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rc="https://cdn.subscribers.com/assets/subscribers.js"> '자녀와 소통 방법' 태그의 글 목록
728x90
728x90

 

(9과 <규율에 대하여> 계속)

 

법칙 4. 

(제한, 요구, 금지 등의) 규칙은 어른들 간에 합의된 것이어야 한다. 

엄마 말이 다르고 아빠 말이 다르고, 때론 할머니 말이 다른 경우가 잦은가? 이런 식이다. 

 

새로 산 예쁜 구두를 신고 유치원 가겠다는 딸과 허락하지 않는 엄마

 

순이에게 예쁜 구두를 새로 사 주었더니, 다음 날 아침 그걸 신고 유치원에 가고 싶어 한다. 
순이: 새 구두를 신을래요. 
엄마: 아니야, 그건 특별한 날이나 손님으로 갈 때 신으려고 산 거야. 
순이: 싫어, 오늘 신고 싶단 말이야! (징징대기 시작해.)
아빠: 걱정 마라, 방법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아내에게) 오늘 하루만 신게 하면 안 될까?
엄마: 아니, 안 돼요. 아이들은 값비싼 물건을 소중히 다룰 줄 알아야 돼! 
순이 (눈물을 더 흘리면서): 그럼, 유치원에 안 갈래!
(이때 나타난) 할머니: 또 뭔 일이여? 아침부터 애를 울리고 그래?! 얘야, 이리 오렴, 왜 속이 상한 거니. 아, 구두 때문에? 내가 오늘 다른 걸 사줄 테니, 신고 싶을 때마다 그걸 신어라. 

 

새 구두를 신고 유치원에 가겠다는 딸과 허락 않는 엄마, 중재하는 아빠, 손녀 역성을 드는 할머니.

이런 경우 아이가 규칙을 습득하고 규율에 적응하기 어렵다.

아이는 어른들 의견을 갈라놓으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얻는 데 익숙해진다.

그 결과 집안에서 어른들 간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게 된다.  

 

아이를 앞에 두고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이 다른 쪽의 요구와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 순간엔 침묵했다가 나중에 아이가 없을 때 이견을 의논하고 합의에 이르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좋다

 

규칙을 일관성 있게 지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

만약 9시에 잠자리에 드는 아이를 이틀 연달아 9시가 아니라 10시에 잠자게 했다면, 셋째 날에는 제 시각에 재우기 힘들 것이다. 아이가 "어제 그제는 10시에 자도 좋다고 허락했잖아요" 하고 이의를 제기할 게 분명하다. 

아이들은 부모의 어떤 요구가 얼마나 확실한지 늘 시험하면서 정말 확고부동한 것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크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점을 간과하면, 아이가 고집부리고 징징대며 떼쓰는 법을 배우게 된다. 

 

법칙 5. 요구나 금지를 전하는 말투는 명령조가 아니라

친근하고 설명하는 식이어야 한다.

 

부모가 뭔가를 하지 못하게 할 때 아이는 대체로 힘들어하기 마련이다.

한데, 그 금지가 짜증 묻어 있거나 고압적인 어조로 나온다면, 부모 요구대로 하기가 아이에겐 두 배로 어려워진다. 

우리가 앞에서 알게 된 것을 상기하자면, 

“왜 안 돼요?” 하고 묻는 아이에게 
“내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렇게 해야 되니까”,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야!” 
같은 대답은 삼가야 한다. 
간략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미 늦었어”, “이건 위험해”, “깨지기 쉬우니까…" etc.

 

설명은 간략하게 한 번만 해야 한다.

아이가 또 “왜?” 하고 묻는다면, 이건 아이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금하는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을 금방 떨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럴 때, 당신이 예를 들면 <적극적 듣기> 같은 방법을 이미 습득하고 훈련했다는 것이 도움 된다.

지시나 명령조, (부정적인) <너-메시지>는 아이의 반항을 키울 뿐이다. 

 

부모인 당신이 규칙을 얘기할 때는 무인칭 형식으로 말하는 게 더 좋다. 이를테면...  

“라이터를 갖고 놀면 안 돼” 대신 “아이들은 라이터를 갖고 놀지 않는단다.” 
“당장 초콜릿을 제 자리에 갖다 놔!” 대신 “초콜릿은 대개 식사 후에 먹는다.” 
“고양이를 못살게 굴지 마라!” 대신 “고양이 꼬리는 잡아당기라고 있는 게 아니란다.” 

 

같은 상황에서 엄마와 자녀들의 대화 형식 두 가지를 보자. 전자는 실패, 후자는 성공적인 대화가 됐다. 

 

재미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잠잘 시간이 됐다고 알리는 엄마

 

아이들이 놀이에 정신 팔려 있다. 
엄마: 됐어, 이제 그만 끝내라! (지시)
아들: 네? 왜 그만둬야지요?
엄마: 왜 그런지 잘 알잖아. 너희가 잠잘 시간이야. (<너-메시지> 형식의 지시
딸: 어, 벌써 자야 돼요?
엄마: 그래, 이미 시간 됐어! 딴 소리 하지 마라! (지시) (놀이를 중단시키고, 아이들은 기분 상하고 화가 난다.) 

 

엄마의 첫마디부터 다르게 대화한다면 훨씬 더 좋다. 

엄마: 얘들아, 이제 그만 끝낼 시간이 됐다. (무인칭 형식)
아들: 네? 왜 그만둬야지요?
엄마: 자러 갈 시간이야. (무인칭 형식)
딸: 어, 벌써 자야 돼요?
엄마: 놀이가 재미있어서 그만두기 힘든 것 같구나. (적극적 듣기)
딸: 네, 아주 재미있어! 봐요, 이제 금방… 5분이면 끝날 거야!
엄마: 좋아, 5분은 길지 않으니까, 약속한 거야. 
아이들: 네, 네. 끝내고 우리가 다 치울게요.  

 

보다시피, 여기서 엄마는 다정한 말투를 취하면서 아이들 입장을 이해한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게 했다. 이 때문에 규율이 흔들리지 않았다. 외려 아이들이 놀이 뒤 정리할 책임을 스스로 떠맡았다. 

 

부모의 요구를 아이가 즉각 전적으로 실행하기 힘들어할 것을 예견하여, 그 요구 사항을 아이와 미리 의논하면 아주 좋다. 예를 들어, 티브이에서 방영하는 영화가 늦은 시간에 끝나는데 아이가 시작 부분이라도 꼭 봐야겠다고 한다면, 중간에 그만 보게 될 것이라고 미리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 

그렇게 경고하면서 동시에 다른 것을 선택하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잠자기 전에 재미난 놀이를 하기 혹은 책을 읽어 주기. 그래도 아이가 ‘미련 버리지 못한, 힘든’ 버전을 택하면, 합의를 실행하고 아이가 제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늦은 시간 티브이 영화를 보고 싶어 할 때

 

이 합의 사항을 지정된 시간 5분 전에 아이한테 부드럽게 상기시키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은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조건을 지키도록 돕는 '조력자'가 된다. 시간이 다 되어 불시에 재촉하고 닦달하는 ‘경찰’이 아니라. 그러면 아이는 갈등 없는 규율의 경험을 작게나마 또 얻는 것이다.  

 

*  *  *

규율에 관한 얘기는 처벌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방법을 다 써도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이 얘기로 들어가기 전에 내가 장담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다. 즉, 여러 규칙에 관한 법칙 5가지와 또 앞의 여덟 수업에서 알아보고 습득한 것을 전부 준수할 때, 자녀가 말을 안 듣는 경우가 (아예 없어지진 않는다 해도) 몇 배는 줄어들 것이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명백히 나쁜 행동에 당신이 반응하게 될 순간이 닥칠 수 있다. 

 

체벌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나 개인적으로는 분명히 반대한다.

체벌을 받은 아이들은 겁먹고 적개심을 품게 되며 수치심을 겪고 자존감이 떨어진다.

그렇게 해서는 긍정적인 효과는 적고 부정적인 후과가 더 크게 마련이다.

부정적인 후과 없이 신체에 작용하는 유일한 방법은

당황하고 흥분하여 어쩔 줄 모르는 아이를 억제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이런 장면을 목격했다.

열세 살 된 존이 집 옆에 세워둔 자동차에서 엄마를 기다리다가 호기심에 시동을 걸었다. 드라이브 상태로 있던 자동차가 (아이는 이걸 못 봤어) 급격히 움직이면서 울타리를 부수고 나무에 충돌했다.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이가 기겁하여 차에서 나와 집으로 뛰어들었다. “큰일 났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이동생이 이 광경을 창문 너머로 보고는 들어오는 오빠에게 뭐라고 쓴소리를 하자, 오빠가 그냥 밀치는 바람에 넘어졌다. 

 

십대 소년의 엄마의 자동차를 나무에 들이박다.

 

딸의 비명에 엄마가 나타났다. 아들의 상태를 보더니 손을 잡아 얼른 소파에 앉혔다. 

– 이거 놔요. - 존이 자기 손을 잡아 뺐다. 

– 아니야. - 엄마가 단호하게 말했다. - 네가 진정될 때까지 너를 꼭 붙잡고 있겠어. 

– 싫어, 놔 줘요. – 존이 버텼다. - 이럴 수 없어! 이건 폭력이에요!

– 아니야, 존 – 엄마가 아이를 계속 붙잡은 채 차분하면서도 귀에 와닿게 말했다. - 지금 널 놓아줄 수 없단다. 네가 자신을 통제하게 되면 놔주겠어. 한데 넌 지금 그럴 수 없잖니.

– 하지만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엄만 몰라! (그때 엄마는 주변에서 오가는 짤막한 얘기들을 듣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안다, 얘야. 네가 자동차로 울타리를 부수고 나무에 들이박았어. 그러나 이건 중요하지 않아. 나한테 지금 중요한 것은 네가 진정하는 거야. 난 너를 벌하지 않을 거야, 네가 마음을 추스르도록 도울 거야. 네가 진정되면, 그때 자동차 얘기를 하자

 

당황하고 흥분한 십대 아들을 엄마가 소파에 앉히고 두 손을 꼭 잡고 있다.

 

그 사건을 나는 긴박한 상황에서 엄마가 지혜롭고 품위 있게 십대 아들을 대하는 교훈으로 기억해 왔다. 혹시 누군가는 "잘못했으면 벌을 줘야 하는데, 여기엔 처벌이 전혀 없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소개한 장면에서는 부모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처벌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십대 아이는 일어난 사건에 의해 이미 벌을 받은 셈이고, 엄마는 아들이 그 교훈에서 뭔가 얻도록 돕는 것을 자기 역할이라고 본 것이다. 

 

자, 우리는 아이가 저지른 부정적 결과에 관한 문제에 다시 부닥쳤다. 

그런 것을 허용해도 되나? 허용하면 안 되나? 

저 앞의 레슨에서 우리는 아이가 이런저런 실수를 통해 뭔가를 배울 수 있게끔 허용할 가치가 있다는 얘기를 나눴다. 이제 거기에 덧붙일 수 있어. 아이가 규율 존중하는 법을 익히기 위해서도 뭔가 실수하고 잘못 행동할 수 있다고 우리는 보는 것이다.  

 

*  *  *

부모나 인생 선배, 선생 등말을 듣지 않아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후과 그 자체가 삶에서 나오는 징벌의 한 형태이다. 게다가 그런 경우 아이는 자신 이외에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기 때문에 그 후과가 소중한 징벌이기도 하다.  

 

고양이 발톱에 긁힌 딸, 공부 안 한 과목에서 낙제점 받은 아들

 

고양이 발톱에 심하게 긁힌 아이나 공부하지 않은 과목에서 낙제점을 받은 학생은 그 후과로 인해/덕분에 어쩌면 부모가 하는 요구의 중요성과 생생한 필요성을 처음으로 느낄지도 모른다. '아, 그 말씀이 옳았어!' 

 

그런 경험 하나가 말로 하는 열두 가지 지시나 훈계보다 더 값지다.

게다가 우리는 아이가 갈 수 있는 곳 어디나 다 쫓아다니면서 자리를 깔아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 대신 나중에 아이가 실패할 때 적극 도울 수 있다. 

 

여기서 <적극적 듣기>가 꼭 필요하다

다시 강조하건대, 이 방법은 아이가 어떤 결론을 스스로 내리게 돕는다. 

아이가 뭔가 실수하거나 잘못 했을 때 부모로서

"내가 진작 너한테 경고했지…", "엄마 말을 안 들으니까 그런 거야, 다 네 탓이다"

같이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려 죽을 지경인 경우가 더러 있다 하더라도, 그런 말은 아무 도움이 안 된다. 그렇게 할 필요가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까닭은...

