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도웰 교수의 머리21 도웰 교수의 머리 6장 러시아 공상과학(SF)소설의 효시 도웰 교수의 머리 벨랴예프 지음 김성호 옮김 6. 실험실의 새로운 거주자들 다음 날 아침 코른 교수의 해부대 위에는 갓 숨진 시체 두 구가 정말로 놓였다. 공개 시연에 내보낼 새로운 머리 둘이 도웰 교수의 머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코른 교수가 전날 그 머리를 옆방으로 미리 옮긴 것이었다. 남자 시신은 서른 살쯤 된 노동자인데 교통사고의 제물이었다. 단단한 몸통이 형편없이 일그러지고, 채 감지 못한 두 눈에는 경악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코른 교수와 로랑, 존이 흰 가운 차림으로 시신들을 다루었다. 코른이 설명하듯이 입을 놀렸다. “시신이 몇 구 더 있었지. 한 노동자는 목재 더미에서 떨어졌기에 제쳐놓았소. 뇌진탕으로 뇌가 상했을 수 있으니까. .. 2019. 7. 12. 도웰 교수의 머리 5장 러시아 공상과학(SF)소설의 효시 도웰 교수의 머리 벨랴예프 지음 김성호 옮김 5. 대도시의 희생자들 머리의 비밀을 알고 난 뒤 로랑이 코른을 증오하게 됐다. 그런 감정은 날이 갈수록 더 커졌다. 증오심을 품고 잠이 들었다가 증오심을 안고 눈을 뜨곤 했다. 끔찍한 악몽을 꾸면서 코른을 보곤 했다. 그녀는 증오감으로 앓았다. 근래 들어 코른과 마주칠 때마다 그 낯짝에 “살인자!”라는 말을 내뱉고 싶은 것을 간신히 억눌러야 했다. 그에 대한 태도가 딱딱하고 차가워졌다. 도웰 교수의 머리와 둘만 있을 때 마리 로랑이 언성을 높였다. “코른은 짐승 같은 범죄자예요! 그의 죄상을 당국에 고발하겠어요… 그의 범죄를 널리 알릴 겁니다. 도둑질로 이룬 명성이 무너지고 그의 악행이 다 폭로되기 전까지 나는 다리 뻗고 잠.. 2019. 7. 12. 도웰 교수의 머리 4장 러시아 공상과학(SF)소설의 효시 도웰 교수의 머리 벨랴예프 지음 김성호 옮김 4. 죽음인가, 아니면 살해인가? 한번은 로랑이 잠들기 전에 의학 저널들을 훑어보다가 코른 교수의 새 논문을 읽었다. 이 논문에서 코른은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다른 학자들의 연구를 인용했다. 그 발췌문들은 다 의학 저널과 서적들에서 따온 것인데, 로랑이 아침 작업 시간에 머리의 지시대로 밑줄을 그은 대목들과 정확히 일치했다. 다음 날 머리와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되자마자 로랑이 물었다. “내가 없을 때 코른 교수는 실험실에서 무얼 하지요?” 머리가 잠시 주저하다가 대답했다. “그와 나는 연구와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오.” “그러니까 당신은 그를 위해서 중요한 대목들을 표시하는 건가요? 그런데 당신의 작업을 그가 자기 이름으로 발.. 2019. 7. 12. 도웰 교수의 머리 3장 러시아 공상과학(SF)소설의 효시 도웰 교수의 머리 벨랴예프 지음 김성호 옮김 3. 머리가 말하기 시작하다 로랑이 금지된 밸브의 비밀을 알게 된 뒤로 일주일쯤 흘렀다. 그 동안에 로랑과 머리 사이에는 한층 더 돈독한 관계가 맺어졌다. 코른 교수가 대학이나 병원으로 가는 시간에, 로랑은 밸브를 열고 머리가 웬만큼 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공기를 목구멍으로 보냈다. 로랑도 나직이 말했다. 둘은 자기네 대화를 흑인이 듣지 못하도록 조심했다. 그들의 대화가 도웰 교수의 머리에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았다. 두 눈에 생기가 더 돌게 되고, 양미간의 슬픈 주름들조차 매끈하게 펴졌다. 머리는 강요된 침묵의 시간을 벌충이라도 하듯이 기꺼이 말을 많이 했다. 간밤에 로랑이 도웰 교수의 머리를 꿈에서 보고는 눈을 떠서 생각했.. 2019. 7. 11. 도웰 교수의 머리 2장 러시아 공상과학(SF)소설의 효시 도웰 교수의 머리 벨랴예프 지음 김성호 옮김 2. 금지된 밸브의 비밀 마리 로랑의 삶은 순탄치 못했다. 열일곱 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병든 어머니를 돌봐야 했다. 아버지가 남긴 작은 재산은 오래 가지 못했는데, 공부도 하고 가족 부양도 해야 했다. 몇 해 동안 신문사에서 야간 교정원으로 일했다. 의사 자격을 얻고 일자리를 찾기는 했는데, 헛수고만 한 셈이 됐다. 황열병이 기승을 부리는 뉴기니의 재난 장소로 가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병든 엄마와 함께 거기로 가는 것도, 엄마와 떨어지는 것도 다 원치 않았던 것이다. 코른 교수의 제의가 그녀에겐 탈출구였다. 괴상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거의 주저하지 않고 동의했다. 코른 교수가 사전에 그녀에 관해 면밀하게 뒷조사.. 2019. 7. 11. 도웰 교수의 머리 1장 러시아 공상과학(SF)소설의 효시 도웰 교수의 머리 벨랴예프 지음 김성호 옮김 1. 첫 만남 “앉으시오.” 마리 로랑이 가죽 안락의자에 깊숙이 몸을 실었다. 코른 교수가 봉투를 열어 편지를 읽는 동안 그녀가 서재를 대충 둘러보았다.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는 방이야! 그러나 여기서 어떤 작업을 하기는 딱 좋아 보였다. 주의를 어지럽히는 것이 하나 없으니 말이다. 썰렁한 갓이 달린 램프 불빛이 책들과 원고, 교정본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책상 위로 쏟아졌다. 흑단으로 짜인 육중한 가구들이 겨우 눈에 잡혔다. 검은 벽지, 검은 커튼. 묵직한 책장들에 꽂혀 있는 금박 표지들만이 어둠침침한 방안에서 반짝거렸다. 오래 된 벽시계의 기다란 추가 규칙적으로 흔들렸다. 로랑이 코른 쪽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자기도 모르게 웃.. 2019. 7. 10. 이전 1 2 3 4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