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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당신 시간은 끝났어요  

 

“사람은 언어활동을 통해서만

실제에서 추상하고 일반화할 수 있으며, 

이는 인간 사유의 두드러진 특성이다.” 

- 파블로프 (1849-1936, 러시아 생명과학자)

 

시간이라는 것을 잠시 숙고해 봅시다. 

당신은 무엇에 시간을 쓰나요. 

일 분, 한 시간, 하루, 일주일, 한 달, 한 해를 어떻게 보내지요? 

무슨 일로 바쁜가요?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는 없나요?

 

Public Speaking & Time

 

「여보, 옆집 순이 엄마한테 얼른 다녀올게요. 알았지요?

아, 근데, 주방 가스 불에 올려놓은 죽을 삼십 분마다 저어야 한다는 거, 잊지 마세요!」

 

하하, 이 말에 모순이 있나요? 

한데, 시간 관리에서 우리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저런 식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인생의 성패는 우리 자신에게,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시간을 어떻게 다루며 관리할 줄 아느냐에 달려 있지 않습니까?

누구한테나 삶은 나름대로 독특하게 이어집니다. 재능이며 물적 자산, 성격, 가족, 습관 따위가 다 다르니까요. 

하지만 그 누구한테든 예외 없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것이 있어요!
바로 
시간이에요!! 
누구한테나 공평하게 하루 스물 네 시간이 주어집니다. 
시간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은 인생에서 많은 것을 이룹니다.

당신은 왜 이 소통과 Public speaking 훈련에 뛰어들기로 마음먹었나요? 

공허한 수다나 장광설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심금을 울리면서, 또 늘 주제에 맞게 말하는 법을 익히고 싶어서 그렇다고요?  

맞습니다. 아주 타당하고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결정이에요. 

 

시간이라는 개념에 관해 얘기 나누려면 끝이 없을 겁니다. 그건 우리 작업과 많이 동떨어진 것이고, 그 대신 이런 점을 함께 생각해 보지요.

바로, 시간과 퍼블릭 스피킹의 관계. 

화자는 단어와 문장들을 연결하면서 청자들을 끌어들입니다.

상황과 형식에 따라 스피치는 몇 분, 혹은 몇 시간으로 길이가 제각각이에요.

그런데 화자의 말에서 어떤 청자들이 얻은 인상이나 감명은 하루, 일주일, 한 달, 혹은 일 년 이상 지속될 수 있습니다.

각각의 시간 단위가 화자들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볼까요?

 

*0.1 초

스피치 평균 속도는 1분에 300 음절 안팎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1초에 다섯 음절쯤 되는 꼴인데, 이건 음절들 간의 평균 시간이 0.2초쯤 된다는 뜻이며, 휴지를 감안하면 한 음절은 우리 입에서 0.1초쯤 머무는 겁니다. (물론, 뇌가 그에 상응하게 작동해야겠지요.) 

이 0.1초라는 찰나에 청자들은 뭔가를 지각합니다. 포효하는 억양, 진지함이 떨어지는 표정, 공감을 일으키는 멋진 목소리, 따스한 기억을 일깨우는 영상물… 어떤 것이든. 

 

*1 초

스피치에서 휴지는 1초쯤 걸리는 ‘보통 휴지’부터 수사적 효과를 위해 몇 초 동안 끄는 휴지까지 다양해요.

휴지 길이는 아주 중요합니다. 너무 길면 적절한 휴지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라디오 방송에서는 5초 이상 소리가 끊기면 방송 사고로 칩니다. 요즘 유튜브에서는 5초 이상 소리가 없으면 이용자가 떠난다구요? 비슷한 개념입니다.)

화자의 말을 보조하는 슬라이드를 인식하는 데는 1초쯤 걸립니다.

구성이 잘 된 슬라이드는 쉽게 인식되고, 그 의미가 화자의 말과 빨리 결합됩니다. 

 

*Public speaking에서 오바마가 보여준 long-term Pause의 진수 (특히 31:40 이후 1분 가량) 

 

*10 초

화자의 눈길이 청자를 찾아서 (여기에 10초쯤 걸려요) 한두 문장의 동안만큼 머물 때 바로 시선 접촉이 이뤄집니다.

자주 두리번거리는 눈길은 진지하게 보이지 않을 거예요. 또 누군가한테 10초 넘게 눈길을 고정한다면, 그 대상은 불편함을 느끼고 다른 청자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10초라는 시간은 가장 기억되는 어구나 인용을 언급하는 기준이기도 해요.

핵심 메시지를 10초 안에 간명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1 분

이건 좋은 스토리 하나를 전달하기에 적당한 시간.

