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루덩의 악마들61

루덩의 악마들 7-1편 3 루덩의 악마들 The Devils of Loudun 올더스 헉슬리 저(번역, 주석, 해설 – 김성호) 근세 과학 문헌을 읽다 보면 가장 거친 초자연주의[각주:1]와 가장 거칠고 나이브한 유물주의[각주:2] 같은 것이 이상하게 뒤섞여 있음에 놀라게 된다. 한데 이 덜 다듬어진 유물주의는 현대의 유물주의와 두 가지 중요한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첫째, 옛 이론이 다루는 ‘물질’[각주:3]은 정확하게 계량되는 무엇이 아니다. 거기서는 그저 따스함과 차가움, 건조함과 축축함, 가벼움과 무거움 따위 얘기만 나온다. 이런 질적 표현을 양적 규모로 밝히려는 시도가 전혀 없다. 우리네 선조들의 관념에서 ‘물질’은 측정되지 않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고 뭔가를 할 수 없었다. 아무 것도 할.. 2019. 7. 16.
루덩의 악마들 7-1편 2 루덩의 악마들 The Devils of Loudun 올더스 헉슬리 저(번역, 주석, 해설 – 김성호) 우리의 두 번째 사례는 최면에 걸린 사람으로, 최면에 의해 강경증(强勁症) 상태로 들어선 경우이다. 최면의 본질이며 그 암시가 자율신경계에 어떻게 영향 끼치는지를 우리는 아직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다. 그러나 최면에 쉽게 빠지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 상태에서 그들 잠재의식의 어떤 부분이 최면술사가 건넨 암시에 몸이 따르게 한다는 것쯤은 우리가 알고 있다. 피험자가 최면에 잘 걸리는 타입이라면 노련한 최면술사는 그를 언제든 강경증 같은 경직 상태로 유도할 수 있는데, 바로 이런 경직 상태를 루덩의 독실한 신자들은 사탄의 소행으로 여긴 것이다. 정말 그랬다. 왜냐하면 그 당시 개념으로 보아 그런.. 2019. 7. 16.
루덩의 악마들 7-1편 1 루덩의 악마들 The Devils of Loudun 올더스 헉슬리 저(번역, 주석, 해설 – 김성호) 7 7-1 특정한 시대와 지역에서는 전혀 허용되지 않는 생각이 있다. 그러나 생각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서 혹자가 특정한 감정을 절대 못 느끼고, 그 감정이 부추기는 행위를 전혀 하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회가 극히 비판적으로 대하는 행위가 시대 흐름에 역행하면서도 나오는 때가 더러 있다. 그러나 느낌과 기질이 허용하는 대로 개개인이 느끼고 행할 수 있다 해도, 그 각자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기란 특정한 시대와 지역의 평가 기준 안에서만 가능하다. 생각과 행위는 전통적 도덕과 이데올로기 같이 지배적인 사고방식으로 해석되기 마련인데, 이 사고방식이 충동과 감정을 웬만큼 조절은 .. 2019. 7. 16.
루덩의 악마들 6편 4 루덩의 악마들 The Devils of Loudun 올더스 헉슬리 저(번역, 주석, 해설 – 김성호) 1634년 봄과 여름 내내 펼쳐진 엑소시즘의 주목적은 수녀들한테서 악령을 내쫓는 게 아니라 그랑디에의 범죄를 입증할 증거 확보였다. 조준 방향은 주임신부가 정말로 마법사이며 수녀들을 미혹에 빠뜨렸음을 입증하는 것. 사탄이 직접 증언한다면 더 바랄 게 없지. 그러나 다들 알다시피 사탄은 거짓의 아버지, 그러니까 사탄의 증언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거잖아. 논란이 일자 로바르데몽과 엑소시스트들과 푸아티에 주교 등은 “로마교회 성직자들이 정식으로 강요하면 악마들조차 진실을 말하게 돼 있다”고 단정하고 나섰다. 달리 말하자면, 히스테리를 부리는 수녀가 엑소시스트의 부추김으로 맹세코 확언하는.. 2019. 7. 16.
루덩의 악마들 6편 3 루덩의 악마들 The Devils of Loudun 올더스 헉슬리 저(번역, 주석, 해설 – 김성호) 그런 거대한 인물이 소소하기 짝이 없는 사건에 그렇게 비상한 관심을 보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리슐리외의 동시대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그저 이모저모로 짐작해 볼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보복 열망이 주된 동기였음은 분명해 보인다. 1618년 리슐리외가 뤼옹의 주교요 쿠세의 수도원장에 불과했을 때, 루덩의 주임신부라는 이 건방진 애송이가 버릇없게 굴었다. 그리고 십여 년이 지난 이제 바로 같은 자가 선동적이고 모욕적인 책자 의 작자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긴 것이다. 그를 재판에 회부하기에는 물론 증거가 너무 적어. 그러나 그런 범죄의 용의자라는 것만으로도 이 꺼림칙한 자는 제거당해 마.. 2019. 7. 16.
루덩의 악마들 6편 2 루덩의 악마들 The Devils of Loudun 올더스 헉슬리 저(번역, 주석, 해설 – 김성호) 1633년 가을이 되어서야 희망이 살아났다. 루덩 성의 아성 문제에서 국왕이 결국 추기경한테 양보했고, 로바르데몽이 ‘백조와 십자가’ 객사에 다시 묵게 됐다. 메스멩을 비롯해 추기경 지지자들이 기뻐 날뛰었다. 다르마냑이 권력 다툼에서 패한 거야, 아성은 파괴되고 말겠군. 이제 저 지긋지긋한 주임신부만 제거하면 되겠어! 국왕 전권대행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메스멩이 마귀 들린 수녀들 얘기를 짐짓 입에 올렸다. 로바르데몽이 주의 깊게 들었다. 왕년에 마녀 십여 명을 재판하고 불살라 죽인 경력이 있는 만큼, 스스로 초자연적인 문제에서 전문가라고 여길 권리가 충분했다. 다음날 그가 파켕 .. 2019. 7. 16.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