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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2.30 "내 혀가 나의 적이야!" (말조심) 4
  2. 2019.07.14 루덩의 악마들 4편 5
Communication/소통, 화술2019. 12. 30.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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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혀가 나의 적이야!" 

- 경계하고 조심해야 할 상황 5가지 

 

말이란 강력한 무기이다. 

페르시아 시인 겐세위(Gencewi, 1141-1209, 중세 중동 지역의 시인)는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말은 상대방의 가슴으로 스며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슴이 아니라 입에서 내뱉은 말이 그 주인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그럴 때 “내 혀가 나의 적”이라고 말들 한다.

 

“내 혀는 나의 적이다.” 

이 말은 까마득한 옛날부터 전해오는 것인데, 누구 입에서 처음 나왔을까?

그 핵심을 많은 수사학자가 이렇게 저렇게 되풀이하곤 했다.

어법에 관한 한 연구를 보면, 이 말의 기원은 성서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수는 사람이 말로써 범하는 죄의 원칙을 이른다. 즉,

“마음에 가득한 것을 입으로 말하리라.” (마태 12:34). 

그리고 열매로 나무를 알듯이 말본새로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부주의한 말은 신의 분노를 일으킬 수 있다. 

 

고대 기록, 필사

 

사도 바울이 야고보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혀는 곧 불”이라고 적었다. (야고보서 3:6).

숲을 불태우는 데 불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다.

그런 식으로 혀는 삶의 순환을 촉발한다. 사도 바울은 혀를 저주가 아니라 축복에 써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런 맥락과 관련해 러시아 역사에서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다. 

수보로프 장군의 휘하에 아주 용맹하면서도 언사 경솔한 장교가 있었다. 그는 이런 단점 때문에 쓸데없이 적수를 많이 만들었다.

한번은 수보로프 장군이 그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연판장을 받았다. 

장군이 그를 불러서 “귀하를 해하려는 일당이 있다”고 염려하는 말투로 알렸다. 

 

장교가 의심 가는 몇 명을 차례로 꼽았는데, 그때마다 수보로프 장군은 연신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가 장군이 집무실 문을 닫고 밖에서 엿듣던 고발자들이 문에서 멀어지자, 장군이 이 가엾은 장교에게 혀를 보여 달라고 나직이 말했다. 

 

놀란 장교가 그렇게 하자, 지혜로운 장군이 혀를 가리키면서 비밀을 밝혔다. 

“이게 바로 자네의 적일세.”

 

자칫 부주의하고 무분별한 말을 내뱉고 후회할 수 있는 상황을 대략 다섯 가지로 살펴볼 수 있겠다.

여기 조언을 잘 이해하고 따르면,

당신은 소통과 대화에서 더 재치 있게 되고 중립을 유지하며 남에게 조종당하지 않고 우의를 간직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아래 다섯 가지 상황은 “내 혀가 나의 적”이라는 경구가 액면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이다. 

 

1. 

흔이 이렇게들 말한다.

“술자리에서 종교와 정치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말라.” 

지극히 옳은 말씀. 왜냐하면, 그런 주제에 대해서는 누구한테나 다 나름의 견해가 있기 마련이고, 무엇보다도 그것이 아주 예민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나 종교의 근원, 정치나 친지들에 대한 태도 등은 아주 개인적인 문제이다. 하다못해 부모와 윤리에 관한 대화조차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일이 생기면,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 

물론, 뜻과 의견이 맞아 몇 시간이고 대화 나눌 수 있는 이들과는 또 다르다. 

 

2.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해 소문을 듣고 이러쿵저러쿵하다 보면 엄청난 재앙을 맞을 수 있다. 

뒷담화 자리에 당신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러니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이런 생각도 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한 말에 대해 법정에서 변호하게 된다면, 유리한 증거를 댈 수 있을까?’ 

‘내 말이 녹음되거나 복사되어 SNS에 퍼진다면?’ 

어떤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해 안 좋은 얘기는 입에 올리지 않는 게 상책이다! 

 

혀를 함부로 놀리지 못하게 못을 박다

 

3. 

어떤 사안을 두고 누군가가 빠른 결정을 요구한다면, 그건 일종의 조종이나 속임수일 확률이 높다. 

