장하기까지 아직 반세기나 남아 있었고 관상을 둘러싼 격론이 아직은 이단이라는 비난으로 가득하지 않았다. 예수회 장군 비텔레스키를 수반으로 하는 예수회 상층부는 이 문제를 순전히 실용적 측면에서 보았다. 수사들 훈련이라는 관점에서 무엇이 더 좋은가, 관상? 아니면, 설교? 

 

  예수회의 위대한 관상 수행자인 루이 랄망[각주:9] 수사는 1628년부터 건강 때문에 1632년 은퇴할 때까지 루앙 칼리지 교관 직을 맡았다. 1629년 가을 장 조셉 수렝이 루앙으로 파견돼 ‘2차 수련’을 위해 온 다른 젊은 성직자 십여 명과 함께 1630년 늦봄까지 거기 남았다. 이 기억할 만한 학기 내내 수렝은 매일 교관의 강의를 들으면서 이냐시오 로욜라의 규칙에 걸맞게 기도와 재계를 통해 기독교적 완성의 삶을 준비했다. 

 

 

  랄망의 가르침을 수렝이 간결하게 골자만 기록하고 그의 학우인 리골렉 수사가 더 상세하게 기술했는데, 나중에 다른 예수회원인 샹피옹 수사가 다듬어서 <루이 랄망 수사의 영적 교리>라는 제목으로 17세기 말엽에 발간했다. 

 

 

  랄망의 교리에 기본적으로 참신한 것이라곤 전혀 없었다. 그런 게 어디서 나올 수 있었겠나? 그것이 추구하는 목표는 상향적 자기초월을 열망하는 모든 사람의 최고 과제인, 하나님을 직관적으로 알기였다. 

  그 목표에 이르는 수단들도 엄격히 정통파적인 것이었으니… 영성체를 자주 하기, 예수회 순종 서약을 꼼꼼하게 지키기, ‘미개인[각주:10]’의 육욕 죽이기, 성찰과 꾸준한 ‘마음 지키기’, 날마다 그리스도 수난을 명상하기, 그리고 그것이 준비된 사람들에겐 ‘단순한 응시’의 소극적 기도, 즉 관상의 은혜가 주입된다는 희망으로 하느님을 긴장하여 기다리기 등이었다. 

 

  주제들도 아주 오래 된 것이었다. 그러나 랄망이 그것들을 먼저 체험하고 나서 표현한 방식은 개인적이며 독창적이었다. 스승과 제자들이 공식화한 교리는 특별한 성격과 격조와 특이한 향내를 담고 있다.      

  랄망의 가르침에서는 마음의 정화와 성령이 이끄는 대로 온유하게 따르기가 특히 강조됐다. 달리 말해… 선행과 기도를 통해 성자와 합일되며, 긴장되고 소극적인 관상에서 성령과 합일돼야만, 성부와의 의식적인 합일도 바랄 수 있다고 가르쳤다. 마음의 정화는… 집중적인 기도와 잦은 영성체로써, 또 늘 마음의 끈을 놓지 않고 음욕과 자만과 자기애에 대한 충동을 철저하게 응징함으로써 달성된다. 

  경건한 느낌과 이미지화, 또 그것들이 깨달음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저 뒤편에서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육욕 억제와 자신 안에서 근절해야 하는 ‘미개인’이 우리 주제이다. 

 

  ‘당신 왕국이 임(臨)하게’ 되면, 그 결과 필히 ‘우리 왕국은 거(去)하게’ 된다. 여기에는 누구나 동의했다. 그러나 인간의 왕국을 어떻게 몰아내야 하는지, 이 방법에 관해서는 성직자들 사이에 일치된 견해가 없었다. 그 왕국을, 무력으로 내쳐야 하나? 아니면, 설득하여?

  랄망은 엄격주의자로서, 아우구스티누스처럼, 타락한 인간 본성은 사악하다고 비관적으로 보았다. 그는 진정한 예수회 수사로서, 죄인들과 불경한 자들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설교했다. 

  그러나 그의 신학적 사고 풍조는 대단히 음울하여 자신한테도 또 자기완성을 열망하는 모든 이들한테도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그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들에게는 한 가지 길밖에 없으니, 바로 육욕을 죽이기 위한 극단의 고행. 

  샹피옹이 랄망 수사의 간략한 전기에서 이렇게 쓴다. 

