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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누구인가? > 3부. 마인드의 환상 > ... )

  13. 자유의지라는 환상 (1)  

 

자유의지란 무엇인가? 

이건 주변 세계와 자기 삶을 통제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한 인간으로서 나는 이집트에 가기로 결정할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다.

원하면 저녁 식사를 준비할 수 있다.

원하면 손을 올렸다가 내릴 수 있다.

입을 놀려 뭔가를 말하거나 입을 다물고 침묵할 수 있다.

자동차를 몰고 내가 원하거나 필요한 곳으로 갈 수 있다.

내 인생의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 일을 하러 가든지 않든지 결정하는 사람은 나다.

나는 세상에 영향을 미쳐서 내 계획과 목적이 실현되게 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자기 행동의 주체라는 인식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우리가 자기 행동의 주체이고 자기 삶의 어떤 측면을 웬만큼 통제한다는 내적 느낌을 자유의지라 부른다.

한데, 자유의지는 환상이라는 견해가 있다. 즉, 자유의지 같은 건 전혀 없으며, 우리는 다 완전히 프로그램된 존재라는 것이다

당신 생각은 어떤가?

이 명제에 내적으로 저항이나 거부가 생기나? 

 

사실, 자유의지가 환상임을 아는 것은 해로울 수 있다.

그런 지식에 당신 마인드는 저항한다. 당신 마인드는 당신의 생존을 염려하는데, 당신이 자유의지의 느낌을 지니는 게 마인드한테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는 명제를 사람들은 종종 잘못 이해한다.

그들은… 만약 모든 게 이미 정해져 있고 우리는 한낱 오토마톤에 불과하다면, 뭔가를 바꾸고 뭔가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왜 있겠느냐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기 삶에 어떻게든 영향 미치기를 그만두고 상황에 눌려서 소극적이며 우울한 사람이 된다.

따라서 자유의지가 환상이라는 입증을 접할 준비가 안 돼 있다면, 그냥 지금 가지고 있는 소신을 유지하는 게 좋겠다.

하지만, 반복하건대, 이 환상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자유의지가 환상이라는 걸 깨닫는다고 해서 당신이 자기 삶에 영향 미치려는 행위가 방해받는 일은 결코 없다.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할 때, 당신은 자기 삶을 이전처럼 꾸리면서도 어떤 목적을 위해 인생에서 뭔가를 하는 사람보다 더 큰 존재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최고의 힘이 당신을 인도한다는 느낌이 생길 수 있고, 다행히도, 최고의 힘이 당신을 당신에게 정말 필요한 곳으로 이끌 것이다. 당신의 갈망이 모두 실현된다. 하지만 그 갈망은 다 억지로 꾸며낸 게 아니라 진실한 것이야. 

 

다시 말하건대, 당신이 자유의지는 환상이라는 명제에 단연코 반대하여 이 명제를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 해도, 그건 당신 심리가 아주 건강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런 반응을 무시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는 자유의지에 관한 이번 장을 읽을 필요가 없다. 이 지식을 접할 준비가 돼 있다면, 환영한다

 

자유의지 탐구  

 

간단한 실험 하나. 이것만으로도 자유의지가 환상이라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다. 

당신 선택에 따라 어떤 행동이든 해 보라고 청한다. 어떤 것이든 좋다. 무엇이든 당신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다. (그게 무엇이든, 당신이 선택한 어떤 행동을) 했나? 

그러면 이 물음에 대답해 보라. 

“당신은 왜 하필 그 행동을 했나?” 

만약 “그렇게 결정했기 때문에”라고 말한다면, 왜 다른 행동이 아니라 하필 그 행동을 하기로 한 것인지 말해 달라. 예를 들어, 혀를 쏙 빼물기로 마음먹었다면, 왜 하필 그렇게 한 것인가? 왜 오른손 검지를 흔들지는 않나? 

한데, 당신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기로 작심했다 해도, 이 또한 당신의 결정이다. 

 

하지만, 아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코로 어깻죽지를 건드리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았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난 장담할 수 있다. 그건 생리적으로 그냥 안 되는 것이며, 당신은 그렇게 해 본 적이 전혀 없다. 오케이.

알고 보니, 당신이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여기는 행동이 그다지 자유로운 게 아니더라.

당신의 자유로운(?) 행동 선택은 당신의 생리적 능력이나 다른 능력에 의해 제한된다. 

 

좋아, 당신은 이렇게 말할 거야.

우리가 선택할 수 있어.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 범주 안에서만 그런 것일 뿐이지.

맞는 말씀. 근데 서둘러 단언하자면, 그 범주는 당신 신체의 생리적인 한계에 의해서만 제한된 게 아니다.

그건 당신의 목록에 있는 행동 범주에 의해서도 제한받을 것이다

예를 들어, 귀를 움직일 수 있다. 어떤 이들은 그렇게 할 줄 안다. 원하면 누구나 귀 움직이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이 여태껏 귀를 움직여 본 적이 없다면, 이번에도 그건 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른바 ‘가랑이 찢기’를 한 번도 안 해 봤다면, 그렇게 할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됐어. 계속하자. 당신이 어떤 행동을 하겠다고 어떻게 결정하는 것인지 살펴보자.

이제 당신에겐 당신의 내부 정보 채널에서 나오는 정보를 추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달리 말해, 자기 생각을 쫓아가 찾아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같은 실험을 다시 해 보자. 어떤 행동이든 하되, 이번에는 당신의 생각을 추적해 보자

당신은 어떤 행동을 하겠다고 마인드에서 어떻게 결정하나? 

 

두 가지 버전이 가능하다.

첫째, 당신은 무엇을 할지 별생각도 없이 자동으로 행동했다. 이 경우, 행동을 취한 것은 당신이 아니라 마인드이며, 마인드는 당신이 언젠가 익힌 행동 프로그램들 가운데 하나를 무작위로 실행한 것임을 알아둬야 한다. 우리는 행동의 자동성이란 주제를 이미 앞에서 살펴봤다.

평범한 일상사에서 자기 관찰 실습을 당신이 충실하게 수행했다면, 우리가 얼마나 많이 자동으로 행동하는지 알아차렸을 것이다. 

 

두 번째 버전에서는 어떤 행동을 할지 당신이 의식적으로 숙고했다. 어쩌면, 당신은 이 행동을 할까, 저 행동을 할까, 아니면 자신과 모든 사람의 예상을 뒤엎고 전혀 다른 행동을 할까, 마인드에서 견주어 보았을지도 모른다. 

어떤 행동을 선택하는 동안, 당신 마인드에서는 가능한 여러 행동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안 그런가?

대체로 당신은 뭔가를 실행하기 전에, 어떤 행동을 선택하기 전에, 최선의 버전을 택할 요량으로 여러 행동 버전을 마인드에서 빙빙 돌리지 않는가? 이 경우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렇게 당신은 머릿속에서 여러 버전을 떠올리고 개중 하나를 택한다.

혹은 갑자기 생각을 바꾸어 다른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택한 뒤, 그 선택한 행동을 실행한다.

그리하여, 선택이 마인드 수준으로 넘어갔다.

우리는 머릿속에서 여러 버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 좋아. 맞는 얘기다. 

 

선택의 자유란 환상일 뿐이야. 왼쪽, 오른쪽, 도살장

 

이제 다음 질문.

당신이 머릿속에서 하나를 선택할 때, 당신에게 가능한 버전들이 몽땅 머릿속에서 맴돈 것은 결코 아니었다.

분명 몇 가지 버전만 살펴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그 몇몇 버전을 가능한 것으로 살펴본 건가? 

모든 가능한 버전 가운데서 누가 혹은 무엇이 왜 하필 그 몇 가지를 선택한 것인가? 

수많은 것 가운데서 그 몇몇 버전을 당신이 과연 의식적으로 선택한 것일까? 

단언컨대, 그건 아니다. 한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당신이 할 수 있는 행동 버전은 무궁무진하다. 필경 수천 가지는 될 것이다. 어떤 몇 가지를 택하기 위해 그 모든 걸 다 머릿속에 동시에 담을 수는 없다.

사실은 몇몇 버전이 당신 마인드에 의해 (혹은, 뇌나 잠재의식에 의해) 선택돼 당신에게 제시됐으며 (즉, 당신 내부화면에 나타났으며), 마인드가 보여준 것 중에서 뭔가를 선택할 기회가 당신에게 부여된 것이다.

 

당신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좋아, 그렇다고 쳐. 하지만 내 뇌가 검토하라고 제공한 몇몇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 사람은 바로 나잖아.”

진실의 요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당신은 다른 것들은 다 놔누고 왜 하필 그 버전을 택한 건가? 예를 들어, 당신 마인드가 버전을 몇 가지 제시했다고 치자. 오른손을 들기, 아무것도 하지 않기, 눈 깜빡이기. 이런 게 당신 마음에 안 들면, 당신 마인드가 다른 몇 가지를 또 제공했을지도 모른다. 왼발을 당기기, 혹은 그냥 일어서기. 

 

어떤 경우에든 버전은 몇몇으로 제한돼 당신 앞에 있고 당신이 고른다. 예를 들어, 눈 깜빡이기를 골랐다. 눈 깜빡이기를 어떻게 선택한 것인가? 

그게 당신의 선택이라면, 어떻게 그걸 선택하게 됐는지 말해 달라. 

만약 마인드에서 여러 버전을 훑어보다가 눈 깜빡임을 선택했다고 말한다면, 그 선택의 기준은 무엇인지 말해 보라. 

선택하기 위해 여러 버전을 훑어본다면, 가장 적합한 버전을 찾을 것이다. 

선택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 기준은 어디서 나왔나? 

예를 들어, 가장 터무니없는 행동이나 가장 예상치 못한, 혹은 어쩌면 가장 단순한 행동을 택할 수 있었다.

이 기준을 당신은 의식적으로 선택했나?

혹은 이 기준을 당신 마인드가 당신의 어떤 기대에 근거하여 또 당신에게 부여했나?

그런데 기대 또한 당신이 선택했을 리는 거의 없다.

