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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9.26 07-4. 실재를 지각하는 추론 수준
  2. 2019.07.11 루덩의 악마들 2편 1 2

 

(나는 누구인가 > 마인드의 작업 > 실재를 지각하는 여러 수준 > ... ) 

  추론의 수준  

 

단어들이 나타난 덕분에, 거기에 담긴 의미를 잘 다룰 수 있게 됐다. 

문장이나 문구가 그렇게 생겨났다. 

예를 들어, “엄마가 창틀을 닦았어” 같은 문구는 서로 연결된 세 부분으로 이뤄진다. ‘엄마’, ‘창틀’, ‘닦다’란 단어 각각에 나름의 의미가 있고, 이 의미가 각 개인에게 적절한 이미지 형태로 제시된다

게다가 전체 문구도 당신 마인드에서 어떤 (정적이거나 동적인) 장면으로 역시 반영될 것이다. 

 

문구를 이용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실재(현실, 세계)를 지각하는 다음 단계인 추론 수준으로 이동한다. 

이 수준에서 우리는 단어들로 이뤄진 복잡한 의미 구조를 만든다. 문구의 각 단어는 나름의 독특한 뜻을 지닌다. 이 단어들이 일정한 순서로 배열돼 만들어진 문구는 각 단어의 의미를 결합하는 새로운 의미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창밖에 비가 내린다”는 문구를 보면 당신 의식에서 창밖에 내리는 비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이 이미지는 사람마다 다 다를 텐데, 특정 단어들에서 나오는 이미지가 사람마다 다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창밖에 비가 내린다”는 문구를 접할 때 당신 마인드에서 무엇이 생기는지 주의를 기울이라. 그리고 이 사진과 비교해 보라. 

 

비가 내리는 거리를 자동차 창문 너머로 내다보다

 

당신 마인드에는 아마 다른 그림이 나타났을 텐데... 왜냐하면, 어떤 문구를 접할 때 어떤 사람에게 생기는 이미지와 의미는 그 사람이 그 문구의 단어들에 집어넣는 의미와 자기 경험을 토대로 생기니까 그렇다. 

 

여러 문구 덕분에 우리는 마인드에서 아주 복잡한 의미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 이 텍스트를 읽을 때, 당신 마인드에 어떤 이미지들이 떠오르고 문구와 전체 텍스트의 의미가 한꺼번에 형성될 것이다. 즉, 당신 눈은 지금 이 철자들을 보고 있고, 이때 당신 마인드의 내부화면에서는 이 텍스트의 의미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 과정에 주목하라. 

 

이런 텍스트가 있다고 치자. 

Bueno, no es una maravilla de casa, pero se puede vivir bien. Tiene dos habitaciones y una sala espaciosa que usamos como un dormitorio más. Qué vamos a hacer? Somos cuatro personas en mi familia. Tiene también una cocina bastante grande, lo que está muy bien. Y por último un cuarto de baño y un balcón. Como ven ustedes, es una casa normal y corriente. 

놀랐나? 이건 에스파냐어이다. 이 텍스트를 읽으면서 당신에게 어떤 이미지들이 생겼나? 에스파냐어를 모른다면, 생길 수 없다. 왜냐하면, 저 문구에 등장하는 단어들이 당신에게 아무런 의미도 띠지 않으니까. (<07-2 구체적인 대상들을 지각하는 수준>에서 소개한 동영상과 같은 이치이다.) 

 

이른바 ‘조국 사태’에 관한 여러 댓글 가운데 “오랜만에 진짜 악마를 봤다”는 댓글에 수많은 사람이 찬성을 눌렀다. 

이 문장을 접하면서 당신 마인드에서 (마음속에서, 머릿속에서) 어떤 이미지가 형성되고 당신의 세계 그림이 바뀌지 않았나? 더 정확히 말하자면, 거의 바뀌지 않았나? 이 문장을 신뢰도 높은 인쇄매체나 방송매체를 통해 읽거나 듣는다면, 이 정보를 (더 확실하게) 믿을 것이다. 