이것보다 훨씬 더 짧은 스토리는 적절한 긴장이나 감동,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충분하지 못할 거예요.

이보다 너무 긴 스토리는 지나치게 세세한 부분을 과감히 빼야겠지요. 아니면, 요점이 둘 이상인 경우 나눌 필요가 있겠고. 

 

*10 분

이건 흔히 ‘짧은’ 스피치를 하기에 충분한 시간.

10분 안에 우리는 몇 가지 스토리와 주안점을 연결하면서 하나의 중심 생각을 적절히 발전시킬 수 있어요. 그렇게 하려면 면밀한 집중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널리 쓰이는 스피치 형식들이 바로 10분 안팎의 길이를 취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6분 40초 길이의) 페차쿠차

(5분 길이의) Ignite

같은 스피치 형식은 시간 제한에도 불구하고 널리 인기 있는 소통 형태로 자리 잡았고,

길이가 다양한 TED 토크에서 가장 긴 것이 18분입니다. (페차쿠차/ペチャクチャ와 Ignite가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길어지니까.) 

 

*1 시간

기조연설이나 이른바 ‘점심 세미나’에 적당한 길이.

화자가 스피치 주제를 더 깊고 넓게 다룰 수 있으며 질의-응답도 늘릴 수 있어요.

한 시간은 스피치 클럽 모임에서 흔히 이용하는 시간 단위이기도 합니다. 회원들이 바쁜 와중에서도 낼 수 있을 만큼 짧으면서도, 준비한 스피치를 전하고 평가하기에 넉넉한 시간이니까.

 

*1 일

스피치를 하는 유일한 이유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이건 MIT 교수이며 스피치 연구자인 닉 모건의 구호.

하루는 당신이 스피치를 통해 촉구한 움직임에 청자들 중 누군가가 생각과 행동에 변화를 일으켜 호응하고 나설 수 있는 시간이에요. 달리 보자면, 당신 스피치에 담긴 행동 촉구는 당일에 시작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1일은 또 당신 스피치에 관해 유용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시간. 청중의 반응은 스피치를 하는 중이나 끝내고 청자들과 어울리면서 알아볼 수 있어요. 며칠이나 몇 주 지나서 피드백을 청하는 것은 효과가 크지 못할 겁니다.

 

*1 주일

이건 Public speaking 연습에 좋은 기간.

일주일 동안 하루 30분씩이면 대개 충분해요. 스피치에 임박하여 몰아서 연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학습 효과와 기억력 면에서도 그래요.

이 기간은 스피치 기술 향상을 꾀하기는 물론이고, 자료 수집과 읽기 같은 작업을 하기에 좋아요.

스피치클럽들이 일정을 주간 단위로 잡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100 일

이 기간은 새로운 스피치 습관을 굳히기에 적당할 겁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변화를 거부해요.

새로운 습관을 들이고 싶다면 규칙적으로 꾸준히 반복할 필요가 있습니다. 

 

*1 년

이 기간은 스피치에서 더 숙련된 상태로 접어들기에 충분해요.

1년이라는 기간에 새로운 기회를 인식하고, 훈련을 쌓고, 자신을 시장에 내놓고, 과외 수입을 얻거나 아니면 전혀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겠지요.

 

*1 백년 (이상)

우리가 그렇게 오래 살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 입에서 나온 말은 백년 넘게 살 수 있습니다.

앞으로 수 백 년 동안 많은 이들 입에 오르내리는 정치 연설을 하게 될지도 몰라요.

또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힘을 갖는 메시지가 되어 우리 자녀들, 손자들, 청자들을 격려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당신 입술에 불과 0.1초 동안 머무는 음절 하나하나가 고심하여 선택됐다면 수백 년 동안 지속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스피치 원고를 쓸 때는 바로 이 점을 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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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객관적 세계와 주관적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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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션 8 (청중 분석) 

 

“우리 각자는 말이라는 매개물 속에서 세상과 합쳐진다.”

- 한스 가다머 (1900-2002, 독일 철학자, <진리와 방법>) 

 

청중 분석과 청자들 분위기 파악은 좀 지루하게 느낄지도 모르겠으나 아주 중요한 작업이에요. 

왜냐하면, 성공적인 화자는 늘 피드백을 중시하니까! 

많은 화자들이 연극 공연에 임하는 배우처럼 Public speaking에 접근합니다. 토픽을 잡아 원고를 쓰고 몇 번이나 리허설을 하면서 나무랄 데 없이 준비하여 말을 하지요. 

한데, 토크나 스피치를 행하는 것과 햄릿을 연기하는 것 간에는 차이가 있어요. 