선택에 관한 당신 기대는 세상을 마인드로 인식하는 습관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마지막 단계이다.

선택할 때 당신에겐 기준이 전혀 없어서 아무렇게나 했다고 치자. 그때 선택은 당신이 아니라 당신 마인드가 한 것이다. 그런 경우 당신은 마인드에게 선택을 위임한 것이다. 

이런 결론이 나온다. 아무리 파고들어 봤자, 당신이 자유롭게 행동하는 곳을 찾지 못할 것이다. 일어나는 것은 전부 ‘당신 선택에 어떤 작용을 가하는’ 마인드의 작업이다

당신이 선택을 어떻게 하는지, 당신이 선택하기는 하는 것인지, 깊이 이해하기 위해 이 문제를 스스로 탐구해 보는 게 좋다.

당신의 경우 선택 과정이 어떻게 펼쳐지나?

선택 과정에서 당신이 행동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위치를 찾아보라. 

또, 이 문제를 연구하기 위한 실습으로 낮에 자신을 관찰하면서,
어떤 선택과 어떤 행동이 당신의 것이라고 확신하는 순간을 두루 기록해 보라.
그리고 그것이 정말 당신의 선택이고 당신의 행동이었는지 추적해 보라. 

 

당신이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당신에게 자유의지가 없음을 나는 증명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문제에 흥미가 있어서 탐구하려 한다면 스스로 하는 게 더 좋으며, 그때 그건 당신의 결론이 될 것이다. 당신한테 실제로 자유의지가 있는지 스스로 찾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내가 거짓말하는 것이며 당신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겠지. 그러면 그건 당신의 탐구에 근거하여 당신이 내린 결론이니까, 아주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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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런 말을 하고 싶다. 당신이 자유행동으로 무엇을 택하든 간에, 그 선택에는 어떤 조건이 붙었다. 내가 부여한 과제들이 조건이 됐다. 그 과제를 내가 주었기 때문에, 당신에게 과제가 생겼고, 그것을 수행했다. 내가 당신 행동을 주도한 셈이 된다. 만약 그렇다면, 당신이 내 말을 듣고 실험하기로 했을 때 그게 어떻게 자유로운 선택인가? 

그런데 이것은 우리가 앞에서 살펴본 ‘단일한 원인의 환상’이라는 주제의 연장이다.

이 각도에서 자유의지 문제를 살펴보자.

 

예를 들어, 당신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여러 사이트를 둘러보거나 사회관계망에서 통신한다. 이때 당신의 몸이 배고프다는 것을 알게 한다. 즉, 허기가 생긴다. 그런데 인터넷 활동에 깊이 빠져 있다면, 허기를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몸이 자신의 의사를 계속 주장하고, 허기가 커진다. 비로소 당신은 허기를 느껴서 배를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기를 하려고 SNS 친구와 대화를 멈출 수 있을지 본다. 대화와 요기의 우선순위를 마음속으로 가늠하고,

1) 요기는 몇 분 뒤에 해도 되겠다고 결정하거나, 혹은 거꾸로

2) 잠깐 대화를 끊고 요기해야겠다고 친구에게 말한다. 혹은

3) 친구와 대화하면서 동시에 배를 살짝 채울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버전이 세 가지 있다. 당신에겐 분명 어떤 선택 기준이 있을 것이다. 당신은 마인드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 가늠하여 더 중요하다 싶은 쪽을 택한다. 예를 들어, 충분히 생각한 뒤 (가늠한 뒤) 제대로 식사하러 가기로 했다. 이것이 책상 앞에서 하는 대화나 음식보다 더 중요해 보였어.

이게 당신의 선택인가? 이 결정과 행동이 당신의 것인가? 

 

어디 한번 살펴보자.

1) 몸이 당신에게 허기를 채워야 한다고 상기시키지 않았다면, 당신은 먹으러 갈지 말지 결정하려고 생각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즉, 허기진 느낌 때문에 요기할지 결정하는 과정이 생겼다. 

2)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먹기, 계속 소통하기, 컴퓨터 앞에서 요기하기 등을) 당신이 아니라 당신 마인드가 내놓았다. 이 버전들이 그 상황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당신에게 다가왔다. 예를 들어, 배고파서 약을 마시는 선택은 없을 것이다그런 해결책들로 만족할 수 없다면, 더 적합한 버전들을 마인드에서 찾을 것이다. 이 경우에도 당신의 경험을 근거로 한 다른 버전들을 마인드가 당신에게 건넬 것이다. 

 

여러 버전 가운데서 하나를 택하는 기준을 당신은 역시 택하지 않는다.

이건 종종 무의식적인 과정이다. 흔히 그 기준은 이 상황에서 당신에게 가장 큰 이득이다. 모든 버전의 저울질 과정은 당신 마인드에서 자동으로 일어난다. 당신은 이것을 의식적으로 애쓰지 않는다. 만약 선택 과정이 길어지면 물론 의식적으로 가늠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질이 바뀌는 건 아니다. 

 

자, 제대로 식사하러 가기로 결정된다. 이것을 당신이 결정한 듯이 보일 텐데, 이 결정이 나오기 전에 있었던 것을 다 살펴보면, 결정은 자동으로 이뤄졌으며 당신 마인드의 작업 결과임이 드러난다. 스스로 확인해 보라

 

마지막으로, 우리가 하루에도 수백 번씩 하는, 이른바 의식적인 결정이라는 예를 들어보자. 이를테면, 더운 여름날 당신이 거리를 걸으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딱히 어디로 가야 할 필요도 없고, 그냥 저녁을 기분 좋게 보내기만 하면 좋다. 

그렇게 걷다가 한 여자애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다가오는 것을 본다.

당신 마인드에서 이런 이미지들이 자동으로 흘러간다. 

- 저 아이스크림은 어떤 맛일까. 

- 지금 정말 덥군. 

- 입에 들러붙는 맛을 즐기면서 더위를 식히고 싶은 욕구가 생기네. 

- ‘나도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하는 생각이 든다. 

- 아이스크림 먹을 의향이 나타난다. 

- 아이스크림을 살 수 있는 곳을 마인드에서 생각한다. 

- (거리, 가격, 그늘 등) 가장 유리한 기준으로 가장 적합한 곳을 찾아내 거기로 간다. 

 

모든 것이 저절로 일어난다. 이 여러 행위 가운데 그 어떤 것도 당신은 의식적으로 하지 않는다.

확인해 보라. 내 말이 틀렸나? 

( 벤자민 리베트의 실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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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 2부. 마인드의 작업 > ...) 

  10장. 행동의 자동성  

 

우리의 마인드가 우리가 사는 세계의 모델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앞에서 살펴봤다. 

이 세계 모델은 사실 사람이 현실로 인식하는 주관적 세계이다

또, 사람의 의식에 들어오는 대상과 객체들의 이미지를 마인드가 즉각 만들어 내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거리를 걸으면서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살피기 위해 시간을 따로 들이지 않는다. 나무나 지나치는 사람, 아는 얼굴을 금방 알아본다. ‘아, 이 이상한 소리는 지나가는 자동차의 굉음이로군’ 하고 금방 결정한다. 또 이 냄새는 삼겹살 굽는 냄새라고 금방 판단 내린다.

 

이렇게 친숙한 대상을 의식에서 인식하는 과정은 자동적이다. 자동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마인드의 이 작업을 알아차리지도 못한다. 그런데 아주 어린애였을 때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못 보고 못 들었다. 이건 우리에게 다 소음이고 색깔 있는 점들이었다. 이에 관해서는 앞에서 자세히 다뤘기 때문에 새롭지 않으리라 본다. 

곧, 들어오는 감각 정보에서 특정 대상을 구별하는 방법을 익힌 마인드가 이제는 이걸 자동으로 수행한다. 이건 아주 대단한 일인데, 왜냐면 이젠 우리가 친숙한 대상을 알아보기 위해 노력을 많이 기울일 필요가 없으니까.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을 인식하기 위해 매 순간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상상해 보라. 우리는 제 자리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도 못할 것이다. 

이미지를 자동 인식하는 마인드 메커니즘

 

이런 점을 확실히 이해하기 위해 이런 예를 들자.

이 글을 당신은 제법 빠르게 읽으며, 텍스트에서 읽은 것에 관련된 이미지가 당신 마인드에서 금방 만들어진다. 초등학교 1학년 때를 기억해 보자. 그때는 어떻게 읽었나? 처음에 철자들에 이어서 단어들을 인식하고, 다음에 문장 이해하는 법을 어떻게 배웠나. 거기에 노력과 시간을 얼마나 많이 들였던가. 이미지를 자동 인식하는 마인드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이 글귀를 몇 번이나 읽었을지 상상해 보라. 

 

마인드는 들어오는 감각 정보의 흐름에서 세상 그림을 우리 의식에 자동으로 만들고, 그리하여 우리가 삶의 무게에 덜 시달리게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마인드는 우리 행동도 자동화한다. 우리네 행동의 자동성에 관해 이번 장에서 살펴보자.

 

만약 내가 오른손을 들어 달라고 해서 당신이 그렇게 한다면, 이 행동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지 않을 것이다. 이건 당신에게 익숙한 동작이어서 힘 안 들이고 할 테니까. 또 몇 걸음 걸어 보라고 하면, 이것도 아주 쉽게 해낼 것이다. 이걸 당신은 여러 번 해 봤다. 어디론가 걸어갈 때 당신은 발걸음을 어떻게 떼는지, 다음 발을 어디에 둘지 사실상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두 발이 저절로 다시 배치되거나 정렬된다. 이 과정이 자동화된 것이다. 한데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애들 경우 걷기에 노력과 시간과 조심성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가? 