 

추론 수준에서 우리는 당면한 실재(현실, 세계)에서 아주 멀리 떨어지며, 실재를 이제 자기 마인드에서 구축하기 시작한다. 이 텍스트를 (몰입하여) 읽는 동안 당신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을 거의 듣지 못하고 신체 감각을 거의 느끼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 대신 당신 마인드에 생성된 그림과 이미지에 빠져 있다. 게다가 마인드에 있는 이 그림들을 지금 실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여긴다. 

 

예를 들어, 이웃집 여자가 당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상상해 보자. 

“내일 우리 아파트 동의 보일러를 다 수리할 예정이래요. 오늘 503호에서 물이 새서 아래층 몇 가구가 피해를 봤어요. 관리인은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배관을 긴급히 손봐야 한다고 했지요.” 

이것이 당신에게 닥친 당신의 실재(현실)이다. 이제 당신의 실재는 자기 마인드에서 방금 상상한 것이다. 그 뒤 30분 동안 당신은 이모저모 생각할 것이다. ‘내일 배관을 손보는 시간에 집에 있어야 하는데, 직장에서 어떻게 일찍 나오지?’ 

 

이건 다 당신 마인드에서 일어난다. 그런 걸 생각하는 동안, 당신은 자신만의 실재를 (현실을), 단어들로 이뤄진 실재를 만든다. 이 실재는 당신 마인드에서 (머릿속에서) 일어난다. 그렇게 생각에 골몰하다 보면, 바로 코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 코앞에 이 텍스트가 흰 종이에 검은 철자들로 있고, 엉덩이 아래 의자를 느끼고, 동시에 창밖 거리에서 어떤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이 텍스트에 내가 담은 의미가 아니라 이 단어들로써 내가 가리키는 것에 주의를 돌린다면, 당신은 목전의 구체적인 실재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런 얘기가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왜냐하면,
우리는 마인드의 형상들 수준에서, 추론의 수준에서 사는 데 하도 익숙해지다 보니, 구체적으로 지금 일어나는 게 아니라 우리 마인드가 우리한테 말하는 것을 실재라 (현실이라) 여기게 됐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지구가 둥글다는 말을 들었다. 그걸 믿었나? 확인해 봤나? 우리는 권위 있는 사람이나 정보 소스의 말을 (처음엔 부모, 다음엔 교사나 서적 등을) 믿는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사실 당신 마인드에 있는 이미지일 뿐이다. 자기 눈으로 보지 못한 이상, 이것은 당신 마인드에 있는 이미지일 뿐이다

그런 이미지들로 지금 우리의 (주관적) 세계가 이뤄져 있다. 바로 그런 세계에서, 마인드의 이미지들 세계에서, 우리는 대부분 시간을 살고 있다. 

 

자, 단어들과 의미들의 세계가 우리한테는 (우리처럼) 합리적인 사람들이 사는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인드 작업의 중요성과 지식을 통한 세상 인식의 이점을 축소할 필요는 전혀 없다.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 우리의 감각기관이 바로 지금 지각하는 목전의 실재와 (현실과) 우리 마인드가 만들어 낸 추상적 실재 (현실)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이걸 구분하는 게 중요한 것이, 여기서 아주 중요한 결론이 나오기에 그렇다. 

이제 마인드가 만든 추상적 실재(현실)에서 사는 이점에 눈길을 돌려보자. 

 

우리가 눈앞의 당면한 현실에서만 계속 산다면 (어린애들은 그렇게 한다), 우리의 세계가 크게 제한될 것이다. 당신의 세계가 당신이 지금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만 들어있다고 상상해 보라. 상당히 따분하다. 눈앞의 현실이라는 범주에 국한되어 우리 세계가 아주 작아질 것이다. 

언어가 나타날 때, 우리의 주관적 세계는 세상에 대한 지식의 성장과 함께 아주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우리 세계는 우리가 그것에 대한 지식만큼 점차 커질 것이다. 여러 국가와 행성, 우주, 원자, 분자, 경제, 정치, 그 외에 아주 많은 것이 우리 세계 안에 나타난다. 이제 당신의 세계는 온 우주이다. 추상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주다. 

