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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션 18 (기억력)  

 

 

다른 사람들에게 빛을 비추려면, 

자신 안에 태양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있다. 

-로망 롤랑

 

로망 롤랑

 

많은 이들이 원고나 메모 없이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를 겁냅니다.

앞에 원고가 있어야 마음을 놓아요.

원고를 손수 쓰고, 모든 것을 충분히 생각하고 검토하고, 문장 부호까지 포함해 내용을 다 숙지한 경우에도, 커닝페이퍼(?) 없이 나서기를 저어합니다.  왜 그럴까요?

 

자신의 기억력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혹시 중간에 발언 줄거리를 잊지는 않을까, 당황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을 거야, 그러면 어떡하지…

염려와 조바심이 들끓는 바람에 종이쪽을 손안에 쥐지 않으면 뇌에 갈무리해둔 것도 까맣게 잊을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 난 본래 기억력이 안 좋아서 아무리 공부해도 소용없어!

-나이를 먹으니까 기억력도 자꾸 떨어지네!

-너무 많은 걸 기억하면 내 뇌가 터져 버리지는 않을까?

 

그래요, 아주 중요한 인지 기능인 기억에 대해 우리는 관심이 많고 얘기를 자주 나눕니다.

그러면서 잘못된 개념도 많이 지니고 있어요.

바로 앞에 나온 언급들이 다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심리학자들 연구에 따르면,

기억력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며 기억력이 좋지 않다는 것은 단지 뇌의 연결 기능을 활성화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합니다. 말하고 쓰는 것처럼 누구나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이며, 근력을 키우듯이 기억력도 키울 수 있다고 합니다. 즉, 방법을 알고 기술을 익히기만 하면 누구나 많은 것을 더 빨리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고 기억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사실, 누구나 인정하다시피,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 좋은 기억력은 아주 필요해요. 

어떤 고유명사나 이름, 숫자, 인용구를 적절한 순간에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하겠습니까?

그렇다면 본격적인 기억술 훈련에 들어서지 않고도 우리가 일상에서 간단히 적용할 수 있는 기억력 강화 방법은 없을까?

있어요. 바로 이런 겁니다. 

 

“난 기억력이 안 좋아” 같은 말을 절대 입에 올리지 말아요.
아니, 그런 생각조차 절대 하지 말아요. 
“아, 나는 전화번호나 숫자를 기억하는 데는 영 젬병이야!”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다 보면 정말 그렇게 됩니다.
어째서?
그 이유는 바로 뒤에서 말씀 드리지요.
그런 말을 하는 대신에 거꾸로 자랑을 하세요. 

“난 기억력이 좋아!” 
“난 용량 큰 정보도 쉽게 외울 수 있어!” 

그렇게 두세 주 지나면 당신 기억력은 정말 그렇게 됩니다.
직접 실험해 보세요. 

 

아이들을 봅시다. 아이들이 제 또래들과 어울리면서 이렇게 말하는 걸 우리는 종종 듣습니다.  

“난 아주 힘이 세! 난 아주 용감해! 난 이런저런 것을 다 할 수 있다!” 

 

그런 말을 옆에서 들으면서 어른들은 은근히 놀랍니다.

‘아니, 우리 아들이, 딸이 왜 저렇게 ‘뻥‘을 치지? 뭘 믿고 저렇게 큰소리치는 거야?’

대여섯 살 먹은 아이의 부모라면 누구나 그런 경우를 접했을 겁니다.

아이들이 왜 그렇게 입찬소리를 해대는지, 생각해 본 적은 없나요?

 

아이들은 정말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겁니다.

될 수 있다고 믿으려 하면서 우쭐거리는 거예요.

세파에 시달리면서 일정한 틀에 많이 사로잡힌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그 유아적인 특성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더 키우게 됩니다. 

뒤집어 보자면, 부모와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될 말도 있습니다.

“넌 재주가 없어. 아무 것도 못할 거야. 어째 그렇게 지지리도 못 났냐.” 

그런 말을 자주 듣는 아이들의 앞날이 어떠리라는 것은 부연할 필요가 없겠지요.

 

지금까지 우리 이야기를 다른 말로 정리하면,

무의식을 이용한 기억력 강화’가 됩니다.

프로이트(1856-1939)가 수행한 연구 덕분에 우리는 무의식의 놀라운 가능성을 알게 됐습니다. 무의식이 사람의 자기계발과 성장에서 지대한 역할을 한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자기 암시로써 무의식을 자극하여 기억력을 좋게 하는 방법, 지나치게 간단한가요? 너무 쉬워요? 

사실 우리에게 유용한 법칙들은 늘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안다 해도 그 가치를 경시하는 것일 뿐…

☞ 기억술의 핵심 요소 3가지

 

기억술의 핵심 요소 3가지

기억술의 3포인트 구체적인 암기법을 익히기 위해 먼저 기억술의 주요소를 알아보자. 1) 연상 (Associaton)  연상(관념 연합)을 감각과 지각, 관념 사이에 생기는 연결이라고 정의하자. 연상을

mirchimi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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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션 17 (스피치 비평)  

 

토론이나 특강, 보도, 교양 등 여러 장르의 티브이 프로그램을 시청하세요.

가능한 한 앞에 소개한 항목대로 출연자들의 언어 행위를 분석하고, 프로그램 진행자들을 평가해 보세요

 

특히, 우리가 #액션 11에서 알아본 오류들을 (역병처럼 피해야 할 것들을!) 범하지는 않는지..즉,

-어휘를 적절하게 사용하고,

-장단음을 비롯해 발음은 제대로 하는지,

-태도와 자세는 어떤지,

-진행자가 다른 이들의 말을 경청할 줄 아는지

따위를 유심히 보세요. 