컴퓨터 자판을 처음에 어떻게 두드렸는지 기억할 수 있나? 분명히 이런 식이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꽃’이란 단어를 타이핑 한다고 치자. 당신은 자판을 들여다보며 철자를 찾을 것이다. 그걸 찾아서 손가락으로 누른다. 화면을 본다. 커서가 깜빡이던 자리에 ‘ㄱ’자가 나타났다. 그게 아니라 ‘ㄲ’가 필요하다. 그래서 ‘ㄱ’을 지워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키보드에서 삭제 단추를 찾아야 한다. 그 단추를 눈으로 찾아내고 반가워하며 누른다. 놀랍게도 화면에서 ‘ㄱ’자가 사라졌다. 이 얘기를 이쯤에서 멈춰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이다. 

 

사람 뇌가 뭔가를 막 배울 때는, 노력은 많이 들이면서도 속도를 못 낸다. 뇌가 그 행동을 익힌 다음에는 자동으로, 시간과 주의와 노력을 거의 들이지 않고서도, 수행하기 시작한다. 양치질하는 방법, 수저 쥐는 법, 대화 기술, 셔츠 벗는 방법, 컴퓨터에 텍스트 입력하는 방법 등에 거의 눈길을 돌리지 않는다.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는 연습은 아주 좋다. 살면서 자신이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 그냥 지켜보라. 사실, 많은 행동 요소가 자동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거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만약 자신의 어떤 행동에 일부러 흥미 삼아 주의 기울여 본다면, 일상적인 일을 하는 방식에 놀라고 어리둥절할 것이다. 옷을 어떻게 입고 벗는지, 전화기를 어떻게 드는지, 샤워를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먹는지 등을 관찰해 보라. 자신에 관해 흥미로운 것을 많이 발견하리라. ^^

자신의 행동을 관찰해 보면...

 

자신을 그렇게 간단히 관찰해 보면… 

1) 당신 행동이 얼마나 자동적인지 (무의식적인지) 알게 될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손 자체가 알고 있다는 점에 놀랄 것이다. 손이 하는 것을 그냥 보기만 하라. 

 

2) 당신의 행동 거의 전부가 자동 실행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당신이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 통제할 수 있다. 나머지는 전부 자동으로 움직인다. 이런 실험을 해 보자. 

오른손으로 어떤 동작을 해 보라. 어떤가? 당신이 손을 의식적으로 통제한다 해도 손은 자기가 알지 못하는 움직임을 행하지는 않는다. 이때 눈은 무엇을 했는지 보라. 눈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아차렸나? 당신이 일부러 애쓰지 않아도 눈이 움직였다. 손과 발이 얼마나 자주 익숙하게 움직이는지 보라. 체중을 한쪽 발에서 다른 발로 어떻게 옮기나. 등이 가려울 때 어떻게 긁나. 코를 어떻게 만지나. 당신 몸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3) 끝으로, 이런 자기관찰 연습은 중요한 영적 수행의 하나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은 자신의 의식을 (자각을) 키우고 관찰자로서 자신을 볼 수 있다. 이에 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이것이 우리 프로그램의 핵심 주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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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행동의 자동성을 어떤 상황을 위한 행동 프로그램 세트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양치질해야 할 일이 생기는 즉시 몸 자체가 올바른 순서로 올바른 행동을 취하기 시작한다. 세면대로 다가가서 칫솔을 든 뒤 치약을 들어 칫솔에 짜고, 그 칫솔을 치아 전반에 위아래로 2-3분 동안 움직인 다음 물을 머금어 입을 헹군다. 그러다가 정신이 들어 (의식이 돌아와서) 보니 어느새 양치질이 끝났더라. 그런 적이 있지 않았나? 

만약 당신이 자동차 운전자라면, 운전 솜씨도 자동화됐으며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행동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것을 안다. 속도를 줄여야 하는 순간, 발이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다. 차를 돌려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손이 알고 있다. 이 순간에도 당신은 미팅에서 상사에게 무슨 말을 할지 마음속으로 안전하게 생각할 수 있다. 

 

아주 어릴 때 사람은 가장 기본적인 행동을 기억하기 시작한다. 걷는 법, 손 씻는 법, 화장실 가는 법, 문 여는 법 등이 그렇다. 일부 행동 패턴은 타고난 능력에서 나온다. 미소 짓기, 손가락으로 가리키기, 울기, 물건 쥐기 따위가 그런데, 이는 타고난 생리적 행동 프로그램이다. 아이의 다른 행동 특성은 부모를 흉내 내거나 부모의 도움을 받아 의식적인 학습으로 이뤄진다. 

아이가 가족 외의 사람들과 접하기 시작할 때, 주변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점차 추가로 받아들인다. 인사하는 법, 모임에서 행동거지, 이성과 대화하는 법, 동료며 상사와 소통하는 법 등이 그렇다. 연구자들은 사람이 16세쯤 되면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거의 다 배운다고 말한다. 

 

이제 이런 사실에 주목해 보자. 즉, 당신의 모든 행동은 살면서 배운 행동 패턴이거나 행동 프로그램이다.

간단한 손가락 움직임부터 복잡한 춤 동작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당신 마인드에 기록된 행동 프로그램이다.

당신이 하는 행동은 모두 문자 그대로 프로그램이다

그것은…

1) 웃음이나 고함처럼 생리 수준에 기록된 행동 프로그램이거나, 아니면

2) 별난 표정과 사교적 표현, 특징적인 습관과 행동 특성처럼 다른 이들을 모방한 결과 나타난 행동 프로그램이거나, 아니면

3) 젓가락 쥐는 법, 양치질, 길 건너는 법, 청소하는 방법처럼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의식적으로 학습된 행동 프로그램이거나, 아니면

4) 어떤 상황에서 사람이 의식적으로 개발한 행동 프로그램이다.

그 예로는, 초인종을 누르려고 오랫동안 여러 번 시도한 끝에 아이가 자기 가방에 올라서면 손이 닿는다는 걸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나중에 비슷한 상황에서 아이는 이 행동 프로그램을 계속 이용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된다는 걸 알았으니까. 

 

만약 우리의 모든 행동이 자동적이고 일련의 행동 프로그램이라면, 언제 어떤 프로그램이 작동할지 어떻게 결정되나?

여기에 두 가지 버전이 있다. 그걸 알아보기는 제법 쉽다. 

 

1) 행동 프로그램 작동의 첫 버전은 그걸 의식적으로 주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지금 여기에 있으면서 이를테면 왼손을 흔들겠다고 의식적으로 마음먹는다. 이걸 의식적으로 결정하고, 그렇게 했다. 그렇게 뭔가를 하겠다고 의식적으로 결정할 때, 우리는 행동 프로그램을 촉발하는 의향을 (의도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행동 프로그램 자체는 자동적이고 독자적으로 실행된다. 예를 들어, 뭔가 맛난 것을 찾으러 냉장고로 다가가겠다는 의향을 당신이 의식적으로 만들어 낸다고 치자. 그렇게 하겠다고 결정하는 즉시, 당신 몸은 해야 할 일을 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필요한 순서대로 한다. 당신은 과정을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2) 행동 프로그램을 작동하는 두 번째 방법은 무의식적이다.

우리는 이것을 첫 번째 방법보다 더 자주 이용한다. 다른 일을 생각하면서도 뭔가를 마치 자동으로 하는 듯한 경우를 누구나 많이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샤워한다고 치자. 샤워가 아주 단순하여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 몸이, 더 정확히 말해 우리 마인드가, 종종 스스로 해낸다. 우리는 이 과정에 특별히 주의를 돌릴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이 과정에 일부러 주의를 기울인다면, 마인드의 프로그램에 있는 몸이 이 일을 얼마나 잘 처리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어떤 표준적 행동을 얼핏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주 무의식적으로 실행한다. 자동차 운전, 양치질, 저녁 준비, 대화하면서 종이에 그림 그리기 등이 그렇다. 이런 행동에는 많은 주의가 필요치 않고, 그래서 자동으로 실행된다. 

하지만 행동 프로그램이 갑자기 작동하지 않거나 혼선을 빚고, 그때 우리는 뭔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놀라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컵에 차 대신 커피를 따랐다. 혹은 샴푸라고 여기면서 왠지 액체 비누를 썼다. 뭔가 엉뚱한 짓을 한다는 것을 문득 인식한다. 의식이 깨어난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우리 마인드는 자기한테 부여된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우리가 부여한 시나리오대로 잘 진행되지 못했다. 우리의 잠재의식이 이것을 추적하고 뭔가 잘못됐다는 신호를 우리한테 보냈다. 이 신호를 우리는 이미 의식적으로 추적해 온 것이다.

 

이것은 상당히 규모 있는 행동 프로그램에 해당한다. 자잘한 움직임을 우리는 사실상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예를 들어, 앉아 있을 때 발을 어떻게 홱 당기는지, 자판에 글자를 어떻게 두드리는지, 두 손을 어떻게 비비는지, 펜으로 어떻게 쓰는지, 물건을 어떻게 꺼내는지 등이 그렇다. 이런 것은 상당히 깊이 내재한 프로그램이어서, 이것들을 우리는 더 큰 행동 프로그램의 구성요소로 이용한다. 

 

자신을 의식적으로 관찰할 때 의식 모드로 전환하는 것. .

 

이것이 다 이론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어떤 간단한 행동을 하면서 자신을 관찰하면 된다. 욕구와 노력이 충분하다면, 한 시간 동안 혹은 온종일 자신을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

자신을 의도적으로 관찰할 때,
당신은 의식을 켜는 것이며, 흔히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던 행동이 의식 모드에서 벌어지게 된다. 당신이 자신을 지켜보는 카메라처럼 된다. 

관찰자로서의 당신이 있고, 당신 행동이 또 있다
당신 행동에는 당신의 통제가 사실상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몸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 같다. 

 

만약 행동의 자동성을 아직 믿지 못하겠다면, 마지막 사례를 들겠다. 

어제 치과에 다녀왔다는 말을 지인에게 하고 싶을 때, 당신은 그저 “난 어제 치과에 갔다 왔어” 하고 말한다.

이게 간단한 일인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문장의 각 단어를 말하기란 입 근육과 혀, 폐 등이 다 관여하는, 아주 복잡한 과정이니까. 이것들이 필요한 순서에 따라 일을 제대로 해낸다. 

뭔가를 말하기 위해 당신은 입안 근육을 일일이 의식적으로 조절하나?