 

단어들과 언어를 활용할 때 또 다른 이점은, 그것들이 추상적이긴 해도 객관적 실재를 (현실을) 웬만큼은 반영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은 대중매체를 통해 미국이란 나라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이건 아직 당신에게 정보일 뿐이다. 그러나 이제 당신은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날아갈 수 있다. (한데, 비행기에 대해서도 똑똑한 사람들한테 들었기 때문에 이 이동 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예전엔 읽기만 하던 것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 

 

단어들 덕분에, 우리는 언젠가 다른 사람이 획득한 정보를 간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뉴턴이 중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이 지식을 그가 언어로써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았다면, 이건 그의 머릿속에만 남아 있었을 것이다. 인류 존재 내내 수많은 사람이 거둔 성취와 달성을 언어 형태로 간직하면서, 우리는 1천 년 전 사람들이 살던 세상과 아주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 (1천 년 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우리는 역사 지식 덕분에 안다. 이 지식을 우리는 그것이 정말 사실인 것처럼 이용한다. 사실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나?! 어쩌면 우리 모두 프리메이슨에게 세뇌당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주관적 세계의 일반 모델  

 

그렇게, 우리에겐 실재를 (현실을) 지각하는 여러 수준의 형태로 주관적 세계의 모델이 나타났다. 전체적인 개관을 한 번 더 제시한다. 

주관적 세계의 일반 모델. 추론 수준, 단어와 명칭 수준, 구체적 대상 수준, 감각 정보의 수준, 추상적 실재, 당면한 실재

유의할 점 – 언어를 쓰는 성인의 경우 이 수준이 전부 동시에 존재하며, 더 높은 수준은 더 낮은 수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점. 예를 들어, 추론 수준은 사람의 주관적 세계에서 단어들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또, 물질과 마찬가지로, 마인드로 하여금 구체적인 대상을 만들게 하는 감각 정보가 있어야만 의식에 구체적인 대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실재를 지각하는 더 높은 수준들은 사람이 점차 발달하면서 나타난다. 예를 들어, 갓난애한테 추론 수준이란 있을 수 없다. 이를 위해 갓난애는 학습과 마인드 발달의 단계를 많이 거쳐야 한다. 

1. 처음에 갓난애한테는 세상에 태어나면서 시각, 청각, 운동감각 인상 등의 흐름으로 감각 정보만 나타난다. 
2. 다음에 객관적 세계에 머무는 경험을 쌓으면서, 아이의 마인드가 이 모든 감각적 어수선함 속에서 구체적인 대상들을 식별하기 시작한다. 
3. 그 이후 부모한테서 이런저런 단어를 들으면서 아이는 그 단어들을 자신의 주관적 세계의 특정 대상들과 연결하는 법을 배운다. 단어와 명칭의 수준이 그렇게 나타난다. 
4. 단어들을 문구에 배열하는 방법을 익히면서, 아이는 자기 마인드에서 이미지와 의미의 형태로 가상현실을 만든다. 이것이 추론의 수준이다. 

 

현시점에서 당신은 자신의 주관적 경험에서 이 수준들 가운데 어떤 것이든 떼어낼 수 있다. 아, 물론, 객관적 실재의 수준은 제외하고 그렇다. 즉, 이 텍스트를 당신 마인드에 나타나는, 의미 정보의 집합으로 지금 당장 인식한다. 그러면서 이건 다 그저 단어들일 뿐이며, 당신이 읽은 각 단어 속에는 거기에 당신이 집어넣는 형상과 의미가 있음을 깨닫는다. 이 모든 이미지가 마인드에서, 내면세계에서 생긴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이 이미지들을 당신 이외에는 아무도 볼 수 없다. 