아주 유리한 조건으로 뭔가를 흥정하거나 무료 검사를 받는 등이 그렇다. 

제안이 아무리 그럴듯해 보여도,

당신을 존중하는 사람은 생각할 시간을 주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 혀가 나의 적'이 되지 않게끔. 

 

4. 

“니 의견을 들려줘, 단, 솔직하게…” 

이렇게 상대로 하여금 거짓을 말하게 하고 솔직함을 무슨 관용처럼 요청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말을 들으면 당신은 아주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거의 모든 사람은 지적하고 비판해 달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칭찬해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솔직하게’라는 말에 홀려서 당신 생각을 그대로 말하면 안 돼. 

“아, 영희야, 넌 25가 아니라 35로 보인다. 요즘 들어 뚱뚱해지고 게을러졌는데도 자부심은 미스 월드 못지않네.” 

그런 말을 듣는 순간 그 친구의 얼굴은 일그러질 수밖에 없다. 

그녀는 찬사와 위로와 격려를 기대했는데, 솔직함으로 포장된 찬물을 뒤집어쓴 꼴이다. 우정에 금이 가는 건 당연지사. 

 

5. 

누군가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당신의 독백이 전화벨 때문에 끊기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럴 때 얘기를 계속해 달라는 요청이 없으면, 거기서 그치는 게 더 좋다.

만약 상대가 예의상 듣고 있다고 생각되면 (이건 당신이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다!), 이때도 당신 얘기를 그만 멈출 필요가 있다.

안 그러면 분위기가 지독하게 따분해질 수 있으니 말이다. 

 

사람들 사회나 동아리가 무수히 많은 만큼, 사회 법칙도 무수히 많다.

그런 걸 믿지 않아도 되고 알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런 법칙은 다 작동한다. 

1세기 로마의 풍자시인 유베날리스도 “내 혀가 나의 적”이라는 말의 본질을 알아차렸다. 그는

“어리석은 자에게 혀는 재난이요 파멸”이라고 말했다.

내뱉은 말을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한없이 수다 떠는 습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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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덩의 악마들  

The Devils of Loudun 

 

올더스 헉슬리 저

(번역, 주석, 해설 – 김성호)

 

vintage Huxley the devils of loudun

 


 

  한때 '천사들의 수녀' 잔느요, 이제 루덩의 우르술라회 수녀원 책임자인 사람의 인격이 완전히 짓밟히고 파괴됐다. 사도 바울을 패러디하여 그녀가 자신을 두고 이렇게 말할 수 있었으리라. “내가 살고 있긴 하되 이미 내가 아니라, 오물과 굴욕과 생리 기능만이 내 안에서 살고 있구나.”[각주:1]

 

  악마들을 퇴치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더 이상 피험자가 아니라 그저 대단한 흥밋거리일 뿐이었다. 그건 끔찍하지만 또한 놀랍기도 했다. 즉, 인격에 대한 폭력이자 동시에 새로운 것의 발견이요, 문자 그대로 황홀경의 체험, 미우면서도 아주 친숙한 ‘나’한테서 벗어남이었다. 

 

 이 시기에 잔느 수녀는 악마에 들씌웠다는 느낌을 전혀 몰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뇽과 바레가 그녀 안에 악마들이 들끓고 있다고 말하고, 그들의 엑소시즘으로 유도된 광란 상태에서 그런 얘기를 그녀 스스로 입에 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일곱 악마에 (아스모데우스를 내쫓은 뒤 여섯이라고 치자) 사로잡혔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이 아주 작은 몸뚱이에 그런 게 들어앉았다고는 말들 하는데… 그 상황에 대해 그녀가 행한 분석이 여기 있다. 