 

연극이나 댄스 쇼를 볼 때 관중은 무대와 감정적으로 섞이면서 감동이나 신명을 얻기 바라는데 비해, 연단 앞에 앉은 청중은 메시지를 들으면서 뭔가 값어치 있는 것을 얻고자 기대합니다. 청자들은 자기네가 이해하고 소화하고 기억되는 유용한 정보를 화자가 전달하기를 원해요. 

화자가 잘 훈련되고 잘 준비하고 나아가 엔터테이너 ‘끼’까지 넉넉히 갖추고 있다면, 청중은 듣는 말에 즐겁게 귀를 기울이겠지요.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스피치를 강력한 것으로 만들기에 충분치 않습니다.

 

성공적으로 말하기에는, 충분한 연습과 완벽한 준비뿐 아니라, 현장에서 객석 분위기를 파악하고 흐름에 맞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마디로, 청중의 필요와 반응에 스피치를 조율하는 유연성을 발휘할 줄 알아야 합니다. 

노련한 화자가 되려면 열심히 준비한 것을 혼자 떠들기보다 청중과 연결되어 함께 어울려 논다는 기분이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연습하나? 

 

청중 분석

 

이걸 우리는청중과 연결하는 3단계라 부르기로 합시다. 

첫째,

청중은 어떤 이들이며, 배경과 관심은 무엇이며, 스피치에서 무엇을 얻기 원하는지, 미리 알아둡니다.

그러면 그 청중에 적절한 어휘와 얘깃거리를 고르기가 더 쉽겠지요. 

재정에 관한 얘기를 은행가들에게 말하는 것과 기술자들에게 말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지 않겠어요? 청중에 맞게 용어를 조정해야 합니다.

전달하는 전문 지식도 마찬가지로 조절돼야 해요. 시간 관리, 혹은 업무와 사생활의 균형에 관한 얘기를, 경영자들에게 말하는 것과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 사원들에게 말하는 것에는 차이가 커야겠지요.

또, 기술이 좋고 준비를 잘 하고 노련할수록, 이번 스피치가 특히 이번 청중에 맞게 디자인됐는지 확인합니다. 즉,

“핵심 메시지는 동일하다 해도, 전달 방식과 어조, 태도는 청중 DNA에 따라 달라야 한다.” 

 

둘째,

Public speaking 직전에 몇몇 청자들과 접촉하는 것도 좋아요. 

그러려면 일찍 도착해야겠지요. 그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무엇을 가장 알고 싶어 하는지, 묻는 겁니다.

청자들이 많지 않다면 토크나 스피치를 시작하면서 그들과의 대화를 즉흥적으로 끌어들여 엮을 수도 있어요.

그러면 어떤 효과를 거두게 될까요?

강연이든 발표든 이야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더 친근한 성격을 띠고, 청중은 당신이 그들의 특별한 관심을 다루기 위해 왔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나아가 오늘날 각종 형태의 말하기에서 가장 중시하는, 대화하는 듯한 스피치에 더 가깝게 되겠지요. 

 

셋째,

말하는 중에도 청중과 교감할 필요가 있어요.

그러면서 청자들의 반응과 질문에 스피치를 조율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말하기의 큰 흐름이 일그러지지 않는 범주에서 청자들의 질문을 유도하고 북돋습니다.

그렇게 청자들을 자꾸 끌어들이면서 스피치 자체가 ‘당신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이라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물론 그 이전에 청자들에게 던질 질문도 준비해야겠지요. 바로 그들을 위해 그들에게 당신이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겁니다.

그리고 청중이 당신 말을 이해하는지 확인합니다.

청자들의 자세를 보세요. 상체를 살짝 앞으로 기울이고 눈을 반짝인다면, 당신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됐다는 뜻. 상체를 무너뜨리고 두리번거리고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린다면? 무슨 뜻인지 당신도 알지요. 또 고개를 끄덕이나, 메모를 하나… 

 

이런 일화를 하나 소개하지요.

남편이 티브이 앞에 앉아서 큰 소리로 신문을 읽습니다. 
- 통계에 따르면,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말을 두 배나 더 많이 한다는군!

그러자 아내가 대꾸하네요.
- 거야 당신네 남자들한테는 무슨 말이든 두 번씩 해야 하니 그렇지요!!

 

현실에 대한 태도와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에서 여성과 남성은 다릅니다. (*남녀 사고방식 차이 참조).

예를 들어,

여자들은 자녀와 건강, 요리 등에 관해 더 많이 말하고, 남자들은 얘깃거리로 스포츠와 정치, 기술을 더 많이 택한다고 합니다. 여성들은 더 부드럽고 예의 바른 말투를 쓰고 상대방 이름을 더 자주 부르며 대체로 다정하고 호의적인 분위기를 만들려고 하는 편입니다. 

