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11 (잘못된 언어 사용)
“말은 생각의 도구라오.
말을 되는 대로 한다는 것은 생각도 되는 대로 한다는 뜻이오.
즉, 정확하지 않고 대강 뭉뚱그려서 한다는 게지.”
- 레프 톨스토이 (1828-1910, 러시아 작가, 사상가)
“네, 지금은 백이 유리한 국면으로 보여지는데요…”
바둑 티브이를 가끔 시청해요. 한데 ‘…인/한 것으로 보여진다’는 표현이 들릴 때마다 신경이 곤두서곤 합니다. 우리말에 그런 표현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근래에 이 “보여집니다”가 상당히 많이 들려와요. 스포츠 해설에서도, 강연에서도, 시민 인터뷰에서도, 신문 기사에서도, 심지어 뉴스앵커라는 사람의 입에서조차 이런 표현이 자꾸 퍼지고 있지 뭡니까. 오, 맙소사!~
“남들에게 보여지는 면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의 실정이…”
“일련의 후보 경선 과정에서 보여졌던 의문점…”
“그건 무척 힘든 일로 보여졌어요.”
왜 이런 그릇된 현상이 생기는 걸까요? 흥미롭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어 같이 수동태가 능동태 못지않게 자연스레 쓰이는 외국어의 악영향이라고 간단히 규정할 수 있을 거예요. 사대주의가 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누구나 알고 있듯이, 우리말 수동형은 두 가지 방법으로 만들어집니다.
첫째, 타동사 어간 + ‘이, 히, 리, 기’
둘째, 타동사 어간 + ‘아/어지다‘
따라서 ‘보여지다, 불리어지다, 쓰여지다, 생각되어지다’ 등은 피동 표현이 중복된 것으로서 피해야 합니다.
그냥 ‘보이다, 불리다, 쓰이다, 생각되다’로 충분하고 자연스러워요.
또 우리말에는 피동형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피동형 표현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알맞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따라서 한 공중파 방송에서 들린
“바다오리는 곧 바다로 돌려보내질 방침입니다”는
‘바다오리를 곧 돌려보낼 방침’으로 바꾸고,
바둑 티브이 해설에서 잘 들리는
“강수를 두는 기사들에 의해 잘 두어지는 수법”은
‘강수를 두는 기사들이 잘 두는 (즐겨 쓰는) 수법’으로 바꾸는 것이 우리 어법에 더 적절하겠지요.
이런 그릇된 현상이 생기는 원인으로는 또 우리네 말과 글에 대한 관심이 덜하고 기초가 확고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외국어에, 영어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우리말에는 쏟지 않습니다.
왜?
(당장에, 현실적으로는) 그래도 되니까.
그렇다면, 그건 또 왜?
흠… 그 다음은 당신께서도 한번 생각해 주십시오. (개개인 수준의 문제, 아니면 국가적 정책 차원의 문제, 어느 쪽에 더 눈길을 돌리렵니까?)
나로서는 이 대목에서 이런 경구 하나만 소개하겠습니다.
모국어를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하는지… 이백여 년 전 볼테르의 언급입니다.
“웬만한 주요 외국어들을 다 6년이면 습득할 수 있다. 그러나 모국어 공부는 평생 해도 모자란다.”
어떻습니까? 고개를 끄덕였나요, 아니면 가로저었나요?
말하기를 잘 하려면 먼저 듣기를 잘 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외국어를 잘 하려면 먼저 모국어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생각입니다. 외국어를 아무리 잘 해도 우리말이 매끄럽지 못하면, 그 재주를 빛내기 어렵다는 뜻이에요.
좋은 번역가로 이윤기, 안정효 같은 이들을 들지 않습니까?
그이들보다 외국어를 더 잘 아는 번역가들이 없단 말인가요?
