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에 이르지 못한 채 일을 내팽개친다면 당신은 십중팔구 게으름뱅이일 것이야. 게으름뱅이는 결코 이기지 못하며 승자는 게으를 수 없어. - 나폴레옹 힐 (1883-1970, 미국의 성공 심리 연구자)
이번 #액션에서 생각해 볼 내용은 이런 겁니다.
모든 말하기에서는 우호적인 어투가 필수예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빈정거림이나 풍자나 때로 분노조차 다 동원할 수 있지만, 사람은 대체로 선량하고 따스해야 합니다.
한데 많은 사람들은 자기 말이 어떻게 울리는지 듣지 못하고, 일상 언어조차 화가 묻고 짜증이 섞여 들린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해요.
“안녕하세요?” 같이 간단한 인사말도 여러 억양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 빠른 말로, ‘아, 저리 꺼져!’라는 암시를 담아서 • 부드럽고 차분하게. ‘당신이 여기 있어서 좋아요’ 하는 의미를 담아서 • 상대와 만나기를 오매불망한 것처럼 반갑게 • 상대가 얼른 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고약하고 퉁명스럽게 • ‘아, 뭐야, 저 사람이 왜 나한테 인사를 하지?’ 하고 놀라게 하는 투로
그래요, ‘안녕’이라는 간단한 말 하나에도 정말 많은 뜻이, 뉘앙스가 담깁니다.
어조를 (억양을) 주의 깊게 살피면,
만족이나 따분함, 서두름, 화남, 우울함, 놀람, 사나움 따위를 다 구분할 수 있어요.
어구를 입 밖에 낼 때 목소리 세기에서도 빈정거림이나 애정, 지지나 비웃음 같은 어떤 의미가 포착될 수 있습니다.
공익광고협의회에서 내놓은 광고 중에 <당신은 안과 밖이 다른 사람인가요?>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실감이 나지요. (이런 단순한 표현이 모든 언어 관련 근육들의 복잡한 협동 덕분에 1초 만에 바뀔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세요.)
흔한 인사말 “안녕하세요?”를 또 어떤 억양으로 말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대신에 어떤 표현들을 쓸 수 있을까요.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어요?
-좋은 아침!
-반가워요.
-오오, 이게 누구야?
사흘 동안 마주치는 이들 누구한테든 최대한 호의적이고 친절하게 인사해 보세요. “안녕하세요”, “경청합니다”, “좋은 날이에요”, “만나서 기뻐요”, “당신을 보니 참 좋군요”…
(혹은 전화 통화에서) “여보세요” 같은 말들을 최대한 성심을 담아 우호적으로 말해 보세요. 그러면서 만나서 반갑다는 미소를 곁들이세요. 상대가 대응하여 미소를 흘리도록 해 보세요. 어디서든 상관없어요. 회의실에서, 협상 테이블에서, 객석에서, 손님으로 가서, 상점에서, 찻집에서, 가정에서…
“그러니까, 에, 사람들 누구에게나, 뭐랄까, 자주 입에 올리는, 저, 군더더기 말들이 있습니다. 알아요? 그리고, 에, 발언이나, 또, 일상 대화에서, 음, 그런 단어들이, 말하자면, 절반이나, 에에, 차지하는 경우마저, 쉽게 말해서, 없지 않아요. 알아요?”
- 헤, 설마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겠어?! 과장이 심한 거 아닌가?
반문하게 되나요? 못 믿겠다고요? 하하, 저도 믿기 싫어요.
그런데 얼마 전 국회 국정감사 현장을 티브이 중계로 보면서 제법 놀랐답니다.
왜?
정말 그 비슷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더라는 거예요.
한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회의 시작을 알리는 발언을 하는데, 정말 한두 단어 뒤마다 “에”, “에에”를 넣더군요. 3분쯤 지나서 끝냈어요. “에, 에에”를 섞지 않았다면, 1분이면 마무리됐을 텐데.
그런 식으로 하는 말을 들을 때, 당신에겐 어떤 느낌이 들지요? 궁금하군요.
지금 우리가 군더더기 말이라고 부르는 것을 영어에서는 공백을 채우는 말이라 하여 filler word라고도 하는데, 이런 것을 아주 싫어하는 이들은 심지어 ‘쓰레기 말’, ‘기생충 단어들’이라고 일컫기까지 하더군요. 청자들한테는 걸러내야 하는 잡음일 뿐입니다.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의 언어 생활을 관찰하고, 군더더기 단어들이 유독 많이 들어간 경우를 살펴보세요. (녹음해서 듣고 적어 보세요.)