 

 

여러 진행자와 사회자, 리포터, 해설자들의 매너를 비교도 해 보세요.  

마음에 든 출연자들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생각하세요. 

어색하고 이상하고 잘못된 점들이 있다면, 그게 왜 나왔으며 어떻게 바꾸는 게 좋을지 궁리하세요. 

 

티브이 뉴스 프로그램의 경우 앵커들은 프롬프터를 이용합니다.

곁들여 말하자면, 프롬프터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법도 배울 필요가 있어요. 

-헤헤, 별 말씀을 다 하네요. 내가 언제 프롬프터 써볼 일이 있을라구!

설마 당신께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건 아니겠지요? 세상일은 몰라요. 당신도 어떤 자리에서 프롬프터를 사용하게 될 순간이 올 겁니다. 그때를 대비해서 미리 연습을 좀 해둘 필요가 있어요. 어떻게? 여기로 가세요. 

 

https://cueprompter.com/ 

 

글상자 안에 원고를 적어 넣고 원하는 속도에 맞춰서 읽어보세요.

프롬프터 맛을 웬만큼은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티브이 출연자들의 말하기를 통해 좋은 점은 배우고 나쁜 점은 물리치면서 당신의 스피치 안목을 키우세요.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     *     *

연초에 KBS 2채널에서 박승 선생의 경제 특강을 몇 차례에 걸쳐 방영했어요.

대학 때 부전공으로 경제학 서적들을 좀 들춰본 이후 따로 공부한 적이 없는 나로서는 흥미가 돋았어요. 그런데 그 흥미라는 것이 잘 모르는 분야의 지식을 좀 채운다는 알량한 욕심에서만 발동한 것은 아니에요.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어 웬만한 지식과 정보야 발부리에 차이는 돌멩이들만큼 어디에나 흔하게 널려 있지 않습니까? (단지, 허튼 것들을 조심해야 하고, 그래서 식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춰야 해요!)

 

그보다도 더 큰 것은 사람의 목소리를, 말소리를 듣고 싶었던 거예요. 사람을 느끼고 알고 싶었던 겁니다. 더욱이 평소 막연하게나마 호감이 가고 공감이 들고 심정적으로 지지하지만 일면식도 없던 인물이 등장하는 마당에야! 궁금증을 풀 수 있는 기회 아니겠어요?

 

-그래서?!

하하, 그래서 좋았다는 얘깁니다. (좀 싱겁나요?) 

-뭐가 좋았어?!

다 좋았어요. 말하기의 중요한 요소인 내용에 관해서야 내가 더 덧붙일 것은 없어요.

한미 FTA에 대한 언급 중 어떤 대목에서 나로서는 약간의 이견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금방 접었어요.

‘흠, 내가 혹시 선생의 말씀을 잘못 알아들었는지도 모르지.’ 

 

이건 화자의 에토스가 높다는 뜻입니다. 
에토스가 높을 때, 즉 정통한 권위와 좋은 평판을 지녀 신뢰도가 높을 때 설득력도 덩달아 커집니다.
파토스도 좋은 편이었어요. 열정이야 말할 것도 없고!
딱딱할 수도 있는 경제를 이야기하면서 사용하는 어휘가 적절하고 발음에서도 딱히 꼬집을 게 없어요.
자세와 태도, 자신감, 침착성에서도 별 문제가 없어요.
목소리도 듣기 좋은 편이고, 연단에서 움직임과 제스처, 시선 처리도 괜찮고.

 

옥에 티라고 한다면…

열정이 큰 탓인지 어조가 전반적으로 약간 높은 편이었어요.

이건 고저, 강약, 완급의 조절 같은 목소리 운용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화자의 호흡과 목에도 부담을 안깁니다. 그래서 간간이 숨을 고르고 목과 목소리를 다듬어야 하는 순간들이 나오게 됩니다. 이런 면은 청자들의 주의를 흩트리는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 

 

열정을 다스려야 합니다.

높고 강한 톤으로 일관한다면 듣는 이들이 부담을 느끼기 쉽습니다.

목소리도 더 빨리 피로에 젖습니다.

 

길고 짧은 휴지를 적절하게 안배하면, 호흡 조절이며 주목 끌기에서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효과가 몇 배 더 커집니다. 이런 기술은 물론 연습과 훈련을 통해서 습득됩니다. 

 

주제가 아무리 진지하다 해도, 아니. 진지한 것일수록, 적절한 유머나 일화를 찾거나 궁리해서 섞을 필요가 있겠지요. 객석에서 간간이 웃음을 터뜨리거나 눈시울을 적시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능한 한 청자들과 더 많이 어울리는 게 좋습니다.

청자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소극적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우리 이야기’라는 느낌을 지니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 질문과 대답과 그에 대한 반응 같은 것에도 시간을 할당할 필요가 있습니다. 

 

  *    *    *

 

어조며 톤 얘기가 나온 이상 우리가 눈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인물이 있어요.

바로 도올 선생에 관한 얘기인데, 그이가 실행한 많은 티브이 특강을 두고 스피치 비평 작업에 나서 봅시다. 그이의 견식과 내공과 혜안을 두고 우리가 이러니저러니 할 것은 없어요. 다시 말하지만, 소통과 스피치의 기술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겁니다. 

 

도올 김용옥

 

일반적으로 그이는 스피치 내용 전개에서 초점을 잘 유지합니다.

개인적인 스토리나 조크 같은 것도 더러 동원해요.

