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목소리 다루기
스피치를 잘 준비하고 있습니까?
- 아, 잘 하고 있지. ‘채식주의의 이점’이라는 토픽이 있고, 그걸 전달하기 위해 스피치 얼개를 잡고, 관련 자료를 몇 가지 확보하고, 초고를 쓴 뒤 몇 번 다듬고, 거기에 수사법을 동원하여 임팩트까지 보탰어. 이 정도면 연단이나 무대에 나서도 충분한 거 아니야?!
음… 정말 그럴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 아니, 왜? 왜 안 된다는 거야?
당신이 심혈을 기울이긴 했지만 그건 종이 위에 적힌 글일 뿐입니다.
청중은 당신이 원고 읽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청중은 당신이 행하는 스피치를 보고 듣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려면 제스처와 무대 동작, 다양한 목소리 같은 요소들을 또 집어넣어야 합니다.
내용이 아무리 흥미진진하다 해도 전달이 단조롭다면 청중에게 수면 가스를 살포하는 것과 매한가지일 겁니다. 그와 달리, 윤기 있는 목소리를 힘차고 다양하게 구사한다면 청중의 귀에는 음악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목소리를 어떻게 구사해야 지루하지 않게 들릴 수 있을까?
여기서 목소리의
크기(Power),
고저(pitch),
속도(pace),
휴지(pause)를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나옵니다.
먼저, 파워는 당신이 내는 목소리의 성량이에요.
청자들이 귓바퀴를 나팔처럼 모으지 않고도 쉽게 들을 수 있어야 함은 당연하겠지요? 성량을 높이고 낮추는 자체가 흥미를 끌 수 있어요. 전달하기 원하는 감정에 맞추어서 변화를 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신바람을 전할 때는 자연히 목소리가 커지고, 슬픔을 표할 때는 나직하게 나오겠지요.
물론 넓은 공간에서는 마이크를 씁니다. (마이크 사용법도 따로 익힐 필요가 있어요.) 가능한 한 외부 소음을 차단하고, 그럴 수 없다면 청중과의 간격을 최대한 좁혀야 합니다.
피치는 당신이 내는 목소리 진동수.
대체로 사람들 각자에게는 소프라노나 알토, 테너, 바리톤의 고유한 목소리 피치가 있어요. 하지만 피치를 간간이 바꾸는 것은 스피치 대목들을 구별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차별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말하기의 완급을 여러 모로 조절하는 것도 청중의 흥미를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요.
일반적으로, 극적인 이야기에서 감정을 키우려면 말의 속도를 높이고, 핵심 어구를 전할 때는 낮춥니다.
페이스에서 가장 흔히 대두되는 문제는 청중이 듣고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빨리 말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두 가지 잠재 요인이 있습니다. 즉, 일정한 시간에 너무 많은 내용을 전달해야 하거나 하려는 경우, 이는 원고 편집이 부실하다는 반증이기도 한데, 말이 빨라지기 마련입니다. 또 화자가 너무 긴장할 때도 대개 그렇게 됩니다.
휴지에 관해서는 지금까지 여러 번 이야기를 나눴어요.
짧은 휴지를 한 문구나 조항이 끝났다는 신호로 쓸 수 있어요.
청중은 원고에 있는 구두점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런 휴지가 필요합니다.
긴 휴지를 취함으로써 주요 사항이나 스토리 간에 전환이 이뤄짐을 알릴 수 있어요.
핵심 사항 앞뒤에서 취하는 휴지는 놀라운 완충기 역할을 해요.
미리 취하는 휴지는 이제 당신이 중요한 사항을 언급할 것이라고 청중에게 알리며, 뒤에 취하는 휴지는 지금 막 당신이 말한 것을 청중이 음미하고 소화할 짬을 줍니다.
또 휴지는, 예를 들어 수사적 질문을 던지고 잠깐 기다리는 식으로, 청중과 상호 작용을 높이는 데 쓰이기도 합니다.
자(야옹!), 그러면(멍멍!), 이제 목소리의 4P 가운데서 성량과 말 속도, 두 요소가 결합되어 어떤 효과들이 나타나는지 설교를 예로 들어 살펴봅시다. 설교나 강의에서 목소리를 다양하게 다룬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감사할 만큼 밋밋하게 늘어지는 투로 웅얼거리는 목사나 교사들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거예요.
그런데 단조로운 스피치의 문제들 중 하나는 따분하다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청자들의 반감을 살 우려마저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어쩌라고!”)
청중을 끌어들이려면 그들의 감정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에 유념할 필요가 생깁니다.