그런 잡음은 짜증을 유발하면서, 상대가 하는 말 자체를 듣는 이로 하여금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게 만듭니다.
군더더기 말을 자꾸 반복하면, 화자의 신뢰성이, 에토스가 떨어집니다. 혹시,
* 발언 준비에 게을렀나,
* 정보나 지식이 부족한 건 아닌가,
* 의욕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기에 딱 알맞아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군더더기 말 때문에 그런 의혹을 사면 되겠어요?
그렇다면, 이런 일은 왜 벌어지나요? 이유는 무엇일까요?
말의 리듬을 깨는, ‘의미 없는’ 단어들(잡음)이 나오는 데는 네 가지 정도 원인을 들 수 있습니다.
첫째, 통상적인 말하기에서 굳어진 습관. 연단이나 무대, 방송에서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도 일상 대화에서는 그렇게 하는 경우가 아주 잦아요. 우리가 그걸 일일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일 뿐.
둘째, 발언권을 유지하려는 수단. 음, 에, 어… 따위 잡음을 만듦으로써 자기 말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면서 다른 이들이 끼어드는 걸 막자는 의도. 이런 경우가 열띤 토론에서 유독 많이 나타나지 않습니까?
셋째, 조바심에서 나오는 습관. 안절부절못하게 되면 그런 잡음을 더 많이 내는 사람들이 있어요. 말할 때 지나친 긴장감은 특히 입을 통해 드러나니까요. 넷째, 일반적으로 우리네 사람들이 침묵하기를 두려워하기 때문. 많은 사람들은 말하는 중에 말이 없으면 ‘관객이 야유하여 무대에서 쫓아낼’ 것만 같다고 느껴요. 그래서 말을 절대 멈추지 말고 무슨 잡음이라도 계속 내야 한다고 자신을 다그칩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경우에는, 필요하고 중요한 단어를 생각하느라 시간을 벌기 위해 군더더기 말들을 입에 올린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 번 그렇게 시작하고 또 하고 하다 보면, 뭔가를 말하기 전에 시간 끄는 버릇이 생기고 굳어집니다.
따라서 화자는 그렇게 말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는 데에도 익숙해져요!
군더더기 단어들이 말에 뿌리를 내려 습관이 되는 겁니다.
습관은 제 2의 천성이라고 하잖아요?
화자 본인은 그런 잡음을 인식하지 못하지만, 듣는 이들은 무척 피곤해집니다.
그렇다면, 군더더기 말을 입에 올리는 악습관을 어떻게 없애나?
먼저, 당신한테 그런 문제가 있는지 면밀히 확인해야겠어요.
그런 문제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를 수 있으니까요.
어떤 것이든 얘깃거리를 하나 준비하여 사람들한테 말하면서 녹음하세요.
‘에’ 따위가 10분에 한 번 이상 들어가면 문제라고 볼 수 있어요.
둘째, 아무래도 연습이에요.
아무리 못된 습관이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몰아낼 수 있습니다.
실습 멤버들이나 주변 지인들한테 ‘에’를 말할 때마다 손짓 따위로 지적해 달라고 부탁하세요.
셋째, 침묵을 즐기도록 해 보세요.
좋아하는 화자를 골라서 그이가 말하기 중에 틈틈이 취하는 휴지(pause)에 주목하세요.
노련한 화자는 단어들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공백을 취하며, 그 ‘여백의 미’가 상당히 효과적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답니다.
(이 휴지 취하기는 고급 스피치 기법에 속합니다.)
군더더기 말 습관을 버리는 방법 네 번째로는, 이른바 ‘chunking’을 들 수 있는데,
이건 #액션 6에서 계속 소개하겠습니다.
생각한 뒤에 입을 여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습 동아리 회원들에게 부탁하세요. 당신이 말하면서 군더더기 단어를 많이 쓰게 되면, 손짓으로 신호해 달라고 부탁하세요.
그리고 당신은 군더더기 말을 입에 담았다면, 그 대목에서 “멍멍”을 외치는 겁니다. 아니면, “꼬끼오”나 “야옹”을.
물론 말이 말로 답하는 것은 아니고, 오른쪽 앞발굽을 '한 번, 두 번, 세 번... 여섯 번' 두드린 겁니다.