청중과의 시선 접촉이 아주 훌륭해요.

제스처며 신체언어가 활발하고 스피치 내용을 보완해요.

철학이라는, 자칫 어렵게만 생각할 수 있는 대상을 편한 어휘를 동원해서 알기 쉽게 설명해요.

한마디로,

그이의 스피치에는 로고스와 에토스, 파토스가 필요한 만큼 다 담겨 있어요. 열정이야 하늘을 찌를 듯 하고! 이건 곧 전달 효과가 좋고, 설득력이 크고, call-to-action이 잘 된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개인 스토리와 조크 비슷한 것을 동원했다고 해서, 내가 아는 한, 청중이 편하게 웃음을 터뜨린 적은 많지 않은 듯싶습니다. 간혹 시선을 어떤 청자에게 너무 오래 고정하는 바람에 그 눈길을 받는 당사자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경우도 보입니다. 눈길을 잘 맞추는데도 청중과 밀접하게 연결됐다는 느낌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왜?

일방적이고 좀 고압적으로 보이는 태도와 분위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릅니다. 

 

신체언어와 제스처, 표정 등이 활발한 상태를 넘어서 과하다 싶습니다.

셀프컨트롤이 필요합니다.

편하고 용이한 어휘는 바람직하지만, 속어나 비어는 역효과를 냅니다. 욕설이야 말할 것도 없고! 

 

이 화자의 스피치에서 요주의 대목은 바로 목소리 운용입니다.

(목소리의 4P에 대해서는 14단원을 보십시오.) 목소리 자체로야 아주 듣기 좋은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듣기 거북한 것도 아니에요. 듣기에 밋밋하고 단조롭지 않다는 것은 그이의 최대 강점이에요. 

그런데 4P 중에서도 특히 피치(Pitch, 음성의 높이)에 주의가 쏠리지 않을 수 없어요. 열정과 의욕 때문이라 싶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소리가 너무 높아요. 어디 그뿐인가요? 절정으로 치달을 때면, 뭐랄까요, 가성 같은 소리를 내면서 정상적인 목소리를 깨는 ‘초 절정 신공’마저 발휘합니다.  

궁금증이 일어요.
왜 저런 식으로 말을 하는 거지?
어떤 의도가 있는 걸까?
뭔가 노리는 효과가 있는 건가?
아니면, 한낱 악습관에 불과한 건가?

궁금증이 의아심으로 바뀝니다.
왜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뜻이에요. 그렇게 하여 무슨 큰 득을 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청자들한테서 거부감을 유발하기 십상이며, 그런 점을 지혜 많은 화자가 모를 리 만무할 텐데, 왜 그러는 건지 알지 못하겠다는 소리지요. 

 

지금 우리 이야기의 주인공께서 언젠가 ‘나꼼수’에 출연해 걸걸하고 걸쭉한 진행자들과 말씀 나누시는 것을 또 듣게 됐어요. 잠시 듣다가 요즘 젊은이들 표현처럼 ‘빵, 터지고’ 말았어요. 왜? 두세 평 됨직한 라디오 스튜디오 안에서 두세 명 상대와 대화를 하는데도 목소리의 높이와 크기며 어조는 이삼백 명 청중을 앞에 두고 말할 때와 별반 다를 바가 없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내 속에서 탄성이 절로 터졌어요. ‘야아, 정말 독보적인 존재로군…’ (물론, 늘 그렇지는 않으리라 믿습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대화중에 제스처를 썼다면, 제스처 사용도 그런 식이 아니었을까 하고 추정을 합니다. 왜냐하면, 제스처의 폭과 크기는 목소리의 세기며 높이와 대개 비례하니까.

청중 규모에 맞게 목소리와 제스처를 조절한다는 것은 굳이 스피치 기법을 들출 필요도 없이 누구나 알고 수긍하는 상식이 아니겠어요?  

<I have a dream>이라는 감동적 연설의 주인공인 마틴 루터 킹이

잠자리에 든 어린 아들에게 책을 읽어 줄 때도 같은 식으로 목소리를 연출했을까요?

 

마틴 루터 킹. I have a dream.

 

사방 툭 트이고 온갖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오가고 뒤섞여 어수선하고 시끄러운 장터에서는, 손님들의 주목을 끌려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한껏 목청을 높일 필요가 있겠지요.

침을 튀기고 발을 구르며 요란한 신체언어를 동원할 필요도 있을 거예요.

 

히틀러에게서 신념과 열정을 빼면 남는 게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 신념이 담긴 목소리와 그 열정이 깃든 표정과 제스처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습니까?

그가 대중에게 어떻게 하여 그렇게 강력한 영향을 끼칠 수 있었는지를 규명하려 시도한 끝에 에리히 프롬(1900-1980)은 예닐곱 가지 요인을 듭니다. 개중 하나가 바로

목소리와 감정적 뉘앙스를 완벽하게 조절하기.” 

 

그렇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점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즉, 강연 같은 스피치는, 적지 않은 경우 대중 조작을 노리는 정치 스피치나 시장 장사꾼의 호객 행위와는 목표와 대상과 방식에서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을! 

 

게다가 우리에겐 이런 생각도 있어요.

즉, 일반적으로, 학식을 쌓는 것은 수양이며 일종의 수도 행위 같은 것이어서, 학식이 깊고 뛰어난 이들은 성품이 어질어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며, 생각이 깊어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게 하며, 행동과 말투에서 훈기가 돌아 사람들을 편안케 하며, 눈길과 목소리가 그윽하고 부드러워 사람들이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고 귀를 기울이게끔 만들기 마련이라는 생각도!! (모스크바에서 공부할 때 그런 학자들을 제법 보고 접했습니다.)