아니겠지.

단어를 소리내기란 그 단어를 말하려는 의향에 의해서만 구동되는 자동 과정이다. 이게 전부야. 다음에는 뇌에 갈무리된 단어 발성 프로그램이 기능한다. 

우리의 다른 행동 프로그램도 다 그런 식으로 작동한다. 단지, 개중 어떤 것들은 기본적이고 어떤 것들은 복잡할 뿐이다. 한 걸음을 옮기는 것은, 이 과정이 실제로는 복잡함에도 기본 행동 프로그램이다. 빵집으로 빵을 사러 가는 것은 기본 프로그램들로 구성된 복잡한 행동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마인드의 작업 덕분에 우리 각자가 살고 있는 세계의 모델이 (주관적인 세계가) 만들어진다는 점을 알아봤다. 그뿐 아니라, 구체적인 이미지들과 추상적인 이미지들의 형태인 이 모델이 자동으로 하도 빠르게 만들어지는 바람에, 우리에겐 이 모델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처럼 보인다. 

또, 우리 마인드가 여러 경우를 위해 많은 행동 패턴을 기억하고 있으며, 필요한 때나 우리가 의식적으로 의도할 때 필요한 프로그램 패턴을 자동으로 수행한다는 사실도 알아봤다. 

 

우리 마인드는 이 세계에서 지각과 행동 실행의 과정을 자동화함으로써 우리한테 크게 봉사하고 있다. 그렇게 마인드는 우리가 주의와 눈길을 자유롭게 함으로써 더 고도의 과제에 돌릴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이 행동의 자동성은… 현실의 썩 미덥지 못한 반영과 연관되거나, 혹은 썩 적절하지 않거나 낡아서 효용보다 실패와 문제를 더 많이 일으키는 행동 프로그램과 연관된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별개의 큰 주제라서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다.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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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 2부. 마인드의 작업 > ...) 

  08-2. 마인드가 실재의 (현실의) 모델을 만들다 (2) 

 

지금까지 다룬 것에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을 다시 반복하자. 

당신이 바로 지금 주변에서 관찰하는 목전의 현실은 (실재는) 세상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 마인드가 작업한 결과이다. 

마인드는 여러 대상과 물체를 우리 의식에서 바로바로 만들어 낸다. 

 

마인드가 실재의 (현실의) 모델을 만들다

 

목전의 현실 수준에서 세상의 모델을 동물들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반영이라는 측면에서는 인간이 훨씬 앞섰다. 인간에겐 다른 동물들과 달리 언어가 있다. 앞에서 알아봤듯이, 언어는 단어들이며 단어 결합 형태로 세계를 반영하는 도구이다. 언어 덕분에 세상의 모델을 만드는 두 번째 수준이 나타났으니, 바로 추상적 실재(현실)이다. 세상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전부 마인드가 추상화 수준에서 만들어 낸 세상 모델이다

 

멀리 가지 말고,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당신이 어떤 나라에서 살고 있음을 당신은 알고 있다. 이 나라에 대통령이 있음을 안다. 우리가 다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지구에 살고 있음을 당신은 안다. (이걸 모른다면, 당신은 이 과정을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어린애이거나, 혹은 당신이 사는 환경에서는 사람들이 세상을 달리 보는 것이리라.) 

당신이 사는 도시나 마을에 어떤 길들이 있나? 

그 길들이 서로 어떻게 배치돼 있나? 

당신 나라의 통화는 무엇인가? 

당신 은행 계좌에 지금 돈이 얼마나 있나? 

당신의 성별은 무엇인가? 여자인가, 남자인가? 

당신 부모의 이름은 무엇인가? 

소리란 무엇인가? 

색깔이란 무엇인가? 

세상의 사물은 무엇으로 이뤄지나? 

세상에는 어떤 종교들이 있나? 이에 관해 당신 생각은? 

당신이 알고 있는 동물들에는 어떤 것이 있나? 

 

좋아, 이런 것이 전부 당신이 세상에 대해 알고 있는 것임을 이해하기에 충분한 예가 될 것이다. 이건 다 당신이 마인드에서 세상을 그리는 방식이다. 이건 다 당신이 사는 세상의 모델일 뿐이다. 이런 걸 다 당신이 함께 살았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 당신에게 가르쳤다. 이것이 당신네 문화유산이다. 

 

같은 질문들을 문명과 동떨어진 아프리카 툼바윰바 섬 원주민에게 물어보라. 그의 답변에 당신은 놀랄 것이다. 그를 무지하다고 여기나? 그의 관점에서는 당신이 그렇게 보일 것이다. 

아니, 굳이 툼바윰바 섬까지 갈 필요도 없다.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해 보라. 당신의 대답을 종이에 적으라. 다음에 같은 질문을 이웃에게 해 보라. 그의 대답을 당신 것과 비교해 보면 어떤가? 

이웃이 생각하는 '사랑'은 당신과 분명히 다를 것이다. 그의 세상 모델은 당신 것과 다르다. 

 

이제 보충 질문 하나. 서로 생각이나 관점이 다른, 당신과 이웃 중에 누가 옳은가? 만약 당신이 옳고 이웃은 뭔가를 잘 모른다고 말한다면… 아쉽게도 당신은 내가 전하려는 주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이제 이런 물음들을 제시한다. 여기에 답할 때, 당신이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전부 세상 모델일 뿐이지 세상 자체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라. 질문은 이렇다. 

 

급진주의자들과 민주주의자들, 누가 옳은 건가? 

예수는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었나? 

종합부동산세를 올려야 하나? 

신은 (하나님은) 있을까? 

국가의 질서를 잡기 위해 무기를 사용해도 되는가? 

마약은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검찰 개혁이 꼭 필요한 사안이라고 치자. 한데 그 개혁을 도덕성에 의혹이 많은 사람이 꼭 맡아야 하는 걸까? 

 

도발적인 질문들을 일부러 던졌다. 저 몇 가지 물음에 대답이 여러 가지 나올 수 있다. 저 질문들은, “지금 몇 시야?” 하는 물음과 달리, 사회 분열과 갈등과 전쟁을 일으킨다. 저런 질문을 던진 이유는… 세상이 자기가 상상하는 것과 같다는 믿음이 사람들 행동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돌아보게 하기 위함이다. 

세상 모델은 세상 자체가 아님을 모를 때 아픔과 고통이 아주 많이 생긴다
당신이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것이 전부 현실의 모델일 뿐임을 알아야만 그 모델에서 좀 떨어지고, 이 모델이 당신 의식에서 어떻게 펼쳐지는지 관찰할 수 있다
이것이 자기관찰의 실천이요, 존재와 의식성의 실행이다. 
이것이 거의 모든 영적 가르침이 말하는 수행이다

 

하지만 이에 관해서는 좀 더 뒤에서 이야기하자. 그 이전에 우리는 당신의 본성에 빛을 밝힐 몇 가지 주안점을 다룰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또 다른 중요한 질문에 답해야 할 것이다. 즉, 어떤 특정한 사람의 세상 모델은 무엇에 좌우되나? 이 물음에 답하다 보면 당신은 다른 사람의 의견과 입장에 더 충실해질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이들과 관계를 잘 유지하고, 당신의 신경을 다치지 않게 하고, 다른 이들에게 더 동정적이며 관대한 자세를 취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의 세상 모델은 무엇에 좌우되나? 여기에 몇 가지 요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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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먼저, 어린애는 세상을 전혀 모른 채 세상에 나온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어린애가 세상에 관해 아는 것은 다 주변 환경에서 끌어낸 것이다. 유년기 아이의 환경은 주로 부모와 또 아이가 성장하는 문화이다. 이건 누구나 이해할 것이다. 

부모가 신앙인이라면, 아이는 어려서부터 세상에 대한 그런 관점을, 즉, 종교적 관점을 받아들이리라. 나중에 많은 사람과 접촉하면서, 아이는 종교에 관해 여러 입장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신을 믿고 누군가는 믿지 않더라. 만약 아이에게 비판적인 마인드가 (혹은, 문제의식이) 있다면, 아마도 자신의 종교 성향을 숙고하고 이 문제에서 자신의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 혹은 아닐 수도 있다. 

부모는 아이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첫 번째 사람들이다. 부모는 아이한테 행동하는 법과 옳고 그름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 부모의 행동 모델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아이에게 인생에서 중요한 것과 노력할 가치가 있는 게 무엇인지 가르친다. 

이것이 아이의 잠재의식에 아주 깊이 각인되어 향후 아이의 세상 그림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세상 모델이 부분적으로 부모에 의해 우리한테 주입된다

 

2) 아이가 태어난 뒤 학교에 다니면, 거기서 과학을 가르친다. 학교에서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주 많이 배운다. 사람들과 접하면서 아이는 그들의 행동 양식과 언어, 자기가 속한 사회의 방침 등을 이어받는다. 이런 측면도 쉽게 이해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발을 탁자 위에 올려놓는 게 흉이 아니다. 일본인들에게 이건 상대방을 모욕하는 것이다. 동양에서는 주로 불교와 힌두교가, 중동에서는 이슬람이, 유럽과 미국에는 기독교가 널리 퍼져 있다. 사람이 어디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종교도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어떤 종교가 진짜인지를 두고 다투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더 나쁜 것은, 자기네 종교가 옳다고 주장하면서 서로 죽이는 짓이다. 

알고 보니, 세상 모델의 일부는 사람들이 사는 사회의 문화에 좌우되더라. 또, 같은 가정과 같은 문화에서도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서로 다른 세상 모델을 갖고 있다. 

 

3) 어떤 사람이 세상의 모델을 만드는 데 또 무엇이 영향을 미치나? 다음 요소는 사람의 타고난 특성이다. 누군가는 분석적 사고 기질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들에게 세상은 커다란 예측 가능하고 분석되는 기계이다. 그들은 존재의 영적 분야에 무심할 수 있고, 따라서 성직자들을 부정하며 사기꾼이라 부를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미묘한 영적 감각에 상당히 민감하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특성을 키울 것이며, 따라서 세상을 물질보다는 정신의 발현으로 볼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런 이들이 종교적이거나 영적인 사람이 된다. 또 다른 3의 그룹은 다른 사람들과 소통에 재능을 지닌다. 그들에게 세상은 물질적이거나 영적인 것보다 사람들 사회이다. 