둘러서 있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지를 만해요.
"우와, 짐승이 덧셈을 하다니! 문제를 또 내봐요! 다른 것도 물어봐요!"
그래서 몇 가지 셈을 더 물어봐도 말은 어김없이 발굽을 정확히 두드렸습니다.
"거 참, 신기하네. 웬만한 사람보다 더 영리한 거 아니야?"
시간이 흐르면서, 말은 덧셈뿐 아니라 뺄셈, 곱셈, 나눗셈 문제를 내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정답을 딱 내놓게 됐어요. 어디 그뿐인가요? 구구단까지 꿰게 됩니다.
1900년대 초반 독일 베를린에 살던 이 말의 이름은 한스. 말 주인은 수학 교사를 지낸 오스텐이라는 사람. 말은 문제를 입말로 내도 글말로 내도, 주인이 내도 구경꾼 중에 누군가가 내도 다 알아맞혔습니다.
<영리한 말 한스>는 금방 유럽 전역에서 유명 인사(?)로 등장했어요. 신문 주요 기사의 주인공이 되고, 사랑방 좌담의 중심 토픽으로 자리 잡은 겁니다.
이 진귀한 현상에 연구자며 심리학자, 수의사, 기병대 장교, 말 애호가들이 특히 주목했습니다.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슈툼프가 진상 규명에 적극 나섰어요. 먼저, 말 주인이 무슨 속임수을 쓰는 건 아닌지, 말에게 어떤 힌트를 주는 방법이 있는 건 아닌지, 확인 작업에 들어갑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 열 세 명으로 구성된 검증 위원회가 테스트 날짜를 잡았습니다. <영리한 한스>도 결국은 주인의 교묘한 트릭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다들 확신했어요. 심리학자, 물리학자, 수의사, 애마가, 기자들을 비롯해 구경꾼이 잔뜩 모여 들어, 어떤 결론이 날지 흥미진진하게 기다렸어요. 검증 위원들은, 바로 오늘 한스의 트릭을 밝혀낼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공표했습니다. 테스트가 시작되기 직전 위원회는 주인에게 말을 홀에 혼자 놔두고 나가 있도록 했지요.
위원장이 한스에게 첫 번째 질문을 던졌어요. 말이 발굽을 두드려서 정답을 알렸습니다. 두 번째 문제를 냈는데, 또 제대로 답했습니다. 세 번째 문제에도 역시 정답을 내놓았습니다. 예상과 다른 결과에 검증위원들이 혼란에 빠지고 속임수라고 비판하던 사람들이 입을 꾹 다물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이 테스트를 다시 하라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얼마 뒤 슈툼프의 제자 풍스트가 위원회를 새롭게 꾸려 다시 검증에 나섰습니다. 같은 홀에 연구자, 교수, 수의사, 기병대 장교, 기자들이 전 세계에서 다시 모여 들었어요. 그리고 이번에 비로소 위원회는 <영리한 한스>에게 훈련시킨 비밀을 풀게 됩니다.
이번에도 한스가 어렵지 않게 응답하리라 다들 기대했어요. 하지만 한스는 발굽을 움직이지 않았어요! 오호라! 연구자들이 드디어 진실을 알아내게 됐습니다. 그게 뭘까요?
숫자 둘을 더하는, 간단한 산술 문제로 시작했는데... 하지만 이번엔... 사람들이 다들 듣게끔 문제를 내는 대신, 위원 한 사람이 한스 귀에 첫 번째 숫자를 속삭이고 다른 위원이 두 번째 숫자를 속삭인 겁니다. (*주변 다른 사람들이 정답을 당연히 알지 못하겠지요? 여기에 비밀의 열쇠가 있습니다.)
힌트: 질문자나 검증하는 사람이나 구경꾼들이 정답이 뭔지 알게 됐을 때만, 한스도 그것을 아는 것 - 감이 잡히나요?
2.
심리학과 생물학을 전공한 풍스트는 <영리한 한스>라는 기이한 현상에 더 근본적으로 다가들었습니다. 한스가 ‘산술 재능’을 내보인 여건을 다각도로 살핀 것이죠.
먼저, 1차 검증 때처럼 한스와 말 주인을 떼어 놓았어요. ‘산술 재능’이 여전했습니다. 다음엔 말 주인이 건네는 문제와 전혀 다른 질문을 몇 가지 들이댔어요. ‘산술 재능’이 여전했습니다. 이번엔 한스의 눈을 가려 문제 내는 사람을 못 보게 해 봤어요. 그러자 ‘산술 재능’이 금방 사라졌습니다. 다음에 풍스트는 말 주인에게 자신도 정답을 모르는 문제를 한스에게 질문하게 했어요. 한스의 '산술 재능'이 또 사라졌습니다.