남자들은 정보 교환을 더 지향하고, 상대방 감정을 별로 배려하지 않으며, 여자들에 비해 더 공격적이고 상대를 무시하려 드는 경우가 드물지 않아요. 

 

실험해 보세요. (일주일은 계속해야 해요.) 

당신과 소통하면서 여성들은 몇 번이나 당신 말을 끊었으며, 남자들은 몇 명이나 확인 질문을 던지고 다 듣지도 않은 채 자기 얘기를 시작하고 뭔가를 다시 말해 달라고 청했는지, 따위를 두루 분석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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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션 7 (발언 자신감) 

 

“경기 전에 조바심을 전혀 떨지 않는다면, 그건

 뭔가 해내야 한다는 기대가 당신에게 없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 헤일 어윈 (Hale Irwin, 미국의 프로 골퍼)

 

이른바 발언 공포를 없애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 봅시다. 

이 문제는 인터넷 검색만 하면 수없이 찾을 수 있어요. 그것들도 다 읽어볼 만합니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의 자신감에 대해 우리는 좀 더 본질적으로 접근하려고 해요. 

 

스피치 공포
(일반적으로, 죽음의 공포 다음으로 큰 것이 대중 앞에 나서서 말하는 두려움이라고 한다.)

 

인간은 물질적 신체를 통제하는 비물질적 정신으로 이뤄져 있다.”

이 말에는 선사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원론적 개념이 들어 있어요. (즉, 심신 이원론. 인간 = 정신 + 육체). 

하지만 심리학에서는 우리네 감정과 생각이, 곧 정신이라 불리는 것이 대뇌 신경세포들이 활발하게 활동한 결과일 뿐이라는 생각이 굳어졌어요. 이런 일원론적 개념을 오늘날 많은 연구자들이 수긍합니다.

그들 의견에 따르면,

뇌의 정신적 기능은 신체 기관에서 벌어지는 물질적 과정이라고 설명하는 수밖에 없답니다. (즉, 정신 = 뇌의 작용)

 

예를 들어,

망막이나 시신경이 손상돼 눈이 먼 사람에게는 시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각적 상상이 보존됩니다. 한데, 망막에서 시신경을 거쳐 들어오는 빛의 자극을 수용하는 시각중추가 파괴됐다면, 이런 경우를 정신맹(精神盲)이라고 부르는데, 시각이 정상이라 해도 빛을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시각적 형상과 회상도 다 없어집니다. 정신맹에서는 시력이 아예 없었던 것처럼 사라집니다. 

 

이렇게 뇌의 시각 담당 부위가 기능하지 않으면 사람은 이전에 본 대상들이 어떻게 보였는지 전혀 기억할 수 없어요.

또한 뇌의 담당 부위가 손상될 때 다른 관련 지각들도 잃게 되는 걸 보면,

우리네 모든 감각은 뇌에서 벌어지는 적극적 과정이 아닌가 싶어요.

일원론적 개념에서 볼 때, 우리네 정신적 체험은 모두 신체 움직임에 반영됩니다. 

 

그런데 우리 내면 상태는

거기에 상응하는 신체 움직임의 원인이나 결과가 아니라 신체 움직임과 일치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람들 앞에서 말하면서 불안에 떨 때,

이 체험은 근육 긴장, 내용과 무관한 제스처, 청자들이 아니라 벽이나 바닥이나 천장으로 돌리는 눈길, 맥없고 떨리는 목소리 따위 신체 움직임들로 나타나지 않습니까? 

또 혈관에서 아드레날린 같은 호르몬의 증가, 더 빨라지는 심장 고동, 혈압 변화, 얼굴에 홍조, 식은땀, 동공 크기 변화 등과 같은, 자기 의지와 상관없는 반사적 움직임들에서도 나타납니다. (이렇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으면서 사람 의지와 상관없는 신체 변화를 잡아내는 것이 거짓말 탐지기 아니겠어요?)

 

우리 내면 상태와 거기에 상응하는 신체 움직임은 서로 별개의 것이 아니에요.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결론을 끄집어내게 됩니다. 

신체 움직임을 통제하여, 그에 상응하는 내면 상태를 조절할 수 있다.” 

 

물론, 의지와 무관한 움직임을 조절하기란 어려워요.

예를 들어, 심장 박동 수를 우리 의지로 조절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의지에 따르는 움직임들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까닭에서 자신감 증대의 한 처방은 이렇습니다. 

“여러 자신감 징표를 드러내고 자신 있게 처신하라.
그러면 자신감을 느낄 것이다.” 

 

처음에야 이 여러 징표를 의식적으로 다뤄야 하겠지만, 자꾸 하다 보면 오래 가지 않아 익숙해질 겁니다. 