 

4) 끝으로, 사실상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의 경험이다. 바로 개인 경험이 그 사람의 마인드가 현실의 모델을 세우는 기반이 된다. 바나나를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한 사람이 그 맛을 알 수 있을까? 피리 소리를 한 번도 못 들은 사람이 피리가 어떻게 소리 나는지 정확히 알 수 있게끔 그 소리를 설명할 수 있을까? 선천적으로 시각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태양이 붉게 이글거리고 눈부시게 환하다고 말할 때, 그는 무엇을 상상할까? 

이 정도 예를 들면, 세상에 대한 우리의 관념이 경험을 기반으로 형성된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산을 올라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진정한 산악인을 이해할 수 있을까? 등반가가 경험한 것을 겪어 봐야 그가 하는 말을 진정 알아들을 것이다. 산악인의 세상 모델은 산을 모르는 사람의 세상 모델과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람마다 다 저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누구나 저만의 독특한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으며, 이것이 그의 세상 모델과 주관적인 세계를 형성한다. 폭력적인 가정에서 성장하고 나중에 범죄 집단에 들어선 사람은 법보다 주먹이 더 가까운 세상을 더 옳게 볼 것이다. 그게 아니라고 말해도 소용이 없을 텐데, 왜냐면 그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확신하는 것이니까. 부유하고 사치스럽게 성장한 사람의 세상 그림은 가난하게 자란 사람의 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의 타고난 특성과 우리의 환경은 어떤 사람이 특정한 경험을 겪는 공간을 만든다. 그 사람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 마인드에서 나름의 세상을 그린다. 그리고 자신의 이 세상 그림을 통해 세상을 볼 것이다. 

그러니, 당신 보기에 어떤 사람이 이상하게 행동한다 해서 놀랄 필요가 없다. 
그 사람은 세상을 그렇게 보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다. 
당신은 세상을 그와 달리 보는 것이다. 
당신에게 다른 인생 경험이 있었다. 
바로 이 때문에 그가 보기에는 당신이 그와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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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 2부. 마인드의 작업 > ...)

  08. 마인드가 

 실재의 (현실의) 모델을 만들다 (1)  

 

우리 뇌의 작업을 통해 주관적 실재가 생김을 알아봤다. 

주관적 실재를 만들기 위해 뇌가 하는 작업을 우리는 앞으로 마인드의 작업이라 부르겠다. 마인드는 지각 기관과 기억에서 나오는 정보를 기반으로 주관적 실재를 만드는 뇌의 특별한 역량이다. 즉, 우리가 지금 외적 실재와 내적 실재에서 인식하는 것은 모두 마인드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과정을 앞에서 살펴봤다. 이제 우리는 실재의 모델을 만드는 방법으로 이 지식을 일반화할 것이다. 

 

객관적 실재는 직접적인 지식으로 지각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린 이미 알아냈다. 하지만 최소한 생존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객관적 현실에) 어떻게든 적응할 필요가 있다. 달리 말해, 객관적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면, 인류는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후손을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야수와 자연재해 등 위험에서 자신을 지킬 수도 없었을 테니까. 

따라서 자연은 눈, 귀, 코 등 현실 지각 기관을 우리에게 부여했다. 하지만 외부세계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그 정보를 가공하여 의식에 제시함으로써 사람이 외부세계에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연이 뇌를 만든 것이다. 시각과 청각, 운동감각의 이미지들 형태로 실재의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은 뇌 덕분이다. 이 이미지들이 의식에 나타나며, 사람은 그것들을 인식하면서 세상에서 방향을 잡기 시작한다. 

 

이미 얘기한 대로, 뇌는 인간 의식에서 현실의 모델을 꽤 적절하게 만든다. 이건 당연한데, 그 모델이 적절하지 못하다면 사람이 죽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실재) 자체가 아니라 현실(실재)의 모델일 뿐이라는 점 다시금 상기시킨다. 그러나 이 모델이 하도 현실적으로 보여서, 우리는 모델을 진짜 현실과 혼동한다. 이것도 자연에 의해 구상된 것이다. 

이 모델은 세상에 존재한다는 환상이 완전하게끔 작동해야 하며, 그때 세상 속에서 방향 잡는 것이 가장 완벽할 것이다. 그 결과, 우리 각자가 살고 있는 주관적 실재는 (현실은) 세상에 적응하고 거기서 생존하기 위해 마인드가 만들어 낸 현실 모델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우리가 앞에서 살펴본 대로, 성인의 주관적 실재는 당면한 실재와 추상적 실재의 두 층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두 모델 층은 동시에 작용한다. 물론, 원한다면 우리가 자신의 의식에서 각 층을 별도로 구별할 수도 있긴 하다. 지각의 여러 수준을 탐구할 때 이것을 우린 이미 해 보았다. 

 

만약 주변을 둘러보고 지금 당장 일어나는 것에 주의를 돌린다면, 당신은 눈앞에 당장 펼쳐지는 실재(현실)의 층을 구별할 것이다. 이건 마인드가 실재(현실)에서 만들어 내는 모델의 첫 번째 수준이다. 당면한 현실 수준에서 세상 모델을 만드는 이 과정은 순간적으로 저절로 일어난다. 이를 확인하려면, 당신이 받아들이는 감각 정보 흐름에서 어떤 대상을 식별하지 않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간단히 말해, 당신이 어딘가를 바라볼 때, 색깔 있는 점들의 집합을 보는 게 아니라 어떤 대상을 자동으로 본다. 이 그림을 한번 보시라.  

색깔 있는 점들의 집합, 자동으로 눈에 들어오는 대상.

 

이것이 사실상 흰 무엇 위에 검은 뭔가가 있는 것일 뿐이지만, 마인드는 자동으로 대상을 식별한다. 여기서는 자동으로 식별되는 대상이 두 개나 된다. 키스하는 커플이 보이지 않나? 이 그림에서 그저 희끗희끗한 얼룩이나 서툰 그림이 아니라 입맞춤하는 두 얼굴과 끌어안은 두 손을 보았다면, 이제 이 형상들을 떨쳐내기가 아주 힘들 것이다. 마인드가 당신 의식에서 그 이미지들을 자동으로 만들어 낼 테니까 말이다. 

 

주변 현실을 매 순간 그냥 바라보기만 할 때도 같은 현상이 생긴다. 끊임없이 들어오는 여러 감각 정보에서 마인드가 어떤 대상을 만드는 데는 한순간이면 충분하다. 이건 당신이 알아차리지도 못할 만큼 빠르게 일어난다. 

 

하지만 마인드가 금방 알아보지 못하는 대상이 시야에 들어올 때는, 마인드가 이 대상에 적절하게 아는 대상을 찾을 때까지 당신의 주의가 그것에 확 쏠린다. 누구한테나 이런 경우가 있었을 텐데, 즉, 모든 게 평소처럼 잘 돌아가다가 눈길이 문득 알지 못할 것에 쏠린다. 그러면 그게 무엇인지 감 잡지 못하는 동안에는 그것을 주의 깊게 살펴본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다리가 셋인 여자? 눈의 착각

 

이게 무엇인지 금방 알아보기 힘들지 않았나? 다리가 세 개인 여자? 그런 걸 우리 마인드는 아직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본 다음에 (이건 당연해, 이미지가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으니까), 우리는 항아리를 보고, 이제 이해되지 않던 부분이 다 풀렸다. 실재의 (현실의) 그림을 인식한 것이다. 앞으로 이 그림을 또 보는 경우에는 항아리를 금방 알아볼 것이다

 

그러면 이건 무엇인가?

엉덩이처럼 생긴 버섯

 

우리의 마인드가 그것에 익숙하고 친숙한 것들을 금방 구별하고 강조하는 방식이 재미있지 않나? 

그런 예를 몇 가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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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한가운데 있는 점을 15초 동안 들여다보라. 

 

그림에 색깔이 있나? 중앙을 보지 말고 확인해 보라. 

 

이번에는 이 그림의 중앙을 잠시 보라. 어떤 색깔의 점이 회전하나? 

원을 따라 점이 있나? 중앙을 보지 말고 확인해 보라. 

 

 

이제 다음에 보는 것은 아마도 착각이나 착시의 가장 흥미로운 사례일 것이다.

 

바둑판 모양의 여러 칸에서 두 칸의 색깔은 서로 다른가? 같은가?

(author: Edward H. Adelson) 

 

А와 В 칸의 색깔이 같다고 생각하나? 다르다고 여기나? 확인해 보라. 

종이에서 1센티 원을 오려서 차례로 첫 번째와 두 번째 칸에 가져다 대 보라.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판의 다른 부분은 보이지 않고 저 특정 칸의 색깔만 보이게 하라. 안 그러면 아무것도 안 보일 것이다. 

두 칸의 색깔은 아주 똑같다! 우리 마인드가 하나는 흰색이고 다른 것은 회색이라는 환상을 만들어 냈을 뿐이다. 우리의 마인드는 우리의 경험에 따라 우리가 현실을 (실재를) 최종적으로 인식하게 한다

 

(지금까지 다룬 것에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을 다시 반복한다. 당신이 바로 지금 주변에서 관찰하는 목전의 현실은 (실재는) 세상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 마인드가 작업한 결과이다. 마인드는 여러 대상과 물체를 우리 의식에서 바로바로 만들어 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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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인식 수단으로서 과학의 한계

좌뇌와 우뇌, 어느 쪽이 우세한지?

04. 객관적 세계와 주관적 세계

03. 지각의 물리적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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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덩의 악마들 3-2편

(19) 문제란 전부 마인드의 착각이야

아마추어와 전문가

(10) 자신을 마인드에서 찾지 않기

(1) 당신 마음은 당신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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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 마인드의 작업 > 실재를 지각하는 여러 수준 > ... ) 

  추론의 수준  

 

단어들이 나타난 덕분에, 거기에 담긴 의미를 잘 다룰 수 있게 됐다. 

