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전령 매미와 여름 끝물 풍경
계절에도 그 나름의 소리가 있는 듯싶습니다.
이를테면, 봄에는 졸졸졸, 여름에는 후드득후드득, 가을에는 부스럭부스럭, 겨울엔 사각사각…
겨울잠에서 깨어난 시냇물이, 맑은 하늘에 갑자기 몰려온 먹장구름이, 숲이나 가로수길에 쌓인 낙엽이 또 밤새 소복이 쌓인 눈이 그런 소리를 내는 게 아니냐 말이죠. 일반적으로.
하지만 제가 정작 말하고 싶은 건 한여름 우리 귀에 익숙한 소리, 바로 이겁니다.
그 소리가 기세 등등해서 신경까지 건드릴 적엔 그들을 향해 혼자 악담마저 퍼붓는 경우도 가끔은 있었는데, 올 여름엔 그럴 기회가 쏙 들어가버리고 말았습니다.
매미들 소리가 예전만큼 왕성하지 않고 기운차지도 못한 것 같으니 말입니다.
아마도 긴 장마가 가장 큰 원인이겠지요?
그래도 열흘, 보름 전쯤부터는 제법 요란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어요. 여느 해처럼.
사무실 앞에 있는 작은 정원, 나무 아래 서서 사방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를 들으니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더군요.
'아, 아직은 지구가 죽지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 때문일까요. ^^
매미 우는 소리를 따라 여기저기 눈길을 돌리다가, 저로서는 지금까지 못 보던 걸 발견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저게 뭔가?' 했지요.
아, 이건 바로 '매미의 허물'이었어요!
우화한 뒤에 남겨진, 버림받은 껍질. the cast-off shell (of a cicada).
이런 녀석들이 여기저기 많이도 매달려 있더군요!
이 속에서 얼마나 머물렀던가요? 남겨진 껍질의 등짝에는 갈라진 자국이 확연하여, 날개 마르자 드넓은 세상으로 휑 날아갔을 모습이 선하게 그려집니다.
자연 친화적인 아이들은 매미 허물을 가지고도 재미나게 노는군요.
그러는 사이 마당 텃밭에서도 여름이 저물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베란다 아래 벌집 규모가 좀 더 불어났고, 개구리마저 폴짝거립니다. 아, 참외도 제 모양을 찾아 가네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기에, 스트레스 받는 이들이 많을 겁니다.
소나기는 피해 가라는 말이 있듯이, 조심해야 할 때는 조심해야겠지요.
이곳 고원 지대의 한적한 골짜기에는 그래도 그 소나기가 그리 거세지는 않은 듯 보입니다. 그래서 그나마 물장구도 치고 다슬기도 잡으면서 한가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여름이 가고 있습니다.
오면 가고 가면 또 오는 게 우주의 법칙인가요?
부디, 우리 모두 부질없는 끌탕일랑 내던지고 평온한 시간 보낼 수 있기를 간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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