 

말하기의 3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예를 들어 ‘에토스 키우기’에 비하면 훨씬 더 간단한 작업인 목소리 설비와 운용을 무시하거나 역행함으로써 청자들한테서 거부감이나 냉소를 유발한다면, 아아,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     *     *

 

부처님 일생과 경전에 관한, 또 희망 세상 만들기라는 구호 아래 특히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법륜 스님의 동영상을 봅니다. 가만가만한 목소리로 부드럽고 듣기 좋게 얘기하면서도 심심찮게 객석에서 웃음이 터지게 하는 화법에 관해서...

그 후보자들을 상대로 앞으로는 언어 검증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헌법기관인 대통령 직책을 수행중인 이의 스피치 전반에 관해...

토론을 비롯해 몇몇 티브이 프로그램 진행자들과 뉴스앵커들의 말하기 양태며 장단점에 관해...

또 몇몇 연극배우와 영화배우, 탤런트, 개그맨의 말하기에 관해서도 두루 이야기 나누고 싶지만 너무 길어질까 염려하여 줄이렵니다. 나중에 어디서 어떻게든 적절하다 싶은 기회가 오겠지요.

 

티브이를 볼 때 이런 우스갯소리가 떠오르지는 않나요?
「“전국의 아나운서들이 내 아내를 잘 알아.”
“무슨 소리야??”
“아내가 티브이를 하도 자주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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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저 사람은 어떻게 말하고 있지?  

 

 

“나에게 글재주가 없다는 것을 아는 데 십오 년이 걸렸어. 

그런데도 글쓰기를 포기할 수 없었던 까닭은 

그 무렵에 아주 유명해졌기 때문이야.”

로버트 벤츨리

 

로버트 벤츨리 Benchley

 

다른 화자들이 어떻게 말하는지, 분석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스피치 안목을 키우는 것이겠지요?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누군가의 발언을 듣거나, 아니면 티브이나 라디오 방송에서 보고 들으며, 이런 질문들을 던지고, 거기에 얼마나 합당한지 따져 보세요.

 

첫째, 전반적인 분석 대상으로는 스피치 목표, 스피치와 청중의 맥락, 스피치 구성 등

*이 화자가 설정한 목표는 무엇인가? 정보(교육), 설득(촉구), 재미?
*전달하려는 핵심 메시지가 뭐지? 
*이 사람은 왜 이 스피치를 하며, 그렇게 하기에 적당한 인물이야?
*이 화자의 목표가 달성됐나?
*청중 구성원들과 규모에 어울리는 스피치 기법을 적용했어?
*이질적인 정보를 최소화하고 관련된 메시지와 사례, 스토리 등을 조리 있게 엮어서 초점을 명확하게 만들었나? 

 

둘째, 스피치와 직결돼 유심히 봐야 할 점들

 *단상이나 청중 앞으로 나서는 동안 화자의 신체언어는 어떠했나? (이 순간의 신체언어는 대개 자신감 정도를 가리킬 것)
*청중을 끌어들이기에 좋은 오프닝을 이용했나?
혹은 무미건조하게 입을 열었나?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따위. 

*말문을 어떤 식으로 열었나? 개인 스토리로? 조크로? 놀라운 통계 수치로? 대화체로? 인상적인 영상으로?
*오프닝에서 스피치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나?

*오프닝이 당신 기억에 남았나?
*스피치에 조리와 일관성이 있었나? 즉, 논거와 스토리, 일화 따위가 다 핵심 메시지와  연관됐나?

*논증을 떠받치는 사례나 통계를 제시했나?
*이해를 키우기 위해 메타포 같은 수사 장치를 사용했나?

*한 대목에서 다른 대목으로 연결이나 전환이 매끄러웠나?
*오프닝과 마찬가지로 결어에서도 새로운 효과를 내는 어휘와 신체언어, 영상물 따위를 사용했나? 

*결론이 간명하고 기억에 남았나?
그렇다면,
동기 부여나 행동 촉구가 있었나? 

 

앞에 든 항목들은 화자가 소개를 받고 단상으로 나가서, 서론과 본론, 결론으로 구성된 스피치를 하는 동안 점검할 만한 것이지요. 좀 복잡한가요?

 

하지만, 이제 스피치 기법이라는 측면에서 분석할 요소도 적지 않아요.

이건 물론 다 우리가 학습하고 훈련하는 것들입니다. 

 

셋째, 노련한 화자들은 다양한 전달 기술을 목표에 맞도록 적시에 적소에서 동원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화자가 열정을 보이고 청중과 잘 연결됐나? 그렇다면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나? 청중의 반응은 어떠했지? 
*유머를 적절하게 구사했나? 웃음이나 눈물을 몇 번 자아냈어? 

*이해를 돕고 감정을 돋우고 극적 요소를 주기 위해 필요한 곳에서 휴지를 제대로 취했나?
*잘 디자인된 영상 보조물을 적절하게 사용했나? 그것이 핵심 메시지 전달에 도움이 됐나? 

*화자가 무대 공간을 잘 활용한 거야?
*자세와 태도에서 자신감과 침착성을 보였나? 청중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잘못된 습관은 없었어?