그렇다면, 이 징표들이란 무엇인가?

그것들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느끼지요. 우리가 훤히 알고 있는 겁니다.

말은 시각과 청각, 두 감각 기관으로 수용되지 않습니까? 

따라서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 자신감의 징표들은 시각적인 것과 청각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어요. 

 

시각적 징표로 어떤 면을 들 수 있을까요?  

*반듯하고 늠름한 자세
*청자들의 눈을 직시하고 잠깐 동안 시선 고정 (한 지점에서 2초 이상 머물지 않으면 두리번거리는 듯 보이겠지요.)
*말의 내용과 어울리는 편하고 자연스러운 제스처
*근육들의 불필요한 긴장 없애기

 

청각적 징표로는?

*뒷줄까지 들릴 만큼 충분히 크고 고른 목소리 (목소리가 떨리면 조금만 더 크게 내 보세요. 대개 떨림이 사라져요.)
*자신감이 밴 어조 (차분한 상태에서 어떤 감정 채색에 이르기까지)
*말을 자주 더듬지 않고, 쓸데없이 휴지를 취하지 않기 (그런 것이 생기면 말 속도를 줄이고 생각할 시간을 잠시 가지세요. 사라질 거예요.) 
휴지(pause) 취하기 

 

이런 징표들을 늘 염두에 두고

대화에서부터 연설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태의 소통에서 활용한다면,

이 징표들을 머잖아 체득하게 될 겁니다.

발언은, 처음 단어들을 말하기 위해 입을 여는 순간이 아니라, 자신 있는 행동을 사전에 조율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되새겨 볼까요?

자신감 징표들을 내보이라, 그러면 자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이렇습니다.

어떤 것이든 짤막한 텍스트를 하나 쥐고 거울 앞에 서서 (혹은, 실습 멤버들 앞에 나와 서서) 저 자신감 징표들을 하나씩 의식적으로 취하고 내보이는 연습을 여러 번 반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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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입안이 마르고 무릎이 떨려요!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늘 긴장하지만, 

일단 나서기만 하면 다 좋아요.

무대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곳이야.”

-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1980- , 미국의 가수, 작곡가, 배우)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압니다.

기대와 의문을 품고 있어요.

기대에 부응하고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흥미롭고 유익한 정보와 생각거리를 제공하려고 나는 부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함께 해 볼까요? 

 

당신 손에 들린 책과 종이, 당신의 펑퍼짐한 엉덩이를 받치고 있는 의자, 간간이 입에 가져다대는 찻잔 따위는 다 사람이 만든 것임을 당신은 잘 알고 있어요. 얼핏 보기엔 그래요.

하지만 이상할지 모르지만, 사람은 창조자나 창안자가 될 수 없습니다. 

 

- 아니,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야? 말이 되는 얘기를 해야지!

당신의 불같은 반박이 귀청을 때리는 듯싶군요. 성질을 누그러뜨리고 조금만 더 들어 보세요. 

 

인간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들을 조합하고 개조해서 이용하는 것일 뿐이에요.

종이를 구성하는 원자들을 사람이 만들었을까요?

“모든 물체는 원자로 돼 있다”

하고 처음 주장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나, 질량 보존 법칙을 발견한 영국 과학자 돌턴이 원자를 만들었나요? 

인간이 등장하기 이전에 벌써 종이와 컴퓨터와 자동차 따위는
다 상이한 형태로 자연에 존재했다고 생각하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류의 새로운 발명과 발견은 전부 이미 만들어져 있던 겁니다.
단지 기존의 것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여 새로운 모습들을 드러내기만 했을 뿐이에요. 

 

“하찮은 돌덩어리로 어떻게 이런 걸작을 만들 수 있었단 말입니까?” 
감탄하여 던지는 물음에 미켈란젤로는 이렇게 대꾸했어요.
이 형상은 처음부터 화강암 안에 있었다오. 나는 그저 불필요한 부분들을 깎아냈을 뿐…”

 

네, 지금 제가 하는 얘기의 골자가 바로 미켈란젤로의 대답에 있어요. 

그이는 돌을 쪼아서 사람 형상을 만든 것이 아니라 본래 거기 있던 것을 찾아서 끄집어낸 겁니다.

부모가 자식을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엄밀한 의미에서는 불가능해요.

왜냐면 부모들이 아기의 유전자 형성 과정과 이후 신체기관 발달을 관장한 게 아니니까. 부모들은 그저 짧은 쾌락을 맛보았을 뿐이며, 나머지는 다 자연이 그들 뒤에서 알아서 수행한 겁니다. 

 

알고 보면, 우리네 머릿속에서 맴도는 생각도 원칙적으로는 새로운 것이 전혀 없어요.