1) 아이는 부모의 경고를 잘 기억하며 

2) 아이는 지금 속상하고 풀이 죽어서 어떤 합리적인 지적도 귀에 들어오지 않아 

3) 자기 실수를 인정하기 힘들고, 당신의 (올바른) 지적이나 핀잔에 덤벼들 준비가 돼 있으니까. 

 

(인생 자체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징벌보다) 두 번째 처벌 유형이 더 익숙한데, 이건 부모한테서 나온다.

“네가 만약 …하면/이면, … 될 거야”

같은 경고에서 시작되어 경고 약속의 집행으로 끝난다. 예를 들어...

“계속 그렇게 버릇없이 굴면, 너를 방구석에 세워 놓겠어.” 

"네 방을 청소하지 않으면, 놀러 나갈 생각도 하지 마라."

 

이런 처벌은 불복종의 조건부 후과라고 불린다.

왜냐하면, 이건 아이 행동에서 자연스레 비롯되는 게 아니라 부모의 재량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니까.  

 

* * *

불복종의 조건부 후과 같은 것에 어떻게 대해야 하나? 어쨌든 그런 것을 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처벌을 적용할 때 아주 중요한 법칙 하나를 견지하는 게 좋다. 

 

법칙 6.  아이를 나쁘게 만들면서 벌하기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빼앗으면서 벌하는 게 더 낫다. 

달리 말해, 제로에서 마이너스로 가기보다 플러스에서 제로로 향하면서 벌하는 게 더 낫다. 여기서 제로는 모와 자녀 두 사람의 중립적이고 평탄한 관계를 뜻한다. 

그럼, 플러스는 무슨 뜻?          <계속>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관련 포스트:

8과. 자녀와 갈등 해소 방법 (27)

7과. 부모의 감정은 어떻게 하나? (23)

<나-메시지>의 장점 (24)

소중한 일은 절대 미루지 말아요. 야쉰

6과. 아이의 얘기에 귀기울이지 못하는 이유 (18)

<적극적 듣기> 특성과 대화 규칙 (15)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과잉 보호 (11)

아동의 근접발달 영역 확장과 자전거 타기 (8)

5. 카를손의 장난 (2-1)

1과. 조건 없는 수용이란? (2)

사람과 물건

질책과 비난 섞지 않고 자기감정 드러내기 51

자신과 타인을 판단과 평가 없이 대하기 49

루덩의 악마들 7-2편 4

루덩의 악마들 4편 1

루덩의 악마들 (1편 1)

루덩의 악마들 9편 3

대화에서 피해야 할 표현들

유념해야 할 일상 메타 표현

소통 법칙 14가지 (1. 오디오) - 호메로스, 소크라테스, 파스칼

17-1. 동일시가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

정서적으로 성숙한 사람의 징표 11가지 (1)

 

728x90
728x90

 

  9과. 규율과 기강은 어떻게?  

 

규율에 관한 얘기를 왜 이제야 꺼내나? 
아이들에겐 규칙이 필요해

규칙들에 관한 법칙
법칙 1, 2  

<중용의 미>와 4개의 색깔 지대.  
법칙 3, 4, 5 

처벌에 관한 물음 
불복종의 자연적인 후과와 조건적인 후과 

법칙 6. <기쁨의 영역>  
다루기 힘든 아이들  

한사코 말을 듣지 않는 원인 가지
그 이유를 알려면? 
네 가지 전략

 

여자애의 머리끄덩이 당기는 소년

 

앞의 여러 레슨에서 우리는 아이들의 감정과 심적 체험에 대해, 또 아이들 말을 듣고 경청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해 많이 얘기했다. 

이쯤에서 부모들에게 이런 답답함이나 조급함이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규율과 순종에 관해서는 언제 얘기하지? 사실, 아이들이 따라야 하는 규칙들이 있고, 부모의 요구 가운데 어떤 것은 군소리 없이 무조건 실행해야 하는 것도 있는데 말이야!” 

 

기펜레이터 여사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런 규칙들과 요구가 당연히 있고 이제 그걸 거론할 시간이 됐다고 말한다. 

“근데 왜 하필 지금에 와서야 거론하나?” 

여기엔 확실하고 타당한 이유가 있다.

즉, 아이의 감정과 심적 체험, 관심사와 요구를, 또 자기 자신의 그런 면들을 고려할 줄 모른다면 부모가 규율을 세우기는 어렵다. 앞에서 여러 수업을 거치면서 우리에겐 소통에 관해 새로운 지식과 솜씨라는 중요한 토대가 생겼다.

그것을 우리는 이번 단원에서 여러 차례 이용할 것이다. 

 

일부 부모들에겐 예상치 못한 것일 수 있는 하나의 ‘비밀’로 시작하겠다. 

아이들에겐 질서와 행동 규칙이 필요할 뿐 아니라, 그들 자신도 그것을 원하고 기다린다는 점! 

이것이 아이들 생활을 이해되고 예견되게 만들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만든다.

 

집을 떠나 어딘가 낯선 곳에 몇 시간 있게 된 젖먹이가 불안하여 보채고 예민하게 굴다가 집으로 돌아와 익숙한 상황에 들어서면 차분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분명히 안다. 아이들은 때로 어른들보다도 더 질서에 충실히 따를 자세가 돼 있다.

 

어린애가 엄마 손 잡고 현관을 나서다.

기펜레이터 여사가 언젠가 목격한 장면이 감동적이었다면서 소개한다. 

한 엄마가 두 돌이 채 안 된 아이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갔다. 현관을 나선 뒤 엄마가 열린 문을 닫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몇 발짝 걷다가 어린애가 뭔가 염려스럽다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고는 엄마 손에서 제 손을 뺀 뒤 앙기작거리며 현관문으로 다가가더니 제 딴엔 힘을 들여 문을 닫았다. 

아이의 얼굴에 안도의 빛 같은 것이 서렸다. 질서가 복구된 것이다. 그 순간 내가 보니까, 엄마 얼굴엔 당혹스러운 미소가 나타났다.

 

아이가 열린 현관을 보고 돌아가서 닫는다.

아이들의 건강한 ‘보수주의’를 엿볼 수 있는 다른 사례나 익숙한 것을 되풀이하려는 아이들의 갈망을 물론 다들 접했을 것이다. 이를테면, 엄마가 취학 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동화를 들려주는 것이 그렇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어떤 책이나 동화에 아이가 전혀 싫증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이는 그것을 다 외울 정도로 알고 있다 해도 듣고 또 들을 준비가 돼 있다. 그리고 텍스트에서 뭔가를 바꾸려고 해 보라. 곧장 항의나 반박이 튀어나올 것이다. 

“아니야, 엄마, 여길 빼먹었어. 건너뛰었어.”

“아니, 그 사람은 그게 아니라 이렇게 말했는데…”

 

기펜레이터 여사는 자신이 직접 겪은 경우를 소개하면서, 기존의 질서가 무너질 때 아이가 얼마나 흔들리고 심지어 놀라기까지 하는지 알 수 있다고 덧붙인다. 

 

친구 부부의 아이를 돌봐주기로 하다.

 

언젠가 세 살 된 여자애를 돌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어. 아이 부모는 나와 가까운 친구인데, 정말 오랜만에 둘이 연극을 보러 가기로 한 것이다. 그 이전에 난 그 아이를 자주 보진 않았지만, 아이가 상대하기 아주 까다로운 성격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는 나의 ‘심리학적 능력’을 고려했고, 나도 사실은 그랬다. 

“자, 뭔가 놀이를 하자꾸나. 예를 들어 집짓기를 해볼까!”
하고 내가 제안했다. 내 어린 시절 기억과 다른 아이들 노는 걸 관찰할 결과 나는 그 놀이를 아이가 좋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걸 어떻게 해요?” 아이가 수줍게 물었다. 

그래서 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열심히 시범 보였다. 의자 몇 개를 옮겨 한데 모으고 위에 이불을 씌웠다. 그 ‘집’ 안에 책상 램프를 또 놓으려고 했다. 

친구 부부의 어린 딸과 집짓기 놀이를 하다.

이때 아이의 울음 섞인 고함이 날카롭게 들렸다. 
“물건들을 다 당장 제자리에 둬!” 
소리치는 아이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이 부모는 집에서 그런 무질서를 결코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부모가 “안 돼” 하면서 뭔가를 금지할 때 그 이면에 자녀를 염려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은 직관적으로 느낀다. 한 소년은 부모가 자기를 전혀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왜냐하면 다른 집에서 다른 애들한테는 흔히 금지되는 것까지 포함하여 자기한테는 지나치게 많은 것을 허용하니까 그런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부모는 나한테 신경 쓸 여력이 없는 모양이에요.” 소년은 우울하게 결론을 내렸다.

 

이런 의문이 생긴다.

만약 주어진 질서와 일정한 행동 규칙 속에서 더 안전하게 보호받는다고 느낀다면, 그럼에도 왜 아이들은 이 질서와 규칙을 깨려고 드는 건가?

이런 모습을 부모들과 양육자들, 교사들은 어째서 늘 발견하며 불평을 하는 건가?

 

거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언뜻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다.

그 많은 이유를 우리는 이 레슨의 끝에 가서 얘기 나누고, 지금은 이것 하나만 알아두자. 즉...

아이들이 저항하는 것은 사실상 규칙 자체가 아니라 규칙을 '주입하는’ 방법이라는 점! (귀에 익숙한 이 단어가 이미 강제성을 가리키지 않는가).

 

그런 까닭에 우리의 의문을 달리 요약해 보자. 

저항과 충돌 없이 아이가 따르고 지킬 수 있는 규율을 어떻게 찾아야 하나?

그런 규율을 모든 부모가 꿈꾸고 있을 것이다. 이건 물론 아이들 키우는 데 가장 어렵고 섬세한 과제이다. 이 과제를 얼마나 잘 해내느냐에 따라, 아이가 내적으로 차분하게 집중되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자랄지 여부가 결정된다.

 

*  *  *

가정에서 충돌 없는 규율을 세우고 유지하게 돕는 법칙이 몇 가지 있다. 이건 규칙들에 관한 법칙 같은 것이라 하겠다.

 

법칙 1 - (제한, 요구, 금지 등의) 규정은 모든 아이의 생활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건 아이들을 가장 덜 화나게 하고 아이들과 충돌을 피하려고 부심하는 부모들이 기억하면 특히 유용하다. 그 결과 그들은 자기 아이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게 된다. 이건 허용되는 양육 스타일. 그 후과를 우리는 앞 단원에서 논의했다. 

(*참조: 자녀와 갈등 해소의 두 번째 비생산적인 방법 - 아이가 늘 이기는 것)

 

법칙 2 - (제한, 요구, 금지 등의) 규정은 지나치게 많으면 안 되고 유연해야 한다.

당신이 이해하다시피, 이 법칙은 아이를 마구 몰아세우는, 다른 극단적 경우에 대한 경고이다. 즉, 권위주의적 소통 스타일을 피하라는 뜻. 

(*참조: 자녀와 갈등 해소의 첫 번째 비생산적 방법 - 부모가 이기는 것)

 

이 두 법칙은... 아이가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

‘절대 하면 안 되는 것’

등의 문제를 결정할 때 부모에게 각별한 균형 감각과 지혜가 있어야 함을 전제로 한다.

 

*  *  *

지나치게 허용하는 스타일과 권위주의적 스타일 사이에서 최적의 포인트를 찾기 위해 아이 행동의 4가지 색깔 영역을 알아본다. 녹색 영역, 노란색 영역, 주황색 영역, 적색 영역 (미국 심리학자의 이 아이디어를 우린 좀 다듬고 보충하여 이용하자.)       

<계속>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관련 포스트:

7과. 부모의 감정은 어떻게 하나? (23)

아이를 칭찬하지 말라(?) (20)

<적극적 듣기> 특성과 대화 규칙 (15)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과잉 보호 (11)

아동의 근접발달 영역 확장과 자전거 타기 (8)

2과. 부모의... 도움인가, 간섭인가 (4)

1과. 조건 없는 수용이란? (2)

자녀와 소통, 어떻게? (1)

질책과 비난 섞지 않고 자기감정 드러내기 51

자신과 타인을 판단과 평가 없이 대하기 49

1부. 지붕 위에 사는 카를손 1. 카를손과 만나다

6. 카를손이 유령 놀이를 하다 (2-1)

루덩의 악마들 (1편 1)

루덩의 악마들 9편 5

도웰 교수의 머리 1장

삶의 법칙 30가지 (2-1)

목소리 오프 통신 6탄

부정적 경험 맛보게 하기 (13)

우정

수다쟁이 어린 딸

자장가 (a lullaby)

산중 메아리 (echo)

아이들의 스피치 준비

 

728x90
728x90

 

(8과. 자녀와 갈등, 건설적 해결 방법 계속)

부모들의 질문 

 

문: 우리 가정에서는 자녀와 갈등을 해소하는 데 비생산적인 방법 2가지만 주로 이용해 왔다. 건설적인 방법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면, 어떻게 적용해야 하나? 