*제스처가 자연스럽고 전달하는 내용을 잘 보완했나? 
*시선을 어떻게 처리했지? 청중과 효과적으로 연결했어? (eye contact) 

*목소리가 듣기 좋고 말이 귀에 쏙쏙 들어왔나? 
*목소리의 크기, 높이 등을 이모저모로 바꾸었나? (4P

*말의 속도가 다양했나? 답답하다 싶게 느리거나, 알아듣기 어려울 만큼 빠르지는 않았나?
*사용하는 어휘가 청중에게 적합했나? (속어와 비어는 물론이고) 전문용어나 은어 따위를 쓰지 않았나? 

*호흡과 딕션에 문제는 없었나?
*문장들이 짤막하고 이해하기에 쉬웠나?

*이 외에, 당신의 느낌은?
납득하고 설득됐나?
이 화자의 스피치를 다시 듣고 싶어졌나?
화자에게 독특한 생각이나 표현 기법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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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절 특파원? 무늬만 특파원?  

 

 

며칠 전 포털 사이트에서 주마간산 격으로 훑어보다가 눈에 띈 뉴스 하나가 바로 저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안과 관련해 '한마디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조금 고심을 했어요. 

 

특파원의 표절

 

[미디어오늘]의 손가영 기자가 작성한 저 기사의 골자는... 

중앙일보의 심 아무개 뉴욕 특파원이 보내와서 지면에 담은 칼럼이, 알고 보니 월스트리트 저널이 그 며칠 전에 실은 사설을 거의 그대로 베낀 것이었더라. 이런 사실을 지적당하자 중앙일보는 이 칼럼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으며 해당 특파원의 직무를 정지한 뒤 징계 처분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한 신문사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모든 언론사가 '관행'으로 행했고 행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여기서 저도 이번 포스트의 골갱이를 미리 말씀드리자면... 

한국 여러 방송사들의 외국 주재 특파원이 보내온다는(!) 리포트 열 개 가운데 여덟 개는 국내에서, 서울에 있는 기자들이, 만드는 것이다!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거 말이 되는 소리야?!" 하는 반응이 쉽게 예상됩니다. 

말이 되는 소리이고, 실상이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중동 지역에서 어떤 사건이 터졌는데... 그와 관련된 리포트를 예를 들어 파리나 런던 주재 특파원이 전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봤을 겁니다. 

"어, 돌이켜보니 그러네. 하지만 그게 그렇게 하는 것인 모양이다 싶어 별 생각 없이 지나치곤 했지!" 이런 반응을 보이는 분들은 그나마 감각이 살아 있거나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의식이 깨어 있는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구요? 왜냐하면 대다수 시청자들은 아무 생각 없이 <정말 그 특파원이라는 사람이 사건 현장에 나가 취재하고 취재원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 특파원이 직접 기사를 작성하고 때론 편집도 하고... 해서 제작한 리포트>라고 막연히(!) 여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른바 특파원들이 보내온다는 리포트의 열 개 가운데 여덟 개쯤이 제작되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우리 포스트 독자들께서 이해하시기에 편하도록 실례를 하나 들지요. (이 사례는 수많은 아류들 가운데서 최근의 것 하나를 무작위로 고른 것입니다. 다음 링크로 리포트를 보시고, 제가 드리는 설명을 읽으면 금방 감이 잡힐 겁니다. <이란 산 원유 제재 예외 중단...>

 

티브이 뉴스, 미국이 이란 산 원유 제재 예외 중단

 

이 특파원의 리포트가 나온 배경과 과정은 분명 이랬을 겁니다. 

1) 이란 산 원유를 둘러싸고 제재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방침을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국무부 브리핑룸에서 발표해요. 

2) 미국의 AP, UPI, 프랑스의 AFP, 영국의 로이터 등 세계 유수의 통신사들이 즉각 이 뉴스를 전송하는군요. 

3) 한국의 통신사(연합뉴스)와 언론사들이 이 뉴스를 받아 번역합니다. (KBS 정도의 방송사는 4대 통신사의 뉴스를 곧장 받지만, 규모 작은 언론사들은 <연합뉴스>가 전해주는 이 뉴스를 받아 자기네 지면에 게재하거나 방송에서 전합니다.) 

4) "이란 산 원유 수입 제재와 관련해 그 동안 예외로 두던 것도 없애겠다고 하네! 미국 정부의 이 방침은 그 자체가 굵직한 뉴스거리인데, 여기에 우리 한국도 포함되니까 더 뜨거워졌어. 이런 큰 기사를 단신 처리는 불가하고, 여기 서울에서 국제 뉴스로 전하기에도 모양이 좀 빠지는 것 같아. 그러니까 워싱턴에 얼른 연락해서 리포트 하나 만들어 보내라고 해. AP나 다른 통신사의 기사를 정리해서 보내줘. 거기서 특파원 입으로 리딩하고 '증명사진' 하나 찍어서 다시 송출해 오면 아침뉴스에 내보낼 수 있을 거야. 알았지?" 

이른바 '숙직 데스크'의 뉴스 가치 판단과 제작 지시를 미루어 짐작해 봤습니다. 이 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을 거예요. 

5) 이 뉴스 제작 지시를 받은 당직 기자가 국제 통신사의 뉴스를 번역한 연합뉴스의 기사를 워싱턴 특파원에게 보냅니다. 그때 이런 얘기를 덧붙였을 겁니다. 