우리가 말하는 ‘새로운 생각’이라는 것도 전부 기존 생각들을 달리 짜 맞춘 것일 뿐이니까.

이렇듯, 우리 인간은 우리가 좌우할 수도 폐기할 수도 없는 ‘우주 법칙’에 묶여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만유인력 법칙을 없앨 수 있나요?

불가능해요. 그냥 그 법칙에 맞출 수밖에 없어요.

작용과 반작용, 관성, 인과관계 따위 역시 우리가 항거할 수 없는 자연 법칙 아니겠어요? 

 

참으로 비감할지 모르나, 우리 정직하게 인정합시다. 

“인간은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라, 자연 법칙의 포로일 뿐이야!”

하지만 그렇게 인정한다고 해서 우울하게 여길 일만은 아닙니다.

사람은 창조자는 아닐지라도 이 세상을 바꿀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 가능성은 우리 상상을 초월할 만큼 거대합니다.

우리 각자의 안에는 위대한 사람이 들어 있어요.

그 위대한 사람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우리는 거의 누구나 석가모니가 될 수 있고 칭기즈칸이 될 수 있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이순신도, 푸슈킨, 베토벤, 슈바이처, 아인슈타인, 에디슨, 간디, 링컨, 호치민, 김구, 만델라도 될 수 있어요. 

 

그러나 그 위대한 사람은 우리네 많은 사람들 안에서 그저 잠자고 있을 뿐이고, 그렇기 때문에 목표를 향해 돌격하기 전에 먼저 그 위대한 사람을 일깨워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바로 자기 자신을 믿어야 하는 겁니다. 곧, 

“자기 자신을 믿고, 자신만만한 사람이 되어라.
그러면 당신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소통 기량과 스피치 기법 향상을 포함하여 무슨 일에서든 성공에 필수적인 으뜸 법칙입니다.
비록 간단하지만 아주 중요한 법칙!! 

 

자신감이 없으면 사는 데 많이 피곤하잖아요?

좋아하는 일 대신 흥미 없는 일에 삶을 소모하고, 낮은 급료를 받고, 다른 사람들이 벌써 거쳐 간 위치를 몇 년이나 지키고 앉아 있고… 이건 대개 자신감 부족으로 인해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또 면접에서, 법정 심리에서, 각종 대화에서 당차게 임하기보다 주뼛거리며 파김치가 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자신감 없음은…

우유부단, 숫기 없음, 소심함, 주눅, 축기 따위는 다

우리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요 훼방꾼일 뿐이에요.

이건 당신이 세상을 정복하는 걸 가로막는 배신자에요. 

 

자신감 강화

 

그렇다면, 그런 걸림돌을 어떻게 물리쳐야 하나?

비록 식은 죽 먹듯 되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필요하다면 해야겠지요.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행보 두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 그걸 온 마음으로 갈구하는 거예요! 

이런 구절을 곰곰이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만약 뭔가를 간절히 원한다면 그걸 할 수 있다는 뜻이고,

만약 뭔가를 할 수 없다면 그걸 간절히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신에게 그냥 말하세요.

“나는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리고 그걸 진심으로 갈망하세요. 

갈망하기 위해서는, 자신감이 (소심함도 그렇고)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획득되는 특질이라는 걸 알고, 소심함에서 탈출하는 것이 막연히 생각하는 것만큼 어렵지 않다는 것을 믿어야 해요.

그리고 진정 갈망한다는 것은 머릿속이 아니라 실제에서 다음 행보로 나아갈 준비를 한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 행보,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뭔가를 실제로 해야 합니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데 자신감이 없는 상태를 떨치기 위한 실용적 처방들 가운데 효과가 좋은 것 두 가지를 살펴봅시다.

하나는, 소통과 스피치의 실제 경험 쌓기.

이건 아주 간단하면서도 대단히 미더운 처방이에요.

실습하다 보면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차분해지는 습관이 생길 겁니다. 

직장이나 학교, 혹은 어디서든 여러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발언할 기회가 심심찮게 있다면, 당신은 운이 좋은 겁니다. 왜냐면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런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에 어디 다른 곳에서 일부러 찾아야 하니까.

만약 당신에게 말할 거리가 있다면, 일어나서 말하세요.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부탁이에요! 

 

이런 점도 알아 두십시오.

즉, 당신의 그런 발언 각각은 거기서 그냥 그치고 마는 게 아니라 쌓여서 경험이 된다는 점.

그렇게 몇 번 말하기에 적극 뛰어들다 보면 자신감이 더 생기면서, 나중에는 어색하고 거북함이 아니라 만족감을 얻게 됩니다.

지긋지긋한 자신감 부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실제 경험을 쌓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경험만으로는 소용이 없는 경우도 있어요.

