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에 익숙지 못한 배우가 대사를 말할 때, 우리는 흔히 “국어책 읽는 것 같다”고 말한다.
소위 '발 연기'라고 하나?
그런 연기를 보면, 어떤 배역을 맡든 무슨 말을 하든 거의 비슷하다. 대본을 소리 내어 들리게만 할 뿐이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분위기며 감정 같은 내면의 의미는 전달이 잘 안 되는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 더 얹자면… 초보 연기자들이 주로 의존하는 수단은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고 쓸데없이 목청만 키우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것으로 부족한 연기력을 보강하거나 '땜질'할 수 있다고 여길지 모르겠으나, 실제로는 그 반대 현상이 나온다. 게다가 혀짧은소리나 코맹맹이소리 따위 부실한 딕션을 가지고는 겉모습이 아무리 반반하다 해도 진정한 팬들을 사로잡기 쉽지 않으리라. 예를 들어 티브이에서 보는 개그맨이나 진행자들 경우에도 현상은 비슷하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자세히 관찰해 보시라. 내 말이 허튼소리가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유난히 시끄러운 사람에겐 뭔가 큰 약점이 있다. 일상에서도 쓸데없이 호들갑 떠는 사람을 여러 모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의미는 뭔가 서로 다름에서 발생하는 법. 노련한 배우는 연기할 때 손짓이며 표정, 말 속도, 목소리 크기, 눈빛 깊이 등 자신의 표현 수단을 죄다 동원해서 등장인물의 생각과 극 전체가 갖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보는 이들의 심금을 건드리게 된다.
글말인 문자언어에서 구두점의 역할은… 바로 배우의 손짓, 몸짓, 눈짓 등과 같은 것.
‘문장 각 부분 사이에 표시하여 논리적 관계를 명시하거나 문장의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표기법의 보조 수단으로 쓰는 부호’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정보뿐 아니라 글의 논리와 맥락, 글쓴이의 감정과 의도 등 글의 의미를 정확하고 풍부하게 표현하고 전달하기 위함이다.
러시아의 문호 체홉은 구두점을 ‘독서의 악보’라고 불렀다. 이 악보를 잘 그릴수록… 텍스트 의미가 더 풍부해진다. 이 악보를 잘 판독할수록… 글쓴이의 의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I. 마침표( . ): 문장을 마칠 때 쓰는 부호를 통칭. 온점.
(1) 서술, 명령, 청유 등을 나타내는 문장 끝에
☞ 젊은이는 나라의 기둥이다. |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 | 집으로 돌아가자.
다만, 표제어나 표어에는 쓰지 않는다. (책 제목이나 포스터에 점이 없는 이유.)
☞ 압록강은 흐른다(표제어) | 꺼진 불도 다시 보자(표어)
(2) 아라비아 숫자만으로 연월일을 표시할 때 사용.
☞ 1919년 3월 1일 ⟶ 1919. 3. 1.
(3) 표시 문자 다음에.
☞ 1. 마침표 ㄱ. 물음표 가. 인명
(4) 준말을 나타내는 데.
☞ 서. 1987. 3. 5.(서기)
*참조
① 인용문에는 온점을 넣지 않는다. (마침표와 따옴표를 중복 사용하면 가독성을 해치기 때문.)
☞ 그녀는 “그가 당신에 대해 말한 바가 없습니다”라는 말에 놀라지 않았다.
② 문장 마지막 부분의 괄호 안에 부가 설명이 들어간 경우, (부가 설명 역시 문장 일부기 때문에) 괄호 바깥에 찍는다.
☞ 우리와 관계 맺고 있는 것은 무엇이든 ‘사물’이라 불린다(우리말에서는 ‘~것’이 더 적절한 번역어이다).
③ 직접 인용의 출처를 본문 안에 표시하는 경우 괄호 바깥에 찍는다.
☞ 작품의 고요함은 “운동의 친밀한 모임”이어서 “최고의 운동성”을 뜻한다 (Heidegger, 1954). (“운동의 친밀한 모임”과 “최고의 운동성”이 표시된 문헌에서 직접 인용되었음을 알려.) 단, 직접 인용으로 문장이 끝나거나 문단 전체를 별도로 인용문 처리했을 때는 괄호 앞쪽에 찍다.
☞ “시 짓기는 본래적인 거주하게 함이다.”(Heidegger, 1940) ☞ 만일 예술이 작품의 근원이라면, 그것은 말하자면 예술이 작품에서 본질적으로 공속하는 것, 즉 창작자들과 보존자들을 작품의 본질 내에서 유래하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Heidegger,1940)
교사들이 학생들 심금을 잘 울릴 때 쓰는, 가장 섬세하고 가장 날카로운 도구. 말로써 하는 교육은 가장 어렵고 힘든 교수법.
학교란...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무엇보다도 인간적 접촉(터치)의 세계.
말이란 가슴에 와 닿는 가장 섬세한 건드림.
말은 다정하고 향긋한 꽃일 수도, 믿음을 친절로 바꾸며 흐르는 물일 수도, 또 날카로운 칼이요 달아오른 쇠붙이, 오물덩어리일 수도 있다.
말이란… 침묵만 흐를 때조차 가장 뜻밖의 행위로 바뀐다.
예리하고 직설적이고 정직한 말이 정작 필요한 곳에서 우리는 부끄러운 침묵을 보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건 가장 가증스러운 행위, 곧 배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으니, 비밀을 간직해야 할 말이 밀고가 되는 경우.
지혜롭고 선한 말은 기쁨을 안기며, 투미하고 악의적이며 생각 없이 서툰 말은 문제를 야기한다.
말로써 죽이거나 살리고, 상처 입히거나 치료하고, 혼란과 무망을 흩뿌리거나 생기 불어넣으며 고무하고, 의혹을 내몰거나 비탄에 잠기게 하고, 미소 짓게 하거나 눈물 자아내게 하고, 사람에 대한 믿음을 낳거나 불신을 일으키고, 학습에 영감을 주거나 영혼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
악의적이며 서툴고 냉담하고 투미하기만 한 말은…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고 실망케 하고 뒤통수를 치고 뒤흔들 수 있다. 크레틴 병자처럼 허약하고 꼴불견인 말이 있다. 시든 꽃대처럼 맥이 없고 핏기 없는 말이 있다.
환하고 시들지 않는 말이 있으니, 사람에게 길을 알려주는 항성들 같다. (교육자로서) 당신의 말이 길잡이별이 되게 애쓰라. 당신에게 불꽃이 없다면, 다른 이들 가슴에 결코 불을 지필 수 없다. 우리네 말에는 다 관용과 공정, 아름다움이 깃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