당신이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과 어울려 작은 동아리에서 사적으로 이야기할 때는 어떻게 말하든 난 굳이 나서서 꼬집고 들추지 않겠어요. 간섭할 권리도, 시간도 없어요. (물론, 그런 경우에도 당신이 지금보다 더 올바르고 듣기 좋고 품위 있게 말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굴뚝같지요. 그래서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하지만 당신이 교사이거나 강연자, 배우, 가수, 방송 진행자, 정치인 같은 그룹에 속하고,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자주 말하는 직업인이라면, 그런데도 적절한 어휘를 쓰지 않거나 발음을 틀리거나 한다면, 난 방관만 하고 있지 못할 거예요.
안타깝게도, 당신 넥타이나 블라우스 위에서 톡톡 튀는 벼룩과 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어요.
이들은 빠르게 번지고, 박멸 대상이니까요.
이번 #액션을 위해서 수첩을 하나 따로 준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채우게 될 테니까요.
수첩에 이런 이름을 붙여도 괜찮겠어요. <잘못 쓰거나 어색하거나 피해야 할 사례>
그리고 이런 식으로 범주를 정하고, 티브이나 라디오, 직장, 학교, 모임… 어디서든 사람들이 하는 말을 잘 듣고 잘못된 것을 일일이 적어 보세요.
1. 잘못 쓰는 (적절하지 않은) 단어와 어구, 표현
2. 번역 투를 쓰는 경우. 그럴 때 우리 어법에 더 어울리는 표현은?
3. 불필요한 (무분별한) 외국어 쪼가리 낱말을 사용하는 경우
4. 그런 외국어(외래어)를 대신할 우리말은?
5. 개념 정립이 필요한 낱말 무리
6. 은어, 비속어, 욕설 따위
7. 말의 품격과 관련된 단어, 어구, 표현
8. 언어를 오염시키는 표현
9. 이상한 존칭, 잘못된 호칭 사용
10. 입말과 글말의 차이
11. 표기상 주의할 단어
12. 중첩되는 말, 군더더기 단어와 음향
13. 비표준어 (사투리, 방언)
14. 틀린 발음
당신이 감을 더 잘 잡도록, 예를 몇 가지 들겠습니다.
1. 공정선거를 치룰까요. → 치르다.
대인배 → 대인.
주구장창 → 주야장천.
입에 개거품을 물고 → 게거품.
행복한 하루 되세요. →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보내기 바랍니다.
어의가 없어 -> 어이가 없어.
3. 입장 표시를 한 것으로 → 입장을 표시한 것으로
6. 국가와 정부, 정권, 나라를 맥락에 적절하게 사용하는지 따위.
진보, 보수, 수구의 개념과 올바른 적용.
공인과 유명인의 개념, 전기세와 전기 요금의 차이.
7. 안습, 짭새, 대가리, 지랄
8. 뻥치지 마. 쫄지 마.
9. “완전 대박이야!” “완전 멋있어.”
10. 내가 잘 아시는 분이… → 아는 분이.
중국 어선들이 저희 쪽으로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 우리 쪽으로.
마음 잡수시고요. → 마음먹고요.
부모님 전화가 오시면 → 전화가 오면, 부모님이 전화하시면.
주문하신 커피가 나오셨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몰라서 저지르는 실수를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언어 감각을 키우는 것이 중요해요.
물론 그런 오류를 피함으로써 당신이 하는 말은 격이 더 커지고 당신 이미지는 더욱 깔끔해집니다.
앞에 제시한 오용 사례 범주는 제가 편한 대로 늘어놓은 것이에요.
당신께서 더 효과적으로 나눌 수도 있을 겁니다.
관련 포스트: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4. 끝)
'Public Speaking > 내 사랑 로고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퍼블릭 스피킹(21) 생각한 뒤에 입을 열기 (0) | 2019.04.02 |
---|---|
퍼블릭 스피킹(20) 경청 기법 (0) | 2019.04.02 |
퍼블릭 스피킹(18) 파괴되는 우리말 (0) | 2019.04.02 |
퍼블릭 스피킹(17) 야외 스피치 (0) | 2019.04.02 |
퍼블릭 스피킹(16) 소크라테스 이야기 (0) | 2019.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