 

답: 가족이 차분한 환경에서 다 함께 모여 대화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다.

서로의 생각과 요구와 주장을 조율하고 ‘합의하는’ 좋은 방법이 있다고 아이들에게 설명하, 이 방법대로 같이 해보자고 이끌라. 어른들은 아이가 하는 말을 정말 잘 들어보겠다고 마음가짐을 분명히 갖춰야 한다.

다시 강조하건대, 당신의 주된 도구요 조력자는 바로 <적극적 듣기>이다.  

외나무다리에서 마주친 염소 두 마리가 서로 자기 길을 고집하다.

문: 부모의 권위가 떨어지지는 않을까?

 

답: 권위권위주의라는 두 개념의 차이를 이야기해 보자.

파워를 지향하고 힘을 이용하여 다른 이들을 종속시키려는 사람을 권위주의자 혹은 독재적인 사람이라고 부른다. 권위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능력이나 공정성 등 개인적 자질을 인정함을 기반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친다.

 

어린애한테 부모란... 아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존재이다. 

어린애 눈에 아빠는... 가장 강하고 가장 현명하고 가장 공정한 사람이며, 엄마는 가장 예쁘고 가장 다정하고 가장 멋진 사람이다. 부모들이 아이한테 이런 권위를 지니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어른인데, 아이는 아직 작고 어리고 능력 없고 약하기 때문이다

 

그런 자연스러운 권위가 생후 처음 몇 해 아이에게 아주 많은 것을 준다. 아이는 행동거지, 말투, 입맛, 관점, 가치관, 도덕규범 등 모든 것을 부모한테서 무의식적으로 흡수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힘의 균형이 달라진다. 아이들과 부모들의 가능성이나 능력이 필연적으로 균등해진다. 아들이 처리하는 과제를 어떻게 하는지 이젠 아빠가 모를 수 있고, 엄마가 딸만큼 책을 많이 읽지 못할 수가 있다. 

먼저 인생을 살고 여러 경험을 거쳤기 때문에 형성된, 부모의 권위가 토대를 잃게 될 때 위기 순간이 찾아든다.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나나?

 

부모들은 합당한 권위와 권위주의 사이에서 극적인 선택에 직면한다. 

권위주의의 길은 완전히 막다른 길이다. 무조건적인 복종과 처벌 위협으로 꾸려 오던 파워가 작동하기를 멈춘다. 아이가 조만간 자신의 독자성을, 자신의 욕구와 목적 실현 권리를 위한 투쟁에 나서면서 젊은 에너지를 다 동원하여 싸운다. 부모 자식 간에 간혹 노골적인 전쟁에 이르기도 한다. 이 길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되돌아가기가 불가능하다는 느낌.   

 

우리가 보기에 선택은 하나밖에 없다. 어떤 선택이냐고? 

아이를 윽박지르고 억누르는 방법은 희망이 없고 조만간 관계 결렬로 이어진다. 만약 금지와 압박, 지시에 의존하기 시작한다면, 그렇게 하는 어른은 (아이가 어렸을 때 누리던) 권위를 잃는다. 만약 힘과 연륜의 모델로 남는다면... 그러나 지시하는 힘이 아니라 정신적인 힘, 또 기계적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지혜로운 행동으로 이뤄지는 연륜의 모델로 남는다면... 그 어른은 권위를 계속 유지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아본 방법은 당신과 자녀가 힘겨운 상황에 처했을 때 지혜를 드러내게 돕는 동시에, 당신을 권위주의라는 위험한 굴레에 빠지지 않게 한다. 

 

문: 갈등의 건설적 해결 과정에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드는 것은 아닌가? 

 

답: 사실 여기서는 ‘군대식으로’, 명령 하나로 되는 건 아무 것도 없다. 10분이든 때론 30분이든 시간을 들여야 된다. 그러나... 

1) 이 시간이 공연히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얻는 시간임을 알도록 하라. 아이들과 온 가족이 이 시간에 소중한 소통의 경험을 얻는다. 

2)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그건 언제고 (다시) 불거질 것이다. 그때 결실 없는 입씨름과 언쟁에 들어가는 시간은 그 합리적 해결에 필요한 시간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3) 많은 부모들이 주목하는 사실이 있다. 즉, 올바른 방법을 적용하면서 이런저런 갈등이 갈수록 줄어들고 더 빨리 해결되기 시작한다

낫이 돌에 부닥치다.

문: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답: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지 못할까 하는 우려는 대체로 확인된 바 없다. 이런 우려가 생기는 것은 사실 자연스럽다. ‘낫이 돌에 부닥치는’ 것을 외부에서 관찰한다면 걱정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우리 방법은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관심사를 전제하기 때문에, 합의에 이르려고 서로 자극 받으며 창의성을 발휘하려 든다.  

 

문: 아이가 위험에 처해 있는데도 자기주장을 고집한다면 어떻게 하나? 그래도 끝까지 함께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나? 

 

답: 아이의 생명이 당신 행동의 긴급성에 달려 있다면, 당연히 반박을 허용하지 말고 강력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이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위험을 예방하는 주요 수단으로서 지시와 금지는 적합하지 않다. 

 

다음과 같은 물음을 두고 종종 뜨거운 논쟁이 벌어진다. 즉, "안 돼" 하고 금지해도 아이가 말을 듣지 않고 뜨거운 촛불로 자꾸 손을 뻗는다면, 어떡해야 하나? 어떤 부모들은 억지로라도 손을 못 뻗게 해야 한다고 여기고, 또 어떤 부모들은 정 그렇다면 아이가 뜨거운 맛을 좀 보도록 놔둬야 한다고 여긴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가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때가 있지 않나? 그런데 아이가 더 커갈수록, 어떤 (특히 쓰라린) 경험을 얻는 데 드는 대가가 더 비싸게 먹힌다는 점은 분명한 듯싶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은가? 

 

여기에 보편적인 답은 물론 없다. 그러나 아이를 당장의 위험에서 든든히 보호하는 바람에 우리는 어쩌면 아이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점을 기억하자. 무슨 소리냐고? 바로...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아이가 자기 행동에 책임질 기회를 빼앗는 셈이니까 말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갈등의 해결책을 아이와 함께 건설적으로 이끌어내서 잘 실천한다면, 그 자체로 아이한테는 경계심과 조심성을 키우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문: 아이들 사이에서 갈등이 달아오르면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답: 아이들이 서로 고함 지르면서 다툴 때 부모가 덩달아 “당장 그만두지 못해?!”, “둘 다 이제 따끔하게 혼내야겠어!” 하고 목소리 높이는 것이 가장 나쁘다. 또 대개는 더 어린 아이를 역성들기 쉬운데, 이건 더 나쁠 것이다. 왜냐하면 자꾸 그렇게 하다 보면 동생은 버릇이 나빠지고 형이나 언니는 질투와 원망을 품을 수 있으니까.  

아이들이 싸우는 경우 대체로 아이들 스스로 자신을 알고 상황을 파악하게끔 놔두는 게 나쁘지 않다. 이런 식으로 <나-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집안에서 그런 고함이 터지는 것을 난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아이들이 자기네 일을 스스로 다루고 해결하는 걸 좋아해."

 

하지만 아이들 갈등 해결에 부모가 중재자로 끼어드는 경우가 있다. 이때 건설적인 방법이 아주 유용하게 작동한다. 물론 먼저 양측의 얘기를 경청할 필요가 있는데, 이때 다음 원칙을 지키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즉, 그 순간 당신이 한 아이의 얘기를 듣고 그 아이의 문제를 당신이 잘 알게 됐음을 그 아이가 감지하게 했다면, 다른 아이한테도 곧 그의 얘기 역시 주의 깊게 들을 것임을 어떤 식으로든 알게 하라

다른 아이는 당신 대화의 톤을 아주 예민하게 살피면서 당신 목소리에 나무라는 기색이 없고 음색이 다정하다면 당신이 자기의 ‘적수’에게 공감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음에 조심하라. 따라서 한 아이의 심적 체험을 경청하면서, 다른 아이에게는 눈길이나 고갯짓, 터치 등으로 “네가 있는 것도 알아, 곧 네 얘기를 주의 깊게 들을 거야” 하는 비언어적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 좋다.  

 

오누이가 욕실을 더럽혔다고 서로 다투는 걸 아빠가 듣는다.

아이들과 그런 대화 사례를 살펴보자. 

아빠: 얘들아, 내가 지금 욕실을 쓰려고 보니까 정말 어수선해서 기분이 안 좋았다. 수건이 여기저기 널려 있고 바닥에 물이 흥건하고 욕조도 닦지 않고… (<나-메시지>).

영애: 그건 다 철수가 그런 거야. 얘는 치우고 정리하는 법이 없어요!

철수 (화가 나서): 아니야, 니가 거기다 다 늘어놨잖아!

영애: 아니, 니가 그랬다!

철수: 아니, 너야!

다투는 오누이한테 엄마가 다가온다.

 

엄마: 이런 장면은 내 마음에 안 든다. (<나-메시지>). 영애야, 네가 쓰고 난 뒤에는 욕실이 깨끗했다고 말하고 싶은 거구나. (적극적 듣기

영애: 아, 아주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철수가 쓰고 난 뒤 같지는 않았어. 

철수: 바로 그거야, ‘아주 깨끗하지는 않았다’는 거야!

 

엄마: 철수야, 이제 네 얘기를 들어보자꾸나. 그러니까 너도 뭔가를 치우지 않았다는 뜻이구나. (계속 적극적 듣기

영애: 응, 뭔가를 안 치웠을 거야. 

엄마 (철수에게): 철수야, 너한테 모든 걸 다 떠넘기면 화가 나겠지. (철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즉, 각자 조금씩 어지럽혔다고 인정한 것으로 난 이해했다. (들은 얘기를 엄마가 요약한다.) 이제 아빠가 욕실 들어가시기에 기분이 안 좋아 (아빠 이야기의 적극적 듣기), 나도 그렇고 (<나-메시지>). 자, 그럼 이제 어떡하지? (서로의 이야기를 다 듣고 열기가 좀 가라앉을 때 핵심 질문). 

철수: 각자가 자기 것을 치우게 해요. (엄마는 아이들 중 누군가가 뭔가를 제시하기를 기다렸다.) 

엄마: 그러면 널린 양말과 철벅이는 물에 ‘철수’와 ‘영애’ 이름을 붙일까? (유머감각은 상황을 푸는 데 흔히 크게 도움 돼.) 

철수 (웃으면서): 아, 그 정도는 아니고.

영애: 내가 바닥과 욕조를 닦겠어, 철수가 나머지를 다 치우라고 하지. (또 하나의 제시).

철수: 좋아, 난 동의해.

엄마: 흠, 이 결정에 다들 만족하는 것 같구나. 그럼, 언제 할래, 지금? 아니면 저녁 먹고 나서? (해결책/결정의 구체화

철수: 뭐, 지금 당장 하자. (영애가 고개 끄덕인다.) 근데 ‘나머지를 다 치운다’는 게 무슨 뜻이야?

엄마: 가서 보자꾸나. (다 함께 간다.) 네가 보기에 여기서 뭘 해야겠니? 

철수: 수건, 양말들… 또 비누와 목욕 타월… (해결책의 구체화.)

 

오누이가 서로 이해하고 함께 청소한다.

아이들이 욕실 청소를 금방 마치고 사이좋게 저녁을 먹는다.

자칫 소란을 일으킬 뻔한 사건은 잊히고, 아이들은 갈등을 윈윈으로 해결하는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관련 포스트:

8과. 자녀와 갈등 해소 방법 (27)

외적 수단으로 아이의 일을 돕기 (10)

좀도둑들을 골려 주다 (5장. 2-2)

자녀와 소통, 어떻게? (1)

10단계. 혼자서 행복할 수 있는 사람만이 다른 이들과도... 47

루덩의 악마들 6편 1

도웰 교수의 머리 17, 18장

삶의 법칙 30 가지 (2-2)

신체언어 1주일 완성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3)

(62) 면접 대비

(49) 호칭과 지칭

선동과 도발에 넘어가지 않기

협상(교섭)의 특성과 단계

(25) 불만과 불행을 털어내기

(23) 무자각의 수준

사르트르의 <출구 없는 방> 소개

프로이트의 실언 (2)

 

728x90
728x90

 

(자녀와 갈등, 해소 방법 5단계) 

 

* * *

 

갈등을 잘 해소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알고 보니, 그 어느 쪽도 졌다는 느낌에 시달릴 필요 없이 양측이 다 승리하는 길이 있다. 