  「육체적 고행이 그의 체력을 압도한 게 확실하며, 아주 가까운 친구들 생각으로는, 고행 과정이 그의 수명을 상당히 단축시켰다.」 

 

  (이런 맥락에서 랄망과 같은 시대 사람이요 가톨릭에서 영국성공회로 개종하고 시인에서 설교자며 신학자가 된 존 던이 자기징벌 문제를 두고 쓴 글을 읽는 것도 흥미롭다...  <3-3편 2 계속>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관련 포스트: 

루덩의 악마들 11편 6 (최종)

루덩의 악마들 10편 5

루덩의 악마들 9편 5

루덩의 악마들 8편 6

루덩의 악마들 7-2편 4

루덩의 악마들 6편 4

루덩의 악마들 5편 4

루덩의 악마들 4편 5

루덩의 악마들 3-2편

루덩의 악마들 3-1편

루덩의 악마들 2편 7

루덩의 악마들 2편 3

루덩의 악마들 2편 1

루덩의 악마들 1편 8

루덩의 악마들 1편 5

루덩의 악마들 (1편 1)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4. 끝)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3)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2)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1)

 

  1. 얀센주의를 옹호하면서 이단적이라 규탄 받는 친구 앙투안 아르노를 옹호하기 위해 쓴 18편의 서신. 파스칼이 포르루아얄 수도원에 들어가던 즈음과 거의 같은 시기에 쓰기 시작. 1편은 1656년 1월 23일 자. 루이 몽탈트라는 가명으로 쓴 이 서신들에서 파스칼은 신학자들의 궤변을 해학적으로 공격하고 예수회의 느슨해진 도덕률을 비판. 종교적 영향은 차치하고, 뛰어난 위트와 유머와 풍자로 인해 대중에게 널리 읽혔다. 프랑스 산문에서 새로운 문체의 효시로 평가되며 나중에 볼테르와 루소 등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편지>는 정치와 신학의 수준에서는 실패지만 도덕적 수준에서는 성공을 거두었다. 도덕성과 영성이 불가분의 관계임을 강조. 루이 14세는 1660년 이 책을 소각하라고 명령. 1657년에 쓴 마지막 서신에서는 알렉산더 7세 로마교황을 거부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교황은 서신들을 공공연히 반대하면서도 파스칼의 논거에 설득됐고, 불과 몇 해 뒤 교회의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고 궤변적인 교회 문건들을 수정하라고 명했다. [본문으로]</편지>
  2. 얀센주의 - 벨기에 신학자 얀센(1585-1638)이 창시한 교리. 아우구스티누스의 원죄설과 은총설을 수용해 은총과 자유의지, 예정 구원설에 대해 엄격한 견해를 주장함으로써 17-18세기 프랑스 교회에서 큰 논쟁을 일으켰다. 즉, 타락한 인간은 죄와 정욕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인간의 자유의지가 아니라 오직 하느님 은총을 통해 선택된 사람만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주장. 예수회를 세속주의와 야합해 타락한 집단이라 비난했고 여러 교황들로부터 단죄를 받았지만, 프랑스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 파급되면서 엄격한 신앙생활을 필요로 하는 신자들에게 오랜 기간 특히 도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 [본문으로]
  3. 決疑論 (casuistry) - 보편적 규범을 정확히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에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 중세 스콜라철학의 윤리 이론. 기독교에서는, 과거에 저지른 죄에 대한 책임 평가 문제와 의무 규정이 모호한 때 행동 지침을 어떻게 제시하느냐, 하는 문제로 대두됐다. 예수회 일각에서 결의론을 지나치게 세밀하게 구분하는 경향을 띠면서 반대자들로부터 궤변이라는 비난을 받게 됐다. [본문으로]
  4. 觀想 - 기독교 신비주의, 신을 직관적으로 인식하는 기도 행위. Christian contemplation. [본문으로]
  5. Balthasar Alvarez (1533-1580) - 에스파냐의 신비주의자. 귀족 출신, 이미 18세에 범상치 않은 기도와 신앙심으로 주목받다. 처음엔 카르토지오 수도회에 기울다가 예수회에 입문. 25세에 성직자가 되고, 젊은 나이에도 테레사 성녀의 영적 지도를 맡게 됐다. [본문으로]
  6. Miguel de Molinos (1628-1696) - 에스파냐 성직자, 가톨릭 신비주의자, 17세기 후반 로마에서 존경받는 영적 지도자. ‘수동적이고 행동하지 않는’ 믿음을 옹호하는 정적주의 창시. 교황 인노켄티우스 11세는 1687년 몰리노스의 가르침을 이단으로 정죄하고 그에게 종신형을 선고. [본문으로]
  7. 靜寂主義 (Quietism) - 기독교 영성에 대한 교리. 영혼의 소극적(정적) 상태에서, 즉 인간의 노력을 억제하여 신의 활동이 온전히 펼쳐질 수 있는 상태에서 기독교적 완성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 행동하려 하는 것은 사람 안에서 모든 것을 주재하시는 하느님께 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본문으로]
  8. H. Bremond (1865-1933) - 프랑스의 문학비평가, 역사가, 종교 저술가, 수도원장. 유명한 에세이 <순수 시론>(1925). [본문으로]</순수>
  9. Louis Lallemant (1588-1635) - 프랑스의 예수회 수사, '프랑스의 알바레즈'라 불렸다. 그의 금언과 가르침의 모음집인 이 오늘날에도 많이 읽힌다. [본문으로]
  10. natural man - 하늘의 계시에 의해 정신적으로 갱생되지 못하여 동물처럼 행동하는 사람. “육에 속한 사람은 성령의 일을 받지 아니하니…” (고린도전서 2:14) [본문으로]
728x90