여러 테스트 결과를 종합하여 풍스트가 내린 결론.
한스에겐 산술 능력이 없다. 그 대신 문제를 내는 사람의 행동(움직임, 표정, 몸짓)에 드러나는 아주 희미한 변화를 포착하고 이용할 줄 안다. 한스는 질문 받고 발굽을 두드리면서 문제 낸 사람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 질문자 입장에서는 말이 발굽을 몇 번 두드리는지 세는데, 두드리는 횟수가 정답에 가까워질 때 질문자의 긴장도 커진다.
한스는 이 긴장감을 포착하고 두드리기를 멈출 순간이 됐음을 아는 것. 발굽으로 필요한 숫자를 두드린 순간 문제 낸 사람이 안도하고, 그 순간 한스는 두드리기를 멈추는 것. 만약 질문자의 긴장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한스는 안도하는 표정이나 숨소리를 보고 들을 때까지 발굽을 계속 두드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결론은 지극히 옳았습니다.
3.
다시 말하자면, 한스가 정답에 해당하는 횟수만큼 발굽을 두드리기 시작한 순간, 둘러선 사람들이 아주 미미한 시그널을 (자신도 모르게) 허공에 발산하게 됩니다. '시작됐어! 과연 맞출까, 어떨까?' '야아, 이거 손에 땀을 쥐게 하네.' 주변에 긴장이 감돌고, 그에 걸맞은 시그널과 징표들이 나왔다는 것이죠.
한스가 정답에 해당하는 숫자에 이르를 때, 구경꾼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긴장을 풀게 됩니다. 말 주인 오스텐은 바로 그 순간 발굽 두드리기를 멈추게끔 말을 훈련시킨 것이었습니다.
<영리한 한스의 비밀 해결자>로 알려진 풍스트의 다른 실험이 또 흥미로워요. 그는 자신이 내린 결론을 다시 검증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사람에게 무엇이든 숫자를 마음속으로 생각하게 하고, (한스가 했듯이) 손으로 탁자를 두드리면서 그 숫자를 알아맞히려 해 본 겁니다. 그리고 (한스 못지않게) 성공했어요! 누구든 조금만 훈련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 팟캐스트 <불탕불탕 말 달리자~>에서 오디오 편집을 맡고 있는 고도 님은, "오디오 편집하면서 숨소리만 들어도 그 사람의 반응이며 표정이며 감정 상태가 어떤지를 볼 수 있어요!" 하고 말합니다. 충분히 일리 있는 얘깁니다.
4.
<영리한 한스>는 질문자나 구경꾼들의 반응을 잘 포착하고, 그에 맞게 반응한 것이었습니다. 말도 하는데, 사람이 못할 까닭이 있겠습니까?
대화할 때도 (강연, 연설 때도; 변호사, 의사, 세일즈 일에서도) 상대방의 (청중의, 고객의) 반응을 살피고 포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 중요해요.
미소 짓나? 고개 끄덕이나? 손바닥을 보이나? (듣는 것에 만족한다고 여겨도 틀리지 않을 것).
얼굴 찌푸리나? 딴 데를 보나? 팔짱 끼고 있나? 주먹을 쥐고 있나? (당신 얘기가 못마땅한 것일지도).
목덜미를 만지나? 상체를 젖히나? 발이 문 쪽을 향하나? (대화 끝내고 자리 뜨고 싶어 하는 것일지도).
대다수 사람들은 이런 신체언어를 일상에서 이미 잘 활용합니다.
상대가 뒷걸음치거나 상체를 뒤로 젖히거나 딴 데를 보면, '아, 얘깃거리에 흥미를 못 느끼는군' 하고 감지하지요.
당신이 뭔가 불편하게 만들었다 싶으면, 상대는 목덜미를 문지르기도 해요.
당신에게 우월감 같은 느낌을 품고 있는 상대방은 손가락들 끝을 맞대고 첨탑처럼 손 모으는 제스처를 쓰기도 합니다.
비언어적 소통, 제스처와 신체언어를 잘 알아둘 필요가 있어요. 아니, 중요해요. 자세한 것은 천천히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