 

  「사람이 악마한테 동의하거나 계약을 맺지 않았는데도 마귀에 들릴 수 있다는 것을 당시에 난 믿지 않았다. 한데 그건 착각이었다. 왜냐면 가장 순수한 사람이며 가장 성스러운 사람조차 악마에 지배될 수 있으니까. 물론 나야 순결한 사람 축에 들지 못했다. 죄를 범하고 은혜를 계속 내치면서 나 자신을 악마에게 바친 적이 수천 번은 됐으니… 악마들이 내 마음에 둥지를 틀고 내 의지를 장악했다. 내 영혼에서 악의 싹들을 찾아내 나를 자기네 악마 같은 본성으로 끌어들였어… 

 

  대개 악마들은 내 영혼에 있는 감정을 이용했는데, 어찌나 능숙하고 교묘한지 내 안에 악마가 있다고는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내가 악마에 사로잡힌 게 아니냐고 사람들이 의심하는 빛을 보일 때 난 마음의 상처를 받고, 누군가가 그런 얘기를 할 때면 난 맹렬한 분노를 느껴서 적의를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그랑디에 꿈을 꾸지 않을 수 없던 사람이요 바레가 실험실 동물처럼 다룬 사람이, 엑소시즘을 받지 않는 동안에는 자신을 비정상적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뜻이다. 불행한 상황 때문에 수녀원 담장 안에서 산 채로 시들어갈 운명에 처한, 평범한 여인의 감정을 굴욕감이며 환각적 관능이 아직은 다 억누르지 못했다. 

 

  바레와 다른 엑소시스트들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는 자료는 없다. 그들은 자서전을 남기지 않고 서신도 쓰지 않았다. 이태쯤 뒤 수렝 수사가 무대에 등장하기 전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이 심리적 난장판에 관여한 남성들은 저희 스토리를 개인적으로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다행히도, 수렝은 내향적인 성격에 자신과 대화하며 동료들의 과묵함을 대신하여 펜과 종이로 메우는 열정을 지니고 있었기에 우리가 사건들을 복원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처음에 루덩에서, 나중에 보르도에서 보낸 이 초기 몇 해를 묘사하면서 수렝은 육체가 거의 끊임없는 유혹에 시달렸다고 하소한다. 그가 악귀 들린 수녀들 사이에서 엑소시스트로 살았다는 점으로 보자면 그런 사실이 그리 놀랍지도 않다. 

 

  줄곧 성적 흥분 상태에 빠져 히스테리 부리는 여인들 속에서 그는 유일한 남자였다. 그것도 무엇이든 제 뜻대로 할 수 있는! 수녀들이 무방비 상태로 복종하는 까닭에 사탄과 싸움의 지휘관으로서 당당한 남성다움을 외려 더 강조해야 했다. 그들의 수동성은 그가 지배한다는 느낌을 더 키워 주었다. 통제되지 않는 광란 한가운데서, 그는 정신이 또렷하고 강했다. 짐승 같은 상태 한가운데서, 그 하나만이 사람다웠다. 악마들 한가운데서 그는 하나님의 대표자였다

  하나님의 대표자로서 그는 더 낮은 질서의 이 피조물들을 하고픈 대로 다룰 권한을 지녔으니, 그들이 갖은 재주를 다 부리게 하고 그들을 발작 상태로 이끌고 그들을 감당키 힘든 암퇘지나 암소처럼 거칠게 다루고 관장기나 채찍을 처방하기도 했다. 

 

  [*저자 주 ☞ 토마스 킬리그루는 1635년 루덩에서 본 매혹적인 수녀 아그네스에 대해 이렇게 묘사한다. 미모가 뛰어나면서도 충격적일 만큼 추잡한 행위를 보인 이 수녀를 엑소시스트들은 ‘착한 악마’라고 불렀다. 

  「그녀는 아주 젊고 아름답고 늘씬하고 상냥하니, 한마디로 그들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다. 사랑스러운 얼굴에 멜랑콜리 수심이 깊게 서렸다. 내가 채플에 들어섰을 때 그녀는 베일로 얼굴을 가렸지만, 금방 다시 눈길을 드러냈다. (*킬리그루는 당시 스무 살에 아주 잘 생긴 청년이었으니까.) 비록 노예처럼 꽁꽁 묶여 있다 해도, 그 검은 눈에서 이전 승리들의 반짝임을 읽을 수 있었다.」 

 

  자, 아그네스는 탁발수사의 수중에 든 노예 같았다. 킬리그루의 다음 묘사를 보면 이 불행한 처녀를 수도사가 두 발로 짓밟았다. 그녀가 발작 상태에서 마룻바닥을 대굴대굴 구르자 그가 의기양양하게 내려다보았다. 