"이거 아침 뉴스 시간에 내보내야 돼. 자료 화면은 여기 다 있으니까, 그냥 기사만 리딩하고 어디 거리에 나가서 그쪽 '간지'가 나는 스탠딩 하나 찍어서 보내요. 빨리! 아, 그리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코멘트는 여기서 우리가 넣을 거야. 자막도 물론 다 여기서 처리하고. 오케이? 수고~" 

6) 워싱턴 특파원은 서울에서 보내준 기사를 읽어 녹음합니다. 그리고 이제 '정말 중요한 작업'을 하나 하러 나갑니다. '간지'가 나는 '스탠딩' 하나 찍는 일 말이죠. (이게 대다수 한국 특파원들이 하는 대부분의 일이니까, 정말 중요한 작업 아니겠습니까? ^^) 

이 리포트에 등장하는 특파원은 미국 국무부가 있는 The Harry S Truman Building 간판 앞에서 '증명사진'을 찍었군요. 마치 이 리포트를 자신이 취재하고 인터뷰하고 기사를 작성하여 제작한 듯한 인상을 풍기려는 듯이 말이지요!

 

7) 그렇게... 서울에서 보내준 기사를 '리딩/reading'하고 (적어도 폼페이오가 발표할 당시엔) 가보지도 않은 브리핑룸이 있는 국무부 앞 거리에서 '스탠딩' 하나 찍어 (비싼 위성 사용료를 내고, 이게 다 혈세인 것을!) 다시 서울로 송출합니다. 

 

8) 서울에 있는 담당 기자가 특파원의 '귀한 오디오와 증명사진'을 받아 거기에 자료 화면을 입히고 필요한 중국 대변인 코멘트를 넣고, 여기저기 필요한 대목에 자막을 달고... 그렇게 하여 <특파원 리포트> 하나가 태어납니다. (*중국 대변인 코멘트도 다른 수많은 자료 화면들과 마찬가지로 서방 통신사들이 보내주는, 아니, 그들한테 돈을 내고 사는, 것입니다.) 

 

"아니, 정말 이런 거야? 이게 도대체 뭣들 하는 짓이지?" 하고 어처구니없다는 느낌이 분명 솟구쳤을 거예요. 하기야 예전에 제가 일하던 방송사의 '수습 기자들'이 OJT 기간에 국제부에서 야간에 이런 '따까리 일'을 한 뒤 특파원에 대한 환상이 깨졌노라고, 실망했다고 토로한 적도 있으니까요. 

 

체첸 전쟁 종군 취재

 

저는 20여 년 전에 아무개 상업방송사의 러시아 특파원으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요즘 나름대로 잘 나간다고 하는 정규재TV의 정규재 씨도 같은 시기에 일했어요.) 이제 중요한 것은... 그때와 (20년이나 지난!) 지금에 이 <한국 언론의 특파원 운용> 시스템은 달라진 게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그 골자는... 

1) 한국 언론의 특파원은 본연의 특파원 활동을 하지 않는다. (못한다.) 
2) 더 나아가, (앞에서 제가 소개한 식의) 이런 특파원 리포트나 활동은 시청자를 기망하는 행위일 뿐이다.  

 

이 포스트의 독자 제위께서도 저 앞 8단계를 읽으면서 (새로운 팩트를 알게 되면서) 허탈함은 물론이고 분노심마저 치솟았을지 모릅니다. [미디어오늘] 손가영 기자의 기사에 달린 댓글들에서도 그런 심정이 역력히 드러나니까요. 

 

특파원 표절 기사에 대한 댓글들

 

그러면... 한국 언론사들의 특파원은 왜 저렇게 무의미한 짓을 하느냐?! (제가 '무의미하다'고 일컫는 것은 특파원의 역할과 일과 활동 차원에서 그렇다는 뜻입니다. 먹고 사는 것으로야 남부럽지 않지요.) 


1) 애초에 특파원 역할 설정에 문제가 있어요. 저런 8단계 식의 일을 특파원 역할이라고 보는 한, 언론사들은 문제 의식을 전혀 갖지 못할 겁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어느 지역에 특파원을 파견할 때, 그 기준은 '그 사람이 거기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가 아니라, '회사에, 경영진에 얼마나 충실하게 봉사해 왔는지'가 거의 전부니까요. 혹은, 최소한 후자를 더 우선시하니까요. 그 결과... 특파원을 일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 동안 고생 많았으니 나가서 좀 쉬고 대접 받도록' 파견하는 경향이 짙으니까요. (지금도 분명 그럴 겁니다.) ** '회사에, 경영진에 충실한'이란 표현에 유념해 주세요. 시청자나 독자에게 충실한 게 아니에요! 

 

2) 그러다 보니... 특파원 활동의 자질과 역량이 부족한 사람들도 그냥 내보냅니다. 어려울 게 뭐 있겠어요? 저 8단계 식으로 일한다면! 저렇게 하는 일이야 코흘리개들도 다 할 터인데!! 

 

 

그러면 특파원 활동의 자질은 무엇이겠습니까? 제가 보기엔 (아니, 누가 보더라도) 두 가지에요. 

1) 취재 능력 

2) 현지 언어 구사 능력  

그런데... 취재 능력에 대해 거론할 생각을 하니, 좀 우울해지는군요. 취재 능력에 여러 요소가 들어가겠는데, 우린 단적으로 <질문하는 솜씨와 능력> 하나만 보겠습니다. 이게 안 될 때, 안 되는데, 취재가 알차게 될 수 있을까요? 묻는 제가 바보 같이 보일 겁니다. ^^ 

한데 우리네 기자들의 질문 솜씨나 수준은 어떤가요? 일반 시청자들이 알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수준을 엿보고 짐작케 할 수 있는 진귀한 장면을 많은 이들이 목격하게 된 사건이 하나 있었지요? 다시 한 번 보시지요. 

 

 

네,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정말 답답하고 민망하고 화나는 장면이었습니다. 오죽하면 몇 년 지난 뒤에도 이런 식의 기사들이 또 나오는 것일까요? 