 

이 방법을 자세히 살펴보자. 

자녀와 갈등 - 부모와 자녀가 다 이기는 방법
자녀와 갈등을 생산적으로 해소하는 방법 - 부모와 아이, 양측이 다 이기는 것.

 

이 방법은 두 가지 소통 기법을 기반으로 한다. 적극적 듣기와 <나-메시지>.

그런 만큼 앞의 레슨에서 우리가 다룬 것을 전부 확실히 습득하는 게 중요하다. 

갈등이 없고 덜 복잡한 상황에서... 아이의 얘기를 잘 들을 수 있는지, 당신의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는지, 먼저 확인부터 한 뒤에 좀 더 복잡한 상황으로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 방법에는 몇 가지 연속적인 단계가 전제된다.

이 단계를 먼저 열거한 뒤, 각 단계를 하나씩 자세히 알아본다. 

1. 갈등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기 
2. 여러 제안을 취합하기
3. 취합한 제안들을 평가하여 채택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을 선택
4. 해결책이나 결정을 세부적으로 구체화
5. 결정 사항을 실행하고 확인.

 

1단계: 갈등 상황 규명 

 

먼저 부모가 아이의 얘기를 듣는다. 아이의 문제가 무엇인지, 즉, 아이가 무엇을 원하고 원치 않는지, 아이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중요한지, 아이가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등을 알아본다. 

부모는 이걸 적극적 듣기 스타일로 수행한다. 즉, 아이의 바람이나 요구, 어려움에 반드시 공명(鳴)한다. 그 뒤 부모가 (엄마나 아빠가) 자신의 바람이나 요구, 문제를 밝히는데, <나-메시지> 형식을 이용한다. 

 

앞의 사례 가운데 딸에게 식빵 사다 달라는 상황을 다시 보자. 

 

엄마: 영희야, 가게에 가서 식빵 좀 사다 주렴. 손님들이 곧 오는데 내가 할 일이 많구나!

딸: 아, 엄마, 난 지금 동아리에 나가야 돼!

엄마: 모임이 있는데, 늦고 싶지 않구나. (적극적 듣기)

딸: 응, 이제 워밍업이 시작되는데, 그걸 놓치면 안 돼.

엄마: 넌 늦으면 안 되는구나… (적극적 듣기). 한데 나도 지금 힘든 상황이니… 손님들은 이제 막 도착할 텐데, 빵이 없네! (<나-메시지>) 어떡하지? (2단계로 전환.) 

 

다시 강조하건대, 아이의 얘기를 경청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당신이 아이가 처한 상황과 문제를 잘 듣고 있음을 아이가 확인하게 되면, 아이는 당신 얘기를 훨씬 더 잘 받아들일 마음을 가지며 또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 들게 될 것이다. 

 

어른이 아이의 얘기를 적극적으로 듣기 시작하는 순간, 그렇지 않은 경우 자칫 커질 수 있는 충돌의 예리함이 곧 무뎌지는 경우가 많다. 적극적으로 듣기 시작하면서, 처음엔 별 생각 없이 '아망'으로 치부하던 것을 부모가 이젠 눈길 돌릴 만한 (아이의) 문제로 인식하게 되며, 이때 비로소 아이와 접촉할 준비가 되는 것이다. 

 

새해 전날 아빠와 열네 살 된 아들이 언쟁을 벌였다. 섣달그뭄 저녁이며 겨울방학 일부가 망쳤다. 발단은 아주 사소한 것이었다. 아빠가 샤워를 하라고 하는데 아들이 거부한 것. 

  

아들에게 샤워하라고 하는데 아들이 거부하다.

 

샤워하라는 말을 안 듣는 아들을 아빠가 억지로 욕실에 밀어넣다.

  

이 충돌을 나중에 얘기하면서 아빠는 당혹스러워했다. 

그런 일이 우리집에서 문제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하지만 그때는 뭔가가 매끄럽지 못했지요. 글쎄, 내가 지나치게 엄하게 지시를 했나? 아니면 적절하지 못한 순간에 그렇게 했나?
어떻든 그 다음엔 아이가 안 하겠다고 버티면서 성질도 부렸는데, 내가 보기엔 그게 다 괜한 오기인 듯해서 나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결국 아이를 억지로 욕실에 집어넣고 한 시간 동안 문을 잠갔어요. 아이가 물론 씻긴 했지만, 그 뒤 며칠 동안 우린 서로 소 닭 보듯이 했어요. 

 

자신의 독자성을 지키고자 하는 아들의 갈망을 아빠는 (나중에!) 정확히 짚었다. 그리고 아들의 독자성을 간과하여 불거진 갈등을 (일단은 부모가 이기는) 비생산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고 말았다. 

– 그 순간 아들 얘기를 적극적으로 들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 아, 그러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겠지요. 아이가 그렇게 고집 부리지 않았을 테고, 나도 아이를 그다지 심하게 윽박지르지 않았을 거예요. 

 

여러분이 기억하다시피, 아이 얘기를 적극적으로 듣고 나서 부모의 바람이나 요구, 문제를 아이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이건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부모가 처한 상황과 겪고 있는 심적 체험을 아이가 더 많이 더 정확하게 아는 것은... 당신이 아이의 그것을 그렇게 하는 것 못지않게 아주 중요하다. 

 

당신의 언급이 <너-메시지>가 아니라 <나-메시지> 형식을 띠었는지 확인해 보라. 예를 들어,

– 집안일을 나 혼자 꾸리기가 힘들고 속상해요. (“남편과 아이들은 모든 걸 나한테 떠넘겼어” 대신) 

– 난 그렇게 빨리 걷기 힘들어. (“넌 왜 나보다 한참 앞서 가니, 넌 왜 그렇게 빨리 걷니” 대신).

– 이 프로그램을 난 목이 빠지게 기다렸단다. (“이걸 내가 매일 본다는 걸 넌 모르냐?” 대신).

 

갈등 상황에서 정확한 <나-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도 중요하다. 즉, 어른은 자신의 어떤 욕구가 아이의 행동이나 갈망 실현 때문에 침해당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용돈을 모아 캔디를 사려는 아들에게 부모가 다른 물건을 사라고 강요하다.

예를 들어, 철수는 부모가 준 용돈을 착실히 모았고, 이제 그 돈으로 캔디와 우표를 사기로 했다. 하지만 부모는 캔디 대신에 배드민턴 채 같이 다른 물건을 사라고 한다. 아이와 부모가 각각 제 주장을 고집한다. 결국 서로 질책하고 상처 주고 말다툼으로 끝났다. 

 

부모가 옳았을까? 아니다!

물어보자, 철수가 캔디와 우표를 산다고 해서 부모의 어떤 욕구가 침해되나? 아니다!

즉, 갈등의 근거가 전혀 없는데 불필요하게 갈등을 일으킨 것이다.

 

안타깝게도... 아이가 뭔가를 하려 할 때, 하고 싶어 할 때,

“(내가)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야!”

하는 생각에 빠져서 일방적으로 금하거나 반대하는 부모가 상당히 많다. 안 되는 이유를 아이가 묻거나 궁금하게 여기면,

“너한테 일일이 설명할 의무는 없어!”

하고 마무리 짓는다

 

한데 적어도 자기 자신에게 설명해 본다면? 그러면...

이 “안 돼” 하는 말 이면에는 부모의 파워를 과시하거나 부모로서의 권위를 내세우려는 욕망 이외엔 아무 것도 없음이 드러날 것이다. 파워와 권위에 대해서는 잠시 뒤 질의응답에서 얘기 나누고 지금은 이 방법의 여러 단계를 계속 분석하자. 

 

2단계: 여러 제안을 취합하기 

 

이번 단계는 이런 물음으로 시작된다.  

"그럼, 우린 어떡하지?"

"우리가 무엇을 궁리해야 하나?"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이런 물음이 나온 뒤 반드시 기다리면서 아이가 먼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게 하고, 그다음에 비로소 당신의 버전을 내놓아야 한다. 이때 아이가 내놓은 해결책이 당신에겐 아주 터무니없어 보이는 것이라 해도 그 자리에서 부정하거나 반박하거나 거부해서는 안 된다. 일단은 갖가지 제안을 모아 ‘바구니’에 담아 둔다. 제안이 많다면, 기록해도 좋겠다.  

 

우리 세미나에서 한 부인이 들려준 사례.

엄마가 아들이며 아들 친구와 상의하다.

퇴근하여 집에 와 보니 12세 아들 철수가 친구 영호와 같이 공부하고 있었다. 두 아이가 엄마에게 밤 11시에 시작하는 티브이 프로그램이 재미있으니까 보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영호의 부모는 아이가 친구 집에서 자는 걸 허락했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는 아주 피곤해서 10시에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마침 티브이가 엄마 방에 있었다. 게다가 아이들은 아침에 학교에 가야 하고, 밤 늦은 시간에 티브이를 보느라 생활 리듬을 깨뜨리면 안 될 듯싶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엄마는 갈등 상황을 건설적인 방법으로 해결해 보기로 했다. 아이들 얘기를 주의 깊게 듣고... 자신의 우려를 얘기하고 나서... “그럼, 어떻게 하지?” 하고 물었다.  

 

두 아이가 해결책을 몇 가지 내놓았다. 

1. 영호 집에서 티브이 보게 허락해 달라고 영호 부모에게 부탁하기

2. 함께 티브이를 본 뒤 영호가 집에 가기

3. 엄마와 철수가 방을 바꾸면 아이들이 엄마 방해 안 되게 티브이를 볼 수 있다. 

4. 11시까지 같이 놀다가 잠자리에 들기. 영호도 자기 집으로 안 가고 남는다. 

 

엄마의 제안은 이랬다. 

5. 아이들이 10시까지 놀다가 함께 잠자리에 든다. 

6. 아이들이 영호네 집에 가서 묵는다. 

7. 각자 자기 집에서 잔다. 

8. 아이들이 10시에 잠자리에 들지만, 엄마가 아이들이 책을 읽게 허락한다. 

 

아이들의 제안 가운데 어떤 것은 (예를 들어, 2번은) 처음부터 엄마가 보기엔 적절하지 않은데, 그럼에도 엄마가 그걸 지적하고 싶은 유혹을 꾹 참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러 제안을 다 모은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3단계: 취합한 제안들을 평가하여 채택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을 선택

 

이번 단계에서는 여러 제안을 함께 의논한다. 이때 양측은 상대의 이해관계를 이미 알고 있으며, 앞의 두 단계를 거치는 동안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우리가 살펴보는 사례에서 이 3단계는 이렇게 진행됐다. 

 

1번 제안은... 영호 부모가 반대했기에 저절로 무효가 됐다. 

2번 제안은 엄마가 일방적으로 물러서야 하니까 바람직하지 못해. 

3번 제안대로 하면 엄마가 아주 불편해진다. 자기 침대에서 자는 데 익숙해졌으니까. 게다가 엄마는 잠들기 전에 책을 읽는 편인데 철수 방에는 스탠드가 없어. 불이 환하게 켜진 전체 조명에서는 엄마한테 두통이 생겨. 곁들여서 철수가 영호에게 말하길, "밤늦게 티브이 앞에 있다 보면 난 잠들 거야." 

4번 제안에 엄마가 반대하지 않는다. 철수가 티브이를 자기 방으로 가져오자고 자기 생각을 키운다. 영호가 "그래, 그리고 우린 이어폰을 끼는 거야" 하고 맞장구를 친다. 

 

5번 제안대로 하면, 아이들 뜻이 다 꺾인다. 

6번 제안은... 영호가 자기 부모에게 전화해서 물었더니, 엄마가 밤늦게 자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7번 제안에는 아이들이 불만이다. “우린 함께 있고 싶어요.” 

8번 제안에 아이들의 반응. "그렇게 할 수야 있지만, 책을 읽는 대신 철수 방에서 노는 게 더 좋겠어요." 

 

세 사람이 이리저리 의논 끝에 결국 4번 제안이 선택된다. 

만약 (이 경우처럼) 최선책 선택 과정에 여러 사람이 참여한다면 만장일치 채택이 가장 좋다. 

이 사례는 이 엄마가 건설적인 갈등 해결 방법을 처음 적용해 본 것인데, 상당히 잘 이끌었다는 점에 주목하자. 