그때는 실전 경험과 함께 두 번째 처방을 활용하면 됩니다.

즉, 자기암시. 이건 자신감 증대에 아주 강력한 수단이에요.

이 대목은 24단원에서 자세히 얘기 나누지요. 

☞ (56) 자기 암시

 

(56) 자기 암시

  21. 나에겐 재능이 있어? 그래!  세상에서 가장 좋다고 인정되는 것은 부귀와 명성, 쾌락으로 요약된다. 이 세 가지에 열중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다른 좋은 것은 잘 생각하지 못한다. - 바뤼

mirchimin.tistory.com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같은 전문가(!)도 '무대에 나서기 전까지는 긴장하고 떨린다'고 토로하는군요.

하지만 일단 나서면...

그렇습니다. 우리는 자신감에 대해 얘기하고 있어요. 그녀의 무대 모습을 한 번 볼까요?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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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션 6 (휴지 pause 취하기)  

 

나는 혼자 얘기하기를 더 좋아해. 
그러면 시간이 절약되고 논쟁도 피할 테니까. 

- 오스카 와일드 (1854-1900, 아일랜드 출신 미국 시인, 작가) 

 

“말이 너무 빨라. 조금만 더 천천히 해요!” 

누구한테든 그런 지적을 받은 적은 없나요? 

효과적인 이야기꾼이나 화자가 되기 위해 말 템포를 꼭 늦춰야 할까요? 

 

스피치 두려움&#44;

 

말을 너무 빨리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

빨리 말하다 보면 단어들의 경계가 모호해져서 의미 전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지 않다면 빨리 말한다고 해서 나쁠 것도 없어요. 당신 말이 본래 빠른 편인데 일부러 천천히 말하려고 애쓴다면, 그것도 썩 자연스럽게 보이지는 않을 겁니다.

퍼블릭 스피킹에서도 일상 대화에서 하는 템포로 말하면 되는데, 차이가 한 가지 있어요.

 

대화에서는 상대방이 반응을 보이게끔 휴지를 두는데 반해, 예를 들어 발표나 축사에서는 화자 혼자만 계속 입을 놀리잖아요?

바로 이 때문에 단어나 어절, 문장 사이에서 적절한 휴지(休止, pause)를 둘 필요가 생깁니다.

그러면서 말하는 속도도 조절하는 거지요. 

 

휴지를 취함으로써, 

첫째, 화자의 말을 청자가 머리에 담고 음미하도록 짬을 줍니다.
둘째, 길이에 따라 어떤 휴지는 청자들에게 궁금증을 키웁니다. 
셋째, 화자에게는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할 겨를이 생깁니다. 

어때요, 동의합니까? 

 

학교 안전에 관한 사회 인식을 높이기 위해 스피치를 한다고 칩시다.

대개 이런 식으로 말문을 열지 않겠어요? 

“저는 오늘 우리 학교 내에서 안전에 관해 여러분께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학교 안전은 우리가 다뤄야 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둘 다 주제를 직접 거론해요. 괜찮긴 하지만 좀 밋밋해요!

이렇게 시작하면 어떨까요? (미국의 경우라는 점을 염두에 두세요.)

“담배… [긴 휴지] 술… [긴 휴지] 총기류… [긴 휴지] 이런 범죄적 물건들이 압수됐는데, [짧은 휴지] 이건 다 불량 학교 구역에 있는 9학년 라커에서 나온 겁니다.” 

 

오프닝은 듣는 이들한테 흥미를 일으켜요. 밋밋하지 않아요.

세 단어 뒤에 이어지는 긴 휴지 덕분에 이야기가 더 극적이 됩니다. (즉, 담배와 알코올, 총기류로 이어지면서 위험성이 점차 커져요.)

“압수됐는데” 다음에 취한 중간 휴지는 중요한 언급이 나올 것이라는 신호에요.

청중은 그런 물품이 다른 어느 범죄 소굴에서 압수됐을 것이라고 짐작하다가 학교 라커에서 발견됐다는 것을 알고는 놀라게 됩니다. 

 

그런데 이 유용한 휴지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어요.

언제 어떻게 휴지를 둘지 기억하기가 쉽지 않아요.

어떤 스피치 코치들은 원고에 필요한 대목마다 표시하거나 휴지 중에 카운트를 하라고 권해요.

하지만 열심히 말하는 중에 일일이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고, 자칫 자연스러운 대화체를 벗어난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어요. 고도의 훈련을 쌓지 않는 한 말입니다.

스피치 휴지 pause

그 대신 이런 방법을 한번 시도해 보세요.

즉, 의미가 연관된 단어들을 한 덩어리로 말하기.