그리고 이 이미지들은 실제로 지금 당신 앞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즉, 이 종이쪽과 이 철자들, 당신이 바로 지금 듣는 이 소리, 당신 손의 느낌 같은 것이 아니다. 당신은 이 모든 것에 이름이 있다는 것을 잊은 채, 지금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즐기기만 할 수 있다. 이 여러 느낌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느낌들이 그냥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당연히 어려울 테지만… 당신 의식에 있는 이 구체적인 대상들 이면에서, 시각 채널의 색깔 있는 점들과 청각 채널의 갖가지 소리와 운동감각 채널의 감촉 등의 형태로 감각 정보의 흐름을 보려고 노력할 수는 있다,

(나는 누구인가 > 2부 마인드의 작업 > 7장 실재를 지각하는 여러 수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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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덩의 악마들  

The Devils of Loudun 

 

 

올더스 헉슬리 저

(번역, 주석, 해설 – 김성호)

 

영화 악마들, 켄 러셀, 올리버 리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2편 

 

  몇 주일이 흘렀다. 필리프의 외출이 갈수록 줄더니 그예 교회마저 나가지 않게 됐다. 식구들한테는 몸이 아파 방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친구 마르타 펠티에가, 좋은 집안 출신이지만 일찍 부모 여위어 아주 가난한 그녀가, 간병인 겸 말동무로 집에 들어와 함께 지내게 됐다. 

 

  트렌캉 씨는 여전히 아무 것도 의심하지 않았으며, 누군가가 진실을 암시하거나 주임신부를 나쁘게 말할라치면 화를 벌컥 냈다. 그러면서 주변 못된 농담에 끌끌 혀를 차고 딸의 폐결핵 증세를 걱정했다. 가정 주치의 팡통이 신중하게 처신하여 누구한테든 말을 아꼈다. 루덩 주민들이 서로 눈을 끔뻑거리고 킥킥대거나 아니면 의분 표출이라는 쾌감에 빠졌다. 

  적대자들은 주임신부와 마주칠 때면 가시 돋친 암시를 흩뿌리고, 친구들은 나무라는 투로 고개를 흔들고, 라블레 성향의 익살꾼들은 그의 옆구리를 쿡 찌르면서 야비한 축하를 던졌다. 

 

  그랑디에는 그 모든 사람들한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응수했다. 그에게 아직 반감을 품지 않은 이들은 그 솔직하면서도 당당한 매너와 신실해 보이는 말이 결백의 증명이라고 여겼다. 그가 무슨 못된 짓을 저질렀다고 헐뜯는 자들이 있는데, 저렇게 흠 없는 사람이 그런 짓을 하기란 도덕적으로 불가능하지! 

 

  세리제 지방장관이나 마담 드브루 같은 저명인사들 저택에서 그는 여전히 환대받는 손님이었다. 그들 저택 문은 검찰관 저택 문이 닫힌 뒤에도 여전히 그에게 열려 있었다. 검찰관이 제 집 문을 닫은 까닭은 결국 딸이 왜 시름시름 앓게 됐는지 알게 됐기 때문이다. 집요한 추궁을 견디지 못하고 딸이 다 털어놓은 것.

  트렌캉이 주임신부의 가장 충실한 친구에서 하룻밤 새에 가장 완강하고 위험한 적으로 돌변했다. 그랑디에는 자신을 파멸로 끌어간 사슬에 또 하나의 고리를 만들고 말았다. 

 

  드디어 아기가 태어났다. 닫힌 덧문들과 두툼한 가리개와 커튼에도 불구하고 앳된 엄마의 비명이, 이를 윽물고 참았음에도 아주 날카롭게 새나온 비명이, 뭔가를 열심히 예상한 이웃들에게 ‘경사’를 알렸다. 그 소식이 한 시간도 안 돼 소도시 전역에 퍼졌고, 다음날 아침 재판소 현관에는 <검찰관의 사생아 손녀를 기리는 송시>라는 점잖지 못한 글이 나붙었다. 

  프로테스탄트 몇몇이 의심을 샀는데, 그건 트렌캉이 정통 가톨릭교회에 지나치게 충실하여 이단적인 시민들을 억누르고 괴롭히는 데 앞장서 왔기 때문이다. 