문장이나 문구가 그렇게 생겨났다. 

예를 들어, “엄마가 창틀을 닦았어” 같은 문구는 서로 연결된 세 부분으로 이뤄진다. ‘엄마’, ‘창틀’, ‘닦다’란 단어 각각에 나름의 의미가 있고, 이 의미가 각 개인에게 적절한 이미지 형태로 제시된다

게다가 전체 문구도 당신 마인드에서 어떤 (정적이거나 동적인) 장면으로 역시 반영될 것이다. 

 

문구를 이용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실재(현실, 세계)를 지각하는 다음 단계인 추론 수준으로 이동한다. 

이 수준에서 우리는 단어들로 이뤄진 복잡한 의미 구조를 만든다. 문구의 각 단어는 나름의 독특한 뜻을 지닌다. 이 단어들이 일정한 순서로 배열돼 만들어진 문구는 각 단어의 의미를 결합하는 새로운 의미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창밖에 비가 내린다”는 문구를 보면 당신 의식에서 창밖에 내리는 비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이 이미지는 사람마다 다 다를 텐데, 특정 단어들에서 나오는 이미지가 사람마다 다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창밖에 비가 내린다”는 문구를 접할 때 당신 마인드에서 무엇이 생기는지 주의를 기울이라. 그리고 이 사진과 비교해 보라. 

 

비가 내리는 거리를 자동차 창문 너머로 내다보다

 

당신 마인드에는 아마 다른 그림이 나타났을 텐데... 왜냐하면, 어떤 문구를 접할 때 어떤 사람에게 생기는 이미지와 의미는 그 사람이 그 문구의 단어들에 집어넣는 의미와 자기 경험을 토대로 생기니까 그렇다. 

 

여러 문구 덕분에 우리는 마인드에서 아주 복잡한 의미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 이 텍스트를 읽을 때, 당신 마인드에 어떤 이미지들이 떠오르고 문구와 전체 텍스트의 의미가 한꺼번에 형성될 것이다. 즉, 당신 눈은 지금 이 철자들을 보고 있고, 이때 당신 마인드의 내부화면에서는 이 텍스트의 의미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 과정에 주목하라. 

 

이런 텍스트가 있다고 치자. 

Bueno, no es una maravilla de casa, pero se puede vivir bien. Tiene dos habitaciones y una sala espaciosa que usamos como un dormitorio más. Qué vamos a hacer? Somos cuatro personas en mi familia. Tiene también una cocina bastante grande, lo que está muy bien. Y por último un cuarto de baño y un balcón. Como ven ustedes, es una casa normal y corriente. 

놀랐나? 이건 에스파냐어이다. 이 텍스트를 읽으면서 당신에게 어떤 이미지들이 생겼나? 에스파냐어를 모른다면, 생길 수 없다. 왜냐하면, 저 문구에 등장하는 단어들이 당신에게 아무런 의미도 띠지 않으니까. (<07-2 구체적인 대상들을 지각하는 수준>에서 소개한 동영상과 같은 이치이다.) 

 

이른바 ‘조국 사태’에 관한 여러 댓글 가운데 “오랜만에 진짜 악마를 봤다”는 댓글에 수많은 사람이 찬성을 눌렀다. 

이 문장을 접하면서 당신 마인드에서 (마음속에서, 머릿속에서) 어떤 이미지가 형성되고 당신의 세계 그림이 바뀌지 않았나? 더 정확히 말하자면, 거의 바뀌지 않았나? 이 문장을 신뢰도 높은 인쇄매체나 방송매체를 통해 읽거나 듣는다면, 이 정보를 (더 확실하게) 믿을 것이다. 

 

추론 수준에서 우리는 당면한 실재(현실, 세계)에서 아주 멀리 떨어지며, 실재를 이제 자기 마인드에서 구축하기 시작한다. 이 텍스트를 (몰입하여) 읽는 동안 당신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을 거의 듣지 못하고 신체 감각을 거의 느끼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 대신 당신 마인드에 생성된 그림과 이미지에 빠져 있다. 게다가 마인드에 있는 이 그림들을 지금 실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여긴다. 

 

예를 들어, 이웃집 여자가 당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상상해 보자. 

“내일 우리 아파트 동의 보일러를 다 수리할 예정이래요. 오늘 503호에서 물이 새서 아래층 몇 가구가 피해를 봤어요. 관리인은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배관을 긴급히 손봐야 한다고 했지요.” 

이것이 당신에게 닥친 당신의 실재(현실)이다. 이제 당신의 실재는 자기 마인드에서 방금 상상한 것이다. 그 뒤 30분 동안 당신은 이모저모 생각할 것이다. ‘내일 배관을 손보는 시간에 집에 있어야 하는데, 직장에서 어떻게 일찍 나오지?’ 

 

이건 다 당신 마인드에서 일어난다. 그런 걸 생각하는 동안, 당신은 자신만의 실재를 (현실을), 단어들로 이뤄진 실재를 만든다. 이 실재는 당신 마인드에서 (머릿속에서) 일어난다. 그렇게 생각에 골몰하다 보면, 바로 코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 코앞에 이 텍스트가 흰 종이에 검은 철자들로 있고, 엉덩이 아래 의자를 느끼고, 동시에 창밖 거리에서 어떤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이 텍스트에 내가 담은 의미가 아니라 이 단어들로써 내가 가리키는 것에 주의를 돌린다면, 당신은 목전의 구체적인 실재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런 얘기가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왜냐하면,
우리는 마인드의 형상들 수준에서, 추론의 수준에서 사는 데 하도 익숙해지다 보니, 구체적으로 지금 일어나는 게 아니라 우리 마인드가 우리한테 말하는 것을 실재라 (현실이라) 여기게 됐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지구가 둥글다는 말을 들었다. 그걸 믿었나? 확인해 봤나? 우리는 권위 있는 사람이나 정보 소스의 말을 (처음엔 부모, 다음엔 교사나 서적 등을) 믿는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사실 당신 마인드에 있는 이미지일 뿐이다. 자기 눈으로 보지 못한 이상, 이것은 당신 마인드에 있는 이미지일 뿐이다

그런 이미지들로 지금 우리의 (주관적) 세계가 이뤄져 있다. 바로 그런 세계에서, 마인드의 이미지들 세계에서, 우리는 대부분 시간을 살고 있다. 

 

자, 단어들과 의미들의 세계가 우리한테는 (우리처럼) 합리적인 사람들이 사는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인드 작업의 중요성과 지식을 통한 세상 인식의 이점을 축소할 필요는 전혀 없다.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 우리의 감각기관이 바로 지금 지각하는 목전의 실재와 (현실과) 우리 마인드가 만들어 낸 추상적 실재 (현실)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이걸 구분하는 게 중요한 것이, 여기서 아주 중요한 결론이 나오기에 그렇다. 

이제 마인드가 만든 추상적 실재(현실)에서 사는 이점에 눈길을 돌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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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눈앞의 당면한 현실에서만 계속 산다면 (어린애들은 그렇게 한다), 우리의 세계가 크게 제한될 것이다. 당신의 세계가 당신이 지금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만 들어있다고 상상해 보라. 상당히 따분하다. 눈앞의 현실이라는 범주에 국한되어 우리 세계가 아주 작아질 것이다. 

언어가 나타날 때, 우리의 주관적 세계는 세상에 대한 지식의 성장과 함께 아주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우리 세계는 우리가 그것에 대한 지식만큼 점차 커질 것이다. 여러 국가와 행성, 우주, 원자, 분자, 경제, 정치, 그 외에 아주 많은 것이 우리 세계 안에 나타난다. 이제 당신의 세계는 온 우주이다. 추상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우주다. 

 

단어들과 언어를 활용할 때 또 다른 이점은, 그것들이 추상적이긴 해도 객관적 실재를 (현실을) 웬만큼은 반영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은 대중매체를 통해 미국이란 나라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이건 아직 당신에게 정보일 뿐이다. 그러나 이제 당신은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날아갈 수 있다. (한데, 비행기에 대해서도 똑똑한 사람들한테 들었기 때문에 이 이동 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예전엔 읽기만 하던 것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 

 

단어들 덕분에, 우리는 언젠가 다른 사람이 획득한 정보를 간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뉴턴이 중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이 지식을 그가 언어로써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았다면, 이건 그의 머릿속에만 남아 있었을 것이다. 인류 존재 내내 수많은 사람이 거둔 성취와 달성을 언어 형태로 간직하면서, 우리는 1천 년 전 사람들이 살던 세상과 아주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 (1천 년 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우리는 역사 지식 덕분에 안다. 이 지식을 우리는 그것이 정말 사실인 것처럼 이용한다. 사실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나?! 어쩌면 우리 모두 프리메이슨에게 세뇌당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주관적 세계의 일반 모델  

 

그렇게, 우리에겐 실재를 (현실을) 지각하는 여러 수준의 형태로 주관적 세계의 모델이 나타났다. 전체적인 개관을 한 번 더 제시한다. 

주관적 세계의 일반 모델. 추론 수준, 단어와 명칭 수준, 구체적 대상 수준, 감각 정보의 수준, 추상적 실재, 당면한 실재

유의할 점 – 언어를 쓰는 성인의 경우 이 수준이 전부 동시에 존재하며, 더 높은 수준은 더 낮은 수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점. 예를 들어, 추론 수준은 사람의 주관적 세계에서 단어들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또, 물질과 마찬가지로, 마인드로 하여금 구체적인 대상을 만들게 하는 감각 정보가 있어야만 의식에 구체적인 대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실재를 지각하는 더 높은 수준들은 사람이 점차 발달하면서 나타난다. 예를 들어, 갓난애한테 추론 수준이란 있을 수 없다. 이를 위해 갓난애는 학습과 마인드 발달의 단계를 많이 거쳐야 한다. 