이른바 chunking으로, 영국 정치가 토니 블레어의 스피치에서 잘 볼 수 있어요. 덩어리 안에서는 말이 빠른 편이지만, 덩어리들 사이에서 침묵을 (휴지를) 잘 취합니다. 

 

의미 덩어리로 말하기란, 달리 표현하면 끊어 읽기에요.

그런데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하나?

이건 영어 공부하는 이들이 꽤나 고심하는 측면인데, 우리말 끊어 읽고 말하기에 대해서도 다들 그렇게 많이 고민하나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런 글이 눈에 띄었어요. 

「태화강에 적조 현상이 심각하다는 기사를 보니 오래 전 울산 지역 뉴스에서 아나운서가 했던 표현이 생각났다. 적조 현상은 ‘부-영양화’ 때문에 일어나는 것인데, 기자가 띄어쓰기를 표시하지 않았는지, ‘부영-양화’로 끊어 읽더라.」

 

정말 그렇게 ‘끊어 읽었다면’, 의미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어요. 

한데 이 문제는 끊어 읽기가 아니라 장단 발음 문제로 봐야 합니다.

아버지와 아들인 부자(父子)에서 ‘부’는 단음이고, 재산가인 부자(富者)에서 ‘부’는 장음이에요. 호수나 강에서 유기 물질에 의해 영양 물질이 많아지는 현상인 부영양화(富營養化)에서 ‘가멸 부’는 장음이니까 [부:영양화]라고 발음합니다.  

 

우리말에서 음의 장단 구분은 말 가락을 살리고 발음도 편케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해요.

효과나 교과서에서 ‘본받을 효’와 ‘가르칠 교’가 장음이라는 걸 안다면,

[효꽈]나 [교꽈서]처럼 발음하지는 않을 거예요. 

-[검정 교꽈서] 비리가 삼십 년 만에 불거졌습니다! 
어떤 케이블 티브이 뉴스 앵커의 말을 듣고, 얼핏 ‘검은 교과서’를 떠올렸던 기억이 나는군요.
시커먼 ‘검정’에서 ‘검’은 짧은 소리, 검정(檢定)에서 ‘잡도리할 검’은 긴 소리로 서로 발음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방송에서 잘못된 언어 사용은 공해 차원에서 대처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보고 듣는 수많은 시청자들의 언어 생활을 오도하고 더럽히니까!

철자법도 모르거나 지키지 않는 사람이 신문이나 잡지에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작가 공지영 씨가 쓴 칼럼에서 이런 구절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철자법에 맞지 않게 적힌 글을 보면 신경이 거슬린다.」  

발음 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방송으로 밥 벌고 어디서 얼굴 내밀 수 있을까요? 우리의 작가 공지영 씨는 신경 거슬린다고 완곡하게 표현하지만, 소련 시대 인민배우 라네프스카야(1896-1984)는 더 신랄하게 꼬집습니다.

「편지글에서 틀린 철자들은 흰 블라우스 위에 튀어나온 벼룩과 같아요!」

하하하, 정말 재미난 비유 아닙니까? 

 

글 쓰는 이들은 정자법을 어길 때마다, 말하는 이들은 말법에서 벗어날 때마다,

블라우스와 넥타이 위에 벼룩을 한 마리씩 끄집어내는 꼴이에요.

([검정 교꽈서]는 이미 벼룩이 두 마리네요. 안타깝게도, 양복 저고리에 벼룩들을 달고 방송 현업에 나서는 사람들이 특히 케이블티브이 쪽에 제법 있더군요. 그나마 다행이지요, 뭐. 머리에 이가 득실거리지는 않으니까.) 

 

자(야옹!), 이제 마음에 드는 텍스트를 아무 것이든 하나 쥐고 의미가 연관된 덩어리들로 나누어 큰 소리로 읽으십시오.

토니 블레어의 리듬을 따라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동영상은 유튜브에 많이 있어요.)

그리고 텍스트를 참고하면서 실습 멤버들 앞에서 구연해 보세요.

얘기하려는 장면을 청자들이 마음속에서 그릴 수 있도록 묘사하는 게 중요하겠지요?

어구들을 더 짧게 하고, 휴지를 어디에 둘지 잘 생각하세요

 

처음엔 좀 어색할 수도 있어요.

뭔가 새로운 것을 할 때는 그게 정상 아니겠어요?

하지만 웬만큼 터득했다 싶으면, 다음 발언 기회에 적용하는 겁니다.

통상적인 대화 속도로 할 수 있을 거예요. 그건 당신의 토크가 자연스럽고 활기 넘칠 것이라는 뜻이에요. 그리고 자신한테는 생각할 겨를을, 청중에게는 음미할 짬을 주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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