 

  마르타 펠티에가 희생정신을 발휘하여 자신이 아기 엄마라고 공개적으로 자처하고 나섰다. (그건 이 사연의 추악함 때문에 더욱 돋보이는 행위였다.) 죄를 범한 사람은 나에요, 수치를 감추려 한 사람도 나에요. 필리프는 나한테 피난처를 제공한 은인일 뿐이지요. 

  그 말을 믿는 사람은 물론 아무도 없었지만 그 가상한 마음씨는 합당한 평가를 받았다. 마르타가 일주일 된 아기를 유모 노릇 하겠다고 나선 젊은 시골 여인한테 넘겼다. 그 장면은 사람들이 다 볼 수 있게끔 과시적으로 연출됐다. 그러나 그런 제스처에 넘어가지 않은 프로테스탄트들이 계속 입을 놀렸다. 

 

  그들의 점잖지 못한 의혹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심정으로 검찰관이 그럴 듯한 법률적 책략을 썼다. 마르타를 백주 대로에서 체포하여 치안판사한테 데려가라고 지시했다. 그녀가 법정에서 서약한 뒤 증인들 배석 하에 갓난애가 제 소생이라고 공식 인정하며 아이 부양을 책임지겠다는 문서에 서명해야 했다. 친구를 사랑한 까닭에 마르타가 서명했다. 문서 사본 한 부는 기록보관소에 보관되고 다른 한 부를 트렌캉이 의기양양하게 제 주머니에 넣었다. 

 

  거짓이 공식 인증되어 이제 법률적 진실이 됐다. 법률 자구만을 지각하기에 익숙해진 머리들한테 법적 진실은 무조건적 진실과 같은 법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다 그렇지는 않았으니, 사건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못했음을 검찰관이 분한 마음으로 곧 알게 됐다. 공식 문서를 그가 큰 소리로 낭독하고, 다들 제 눈으로 서명을 보고, 공식 봉인을 직접 만져 본 뒤에도… 친구들은 정중하게 미소 지으며 말머리를 돌릴 뿐이며, 적대자들은 크게 웃으면서 공격적인 언사를 내뱉었다. 

  프로테스탄트들의 원한이 어찌나 깊은지, 한 목사는 위증이 간음보다 더 무서운 죄악이며 스캔들을 덮기 위해 거짓 증언한 자는 음란함으로 원인을 제공한 자보다 지옥 불에 더 시달려야 한다고 공공연히 떠들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청년기에서 새뮤얼 가스 경의 중년기 사이에는 숱한 사건들로 점철된 세월이 오래 흘렀다. 통치 체계와 사회 조직, 경제 기구, 물리학과 수학, 철학과 예술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많았다. 그러나 그 백년 어간에 전혀 변하지 않은 게 하나 있으니, 바로 약방이었다. 로미오는 약제사의 점방을 이렇게 묘사한다.[각주:1]

 

약방에는 별의별 게 다 있어서, 

거북이와 악어와 갖가지 바다 생물 박제들. 

선반마다 남루한 것들이 얹혀 있어서, 

먼지 낀 도토 항아리며 빈 상자들, 

노끈 토막이며 약초며 씨앗들 

그리고 축축한 장밋빛 알약들. 

어렵사리 상품 모양을 낸 

가련한 잡동사니가 다 있구나.

 

  새뮤얼 가스 경이 장시 <조제실>에서 거의 같은 장면을 묘사한다.[각주:2]

 

거기엔 수지 먹인 미라 유해와 

바다거북 껍데기들이 놓여 있었어. 

이빨 무성한 상어 아가리가 엷은 미소로 

창밖 지나는 이들을 놀라게 했지. 

천장으로는 말린 양귀비가 

대롱대롱 줄에 걸려 있고, 

그 아래엔 거대한 악어가 비늘 덮인 채 

음침한 모습으로 불쑥. 

한 쪽 구석엔 안티몬과 암모니아수, 

다른 구석엔 바짝 말린 오줌보. 