 

질문 없는 회견에 대중은 왜 분노하나

 

질문을 못하는데 무슨 취재가 되겠습니까? 어불성설이지요.


다음에 현지 언어 구사 능력에 관해 생각해 볼까요? 

예를 들어 파리 특파원으로 일하는데 프랑스어 한마디 못하고, 예를 들어 모스크바 주재 특파원으로 일하는데 러시아에 전혀 관심 없었고 러시아어에 깜깜하다면... 이거, 일이 제대로 될까요? 묻는 제가 또 바보 같이 보일 정도 아닌가요? ㅎㅎ 

 

"아, 거야 뭐, 통역을 쓰면 되지 않겠어?!" 하고 반박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럴 수 있어요. 그렇게들 해왔고 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 다른 외국 특파원들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어요? 아니, 그렇게 거창한 목표는 젖혀 놓고, 제대로 된 정보를 신속하게 국내에 전할 수 있겠어요? 언감생심! 

 

제가 생각하기엔... 외교관이나 상사 주재원 등은 현지 언어를 몰라도 영어 하나만 잘 하면 괜찮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게 더 나을 거예요. 왜냐면 현지 언어를 아무리 잘 한다 해도 현지인만큼은 불가능하니까 접촉과 교섭에서 불리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특파원은 현지 언어를 반드시 잘 해야 합니다. 대통령에서부터 시정잡배에 이르기까지 두루 직접 접해야 하니까요. 또 무엇보다도 언어를 안다는 것은 그 문화를, 그 사회를, 그 사람들을 안다는 뜻이니까요. 잘 알아야 하구요!

이런 측면에서, 우리 이웃인 일본과 중국의 특파원들은 거의 그렇게 합니다. 제대로 일을 합니다. 적어도 제가 일하던 러시아에서 그들은 러시아 사회를 잘 알고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현지 많은 정보원들과 교류도 꾸준하게 유지합니다. 그래서 직접 취재가 가능하며,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이게 진짜 기자요, 이게 정말 특파원 아니겠어요? 

 

또 한 가지 측면은... 제가 예전에 보니까, 예를 들어 CNN 특파원들은 거의 늘 '잠바 차림'에 돌아다니고 취재하고 리포트도 하더군요. 셔츠 소맷자락 걷어붙이고 말이죠. 정확하고 신속한 취재와 리포트 제작에 그만큼 바쁘다는 뜻입니다. 

'쎄느 강변에서 버버리 코트 깃 세우고 멋진 넥타이 매고 증명사진 찍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 뜻이에요. 물론 크렘린의 대통령 기자회견 같은 자리라면 격에 맞는 복장을 갖춰야겠지요. 하지만 그 외에는 넥타이 매고 양복 입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왜? 왜냐하면, 그럴 시간이 없어요! 일본 특파원들도 마찬가지에요. 

 

그러니... 앞으로 혹시 어떤 티브이 뉴스 프로그램에서 어디에 무슨 특파원이 리포트한다고 나오는데, 양복 잘 빼 입고 멋진 넥타이 두르고 머리 모양 잘 손질하고 나왔다면... '아, 이 사람은 제대로 일하는 특파원이 아니구나, 서울에서 보내주는 기사에 입만 빌려주고 증명사진 하나 찍어 보내는 특파원이구나' 하고 생각하면 거의 틀리지 않을 겁니다. (이건 안목을 확장하는 일입니다.) 

 

이 포스트를 작성하는 데 다섯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저로서는 내용으로 보아 별반 재미도 없고, 한편으론 무슨 내부 고발 같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론 "그럼, 넌 얼마나 잘 났는데?" 하는 타박을 들을 만도 하다 싶어 며칠 동안 글을 쓸까 말까 망설이던 사안입니다. 그러다가... '그래도 많은 이들이 그 실상을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 포스트를 작성하게 된 것인데, 결론은 이렇습니다. 

이제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끝났다. 
지금 같은 식의 특파원 리포트는 더 이상 만들지 말라. 이건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짓이다. 
기만이요 사기와 다름없는 일이다. 

당신이 보지 않고 듣지 않은 일을 당신이 직접 보고 들은 것처럼 말하고 전해서는 안 된다. 이런 짓은 허풍선이나 사기꾼이 즐겨 취하는 수법이다. 언론이 그래도 되는 것인가? 
"폼페이오는 제재를 강화한다고 밝혔습니다." 이게 아니다. 
"폼페이오는 제재를 강화한다고 밝힌 것으로 AP통신이 전했습니다, 혹은, AP통신에 따르면, 폼페이오는 제재를 강화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해야 정직한 인용이 된다. 

 

앞에서 소개한 KBS 워싱턴 특파원의 리포트 같은 경우, 특파원의 취재 흔적이 그 어디에도 없잖아요? 국무부 브리핑룸에 앉아 폼페이오의 발표를 들은 것도 아니요, 중국 대변인 코멘트를 들은 것도 아닙니다. 더욱이 워싱턴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취재했을 리는 만무하고.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마치 자신이 취재한 것 같은 분위기를 잡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것은 표절이고 도적질이고 범법 행위입니다. (다른 대다수 특파원들 경우에도 대동소이합니다. 이것을 한국 언론에서는 '관행'이라 부르는 모양입니다.) 