1. 처음에 갓난애한테는 세상에 태어나면서 시각, 청각, 운동감각 인상 등의 흐름으로 감각 정보만 나타난다. 
2. 다음에 객관적 세계에 머무는 경험을 쌓으면서, 아이의 마인드가 이 모든 감각적 어수선함 속에서 구체적인 대상들을 식별하기 시작한다. 
3. 그 이후 부모한테서 이런저런 단어를 들으면서 아이는 그 단어들을 자신의 주관적 세계의 특정 대상들과 연결하는 법을 배운다. 단어와 명칭의 수준이 그렇게 나타난다. 
4. 단어들을 문구에 배열하는 방법을 익히면서, 아이는 자기 마인드에서 이미지와 의미의 형태로 가상현실을 만든다. 이것이 추론의 수준이다. 

 

현시점에서 당신은 자신의 주관적 경험에서 이 수준들 가운데 어떤 것이든 떼어낼 수 있다. 아, 물론, 객관적 실재의 수준은 제외하고 그렇다. 즉, 이 텍스트를 당신 마인드에 나타나는, 의미 정보의 집합으로 지금 당장 인식한다. 그러면서 이건 다 그저 단어들일 뿐이며, 당신이 읽은 각 단어 속에는 거기에 당신이 집어넣는 형상과 의미가 있음을 깨닫는다. 이 모든 이미지가 마인드에서, 내면세계에서 생긴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이 이미지들을 당신 이외에는 아무도 볼 수 없다. 

그리고 이 이미지들은 실제로 지금 당신 앞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즉, 이 종이쪽과 이 철자들, 당신이 바로 지금 듣는 이 소리, 당신 손의 느낌 같은 것이 아니다. 당신은 이 모든 것에 이름이 있다는 것을 잊은 채, 지금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즐기기만 할 수 있다. 이 여러 느낌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느낌들이 그냥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당연히 어려울 테지만… 당신 의식에 있는 이 구체적인 대상들 이면에서, 시각 채널의 색깔 있는 점들과 청각 채널의 갖가지 소리와 운동감각 채널의 감촉 등의 형태로 감각 정보의 흐름을 보려고 노력할 수는 있다,

(나는 누구인가 > 2부 마인드의 작업 > 7장 실재를 지각하는 여러 수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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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마인드의 작업. 객관적 실재의 지각 수준 <계속>) 

 

  단어와 명칭의 수준  

 

 

이것은 추상적 실재의 첫 번째 수준이다. 

이 수준 이전에는 당면한 실재 수준들이 있었다. (감각 정보의 수준, 구체적인 대상의 수준).

목전에 당면한 실재는 바로 지금 순간에 지각하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본다면, 바로 지금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볼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보거나 듣거나 느끼는 그 무엇에도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이것을 우린 바로 앞장에서 이미 살펴봤다. 

 

앞에 소개한 도표를 참고 삼아 다시 제시한다. 

주관적 실재, 객관적 실재, 추상적, 당면한 실재, 추론 수준, 단어와 명칭 수준, 구체적 대상 수준, 감각 정보 수준, 객관적 실재의 수준

추상적 실재는... 단어와 이미지를 통해 우리가 세계를 묘사하는 방식이다. 
추상적 실재는 세상 그 자체보다는 세상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에 더 가깝다. 

 

마인드가 모든 감각 정보에서 마인드에 친근한 대상을 자동으로 구별한다는 점을 우린 바로 앞장에서 살펴봤다. 그런 대상을 마인드가 구별하는 까닭은 바깥 환경에서 그것을 보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아직 말문이 트이지 않은 어린애들이 세상을 그렇게 지각한다

 

하지만 어린애들은 외부세계뿐 아니라 어른들 사회에서도 살고 자란다. 그리고 성인들은 사물과 대상을 어떤 이름으로 부른다. 이건 ‘사과’이고 저건 ‘촛불’이고 또 저건 ‘나무’야. 언어의 이용자로서 부모는 늘 자기 아이와 얘기 나눈다. 어린애에게 장난감을 보여주고 그것을 ‘공’이나 ‘인형’, ‘바람개비’라고 부른다. 부모는 자신을 가리키면서 ‘엄마’나 ‘아빠’라고 부른다. 또 ‘할아버지’와 ‘할머니’ 같은 이름도 들려준다. 

그렇게 이름으로 부르고 이름 들려주는 일을 부모는 아주 자주 한다. 몇 가지 색깔을 띤 둥근 물체를 여러 번 보여주면서 ‘공’, ‘공’, ‘공’이라고 말한다. 물론, 어린애한테 이것은 아직은 공허한 소리이다. 

 

그러나 우리가 앞에서 알아봤듯이, 어린애의 뇌는 대상이 바깥 환경에서 자주 나타나면 그 대상을 청각 정보 속에서 저절로 구별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부모가 말하는 단어가 늘 반복되기 때문에 어린애 마인드에서 별개의 대상으로 식별돼 서서히 자리 잡는다. 

그런 식으로, 둥글고 여러 색깔의 물체를 보면서 동시에 ‘공’이라는 같은 단어를 자꾸 듣는 환경이 어린애 의식에서 늘 반복된다. 어린애의 뇌가 이 두 가지 대상을 연관시키기 시작한다. 이제 어른이 ‘공’이란 단어를 말하면, 어린애 마인드에서 공의 이미지가 자동으로 연상된다

 

성인들에게는 물체나 대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그 이름을 백 번 반복할 필요가 없다. 한두 번으로 어떤 대상이 어떻게 불리는지 성인은 기억한다. 즉, 세상의 물체와 단어와 연관시키는 작동 원리가 성인기에도 작동한다. 언어 학습이 멈추지 않는다. 

 

단어들은 인간 세계에서 특별한 대상이다. 어린애는 처음에 단어들을 듣기만 한다. 그러다가 말문이 트이면 그 단어들을 입 밖에 내게 된다. 다음에는 책 읽기를 배우는데, 이때 아이는 자기가 이전에 말하던 단어들이 또 어떻게 보이는지 알게 된다. 결국, 아이가 글을 배우면서 단어를 적기 시작한다. 즉, 단어들이 어떻게 소리 나고 어떻게 보이는지를 안다. 단어들이 청각과 시각 채널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단어들이 무엇에 왜 필요한지가 가장 중요한데, 이건 단어들에 녹아 있는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건 또 사람의 마인드에서 단어들이 어떤 이미지나 형상들과 연결됨에 따라 일어난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여러 시기에 여러 종류의 인형을 보여주면서 매번 같은 ‘인형’이란 단어로 부른다면, 어린애 마인드에는 ‘인형’이란 단어와 그 모든 물건의 관념 연합이 생긴다. 이때 이 모든 인형이 서로 좀 비슷하다면, 마인드는 그것들 간의 공통 특징을 자동으로 식별하고 ‘인형’이란 단어를 아이가 본 인형을 전부 일반화하는 추상적 이미지와 자동으로 연결할 것이다. 그리고 부모가 더 다양한 물건을 ‘인형’이란 단어로 부를수록, 이 단어의 의미가 아이에겐 더 다양해질 것이다. 

 

여러 종류의 인형

다양한 대상들이 더 많이 같은 단어로 불릴수록... 이 단어는 더 추상적이 되고, 이 단어의 의미는 이 세상 특정한 대상들의 관념에서 더 멀어질 것이다. 예를 들어, ‘탁자’라는 단어에는 어떤 사람이 보아 온 모든 형태의 탁자 이미지가 들어있다. 하지만 이 단어와 연결된 모든 이미지를 스캔하려면 마인드에는 노력과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따라서 마인드는 더 경제적으로 작동한다. 즉, ‘탁자’라는 단어가 들릴 때 마인드는 어떤 한 가지 이미지를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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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누군가가 당신에게 ‘차량’이라는 단어를 말하면, 당신 마인드에는 이런 이미지가 생길 수 있다. 

 

세단 승용차

혹은 이런 것일 수도 있겠다. 

 

초기 자동차

 

모든 것은 그 단어를 듣는 사람의 개인 경험에 달렸다. 

한번 시험해 보라. 

이를테면 ‘집’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당신 마인드에는 무엇이 나타나나? 

마인드에 어떤 집 그림이 생겼을 것이다. 

당신에겐 어떤 그림인가? 

이 단어를 들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도 다 같은 그림이 떠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나? 

알고 보니, 단어란 사람 기억에 있는 이미지들을 가리키는 표시기 같은 것이다. 한데 어떤 단어와 연관된 이미지들의 총체는 사람마다 제각각이고, 이 단어를 말할 때 자동으로 생기는 이미지 역시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단어를 입에 올리면서, 우리는 그 단어와 연관된 우리의 경험과 지식을 언급하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는 그것을 기억에서 되살려내는 것이다. 

 

그런 중요한 부분에 주의를 집중할 가치가 있다. 당신의 당면한 실재에서 당신 앞에 지금 여기 있는 특정한 탁자와 일반적으로 ‘탁자’라는 단어 간의 차이는 크다. 

 

나무 탁자 위에 노트북과 안경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 특정한 대상은 아직 탁자가 아니다. 이것은 우리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 속에서 우리 마인드가 인식한 어떤 대상일 뿐이다. 한데 ‘탁자’라고 불리는 것은 (단어는) 추상적 대상이며, 이 대상은 어떤 사람 내면의 형상과 소리, 느낌의 형태로 암호화된 개인 경험을 언급하는 것이다. 

이 추상적 대상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우리가 지금 눈앞에 보는 이 구체적인 대상을 ‘탁자’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이 대상의 형태와 우리 기억에 저장된 단어 이미지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런 것도 탁자라고 부를 텐가?   

 

동그란 나무 탁자

 

이런 탁자를 당신은 못 봤을 것이다. 지금 보라. 그러면 다음에 이런 대상이 당신 시야에 들어오는 경우 그것이 탁자임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은 알지 못할 것이야. 그리고 당신의 ‘탁자’라는 단어의 의미는 지금 막 또 하나의 방식으로 확장됐다. 