 

이 세 사람이 합의한 결정을 좋아하지 않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건 아이들이 늦게 잠자리에 든다는 뜻이지 않는가!" 하지만 우리는 이 해결책이 좋은지 여부를 따지지는 말자. 그보다는 이 결정에 이른 과정을 주목하고, 여기서 몇 가지 긍정적인 면을 도출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1) 참여자들이 다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했음이 보인다. 
2) 다들 다른 사람의 제안을 잘 이해했다. 
3) 당사자들 간에 짜증이나 서운함이 생기지 않았어. 그 반대로, 우호적인 관계가 유지됐다. 
4) 아이들이 자기네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새삼 인식하게 될 기회가 주어졌다. 예를 들어, 알고 보니 둘에게는 티브이 보는 것보다는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더라. 
끝으로 5) ‘자칫 충돌하고 어느 한쪽의 불만을 일으킬 수 있는, 까다로운’ 문제를 어떻게 함께 해결하는지, 아이들이 아주 잘 배웠다. 

 

이런 상황을 반복하면...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하는 데 아이들이 익숙해진다는 것을 여러 부모의 실전이 잘 보여주고 있다.  

 

4단계: 해결책이나 결정을 세부적으로 구체화

  

이렇게 가정해 보자. 아들이 혼자 일어나고 아침 먹고 학교에 갈 만큼 이미 컸다고 가족이 결정했다. 그러면 엄마가 이른 아침부터 허둥대지 않고 느긋하게 좀 더 잠을 잘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결정했다고 해서 나머지 다른 일이 다 저절로 이뤄지거나 해결되는 건 아니다. 아이에게 자명종 사용법을 가르치고, 음식이 어디에 놓여 있으며 어떻게 데워야 하는지 등을 알려줘야 한다

 

5단계: 결정 사항을 실행하고 확인

 

이런 예를 들자. 엄마의 가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식구들이 집안일을 조금씩 더 많이 나누어 하기로 결정했다. 앞에서 알아본 단계를 다 거쳐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 사항을 종이에 적어 벽에 붙여 두면 좋을 것이다. (4단계 참조)

큰아들은 쓰레기통 비우기, 저녁마다 설거지하기, 자기 방 청소하기, 동생을 유치원에서 데려오기 같은 일을 맡았다고 가정하자. 만약 큰아들이 이런 일을 예전에 해본 적이 많지 않다면 처음엔 잘 안 될 수도 있다. 

 

의논 끝에 내린 결정 사항을 아이가 실행하도록 지켜보고 격려한다.

 

그런 점을 감안하여, 제대로 하지 못한다거나 잘 안 될 때마다 아이를 탓하지는 말라. 며칠 기다리는 게 더 좋다. 그리고 아이와 당신에게 시간이 있고 서로 마음 편한 순간에 물어보라. “일이 어때? 잘 되고 있니?” 

잘 되지 않는 것을 아이가 스스로 말한다면, (부모 입에서 나오는 지적보다) 훨씬 더 좋아. 

어쩌면 잘 안 된 일이 아주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아이 생각에 무엇 때문에 그런지 원인을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또 어쩌면 뭔가를 아직 익히지 않았거나 어떤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혹은 아이가 다른, ‘더 책임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할 수도 있겠다.  

 

결론적으로 다시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방법은 부모와 자녀 그 누구에게도 일방적으로 물러서거나 진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이 방법을 적용하면 외려 맨 처음부터 구성원들이 서로 협조하게 되어 결국엔 다 승리자가 된다.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관련 포스트: 

'무조건 수용'을 가로막는 원인 (3)

자녀와 소통, 어떻게? (1)

10단계. 혼자서 행복할 수 있는 사람만이 다른 이들과도... 47

루덩의 악마들 6편 1

삶의 법칙 30 가지 (2-2)

(62) 면접 대비

(49) 호칭과 지칭

선동과 도발에 넘어가지 않기

소통을 가로막는 감정적 장벽

붙임성 테스트

비즈니스 협상 진행 기법 (3)

(25) 불만과 불행을 털어내기

루덩의 악마들 11편 1

인지 편향 (1)

엄마 말 안 듣는 아이

상대방 얘기를 들으면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순한 사람조차 화나게 하는 말

좋은 소통의 담보 7가지

비언어적 소통

 

728x90
728x90

 

  Lesson 5. 아이가 하는 얘기를 잘 듣는 방법  

 

‘적극적 듣기’란 무엇이고 언제 아이의 말을 경청해야 하나? 
여러 사례
적극적 듣기의 보충 원칙들
올바른지를 아는 방법. (적극적 듣기의 결과 셋)
또 두 가지 놀라운 결과
가정에서 수행할 과제 
부모들의 질문

 

아이의 얘기를 잘 듣기

 

아이가 힘들어하는 원인이 아이의 감정 영역에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그 감정 측면을 도외시한 채 뭔가를 가르치고 방법을 일러주고 방향을 제시하는 등의 행동으로는 아이를 제대로 돕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경우 가장 좋은 것은…

아이 말을 주의 깊게 듣기

사실 우리는/부모들은 그것과 다른 쪽에 익숙해 있다. 아이가 하는 말을 건성으로 듣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리학자들이 '도와주는 듣기'라는 방법을 알아내고 그 이점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는 달리 <적극적 듣기>라고 부른다. 아이의 말을 적극적으로 듣는다는 건 무슨 뜻? 

상황을 몇 가지 접해 보자. 

 

엄마가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데, 세 살 된 아들이 눈물 흘리며 달려온다. 

“저 애가 내 장난감을 빼앗았어!” 

세 살 된 아들이 장난감을 빼앗기고 울면서 엄마한테 오다.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화가 나서 가방을 내던지고,

그 이유를 묻는 아빠에게 “학교 안 다닐래요!” 하고 쏘아붙인다.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화를 내며 책가방을 내팽개친다.

 

딸이 나가 놀려고 한다. 바깥이 추우니까 보온을 잘 해야 한다고 엄마가 털모자를 건네지만,

딸은 “그 모자는 보기 흉해” 하면서 쓰기를 거부한다. 

 

추운 날 바깥에 나가는 딸에게 모자를 주지만 보기 흉하다고 거부한다.

 

아이가 화가 나 있거나 풀 죽어 있을 때, 시험을 망쳤거나 뭔가를 실패했을 때, 아이가 마음의 상처를 입거나 부끄러워하거나 무서워할 때, 아이한테 누군가가 거칠거나 부당하게 대했을 때, 나아가서 아이가 그냥 아주 피곤할 때도...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신이 아이의 마음 상태를 (혹은 심적 경험을) 이해하고 있으며 아이가 하는 얘기에 '귀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아이가 느끼고 알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당신이 보기에 아이가 지금 무엇을 느끼며 어떤 마음 상태에 있는지를 일컫는 것이 가장 좋다고 기펜레이터 여사는 권장한다. 즉, 아이의 느낌이나 심적 체험을 ‘적절하게 이름 붙여서’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시 간단히 말해서, 
아이에게 어떤 감정적인 문제가 있다면, 아이가 하는 얘기를 적극적으로 들어야 한다. 

아이의 얘기를 적극적으로 듣는다는 것은...
아이가 당신에게 전하고 알린 상태나 상황을 대화 중에 아이한테 ‘되돌려 주면서’
아이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뜻. 달리 말해, 아이의 느낌과 감정 상태를 최대한 알아주며, 알아주고 있다고 아이한테 표시하는 것. 

  

앞의 사례들로 돌아가서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어떻게 부르는지 보자. 

 

아들: 저 애가 내 장난감을 빼앗았어!

엄마: 그래서 네가 아주 속상하고 저 애한테 화가 났구나.

 

아들: 난 이제 학교에 안 갈래!

아빠: 넌 학교 다니기를 더 이상 원치 않는구나

 

딸: 이 흉한 모자를 안 쓸래!

엄마: 넌 그 모자를 아주 싫어하는구나.

 

이 대목에서 곧장 토를 달자면, 저런 식의 응답이 당신에게는 십중팔구 이상하고 심지어 부자연스럽게 보이리라. 그보다는 이렇게 대답하는 게 훨씬 더 쉽고 익숙했을 것이다. 

 

– 괜찮아, 저 애가 좀 가지고 놀다가 돌려줄 거야…

– 학교를 안 다니겠다니, 무슨 소리야?!

– 변덕 좀 그만 부려라, 이 모자가 뭐가 어때서 그래?!

 

이런 식의 (지금까지 익숙하게 써 오던) 대응 방식이 다 괜찮아 보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엔 공통된 결함이 한 가지 들어 있다. 바로, 아이를 아이가 겪은 심적 체험과 (마음 상태와) 따로 떼어 놓는 것

이 상태를 도외시한 채 조언이나 충고나 지적을 한다면, 그걸 아무리 우호적인 말투로 건넨다 해도 결국 아이의 심적 경험은 중시하지 않고 고려하지 않는다고 아이한테 알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충분한 '역지사지'가 어렵고, 그 결과 아이한테 자기를 잘 이해한다는 느낌을 주기 어렵다. 그러면... 관계가 소원해지기 쉽다. 

 

이와 달리 <적극적 듣기> 방법에 따라 응답하는 경우, 아이의 내면 상태를 이해하며 더 자세히 들은 뒤 그 상태를 더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음을 아이가 알게 하는 것이다. 

아이의 감정 상태에 부모가 액면 고대로 공감하고 그렇다는 점을 내보일 때, 아이는 아주 특별한 인상을 받게 된다. (이 공감은 부모 자신에게도 큰 인상을 일으킨다. 이에 관해서는 잠시 뒤에 소개한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느낌에 차분하게 ‘공명하려고’ 처음 시도하면서 뜻밖의 결과를, 때론 놀라운 결과를 접한다고 얘기한다. 두 가지 실제 경우를 보자. 

방안이 어수선한 딸의 마음을 엄마가 알아주다

엄마가 딸아이 방에 들어와 보니 방이 아주 어수선하다.
엄마: 은총아, 아직 방을 치우지 않았니?
딸: 아, 조금 있다가 할게요, 엄마.
엄마: 지금은 치울 마음이 크지 않구나. 
딸 (갑자기 엄마 목을 껴안으며): 엄마, 내 마음을 어찌 그리 잘 알아요?!

 

일곱 살 된 소년의 아빠가 들려준 또 다른 케이스는 이렇다. 

일곱 살 소년이 아빠 손을 잡고 발길을 재촉하다.

아들과 둘이 버스를 타려고 서둘렀다. 막차여서 늦으면 절대 안 돼. 가는 길에 아들이 초콜릿을 사 달라고 했지만, 아빠가 들어주지 않았다. 그러자 마음 상한 아들이 아빠의 바쁜 길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일부러 느릿느릿 걷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심지어 무슨 핑계를 대면서 발길을 멈추기도 하더라. 아빠가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차 시간에 늦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어린 아들을 억지로 끌고 가고 싶지도 않았어.

이때 그가 (지금 이 대목에서 다루는) 우리의 조언을 떠올렸다. 
민영아, 초콜릿을 사주지 않아서 기분이 상했구나, 그리고 기분이 상해서 아빠한테 화도 났구.” 
그 결과 아빠가 전혀 예상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아이가 문득 아빠 손을 다정하게 잡았고
, 둘은 정류장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물론 갈등이 언제나 그렇게 빨리 해소되지는 않는다. 때론, 엄마나 아빠가 얘기를 잘 듣고 이해할 준비가 돼 있음을 느끼고 아이가 자기한테 일어난 일을 기꺼이 계속 얘기할 때도 있다. 어른은 그저 적극적으로 듣기만 하면 된다. 

 

좀 더 긴 이야기를 사례로 든다. 여기서 엄마는 울고 있는 아이와 얘기 나누면서... <계속> 

 

관련 포스트: 

4과. 아이가 원치 않을 때는? (9)

아동의 근접발달 영역 확장과 자전거 타기 (8)

3과. "우리, 함께 해 볼까?" (6)

도움을 청하지 않는 한 아이 일에 끼어들지 않는다 (5)

'무조건 수용'을 가로막는 원인 (3)

1과. 조건 없는 수용이란? (2)

자녀와 소통, 어떻게? (1)

1부. 지붕 위에 사는 카를손 1. 카를손과 만나다

4. 카를손이 내기를 걸다 (2-1)

사람과 물건

질책과 비난 섞지 않고 자기감정 드러내기 51

관계에 고요와 평정의 공간 들이기 위해 경청을. 50

자신과 타인을 판단과 평가 없이 대하기 49

(68) Self-control

(67) 자기 기분 조율하기

목소리와 여성 이미지

소통에서 말투의 중요성

퍼블릭 스피킹(20) 경청 기법

들을 줄 안다는 것 1

당신의 경청 수준은?

 

728x90
728x90

 

  4과. “아이가 원치 않으면?”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아
말투와 고압적인 지시
동등하게. 외적 수단들. 누가 기차에 탈까? 
물살 거스르는 보트. 충돌 피하려면? 
규칙 3: 아이들에게 책임을 전달하기. 부모들의 우려
규칙 4: 아이들이 실수를 경험하게 한다
가정에서 수행할 과제 
부모들의 질문.