 

신문 특파원의 표절 사건으로 시작해서 방송 특파원의 리포트 얘기만 하니까 좀 이상한가요? 하지만, 본질은 똑같습니다. (입말과 글말의 본질이 똑같듯이 말이죠. ^^) 저 중앙일보 뉴욕 특파원이 월스트리트 저널의 사설을 거의 베껴서 자신의 칼럼인 양 서울에 보냈는데 (이런 점을 서울 본사에서는 물론, 당연히, 알고 있었을 겁니다)... 제가 짐작하기엔 그 번역마저도 특파원이 직접 한 것은 아니고 유학생에게 맡겼을 것이라고 봅니다. (만에 하나, 제 지레짐작이 틀렸음이 드러난다면 즉각 사과하고 수정할 용의가 있습니다.) 


한 가지만 더... 

특파원의 리포트 열 개 가운데 여덟 개 정도가 실제로는 서울에서 제작하는 것이라면, 나머지 2할 정도는 특파원이 현지에서 직접 취재해 보도하는 것인가? 그렇게 볼 수 있어요. 한데 그것조차도 현지의 우리 교민들이나 기업 얘기, 아니면 한국에서 간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들 얘기가 대부분입니다. 특파원이 주재하는 나라의 문화나 사회, 사람들에 대한 feature story 같은 것은 엄두도 못 냅니다. 

 

왜냐하면, 그 나라와 사회를 잘 모르니까, 애초에 관심도 없었으니까, 어쩌다가 좋은 자리가 나서 그냥 부임한 것일 뿐이니까... 이런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러니 일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아니, 앞에서 제가 소개한 8단계 식의 일이야 해내겠지요. 하지만, 그게 무슨 특파원의 역할이란 말인가요? 소가 웃을 노릇입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언론사는 다들(!)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언론사 사주나 경영진은 만약 어떤 직원이 (기자가) 애를 많이 썼고 포상과 위로를 해주고 싶다면 특파원이란 이름으로 내보낼 것이 아니라 연수를 보내든지 다른 보상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겁니다. 지금처럼 계속한다면 '특파원은 저런 건가 봐, 저렇게 일하는 건가 봐' 하고 잘못 된 개념과 정의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 심어줄 우려가 있으니까요. 이건 형사 범죄는 아니라 해도, 윤리와 양심에 어긋나는 행위입니다. 

 

루이 청강 기자

 

이제 '무늬만 특파원'인 시대는 지났습니다. 시청자들을 농락하는 짓은 이제 접어야 할 때가 됐습니다. 아니, 지났습니다. 특파원 파견 인력을 키워서 제대로 활용하든지, 아니면 외국 통신사 기사를 인용하는 것이라고 정직하게 밝히고 보도를 하든지 해야 합니다. 

 

인력을 제대로 키우고 대접해야 젊은이들이 제대로 된 공부를 열심히 할 겁니다. 줄만 잘 서면 만사 오케이인 시대는 이제 저물었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더 이상 회사도 국가도 개인도 발전 못하고 성장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국제사회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일들을 서방 통신사의 시각이 아니라 우리 한국 기자의, 한국 특파원의 시각으로 접근하고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게 본래 특파원의 역할 아니겠어요? 서방의 기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이웃인 일본과 중국의 특파원들은 거의 다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못 믿겠다면, 저 오바마 기자회견에서 불쑥 튀어나온 중국의 루이 청강 기자를 보십시오. 당당하고 적극적이면서도 예의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천하의 오바마로 하여금 말을 더듬게 만들 정도에요. 이게 바로 기자요, 특파원입니다. 

 

글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마감 시한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이 포스트에 대한 심리적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어 서두른 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글이 좀 거칠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퇴고를 몇 번 해야겠습니다.  

이 글 가운데 만에 하나 제 생각에 잘못 된 부분이 있어서 전-현직 특파원이나 언론계 종사자 어떤 분이든 지적해 주신다면, 확인하고 기꺼이 수정하겠습니다.  

(알림)  Voice Training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를 참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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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액션 16 (얘깃거리/토픽 잡기)  

 


“우리나라에 부처가 들어오면, 

한국의 부처가 되지 못하고 부처의 한국이 된다. 

우리나라에 공자가 들어오면, 

한국을 위한 공자가 되지 못하고 공자를 위한 한국이 된다.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오면, 

한국을 위한 예수가 아니고 예수를 위한 한국이 되니, 

이것이 어쩐 일이냐. 

이것도 정신이라면 정신인데, 

노예 정신이로다.” 

단재 신채호)

 

단재 신채호

 

1분에서 3분 길이로 스피치 원고를 써 보세요. 

어떤 토픽으로? 당신이 늘 관심 보이고, 당신을 동요케 하는 것으로. 

 

횡단보도에서 운전자들이 보행자의 안전을 무시하나요? 당신은 그들에게 위험을 알리려고 애쓰나요? 

혹은 아이들 양육에 대해 말하고 싶을지도... 

아이들은 가르칠 것이 아니라 함께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문구를 생각하세요. 

  

의미가 이해됐습니까? 그러면 그 생각을 발전시키세요. 

원고를 작성하고 읽어 보세요. 

각 문장에서 키워드를 골라내세요. 

 

텍스트를 녹음하세요. 

그 다음에는 텍스트를 읽지 말고 기억하여 말하면서 녹음해 보세요. (간간이 훔쳐볼 수는 있어요.)

  

이제 텍스트를 치우고 말로 하세요. 

처음 녹음과 비교하고 분석하세요. 

 

뭔가 새로운 말을 첨가했나?

중요한 단어를 빠뜨리지 않았나?

말하기가 처음보다 더 좋아졌나, 혹은 나빠졌나?

 

당신은 어떤 얘깃거리에 관심이 큰가요?

그 목록을 만들어 보세요.

스피치 원고를 써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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