정리하자면, (말의 최소 단위인) 단어란 개별적인 추상적 실재이다. 
단어란 우리가 경험한 내용을 가리키기 위한 표식이나 꼬리표와 같은 특별한 대상이다. 
다시 말하건대, <구체적인 탁자>와 <‘탁자’라는 단어>를 혼동하면 안 된다. 
탁자처럼 보일 수 있는 특정한 대상은 지금 당신 앞에 있고 아주 잘 감지되는 크기와 형태, 색상을 지니고 있다. ‘탁자’라는 단어는 특별한 청각적이거나 시각적인 대상이며, 이 대상은 당신이 지금까지 여러 종류의 탁자를 지각한 경험에 의거한다.

 

* 객관적 실재의 지각 가운데 <추론의 수준>이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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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마인드의 작업

7장. 실재를 지각하는 여러 수준 <계속>)

 

  구체적인 대상들의 수준  

 

 

갓난애와 달리 우리는 성숙하고 경험 있는 사람으로서 시각과 청각 채널에서 어수선함이나 잡음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상과 물체를 보고 듣는다. 

대체로 모든 채널에서 그렇다. 

우리의 감각 정보는 체계적이고 구조화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을 어떤 표상으로 본다.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아보자. 

 

사람이 태어난 직후 처음 접하는 대상은 (산파를 제외하고) 엄마이다. 엄마는 갓난애가 처음 보고 듣고 느끼는 대상. 이 대상은 아기의 모든 지각 채널에 나타난다. 이 대상을 아기가 처음에는 자기의식에 들어오는 다른 감각 신호들과 당연히 구별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대상이 (엄마가) 아기의 시야와 모든 채널에 아주 자주 들어온다. 아기는 엄마 목소리를 듣고 엄마 체온을 느끼고 엄마한테서 풍기는 냄새를 맡는다. 다른 신호들 속에서 엄마를 별개의 대상으로 서서히 식별하기 시작한다. 

 

이후 더 자라고 외부세계와 더 많이 접촉하면서 아기 의식에 다양한 정보가 더 많이 들어간다. 또 외부세계는 여전히 정돈된 공간이며 어떤 대상들로 이뤄져 있는 까닭에, 예를 들어 장난감이나 주변 다른 사람들, 자기 울음소리 같은 대상들이 아기의 의식에서 점차 개개의 대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대상들을 아기의 마인드가 다양하게 들어오는 감각 정보와 구별하게 된다. 

이것은… 아기가 주변 사람들 움직임을 눈으로 좇아가고 소리 나는 쪽으로 몸을 뒤척이고 장난감을 갖고 놀기 시작하는 것 등을 보면 분명해진다. 

 

모든 감각 정보의 흐름에서 어떤 안정되거나 고정적인 대상을 구별하는 능력은 아마도 뇌 기능에 내재돼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세계 자체도 상당히 구조화되어 있고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하다. 그래서 세계에 있는 여러 대상과 그것들의 형태와 움직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마음속에서 그려 보기 위해 몇 가지 예를 들자. 그런데 바깥세상에서 대상을 분별하고 선택하는 알고리듬은 누구한테든 끊임없이 작동한다. 이런 점을 이제 분명히 알아보자. 

 

이런 그림이 있다. 

색깔 있는 얼룩점들의 집합

 

 이것은 우리가 앞에서 살펴본 대로, 세계를 감각 수준에서 지각할 때 나타나는 감각적 어수선함과 비슷하다. 여기에 어떤 시각 정보와 어떤 점들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 어떤 대상을 식별해 내기는 상당히 어렵다. 여기서 우리가 얼룩이나 점 이외에 다른 것을 왜 못 보느냐 하면, 이 점들이 우리가 살면서 익숙하게 관찰해 온 형상을 이루지 않거나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음 그림들에서는 어떤 대상을 분별하거나 선택할 수 있다.

색깔 있는 점들이 배열되어 여러 꽃 모양을 이룬다.
흰 구름이 끼어 있는 푸른 하늘
산비탈에 튀어나온 나무 그루터기

 

이 그림이나 사진도 본질에서는 다양한 색깔의 점들이 일정하게 배열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 뇌가 이 점들에서 익숙한 이미지를 자동으로 찾아낸다. 꽃, 구름, 하늘, 그루터기

한데, 우리가 꽃과 구름, 그루터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 저 그림과 사진에서 그런 대상과 물체를 볼 수 있을까? 아니, 안 그럴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보자. 

바다, 갈매기, 나무, 파도, 구름, 하늘, 바위 위에 여인 형상

 

여기에도 역시 색깔 띤 점들만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하지만 살면서 우리가 여러 얼굴을 자주 접한 덕분에 이 그림에서 사람 얼굴을 쉽게 구별한다. 원한다면, 얼굴로 사람의 성별을 가릴 수도 있다. 

그런데 아무리 자세히 들여다봐도 저 그림에 실제로는 얼굴이 없다. 새들과 나무, 물 위의 파도, 서 있는 여인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우리는 얼굴을 보고, 우리에겐 얼굴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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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충 질문: 그렇다면, 이 그림에 얼굴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대답: 이 그림에 있는 것이라곤 색깔 띤 점들뿐이다. 그림에서 우리가 찾아내는 형상은 모두 우리 뇌가 (혹은, 마인드가) 만든 것이다. (실제로는 얼굴이 없다!) 바로 우리 뇌가 외부세계에서 그런 형상을 종종 관찰해 온 까닭에 이제 그것을 어떤 그림에서든 어떤 순간에든 식별할 수 있다. 

 

시각 채널에서 여러 대상이나 물체를 순간적으로 식별하는, 마인드의 이 능력을 우리는 외부세계에서 방향 잡고 적응하는 데 이용한다. 만약 (아래 그림 같은) 형태가 시야에 들어올 때 마인드가 침대를 금방 식별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몇 발짝 안 가서 거기에 부딪칠 것이다. 

침대와 소파 등이 놓인 침실

 

우리는 시각 채널을 살펴봤다.

청각 채널에서는 구체적인 대상들 수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나? 우리가 이미 앞에서 다룬 사례가 있다. 

 

여기 어떤 외국어로 하는 얘기가 있다. 

 

우리 한국인에게 이건 (시각 채널에서 색깔 띤 점들의 집합처럼) 단지 소리의 집합일 뿐이다.

이건 우리한테 왜 한낱 잡소리 모음에 불과할까? 왜냐하면, 이 소리에서 우리가 청각 채널에 익숙한 대상을 식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여기서 아는 단어들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데, 이 언어에 어려서부터 익숙한 러시아인은 이 잡음(?)에서 특정한 단어들을 찾을 뿐 아니라 거기에 구체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청각 신호가 우리 한국인에게 혼란을 일으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건 한국인들에게 소음이나 잡음이 아니라 구체적인 단어들이다. 앞의 동영상에 있는 (한국어를 모르는) 러시아인이 이 동영상을 어떻게 인식할지 상상해 보라. 

 

그런 식이다. 모든 것이 바로 그렇게 작동한다. 우리 주변에는 감각적인 소음과 혼란과 어수선함의 연속이요 일색이다. 그러나 그 소음과 어수선함 속에서 우리 뇌가 (마인드가) 아는 대상들을 즉각 식별해 낸다. 

구체적인 대상들 수준에서 주관적인 실재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목소리 훈련 안내

지금 살펴본 수준은 구체적인 대상들의 수준이라 불린다. 왜냐고? 왜냐하면, 이 대상을, 혹은 물체를, 우리가 바로 지금 보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구체적이고 특정한 대상이다. 예를 들어, 이 사과가 그렇다. 

사과

 

이것은 구체적이고 특정한 사과이지 그냥 일반적인 ‘사과’가 아니다. 게다가 이 구체적인 대상에는 이 지각 수준에서 아직 이름이 없다. 이 수준에서 일어나는 일은… 특정 순간에 나머지 모든 정보 속에서 특정 대상을 식별하는 것뿐이다. 

 

더 명확히 하기 위해 이런 예를 들자. 태어난 뒤 다른 여러 정보 속에서 엄마를 구별하는 갓난애는 이게 자기 엄마인지 아직 모른다. 갓난애 마인드에는 아직 아무 이름도 없다. 아기는 세상을 어떤 특정 순간에 어떤 대상들의 집합으로 보는 것일 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지각 수준에서 (세계를 구체적인 대상들로 지각하는 수준에서) 세상이 어떻게 지각되는지 우리는 쉽게 느낄 수 있다. 

그냥 주변을 둘러보기만 하면 된다. 

이 순간에 당신은 무엇을 보나? 

당신이 눈길 돌리는 곳에서 무엇을 보나? 

포착하지 못한 세계의 디테일을 마인드에서 끝까지 그리지 말라. 

그냥 앞에 보이는 것을 보기만 하라. 

예를 들어, 지금 이 글을 쓸 때, 나는 내 손과 자판, 모니터, 마우스를 본다. 내 등 뒤에 의자 등받이가 있지만, 지금 내 눈으로 그걸 보지는 않는다. 따라서 기억에 따라 세계의 그림을 마저 그린 것은 내 마인드이다. 

 

만약 마인드의 이 작업 순간을 인식하며 마인드가 마저 그리는 것을 죄다 내던진 채, 지금 벌어지는 것에 이름 붙이지 않고 관찰만 한다면, 실재를 지각하는 이 수준에서 - 구체적인 대상들의 수준에서 - 세계가 어떻게 반영되는지 우리는 정확히 알게 될 것이다. 

아직 말문이 트이지 않은 아이들이 이 수준에서 실재를 지각한다. 
어린애들은 특정 순간에 있는 그대로의 실재를 지각한다. 
선()의 대가들이 ‘지금 여기’의 삶에 관해 설파할 때 바로 이걸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보라, 얼마나 간단한가. 
아이들도 이걸 할 줄 안다. 한데 성인들은 다 잊은 것 같다. 

 

이런 일이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 실재를 지각하는 다음 수준을 살펴볼 때 알게 될 것이다. 이제 그 수준으로 넘어가자. 

(실재를 지각하는 여러 수준 가운데 <단어와 명칭의 수준>으로 계속됨)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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