 

  이 과학의 신전은 마법사의 실험실이자 시골 장터 간이무대이기도 한데, 연결되지 않는 사물들과 개념들의 기묘한 결합이라는 17세기 특징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상징이다.

 

  데카르트와 뉴턴의 시대는 또한 플러드[각주:3]와 케넬름 딕비 경[각주:4]의 시대이기도 했고, 대수와 해석기하학의 시대는 또한 ‘무기 연고’[각주:5]며 ‘연민 파우더’며 ‘특징 이론’[각주:6] 따위가 판치던 시대이기도 했다. 

  <회의적인 화학자>의 저자요 왕립협회 설립자들 중 한 사람인 로버트 보일[각주:7]은 가정에서 쓰기에 좋은 처방전을 한 권 남겼다. 예를 들어, 보름날 참나무에서 따낸 미슬토를 말리고 갈아서 블랙체리 물에 타 마시면 간질병이 낫는다. 뇌졸중 발작에는 (키오스 섬의 렌티스크 관목에서 추출한 수지인) 유향을 구리 용기에서 증류하여 정유를 뽑아낸 뒤 깃털에 묻혀 병자의 한쪽 콧구멍에 두세 방울, ‘잠시 뒤 다른 쪽’에 두세 방울 떨어뜨려야 한다. 

  과학 정신이 이미 활발하게 살아 있었다. 그러나 주술사와 마녀의 정신 또한 그 못지않게 여전히 버티고 있었다. 

 

  마르샹 거리에 있는 아담의 약방은 중간 규모로 초라하지도 않고 웅장하지도 않은데 지방 소도시 약방치곤 훌륭했다. 미라들과 코뿔소 뿔을 갖추기에는 많이 수수하지만 그 대신 서인도제도 거북이들과 고래 태아, 8 피트 되는 박제 악어 따위를 뽐냈다. 

 

  쌓아둔 품목도 아주 많고 다양했다. 선반마다 갈레노스[각주:8] 유파에서 즐겨 쓰는 약초 일습과, 발렌티누스[각주:9]와 파라셀수스[각주:10]의 후계자들이 권하는 최신 약물을 다 구비했다. 대황과 알로에가 그득하고 감홍도 떨어지는 법이 없었다. 감홍을 아담은 '온순한 용'이라는 뜻으로 Draco mitigatus라 즐겨 불렀다. 

 

  만약 당신이 식물성 간장약을 좋아한다면, 거기엔 콜로신스가 있었다. 그러나 당신이 더 현대적인 치료를 시도해 보자 한다면, 거기엔 토주석과 금속성 안티몬도 있었다. 만약 당신이 재수가 없어 마음에 안 드는 님프나 멋쟁이를 사랑하게 됐다면, 서양측백과 수은-초크 중에서, 혹은 사르사파릴라와 블루 연고제[각주:11] 중에서 뭔가를 선택하면 됐다. 

  어디 그뿐인가, 말린 독사며 말발굽이며 사람 뼈까지 꼽는다면 아담이 동종업자들 앞에서 주뼛거릴 일이 없었으리라는 점을 당신도 쉽게 이해하리라. 더 값비싼 것은 (예를 들어, 사파이어나 진주 가루 등은) 선금을 치르고 특별히 주문해야 했다. 

 

  그런 약방이 이제부터 음모자들의 정기 회합 장소요 본거지가 됐다. 그들의 유일한 목표는 그랑디에의 파멸. 이 음모의 리더들은 검찰관과 그의 조카, 참사회 위원 미뇽, 경찰 수뇌, 그의 장인 메스멩 실리, 외과의 만누리 등이었으며, 아담도 응당 포함됐다. 환약을 짓고 이빨을 뽑고 관장을 하는 직업 성격상, 아담은 정보 수집의 막강한 원천이었다.

  그런 만큼 그가 공증인의 아내 쇼뱅 부인한테서 (어린 아들의 기생충을 뽑아내면서 절대 비밀로) 알아낸 정보는 요긴했다. 주임신부가 1순위 담보 대출에 800 리브르를 투자했다는군. 그 악당이 부를 쌓기 시작한다는 뜻이에요. 