 

부모와 자녀가 같이 하는 작업은 한 단원에서 따로 다룰 만큼 중요한 주제이다. 

상호 접촉의 어려움과 갈등, 또 그것을 피하는 방법에 관해 먼저 얘기하자. 

 

어른들을 궁지에 몰아넣는, 전형적인 문제들로 시작하자. 

스스로 해야 할 많은 일을 아이가 완전히 습득했다. 그래서 흩어진 장난감들을 상자에 모아 넣거나 자기 잠자리를 정리하거나 전날 저녁에 교과서 등속을 가방에 챙기기 등을 아이는 이미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그런 걸 한사코 하지 않으려고 한다!

장난감을 정리하거나 책가방 챙기기를 스스로 할 수 있는데도 아이가 한사코 하려 들지 않는다.

 

그런 경우에 어떻게 하지? 그런 것도 부모가 거들어줘야 하나?” 하고 부모들이 묻는다.

아닐 수도 있고, 그럴 수도 있다. 

 

아이가 ‘부모 말을 듣지 않는’ 원인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어쩌면 당신은 아이와 함께 해야 할 길을 아직 다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당신 혼자서만 아이가 장난감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아닌가. 만약 그런 일을 아이가 “함께 하자”고 청한다면, 그건 괜한 것이 아니다. 어쩌면 아이는 아직 자신을 조직하기가 어려울지도 몰라, 혹은 어쩌면 아이가 그저 당신의 참여와 심리적 지지를 필요로 하는 것일지도. 

아이를 심리적으로 지지할 필요가 있다.
아이에 대한 부모의 심리적 지지는 아이의 일에 관여할 때처럼 말로 전달된다.

 

자전거 타기 학습 때 이런 어구가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핸들과 안장에서 이미 손을 다 떼고 난 뒤에도 어느 기간 동안 당신은 자전거를 타는 아이 곁에서 함께 뛰어간다.’

바로 이것이 아이에게 힘을 주는 것!

당신이 곁에 있음을 아이는 든든하게 여기는 것!

그리고 이 심리적 지지 역시 말로써 전달된다.  

 

그러나 부정적인 고집과 거부의 뿌리는 부정적인 심적 경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이건 아이 자신의 문제일 수 있지만, 그보다는 당신과 아이 사이에서, 아이와 당신의 상호관계에서 생기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한 소녀가 심리학자와 상담하는 중에 이런 심정을 털어놓았다.

“난 내가 먹은 그릇과 접시를 군말없이 닦을 준비가 돼 있어요. 근데 그렇게 하면 부모는 자기네 말이 나한테 먹혀들었다고 여겨요. 그래서 그냥 하고 싶지 않게 되지요.”

이건... 마당 쓸려고 빗자루 들었는데 누가 "마당 좀 쓸어라" 하면 들었던 빗자루 내던지는 것과 같은 심리이다. 

설거지할 준비가 돼 있는데 설거지하라는 말을 들으면 그냥 그만두게 된다.
난 내가 먹은 그릇과 접시를 닦을 준비가 돼 있어요. 근데 그렇게 하면 부모는 자기네가 이겼다고 여겨요

만에 하나 자녀와 관계가 이미 오래 전에 망가졌다면, 어떤 방법을 적용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모든 게 한순간에 잘 될 것이라는 식으로 생각하지 말라. 이른바 ‘방법’이라는 것들을 물론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말투가 다정하고 따스하지 못하다면 그런 방법들을 아무리 동원해도 관계가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를 좋게 하려 할 때는 말투가, 어조가, 억양이, 말의 톤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아이가 하는 일에 당신이 관여하여 아이한테 도움 되지 않는다면, 심지어 당신 도움을 아이가 거부한다면, 그런 걸 다 그만두고 먼저 당신이 아이와 어떻게 소통하는지 세심하게 살펴볼 일이다. 

 

여덟 살 된 소녀의 엄마가 하는 이야기. 

딸이 피아노를 잘 치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피아노를 사고 레슨 교사를 고용했어요. 나도 어렸을 때 배우다가 그만뒀는데, 지금은 후회가 돼요. 딸이라도 피아노를 잘 치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레슨 시간 외에도 딸과 함께 매일 두 시간씩 피아노 앞에 앉아요.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와의 관계며 학습 상황이 자꾸 나빠지지 뭐에요! 아이가 건반 두드리는 것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아 한마디 하면, 아이는 금방 입이 댓발로 나와서 변덕을 부려요. 나와 딸의 생각과 주장이 매번 달라서 결국엔 “나가요, 엄마가 없는 게 더 좋아!” 하는 말로 끝나곤 하지요. 

피아노 연습을 두고 엄마와 딸아이가 매번 마찰을 빚는다.

한데 내가 자리를 비우면 딸애가 손 모양이나 손가락 놀림을 제대로 할 리가 없다는 건 분명해요. 그것뿐 아니라 연습도 후루룩 끝내고는 "오늘 할 건 다 했어요" 하기 일쑤거든요. 

 

이 엄마의 염려를 알 만하고 엄마의 의도도 참 좋다.

더욱이 엄마는 어려운 일에서 딸을 도우려고 애쓴다.

그러나 이 엄마는 아이의 일을 도울 때 가장 중요한 요소를 하나 간과했다. 이

게 없이는 도움마저도 아이한테는 외려 방해나 간섭으로 바뀌게 되는 중요한 조건을 하나 놓쳤다. 바로...

소통의 우호적인 톤, 부드러운 말투, 따스한 어조... 

피아노 연습하는 딸에게 엄마가 다정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말한다.

 

이런 상황을 상상해 보자. 친구가 당신과 함께 뭔가를 하러 왔다.

예를 들어 티브이가 고장나서 고치러 왔다고 치자. 그가 앉아서 당신에게 이른다.

"자, 매뉴얼을 꺼내라. 이제 드라이버로 뒷면을 뜯어내. 넌 나사를 어떻게 그렇게 돌리나? 그렇게 억지로 누르지 말란 말이야!" 등등. 

이런 상황이라면 일은 당연히 중동무이되기 마련이다. 

 

그런 ‘공동 작업’을 영국 작가 제롬(Jerome Klapka Jerome)이 1인칭으로 유머 섞어 묘사했다. 

난 누군가가 끙끙대며 고생하는 것을 가만히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 없다오.
그가 하는 일에 끼어들고 싶어지지. 대개는 일어나서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방안을 오가게 된다오.
그러면서 작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적하기 시작하는 거야
.
나에겐 그런 활달
한 기질이 있다오.

 

* * *

고압적이거나 훈계조의 지시’도 어디선가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자녀와 함께 하는 일에서는 결코 아니다.   <계속>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관련 포스트: 

3과. "우리, 함께 해 볼까?" (6)

도움을 청하지 않는 한 아이 일에 끼어들지 않는다 (5)

부모의... 도움인가, 간섭인가 (4)

'무조건 수용'을 가로막는 원인 (3)

1과. 조건 없는 수용이란? (2)

자녀와 소통, 어떻게? (1)

1부. 지붕 위에 사는 카를손 1. 카를손과 만나다

질책과 비난 섞지 않고 자기감정 드러내기 51

자신과 타인을 판단과 평가 없이 대하기 49

퍼블릭 스피킹(9) 다양한 말투

남자 심리 3 (청하지 않은 조언)

소통 장벽의 유형과 극복 (1)

루덩의 악마들 8편 3

도웰 교수의 머리 4장

엄마 말 안 듣는 아이

말의 비언어적 요소

(75) 목소리 높여 말하기

(47) 동어 반복

소통에서 말투의 중요성

피해야 하는 You-negative 구조

순한 사람조차 화나게 하는 말

 

728x90
728x90

 

보다시피, <규칙 2>는 아이가 어렵게 여기는 일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설명한다. 

다음 사례는 이 규칙의 보충 사항들이 뜻하는 바를 더 세세하게 보여준다. 

 

* * * 

많은 부모가 아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봤을 것이다.

대개는 아이가 안장에 앉은 뒤 균형 잃어 자전거와 함께 넘어지지 않게 버티는 것부터 시작된다. 당신은 한 손으로 핸들을 쥐고 다른 손으로 안장을 잡고 자전거가 똑바로 서게 한다. 

이 단계에서는 거의 모든 것을 당신이 직접 한다. 당신이 자전거를 끌고 아이는 그저 서툴고 조급하게 페달을 돌리려고 할 뿐. 하지만 얼마 지나서 아이 스스로 핸들을 조작하는 것을 보게 되고, 그때 당신은 핸들을 쥔 손에서 서서히 힘을 뺀다.

아이한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를칠 때 처음엔 아빠가 핸들과 안장을 잡는다.

또 얼마큼 시간이 흐르면 당신은 핸들을 놓고 안장만 붙잡은 채 바로 뒤에서 쫓아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끝으로 당신은 안장을 잠깐 놓아서 아이가 스스로 몇 미터쯤 가도록 할 수 있다고 느낀다, 비록 언제든 다시 아이를 붙잡아 줄 준비가 돼 있긴 하지만. 

마침내 아이가 스스로 자신 있게 타는 순간이 온다!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다 싶을 때 아빠는 자전거의 핸들과 안장에서 다 손을 뗄 수 있다.

아이가 부모 도움으로 습득하는 새로운 일들을 다 주의 깊게 살펴보면, 자전거 타기와 비슷한 면이 많을 것이다.

흔히 아이들은 적극적이어서, 부모가 하는 것을 자기도 해보려고 늘 덤벼들게 마련이다.

만약 어린 아들과 전기 기차를 가지고 놀면서 아빠가 처음에 레일을 깔고 기관차를 작동시켰다면, 그다음 얼마 뒤에는 아이가 그 일을 다 스스로 하려고 든다. 게다가 이제는 레일도 자기 나름대로 설치한다. 

 

만약 예전엔 엄마가 어린 딸에게 밀가루 반죽을 떼어 주고 딸이 서툴지만 나름대로 과자나 빵을 만들게 했다면, 이제 어린 딸은 자기가 반죽을 빚어 덩어리를 자르고 싶어 한다. 

새로운 일들의 ‘영역’을 습득하려는 아이의 갈망은 아주 중요하며, 부모는 그걸 아주 소중히 지켜줘야 한다.

이젠 아이가 직접 반죽을 빚고 자르고 싶어 한다.
…아이들은 적극적이야, 당신이 하는 것을 늘 자기도 해보려고 든다.

 

* * *

이제 우리는 아마도 가장 미묘한 순간에 이른 듯하다. 즉,

아이의 자연스러운 적극성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나?

그걸 어떻게 죽이지 않고, 어떻게 무뎌지지 않게 해야 하나?

알고 보니, 부모들은 여기서 이중의 위험성에 시달린다.  

첫 번째 위험은...
자신의 몫을 너무 일찍 아이한테 떠넘기는 것. 자전거 사례로 보자면, 이건 5분 지나서 핸들과 안장에서 손을 다 떼는 것과 같다. 그런 경우 아이가 넘어질 것은 당연하고, 그렇게 되면 아이는 자전거 타려는 의욕을 아예 잃거나 내팽개칠 수 있다.
두 번째 위험은...
함께 하는 일에서 거꾸로 부모가 너무 오랫동안 집요하게 관여하는 것, 이른바
지루한 리더십 혹은 관리. 앞의 자전거 사례에서 이게 어떤 실수인지 확연히 알 수 있다. 

 

상상해 보자. 부모가 자전거의 핸들과 안장을 쥐고서 아이와 함께 첫날부터 계속 일주일 이상 아이 곁에서 달리곤 한다면… 아이가 스스로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게 될까? 거의 그렇지 못할 것이다. 이 무의미한 작업을 (학습을) 십중팔구 아예 지겨워할 것이다. 곁에 어른이 계속 들붙어 있는 것에도 물론 그렇고!

 

앞으로 몇 가지 레슨에서 우리는 일상사를 둘러싸고 아이들과 부모들이 겪는 어려움을 다룰 것이다.  

이제 가정학습으로 넘어가자.

 

가정에서 수행할 과제

 

과제 1

먼저 아이가 잘 못하거나 하기 힘들어하는 어떤 일을 고르라. 

“자, 이제 우리가 함께 해 볼까?” 하고 아이에게 제의하라. 

아이의 반응을 살피라. 

아이가 응한다면, 함께 그 일을 하라. 

당신의 개입을 줄일 수 있는 (핸들을 놓는) 순간을 주의 깊게 추적하라. 하지만 그걸 너무 빠르거나 급하게 하지 말라. 

아빠가 자전거 핸들을 너무 일찍 놓으면 아이가 넘어져.

사소한 것일지라도 아이가 처음 혼자 힘으로 거두는 성공을 반드시 눈여겨보라. 그걸 축하하라. (동시에 자신도!)