'루덩의 악마들 (헉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루덩의 악마들 4편 1  (2) 2019.07.14
루덩의 악마들 3-3편 3  (0) 2019.07.13
루덩의 악마들 3-1편  (0) 2019.07.13
루덩의 악마들 2편 7  (0) 2019.07.11
루덩의 악마들 2편 4  (0) 2019.07.11
728x90

 

#액션 2 (오프닝)

 

우리 트레이닝 과정에 흥미를 느낍니까

첫 번째 #액션을 시작했나요?

이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내 얘기를 듣고 있다고 상상하기 바랍니다.

 

이 책은 실습(#액션)들로 연결돼 있어요. 실습을 꾸준히 수행하면 언어 생활과 소통과 대인 관계에서 지금보다 적어도 두 배 이상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감히 보장합니다.

 

마를렌 디트리히. 볼품없는 새끼 오리...

 

앞으로 제시하는 과제 중에 어떤 것들은 까다롭다는 이유로 그냥 미뤄두고 싶기도 할 거예요.

사실 어려운 과제가 제법 나올 겁니다. 그러나 의지력과 인내심을 발휘하길 바랍니다.

이 훈련 과정을 완주해 보세요. 성과에 당신은 크게 기뻐하게 됩니다.

물론, 그저 책장을 넘기는 게 아니라 과제를 다 충실하게 수행하는 경우에 그렇습니다.

 

당신은 오십여 가지 #액션(실습)을 수행하게 됩니다. , 서둘지 않기 바랍니다.

#액션을 두세 번씩 반복한 뒤에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트레이너로서 내가 제시하는 몇 가지 조건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바랍니다

받아들인다면 성공은 떼어 놓은 당상이에요.

1. 하루에 적어도 한 시간, 사실상 매일 과제를 수행하되 따로 시간을 낼 필요는 없어요.
출근하면서, 티브이 볼 때, 강의 들으면서, 동아리에서 어울리며 익힐 수 있어요.
우리 훈련 과정의 특징은 실용심리학을 적용하여 실생활에서 수행할 수 있게 꾸몄다는 점입니다.

2. 수행 과정을 날마다 기록하세요.
과제들을 어떻게 실행했는지 분석하는 것이 바람직해요. , 무엇이 잘 됐고, 무엇이 안 됐나, 이런저런 과제를 수행하면서 어떤 생각이 왜 들었는지.

3. 함께 실습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으세요.
학습 그룹, 직장 동료들, 이웃, 가족, 하다못해 지하철 옆 사람들이 될 수 있어요. 종종 마주치는 이들이면 좋고, 당신의 기량을 검증할 수 있는 사람들이면 더 좋아요. 함께 기량 연마에 동의하는 두세 명을 찾는 것이 바람직해요. 서로 지적하고 조언하면서 함께 실습한다면, 훈련 과정을 더 앞당겨 마치게 될 겁니다.

4.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탁이 되겠어요.
, 녹음기를 활용하세요. 자신의 발언을 녹음해서 들어봐야 해요. 녹음한 것은 보관해 두기 바랍니다.

 

이제 트레이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합시다.

당신은 가능하면 더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소통해야 합니다. 물론 셀프컨트롤에 늘 유념하면서.

 

어떤 어구로 대화를 시작하나요? 말문을 여나요

그 어구를 어떻게 입 밖에 내지요? 

 

다시 말하건대, 주변 사람들과 소통을 통해서만 말하는 법을 제대로 익힐 수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우리 훈련 과정에 끌어들이도록 해 보세요. 누구를 대상으로 삼겠습니까?

직장 동료? 이웃사촌? 친구들?

과정에 끌어들이고자 하는 이들한테 처음에 어떻게 말을 시작할지, 자신만의 독창적인 오프닝을 궁리해 보세요.

 

지혜가 담긴 경구를 인용하여 시작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 경우, 적어도 낭패를 볼 일은 없습니다. 화자가 인용하는 지혜로운 생각을 청자들은 보통 흥미롭게 받아들이고, 화자 자신도 대개는 더 크게 보이기 마련입니다. 