  안 좋은 소식이 또 있었다. 다르마냑의 둘째 심복의 처형이 부인병을 치료하느라 말린 쑥을 정기적으로 사 가잖아요. 근데 하는 말이, 그랑디에가 내일 지방장관 아성에서 열리는 만찬에 참석한다지 뭡니까. 

 

아담의 약방에서 음모자들이 회동

 

  그 말에 검찰관이 미간을 찌푸리고 경찰 수뇌가 투덜대며 고개를 저었다. 다르마냑은 그냥 지방장관이 아니라 국왕의 총신이다. 그런 인물이 그랑디에의 친구요 보호자라는 사실은 실로 끔찍한 것이었다. 

 

  우울한 침묵이 오래 이어지다가 참사회 위원 미뇽이 입을 열었다. 

  (한 가지 희망이 있어, 그럴 듯한 스캔들을 만드는 거지... 2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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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새뮤얼 가스 경 (Sir Samuel Garth, 1661-1719) - 잉글랜드의 물리학자, 시인. 1699년 여섯 편으로 된 장시 을 발표, 약제사들이며 그들과 결탁한 물리학자들을 비웃었다. [본문으로]
  3. 플러드(Robert Fludd, 1574-1637) - 잉글랜드의 의사, 신비주의 철학자. 장미십자회에 헌신하면서 과학적 경향과는 동떨어진 신비주의 경향을 저술에서 두루 설파. 생전에 마법사라는 비난을 받았으며, 19세기 영국 평론가 드퀸시는 플러드의 저술을 프리메이슨의 상징적 이념의 주된 뿌리로 보았다. [본문으로]
  4. 딕비(Sir Kenelm Digby, 1603-1665) - 브리튼의 철학자, 외교관, 저술가. 모반으로 기소되고 ‘화약 음모’에 가담하여 처형된 에버라드 딕비 경의 아들. [본문으로]
  5. 무기 연고(weapon salve) - 상처를 낸 무기에 바르면 호의적인 힘에 의해 상처가 낫는다고 미신처럼 믿었던 연고. 연민 파우더(the Sympathetic Powder)도 비슷하게 쓰였다. [본문으로]
  6. 특징 이론(Theory of Signatures 혹은 Doctrine of Signatures) - 인체 부위를 닮은 식물들이 그 부위에 생긴 질환 치료에 쓰일 수 있다는 개념. 고대 그리스 의학자 갈레노스와 디오스쿠리드 시대 이후 약초 채집자들이 공유한 생각. 16세기에 파라셀수스가 개념을 발전시켰으며, 유럽의 형이상학은 이 개념을 신학에서 확대했다. “전능자께서는 치료 방법들도 사물에 표시하거나 ‘서명’해 두셨다고 보는 것이 온당하다.” 과학자들은 이 이론을 미신으로 간주한다. [본문으로]
  7. 보일(Robert Boyle, 1627-1691) - 아일랜드의 화학자, 자연철학자. ‘보일의 법칙’. <의심쩍은 화학자 the sceptical chemist>는 현대 화학의 효시가 된 저술. 이 책 덕분에 연금술이 화학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본문으로]</의심쩍은>
  8. 갈레노스(130-200) - 로마의 의사, 철학자. 히포크라테스와 함께 서양 의학의 시조. [본문으로]
  9. 발렌티누스(Basilius Valentinus) - 14-15세기 독일의 연금술사. 그의 저술이 17세기에 널리 퍼졌다. ‘현대 화학의 아버지’라 불리기도 한다. [본문으로]
  10. 파라셀수스(1493-1541) - 스위스의 철학자, 자연과학자, 의사, 연금술사. “모든 약물은 작용과 부작용을 동시에 지니며, 부작용은 약물 용량으로 정해진다. [본문으로]
  11. Blue ointment - 수은연고와 광유나 돼지비계 정제 기름으로 만든 피부 치료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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