편의상 아래 도표를 봅시다.
여기서 수평선은 말의 속도를 표시해요. 느려 터진 말을 들을 때 우리는 답답하여 몸을 비틀고, 쌩쌩 달리는 말을 듣다 보면 지치기 쉽습니다.
- 그렇다면 그 어딘가 중간 속도가 가장 좋지 않겠어?
그렇게 생각하나요? 음… 꼭 그렇지도 않아요. 그 이유는 잠시 뒤에 알게 될 겁니다.
이 도표에서 수직선은 화자의 성량을 표시해요. 여기서도 또 극단적인 것은 안 좋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어요.
- 거야 당연하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목소리가 작으면 짜증이 나고, 목청을 한껏 돋우어 계속 고함치듯 말하면 듣기 거북해서 달아나고 싶단 말이야! 그러니 성량도 중간 정도가 가장 좋은 거 아니겠어?
음, 아쉽게도, 이것 역시 말 속도와 마찬가지로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도표에서는 두 축이 서로 엇갈리면서 네 가지 사분면이 나와요.
그 네 가지가 설교나 강의를 포함해 모든 스피치에서 다 중요한 부분이 됩니다. 그 각각에 나름대로 역할이 있어요. 즉, 청자들의 관심을 유지하는 것만이 아니라 또한 청자들이 당신과 함께 이야기 여행에 나서고 싶게끔 만들면서 당신의 진정성과 권위를 느끼도록 하는 역할이!
각 사분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예를 들면서 생각해 보지요. (미국의 스피치 전문가 바덴/Vaden이 든 사례가 흥미롭습니다.)
첫째, 말이 느리고 목소리를 크게 내는 화자는 중요한 요점을 강조하여 전달합니다. 예, 빌 그레이엄 목사의 기도.
둘째, 말이 느리고 목소리를 나직하게 내는 화자에게서는 진정성이 드러나요.
이건 생각이 풍부하고 성실하다는 뜻. 처음 믿음에 들어서서 신앙을 고백하는 이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어요.
셋째, 말이 빠르고 목소리가 나직한 화자는 거의 숨을 쉬지 않는 듯 보여요.
예수를 봤다고 제자들에게 알리러 이층으로 달려가는 여인들을 상기합시다.
“그분은 거기 없었어요! 천사는 그분이 죽은 자들 가운데서 일어나셨다고 말했어요! 천사는 선지자의 말씀을 우리에게 상기시켰어요. 메시아는 죄인들에게 인도되어 책형을 받고 죽은 자들 가운데서 일어나리라!”
무덤에서 목도한 것에 놀라고, 허겁지겁 달려오느라 숨이 가쁘고, 유대 제사장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숨도 제대로 못 쉬는 바람에, 그들은 아주 나직하지만 매우 빠르게 입을 놀려요. 여기에는 기대가 섞인 흥분이 배어 있어요.
넷째, 말이 빠르고 목소리를 크게 내는 화자의 경우는 어떤가요?
오순절에 베드로가 열한 명의 사도와 함께 서서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을 예로 봅시다.
“그가 하느님의 정하신 뜻과 미리 아신 대로 내어준바 되었거늘 너희가 법 없는 자들의 손을 빌어 못 박아 죽였으나 하느님께서 그를 사망의 고통에서 풀어 살리셨으니 이는 그가 사망에 매여 있을 수 없었음이라.” (사도행전 2:23-24)
베드로는 에너지와 활력, 흥분을 내쏟아요.
하지만 이때의 흥분은 무덤에서 달려온 여인들의 흥분과 달라서, 확신을 말하기보다는 믿어 달라고 청합니다.
그러면 설교에서는 어떤 사분면을 쓰는 것이 좋을까요?
그건 설교 주제에 달렸습니다.
느리고 나직한 목소리로 지옥을 말하는 목사는 빠르고 큰 목소리로 지옥을 말하는 목사와 전달하는 것이 전혀 다르겠지요.
바로 목소리 운용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최상의 스피치에는 이 사분면의 요소가 모두 담기고, 그 덕분에 화자는 청자들을 자기 이야기 여행에 데리고 나서게 됩니다. 주의 깊은 목회자는 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이성만큼이나 감정도 끌어들이고, 또 청자들이 메시지를 수용하게끔 설교를 준비하면서 이런 네 가지 말하기 방법을 적절하게 안배하려고 숙고합니다.
1) 권위 있게 말할 대목
2) 믿음성 있게 말할 대목
3) 기대를 가지고 말할 대목
4) 활기차게 말할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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