, 저 사람이 참으로 지혜로운 말을 꺼내네. 어디선가 저런 듬직한 인용구를 골랐을 텐데, 메모도 안 보고 입에 올리잖아. 똑똑한 사람이야!

 

아래에 소개하는 경구(아포리즘) 몇 가지를 읽고, 그 중에서 당신 이야기나 발언의 오프닝으로 삼기에 가장 좋아 보이는 것을 고르세요.  

우리는 실제로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아는 경우가 드물다.”
우리 뇌는 우리 몸보다 더 게으르다.”
침묵하는 것이 부끄러운 순간, 말하기가 가장 어렵다.”
라로슈푸코 (1613-1680)

다르게 배열된 단어들은 다른 의미를 얻고, 다르게 배열된 생각은 다른 인상을 일으킨다.”
달변이란 생각을 그림처럼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 만일 생각을 표현하면서 화자가 거기에 다른 어떤 특징들을 보탠다면, 그는 초상화가 아니라 풍경화를 그리는 것이다.”
글은 형편없이 쓰지만 말은 뛰어나게 잘 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상황과 호의적인 청자들이 그의 지력을 불태우게 하고, 그런 연료가 없을 때보다 더 생동감 넘치게 움직이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파스칼 (1623-1662)

 

인용해 보기를 권고한 이들의 출생년도를 왜 표기했는지, 생각해 보세요.

당신이 이렇게 말하기를 바라기 때문은 아닐까요?

 

이미 사백 년 전에 프랑스의 저명한 사상가는 (철학자, 작가, 정치가는) 언급하길

그리고 앞의 경구들 중 어떤 것이 이어지겠지요.

 

이런 식으로 입을 열면 효과가 더 큽니다.

아시다시피, 이미 사백 년 전에 여러분이 잘 아는 파스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때 만약 청자들 가운데 열에 아홉이 파스칼이라는 이름을 처음 듣는다 해도, 그들은 가만있을 거예요.

왜냐면 누구나 다 자신을 교양 있고 똑똑한 사람으로 간주하기 원하고, 많은 이들은 모르면서도

파스칼이 누구에요, 무슨 일을 했지?”

하고 묻기를 왠지(!) 불편하게 여기고 주저하니까요.

 

스피치 연구자들이 제시하는, 효과적인 오프닝 유형은 상당히 많아요.

, 바라건대 이런 어구로 시작하지는 마세요. ㅠ.ㅠ

 

저는 발언을 하고자 해요 ===> (당신은 이미 시작했어요. 그러니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세요.) 
저는 여러분에게 이런 얘기를 하고 싶어요.” ===> (하고 싶으면 그냥 하는 겁니다. 더욱이 이미 말하기 시작한 걸요.)
아주 긴장하고 흥분되어서 입을 열기가 힘들군요.” ===> (이런 오프닝에 청자들이 호의적으로 대하리라고 믿는 건 위험합니다. 이렇게 말문을 여는 것은 아주 드문 경우에나 가능합니다.)
지금, 앞에서, 여러분이 들으신 대로, 많은 분들이 무슨, 무슨 말씀들을 하셨어요.” ===> (군더더기 단어들이 많아요. 이건 다 화자의 자신감이 크지 않다는 반증이고, 모인 이들의 관심을 식히는 거지요.)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미 앞에서 거의 다 했군요. 그러나 연단에 나온 이상 ===> (최악의 오프닝 버전. 왜냐면 객석의 대다수는 당신이 더 낫게 발언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 * * 실습 과제  

1. 나쁜 오프닝 사례를 더 모아 보세요. 그런 것들은 피하도록 합시다.
2. 직장에서나 학교에서,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누가 발언을 어떻게 시작하는지, 어떤 어구로 말문을 여는지, 오늘부터 주시하고 분석해 보세요

 

관련 글:

아이들의 스피치 준비

(78) 작별 인사

(77) 퍼블릭 스피킹 마무리

(43) 스피치 리허설

군더더기 말, 단어,음절

가장 이상적인 스피치 방법

데일 카네기가 권하는 스피치 시작

Public speaking(스피치)의 시작

퍼블릭 스피킹 모델 - 미스터 G가 되기

퍼블릭 스피킹(24) 제목 달기

입말의 요소

소통과 스피치를 공부하는 까닭은?

생각과 말

<호밀밭의 파수꾼> 샐린저의 명구 24개

(45) 즉석 발언

Public speaking 좋은 도입부

(32) 스피치는 읽는 거야, 말하는 거야?

퍼블릭 스피킹(6) 침묵하며 사색하기

<호밀밭의 파수꾼> 샐린저의 명구 24개

"난 짧게 말해~"

 

728x90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