 

과제 2

아이가 (부모와 함께, 부모한테 배워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두어 가지 고르라. 

과제 1과 같은 과정을 되풀이하라. 

그리고 아이와 자신에게 성공을 다시 축하하라.

 

과제 3

하루 동안 아이와 함께 같이 놀고 수다 떨면서 정성껏 대화하라. 당신과 함께 보낸 시간이 아이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기억되게끔.

 

부모들의 질문 

 

문: 늘 그렇게 함께 뭔가를 하면서 아이가 버릇없게 크는 건 아닌가? 모든 걸 다 부모한테 넘기게 되지 않을까.

답: 그렇게 걱정할 만하다. 여기서 아이가 하거나 해야 할 일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랫동안 당신이 떠맡을지는 전적으로 당신에게 달렸다. 

 

문: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전혀 없다면 어떡하나?

답: 내가 알기에, 당신에겐 ‘더 중요한’ 일들이 있다.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일인지는 당신 자신이 선택하는 것임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많은 부모들이 알고 있는 한 사실이 중요도의 선택에 도움 될 것이다. 즉, 아이들 양육과 교육에서 놓친 것을 수정하고 채우는 데 나중에는 열 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문: 아이가 스스로 하지 않으면서도 내 도움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답: 이건 당신과 자녀의 상호관계에 감정적 문제가 드리운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를 우리는 다음 레슨에서 다룰 것이다.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관련 포스트:

부모의... 도움인가, 간섭인가 (4)

'무조건 수용'을 가로막는 원인 (3)

1과. 조건 없는 수용이란? (2)

자녀와 소통, 어떻게? (1)

자신과 타인을 판단과 평가 없이 대하기 49

질책과 비난 섞지 않고 자기감정 드러내기 51

에고가 아니라 '참된 나'로 관계를 맺기 48

1부. 지붕 위에 사는 카를손 1. 카를손과 만나다

도웰 교수의 머리 9장

수다쟁이 어린 딸

달과 아빠

우정

돌아가신 할아버지

말더듬 stammering

아이들의 스피치 준비

엄마 말 안 듣는 아이

소통에서 침묵하는 이유 5가지

728x90
728x90

 

만약 어떤 작업을 아이가 힘들어한다면... 

규칙 2. <근접 발달 영역> 법칙. 
이 법칙을 고려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책 읽기의 사례
설명이 있는 규칙 2. 
자전거 타기 학습
가정에서 수행할 과제 
부모들의 질문

 

엄마와 아이가 모자이크를 함께 한다.

앞선 레슨에서 우리는,

아이가 뭔가를 스스로 하기 원하고 즐거이 그렇게 한다면 아이를 가만 놔두는 것이 중요함을 이야기했다. (규칙 1).

그런데 아이가 스스로 해낼 수 없을 만큼 큰 어려움에 부닥쳤다면, 이건 다른 문제이다. 이때는 불간섭 원칙이 바람직하지 않으며, 그렇게 한다면 해만 초래할 수 있다.

 

한 사례로서 11세 소년의 아빠가 전하는 얘기를 들어본다. 

아들 생일에 우리부부는 조립 블록을 선물했어요.
아이가 아주 좋아하면서 그걸 가지고 놀기 시작했지요. 
일요일이라서 난 어린 딸과 거실 카펫 위에서 놀고 있었는데, 5분쯤 지나
“아빠, 여기가 조립이 잘 안 되는데 도와줘요”
하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나는
“네가 어린애니? 스스로 해보렴” 하고 대꾸했어요. 

아이가 블록 조립을 힘들어하여 아빠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거절당하다.

근데 그 말에 아이가 금방 풀이 죽더니 블록을 걷어 치우고 말더군요.
그리고 그 뒤로는 그걸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도와주기를 거부당한 아이가 토라지다.

많은 부모들이 왜 툭하면 이 소년의 아빠처럼 대응하나?

속마음으로는 가장 좋은 의도에서 그럴 것이다. 즉, 아이가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겁내지 않고 스스로 극복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유도하려는 마음에서 말이다. 물론 다른 이유나 동기도 있겠다. 시간이 없다거나 아이한테 무관심해서, 혹은 부모가 그 작업을 할 줄 몰라서... 

이런 식으로, 좋은 의도에서 부모 나름대로 생각하는 ‘교육적 고려 사항’과 피치 못할 이유들이 전부 우리의 <규칙 2>를 실행하는 데 주된 장애가 된다.

이 규칙을 먼저 일반적인 형식으로 적고, 다음에 더 자세히 설명을 달아 보자. 

 

규칙 2: "만일 아이가 힘들어하고 도움받을 준비가 돼 있다면, 반드시 도우라."

 

“우리, 함께 해 볼까?”

하는 말로 시작하는 것이 아주 좋다.

이 놀라운 말이 아이한테 새로운 기량과 지식, 몰입의 분야로 나아가는 문을 열어 준다. 

 

언뜻 보기에 규칙 1과 2는 모순되는 듯싶다.

하지만 겉으로만 그렇게 보일 뿐, 실제로는 상황이 다르다.

규칙 1이 적용된 상황에서는 아이가 도움을 청하지 않고 심지어 도와주려는 것을 거부하기도 한다.

이와 달리, 아이가 직접 도움을 청할 때는 당연히 규칙 2가 적용된다. 또 “뭔가 잘 안 돼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하고 하소연하거나 시작한 일을 몇 번 실패한 끝에 아예 포기하는 경우에도 규칙 2가 적용된다.

그런 현상 자체가 도움이 아주 필요하다는 신호니까.

아이가 혼자 손을 씻으려 하는데 좀 어려워 보인다.

                

아이 손 씻는 것을 엄마가 도와준다.

우리의 <규칙 2>는 그냥 쓸만한 조언이 아니다.

 

이건 저명한 심리학자 레프 비고츠키(Vygotsky)가 발견한 심리 법칙에 근거를 둔다. 이것을 그는 <아동 근접 발달 영역 (Zone of proximal development)> 법칙이라 불렀다.

부모라면 누구나 이 법칙을 당장 알아야 한다. 간략히 알아보자. 

근접발달 영역, 아이 혼자 할 수 있는 영역, 아이가 할 수 없는 영역

알려지다시피, 아이들에겐 각 연령대에서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의 한계가 있다.

이 한계를 넘어선 일들은 어른이 개입해야 할 수 있거나 (어른의 도움과 안내가 있어도) 아예 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취학 전 아이는

이미 스스로 단추를 채우고 손을 씻고 널려 있는 장난감을 치우고 정돈할 수 있지만,

하루 동안 해야 할 여러 일을 잘 조직할 수는 없다.

바로 이 때문에 취학 전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부모들이 이런 말을 자주 입에 올리는 것이다. 

“자, 이젠 우리 철수가 ...을 할 때야”, 

“이제 우린 ...을 할 거란다”, 

“먼저 식사하고 그다음에는...”

 

간단한 도식을 그려 보자. 원 안에 또 다른 원이 들어 있다.

작은 원은 아이가 스스로 처리하는 일들을 표시하고, 작은 원과 큰 원 사이의 영역은 아이가 어른과 함께 해낼 수 있는 일들을 표시한다. 큰 원 바깥에는 아이 혼자서는, 또 어른과 함께라도, 지금은 할 수 없는 과제들이 있다. (그림 3.1).

 

부모와 함께, 스스로. 부모와 함게 하는 영역이 클수록 (근접발달 영역이 클수록) 나중에 아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의 범주가 커진다.

그림 3.1

 

이제 비고츠키가 발견한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아이가 성장하고 발달하면서 스스로 수행하기 시작하는 일의 범위가 확장되는데, 이건 다 그 이전에 어른들과 함께 수행한 것들 덕분에 그렇다. 달리 말해, 아이가 오늘 엄마와 함께 수행한 것을 내일은 아이 스스로 할 것이다.

바로 ‘엄마와 함께’ 한 덕분에! 

 

함께 하는 영역은 아이의 가까운 앞날에 드러나고 발휘될, 아이의 잠재력이다.

이 때문에 이걸 근접 발달 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이라 부른 것이다

앞의 그림 3-1을 잘 살펴보면,

A의 경우 근접발달 영역이 넓다. 즉, 부모가 아이와 함께 많은 것을 한다. 그러면 조만간 아이는 더 많은 일을 (부모와 함께 해 봤던 일을) 스스로 해낼 수 있게 된다.

B의 경우 근접발달 영역이 좁다. 아이가 힘들어하는 일을 부모가 함께 하기보다는 아이한테 떠맡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중에 아이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일의 범주도 A의 경우보다 더 좁다. 

 

결론: 

앞의 아이가 더 빨리 발달하고,

자신감이 더 크고,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더 많고,

삶과 하는 일에서 더 행복하게 느낄 것이다. 

식탁 차리는 것을 아이가 거들어주도록 엄마가 도와준다.

   

아이가 쿨컵을 갖고 오는 걸 엄마가 알려주고 돕는다.

 

부모의 좋은 의도 때문에, 이른바 <교육적인 고려> 때문에

아이가 힘들어하는 곳에 아이 혼자 놔두는 것이 왜 큰 실수인지 이제 분명히 이해됐으리라. 

<계속>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관련 포스트: 

자녀와 소통, 어떻게? (1)

1과. 조건 없는 수용이란? (2)

1부. 지붕 위에 사는 카를손 1. 카를손과 만나다

사람과 물건

자신과 타인을 판단과 평가 없이 대하기 49

질책과 비난 섞지 않고 자기감정 드러내기 51

'무조건 수용'을 가로막는 원인 (3)

부모의... 도움인가, 간섭인가 (4)

2. 카를손이 탑을 세우다

자장가 (a lullaby)

(70) 시 낭송

6. 카를손이 유령 놀이를 하다 (2-1)

아이들의 스피치 준비

10과. 자녀와 소통 방법 정리 (1부 끝. 37)

아이들의 행동 영역 4가지 (31)

자녀와 갈등, 건설적 해결 방법 5단계 (28)

소중한 일은 절대 미루지 말아요. 야쉰

7과. 부모의 감정은 어떻게 하나? (23)

 

 

728x90
728x90

 

  2과. 부모로서 아이를 도울 때... 

조심해야!  

아이가 큐빅으로 이상한 모양을 만들더라도

 학습의 4가지 결과

아이가 뭔가를 배우고 있다. 학습의 전반적 결산은 몇 가지 부분적 결과로 이뤄질 것이다. 

1) 가장 분명한 첫 번째 결과: 그 학습에서 아이가 얻을 지식, 혹은 습득할 기량

2) 두 번째 결과는 좀 덜 분명해: 이것은 일반적인 학습 능력 훈련, 즉, 자기 자신을 가르치는 능력

3) 학습에서 오는 감정적 흔적: 자신의 역량에 대한 만족이나 불만, 자신감이나 자신 없음

4) 만일 당신이 학습에 참여했다면, 아이와 당신의 상호관계에 대한 흔적: 여기서도 결산은 (서로 만족하여) 긍정적이거나 (서로 점점 불만이 커져) 부정적일 수 있다. 

 

기억하시라. 

부모들은 흔히 첫 번째 결과에만 집중할 위험이 있다. ("다 외웠어?", "익혔어?", "배웠어?")

나머지 세 가지를 절대 잊지 말라. 그것들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래서 만일 아이가 큐빅으로 이상한 ‘궁전’을 짓거나, 찰흙으로 개를 도마뱀처럼 빚거나 글자를 삐뚤빼뚤하게 쓰거나 본 영화를 썩 매끄럽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해도, 그러나 이때 몰입하거나 집중한다면... 지적하거나 비판하지 말고 수정하지도 말라. 

게다가 아이의 일에 당신이 진정한 관심과 흥미를 드러낸다면, 당신에게도 아이에게도 필수적인 상호 존중과 서로를 수용함이 얼마나 굳어지는지 느낄 것이다. 

 


 

이런 질문이 예상된다. "실수를 지적하지 않고서 어떻게 가르치나?"

맞다, 실수한 당사자가 무엇이 실수인지 아는 것은 유익하고 종종 아주 필요하다. 그러나 실수를 지적하는 것도 아주 조심스럽게 해야 돼

1) 아이의 실수를 일일이 다 지적할 필요는 없어 
2) 실수에 관한 얘기는 아이가 일에 몰두한 순간이 아니라 나중에 조용히 꺼내는 것이 더 좋아
3) 어떤 것이든 지적은 늘 전반적인 용인과 격려를 배경으로 나와야 한다. 

 

누군가의 실수를 지적하는 기술을 우리는 아이들한테서 배울 만하다

무슨 소리냐고? 

‘아이는 자신이 저지르는 실수를 아는 때가 있을까?’ 하고 자문해 보라.

그러면 당신도 동의할 것이...