  「그건 참으로 애처로운 장면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퇴마라는 기적을 봐야겠다는 마음이 싹 가시는 바람에 그만 숙소로 돌아오고 말았다」] 

 

 

  마귀에 들린 여인들은 정신이 좀 들 때마다 저희 주인인 엑소시스트들한테 생리 현상의 가장 내밀한 부분을 털어놓고 무의식의 습기 찬 심연에서 훑어 모은 가장 난잡한 몽상들을 낱낱이 묘사했으리라. 그들 인격의 필수 부분이었던 규약과 범절을 깨며 어떤 외설스러운 즐거움을 맛보는지 고백하면서! 

 

  엑소시스트들과 마귀 들렸다고 추정된 수녀들 사이의 관계가 어떤 식인지를 1658년에서 1661년까지 부르고뉴 주 옥손 지역 우르술라회 수녀들의 마귀 들림에 대한 동시대 보고서 중 다음 대목이 잘 알려준다. 

 

  「수녀들이 이렇게 단언한다. (이 점은 성직자들도 그렇다.) 곧, 엑소시즘으로 성직자들이 서혜부 헤르니아, 자궁탈출증, 혹은 자궁통 같은 질환에서 그들을 벗어나게 했다는 것이다. 또 사악한 마법사들 때문에 생긴 자궁 열상을 치료해 주고, 그자들이 심어 놓은 은밀한 가시며 흉한 목적을 위해 이용하고 남은 초 토막과 매듭, 기타 학대 도구들을 부끄러운 부위에서 뽑아내기도 했다. 또 성직자들이 수녀들의 배앓이와 위장통, 편두통을 치료하고 고해성사를 통해 유방 울혈도 치료했다고 분명히 밝힌다. 

  그뿐 아니라 엑소시즘으로 출혈을 체크하고, 악마들이며 마법사들과 성교로 인한 복부 팽창은 성수를 잔뜩 마시게 하여 없애 버렸다고 단언한다. 수녀들 중 셋은 악마들과 성교하여 처녀성을 빼앗겼다고 서슴지 않고 밝힌다. 또 다른 수녀 다섯은 마법사와 주술사와 악마들 수중에서 고통을 많이 겪었다고 똑똑히 말한다. 그 행위를 수치심 때문에 대놓고 말하지 못하지만 실제로는 앞의 셋이 묘사한 것과 다르지 않다. 이 진술이 사실임을 앞에 나온 엑소시스트들이 인정한다.」

 

  지저분한 것들이 천연스레 나오는데다 외과적 지식은 또 얼마나 상세한가! 도덕적으로 불결한 만큼 육체적으로도 불결하다. 생리적 비참함이 영적이며 지적인 비참함과 맞먹는다. 이 모든 사연 위에 억압된 관능이 악취 물씬 풍기는 연무처럼 드리워 있다. 칼로 벨 수 있을 만큼 두텁게, 도처에, 피할 수 없이! 

  부르고뉴 고등법원 결정에 따라 그 수녀들을 방문한 의사들은 마귀 들렸다는 증거를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지만, 그 대신 거의 모든 수녀들이 예전에 우리네 선조들이 자궁광란이라 부르던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보게 됐다. 이 질환의 증상은 ‘억제할 수 없는 성적 쾌락 욕구가 수반된 신열’과 더 젊은 자매들 경우에 ‘섹스 이외의 것은 생각하거나 말할 수 없는’ 상태였다

 

  마귀 들린 수녀들이 있는 수녀원 분위기가 바로 그러했다. 엑소시스트들과 수녀들 간의 내밀한 관계는 부인과 전문의와 환자, 조련사와 동물, 존경받는 정신과 의사와 수다스러운 신경증 환자 간의 친밀한 관계를 전부 합해 놓은 것과 같았다. 담당 성직자는 그들과 매일 밤낮으로 몇 시간씩을 보냈다. 

  옥손 지역 우르술라 수녀들 사건 경우 엑소시스트들의 파워가 지나치게 컸으며, 개중 몇몇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저들 위치와 전권을 남용한 듯 보인다. 그러나 루덩에서 잔느 수녀와 다른 히스테리 환자들을 다룬 신부와 수도사들에게는 그런 비난이 돌아가지 않았다. 거기서도 수렝이 증언한 것처럼 유혹은 늘 있었지만, 엑소시스트들이 잘 물리쳤다. 오랜 기간 긴장된 방탕은 상상에서만 일어났을 뿐 육욕적인 것은 전혀 아니었다

 

  아스모데우스 퇴치는 그 자체로 두드러진 승리였고 수녀들도 그맘때에는 악귀 들린 역할에 훈련이 잘 됐기 때문에, 미뇽을 비롯해 그랑디에의 적대자들이 이제 공식 행동에 돌입해도 충분하겠다는 자신감을 느꼈다. 