아이는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아는 때가 많다. 돌마낫적 어린애가 불안정한 걸음걸이를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실수들에 아이는 어떻게 대하나? 

알고 보니, 어른들보다 더 참을성 있게 대한다. 

왜냐하면, 아이는 뭔가를 '아주 잘'은 아니더라도 해낸다는 사실에 이미 만족하니까. 이를테면, 뒤뚱대며 불안하긴 해도 이미 ‘걷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아이는 내일은 더 잘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기대한다! 이에 반해 부모들은 지적을 함으로써 더 좋은 결과를 더 빨리 얻기 원한다. 하지만 역효과를 보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한번은 9세 사내애의 아빠가 고백하길... 

"난 아들이 저지르는 여러 실수에 너무 까다롭게 대한다. 그 결과 아이는 새로운 뭔가를 배울 의욕을 잃고 만다. 한때 우리 둘은 장난감이나 집 모델 조립에 빠진 적이 있어. 이제 아이는 그걸 혼자서도 아주 잘 한다. 하지만 거기에만 들붙고 말았어. 계속 그 조립만 하면서 새로운 것은 전혀 시작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고는 하는 말이... 할 수 없을 거예요, 안 될 거야. 아이가 그렇게 위축된 까닭은 내가 자주 아이를 대놓고 비판했기 때문이 아닌가 여긴다." 

 

아이가 스스로 뭔가를 하는 상황에서 따라야 할 규칙을 당신이 받아들일 준비가 됐기를 기대한다.

이걸 <규칙 1>이라 부르자. 

아이가 도움을 청하지 않는 한, 아이가 하는 일에 끼어들지 말라. 
끼어들지 않음으로써 당신은 아이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하는 셈이다. 
“넌 다 잘 할 거야! 넌 물론 해낼 거야!"

 

가정에서 수행할 과제

과제 1

완전하게 해내지는 못해도 본질적으로 아이가 스스로 수습하거나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 보라. (목록을 작성할 수도 있다).

과제 2

그 목록에서 몇 가지를 골라 낸 뒤, 아이가 그 일을 할 때는 절대 간섭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끝에 가서는 결과에 상관없이 아이의 노력을 인정하라

과제 3

당신 보기에 특히 속상한, 아이의 실수 두세 가지를 떠올리라. 조용한 시간을 찾고 적절한 말투를 동원하여 그 실수들에 대해 아이와 얘기 나누라.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관련 포스트:

자녀와 소통, 어떻게? (1)

1과. 조건 없는 수용이란? (2)

소통 장벽의 요소와 그 극복

수다쟁이 어린 딸

대화 기술 키우는 요령 10가지

들을 줄 안다는 것 2

2. 카를손이 탑을 세우다

남자 심리 3 (청하지 않은 조언)

루덩의 악마들 1편 4

소통에서 침묵하는 이유 5가지

상대방 얘기를 들으면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1부. 지붕 위에 사는 카를손 1. 카를손과 만나다

규칙 2를 지키지 않을 때 어떤 현상이? (7)

루덩의 악마들 7-1편 2

역사의 메아리 (올더스 헉슬리 소개와 작품 해설 2)

교사들의 목소리 설비

10과. 자녀와 소통 방법 정리 (1부 끝. 37)

7과. 부모의 감정은 어떻게 하나? (23)

 

728x90
728x90

 

  '조건 없이 받아들이기'를 가로막는 원인은?  

 

<조건 없는 수용> 원칙을 두고 부모들이 종종 묻는다. 

”아이를 수용한다는 것이 아이한테 절대 화내지 말아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지는 않다. 그건 아니야.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숨기거나 심지어 쌓아두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금물. 그걸 드러내야 한다.

단지 특별한 방식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 이에 관해 뒤에 가서 얘기가 많이 나올 것이다.

지금은 일단 이런 준칙을 강조하고 싶다

조건 없이 수용한다 해서 아이한테 절대 화를 내지 말아야 하나?

 ► 아이의 개개 행동이 못마땅한 경우 부모의 불만을 드러낼 수 있다. 단(!) 그 개별 행동에 대한 못마땅함을 드러내는 것이지, 아이 자체를 두고 불만을 보여선 절대 안 된다.

 ► 아이의 어떤 행동을 지적하고 나무랄 수 있다. 즉,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행동에 실린 아이의 감정을(까지) 나무라서는 안 된다. 그것이 아무리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부모가 보기에) ’용납되지 않는‘ 감정이라 해도 그렇다. 그런 감정이 아이한테 생겼다는 것은, 그럴 만한 근거가 있다는 뜻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이의 행동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거나 체계적인 것이어선 안 된다. 그런 식의 불만은 결국 아이를 받아들이지 않음으로 커지기 쉬우니까. 

 

대체로 부모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부모와 갈등이 심한 한 여고생의 푸념. 

“어른들이 아이들한테 관심과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얘기를 신문 같은 데서 종종 읽어요. 하지만 그건 다 헛소리에요. 나와 내 또래들은 우리끼리 있는 시간을 훨씬 더 좋아하니까요.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부모가 집에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주말에 집에서 잔소리를 들을 바에는 차라리 학교를 하루 더 가는 게 낫겠어요.” 

 

부모의 인정을 못 받고 갈등 심한 소녀의 바람

 

그렇다면 부모들 심정은 어떤가? 그들은 어떻게 사나? 

그들에게도 비탄과 괴로움이 자녀에 비해 덜하지 않다. 

“이건 사는 게 아니라 고통일 뿐이야…”, 

“집에 가는 게 전쟁터에 나가는 것 같아”, 

“밤마다 잠을 못 이뤘어, 아이 때문에 속상해서 난 계속 울기만 해…”

 

자녀와 부모 양쪽이 그런 극단에 이르렀다 해도, 아직 다 잃은 건 아니다.

내 말을 믿으시라. 부모가 가정에 평화를 되돌릴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부터 시작해야 한다. 

왜 부모부터? 

왜냐하면, 아이들에 비해 아무래도 어른들에게 지식과 셀프컨트롤 능력과 인생 경험이 더 크고 많으니까. 

물론 부모들한테도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 <자녀와 소통> 코스에서 필요한 도움을 받기 바란다. 

 

부모는 아이를 조건 없이 받아들여야 하며, 그런 면을 또 아이가 잘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젠... 부모 입장에서 그게 잘 안 되는 경우, 무엇 때문에 그런 것인지 알아보자. 

 

* * *

몇몇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아마도 (앞에서 이미 나온) ‘양육과 가정교육’에 대한 마음가짐 혹은 접근 자세일 것이다.  ‘조건 없는 수용’ 원칙에 대해 한 엄마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데, 다른 많은 부모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 숙제도 다 끝내지 않았는데 어떻게 안아 주겠어요? 아이가 할 일을 다 하고 나면 부모로서도 좋은 얼굴을 지을 수 있어요. 이런 규율을 잡지 않으면, 아이가 자칫 망가질 수도 있단 말이에요.” 

그리고 엄마는 아이한테 뭔가를 비판적으로 지적하고 뭔가 할 일을 상기시키고 뭔가를 하라고 요구하고 나선다.  

 

하지만 엄마의 적극적 관심과 성화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갖가지 핑계를 들이대고 꾸물거리면서 지연 작전으로 대응하리라는 것을 우린 다 알고 있다. 또 마지못해 겨우 하는 공부 상태가 오래 이어져 왔다면, 이젠 엄마의 방침과 요구에 대놓고 저항할 수도 있다.  

 

그러면 엄마는 얼핏 보기엔 합리적인 ‘교육적 관심’에서 악순환에 빠지니,

서로 불만을 품고 긴장이 커지고 갈등이 잦아지게 된다. 

 

엄마의 의도와는 아주 다른 현상이 왜 생기나?

오류는 맨 처음에 있었다.

즉, 규율을 다잡은 뒤에 좋은 관계를 맺는 게 아니라, 좋은 관계를 맺고 거기에 기초하여 규율을 세우는 것인데, 이 엄마의 경우는 순서가 바뀌었다. 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뒤에서 다룰 것이다.  

 

지금은 아이를 감정적으로 용인하지 않거나 심지어 밀어내게 만들 수 있는 다른 원인들을 얘기하자.

이 몇몇 다른 원인을 어떤 부모들은 아예 생각도 않고, 또 어떤 부모들은 깨닫고 알면서도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억누르려 애쓴다. 

 

계획에 없이 태어난 아이

 

아이를 감정적으로 수용하지 않게 되는 원인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계획하지 않은 아이가 어쩌다 태어났다 싶은 경우에 그럴 수 있다. 부모는 아이를 볼 생각이 없이 ‘자기네 만족’ 위해 살고자 했는데 말이다. 혹은, 아들을 원했는데 딸이 나왔다거나 그 반대의 경우에도 자칫 ‘불수용’으로 치우칠 수 있다. 

또는 엄마가 보기에, 아이가 이혼한 남편을 닮았고 아이의 제스처나 표정 일부가 엄마한테 알게 모르게 불쾌감을 야기하는 경우에도 <조건 없는 수용>이 이뤄지기 쉽지 않겠다. 

 

아이를 조건 없이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숨은 원인이 부모의 과도한 ‘교육적’ 태도에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인생 실패나 이루지 못한 꿈을 아이를 통해 대신 채우려 할 때 그렇다.

또는 그 과정에서 부모 자신이 얼마나 필요하고 소중한 존재인지, 또 부모가 얼마나 큰 멍에를 짊어지고 있는지 등을 보여주려는 욕구 따위가 그런 것일 수 있다. 

 

그런 경우 먼저 부모들이 자녀 양육과 가정교육에 관해 상담받을 필요가 있겠다.

그러나 어쨌든 첫걸음을 뗄 수 있고 떼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달리 말해, 아이를 조건 없이 수용하기가 어렵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스스로 숙고할 필요가 있다.

그다음 단계는 우리가 다루는 과제의 수행일 것이다.  

 

가정에서 수행할 과제 

 

과제 1

당신이 아이를 얼마나 잘 받아들이며 받아들일 수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하루 동안 이런 면을 점검해 보라. (이삼일이면 더 좋아.) 즉, 아이한테 (기쁨, 반가움, 다정함, 인정, 응원, 격려, 지지 등) 긍정적인 감정을 몇 번이나 표명했나, 또 (질책, 지적, 잔소리, 비판 등) 부정적인 언급을 몇 번이나 건넸나. 

부정적인 언급 횟수가 긍정적인 것과 같거나 더 많다면, 당신의 소통은 과히 좋지 못할 것이다. 

 

과제 2 

잠시 눈을 감은 채 가장 좋은 친구를 (혹은 애인을) 만난다고 마음속에서 그려 보라. 그 사람을 만나 반갑고 그 사람이 당신에게 소중하며 친밀한 존재라는 점을 당신은 어떻게 내보이나? (표현 방식이나 형태를 두루 생각해 본다.) 

 

최고의 친구나 애인을 만날 때 어떤 모습을 보이나

 

이제 그 사람이 당신 자녀라고 여기라.

즉,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거나 저녁에 마주할 때, 아이를 보아서 반갑다는 표시를 한다.

마음속에서 이모저모로 그려 보셨나?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반갑게 맞이한다

그렇게 일종의 이미지 훈련을 하고 나면 실제로도 마주해서 다른 말을 하고 무슨 질문을 건네기 전에 반갑다는 모습을 내보이기가 더 쉬워질 것이다. 아이와 마주하는 시간을 그런 자세로 몇 분 동안 지속한다면 더 좋겠다. 이 몇 분 동안 조건 없이 받아들임 때문에, 혹시 아이를 버릇없게 만들지는 않을까 겁낼 필요가 없다. 전혀.

 

과제 3

하루에 네 번 이상 아이를 포옹하라. (보통 하는 아침 인사와 잠자리 들기 전 입맞춤은 빼고).

*아이뿐 아니라 다른 성인 가족한테 그렇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과제 4

앞의 두 과제를 수행하면서, 아이의 반응에 주목하라. 자신의 감정 상태에도 주목하라.

 

관련 포스트:

자녀와 소통, 어떻게? (1)

질책과 비난 섞지 않고 자기감정 드러내기 51

자신과 타인을 판단과 평가 없이 대하기 49

에고가 아니라 '참된 나'로 관계를 맺기 48

루덩의 악마들 4편 4

도웰 교수의 머리 10장

소통에서 침묵하는 이유 5가지

(74) 조곤조곤 말하기

(44) 그 질문에 그 대답

목소리 부드럽게 만들기

소통을 가로막는 감정적 장벽

상대방 얘기를 들으면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정서적인 성숙함의 징표 11가지 (2)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사람과의 관계

우리 내면의 가치

버지니아 사티어. 자기가치, 자기평가

무엇에서든 좋은 면을 보는 방법

 

728x90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