  10월 11일 베니에르 교구 주임신부인 피에르 랑지에가 도시의 수석 치안판사인 세리제를 집무실로 찾아갔다. 우르술라회 수녀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간략히 알린 뒤 그와 그의 부관 루이 쇼베가 와서 직접 확인해 보라고 초빙했다. 초빙이 수락됐고, 당일 오후 두 치안판사가 서기를 대동하고 수녀원을 방문했다. 

 

  그들을 바레와 참사회 위원 미뇽이 맞이하여 「천장 높은 방으로 안내했다. 거기에는 침대가 일곱 개 놓였는데, 그 중 하나에 수련수녀가, 다른 하나에는 원장수녀가 누워 있었다. 후자 주위에는 카르멜회 수사 몇 명과 수녀 몇 명, 외과의 만누리, 또 성 십자가 교회 참사회 위원이자 성직자인 마튀렝 루소가 둘러서 있었다.」 

 

  수석판사와 부관을 보자 원장수녀가 (서기가 상세히 기록한 것을 보면) 「아주 난폭하게 뒤척이면서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불을 끌어올리고는 이를 바드득 갈고 경련을 일으키며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몸을 뒤틀어대니 미치광이와 매한가지로 보였다. 그녀 오른편에 카르멜회 수사가, 왼편에 앞에서 말한 미뇽이 서 있는데, 그가 엄지와 검지를 수녀원장 입에 집어넣고 우리더러 보란 듯이 주문을 읊으며 엑소시즘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엑소시즘 실행

 

  이 엑소시즘과 주문 읊는 과정에서 두 가지 ‘징표’ 때문에 잔느 수녀가 악마와 계약을 맺게 됐음이 드러났다. 먼저 그녀 법복에 산사나무 가시 세 개가 들러붙었고, 다음에는 그녀가 층계에서 장미 다발을 발견하고 주워서 허리춤에 꽂은 것. 

 

  「그 순간 오른손이 마구 떨리면서 그랑디에에 대한 날카로운 욕망에 사로잡히고는, 내면에 각인된 그 모습에서 오랫동안 벗어날 수 없었다. 기도를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 꽃다발은 누가 보낸 것인가?” 

  라틴어로 한 질문에 원장수녀가 한참 머뭇거리다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Urbanus.” 

  그러자 미뇽이 말했다. “Dic qualitatem.” 

  그녀가 대답했다. “Sacerdos.” 

  “Cujus ecclesiae?” 그가 묻자 앞의 수녀가 답했다. 

  “Santi Petri.” 

  그런데 마지막 말은 거의 들릴 듯 말 듯 희미하게 나왔다.」[각주:2]

 

  엑소시즘이 끝나자 미뇽이 수석 치안판사를 한 쪽으로 데리고 가더니 참사회 위원 루소와 부관 쇼베가 있는 자리에서 촌평 삼아 한마디 꺼냈다. 

  지금 이 상황은 루이 조프리디의 경우와 아주 흡사해 보입니다. 

  프로방스의 성직자였던 조프리디는 마르세유 우르술라회 수녀들에게 마법을 걸어 타락시켰다는 죄목으로 20년 전 산 채로 화형을 당했다. 

  조프리디를 언급함으로써 속내가 드러났다. 주임신부를 상대로 한 새로운 싸움 전략이 명백하게 나타났다. 그랑디에는 마법과 주술을 행한다고 기소돼 재판을 받을 터였다. 무죄 판결이 난다 해도 평판이 돌이킬 수 없이 더럽혀지고, 유죄 선고를 받으면 장작불 위에서 산 채로 화형을 당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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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으니,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오직 내 안의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라디아서 2:20) [본문으로]
  2. (*우르바누스-우르뱅의 라틴어 이름) (*그의 직분을 말하라) (*성직자) (*어떤 교회의?) (*성 베드로 교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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