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마르크의 소설 <세 친구 Three Comrades>에서 인용문 (1)
여자는 남자한테 사랑한다고 말하면 안 돼.
밝게 빛나고 행복에 겨운 두 눈이 말하게 하는 거야.
그게 그 어떤 말보다 더 달콤하고 설득력 있으니까.
여자를 위해 뭔가 한다면, 그녀 눈에는 절대로 우스꽝스럽게 보이지 않을 거야.
그게 아주 멍청한 익살극이라 해도 말이야.
물구나무를 서건, 허튼소리를 지껄이건, 공작새처럼 뽐을 내건, 창문 밑에서 노래를 하건...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해.
단, 한 가지만 하지 마.
여자하고는 이성적으로 (혹은, 논리적으로) 상대하면 안 돼.
사람들이,
삶에 자신을 묶어주고 삶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자잘하면서도 중요한 것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
한데, 외로움은,
그 어떤 환상도 없는 진짜 외로움은,
광기나 자살 전에 나타나는 거야.
모든 건 지나가게 마련이야. 이게 세상에서 가장 미더운 진실이지.
정말로 할 말이 있을 때는 적절한 말을 찾아내기가 어려워.
아무도 너한테 가까이 다가서게 하지는 마.
그렇게 하면 붙잡고 싶어질 텐데, 우린 그 무엇도 붙잡을 수 없잖아.
“하지만 넌 나를 기다려선 안 돼. 절대로! 뭔가를 기다린다는 건 정말 끔찍하거든.”
“네가 모르는 게 있어. 아무것도 기다릴 게 없을 때가 끔찍한 거야.”
그녀에겐 친구가 둘 있었어.
한 남자는 그녀를 사랑하여 꽃을 가져오곤 했는데,
그녀는 다른 남자를 사랑하여 그에게 돈을 주곤 했지.
진정한 사랑은 외부인을 용납하지 않아.
인간의 삶은 한 번 사랑하기엔 너무 길어. 그냥 너무 길어.
사랑은 정말 멋지다.
하지만, 둘 중 누군가는 늘 따분해하는데,
다른 하나는 아무것도 없이 얼어붙어서 뭔가를 기다린다. 미친 사람처럼 기다린다.
자유를 잃지만 않으면 돼!
그건 사랑보다 더 소중해.
하지만 이런 사실을 흔히들 너무 늦게 깨닫는단 말이야.
당신은 행복해, 당신은 혼자야.
이건 정말 그래. 혼자인 사람은 버림받을 수가 없잖아.
그러나 때때로 저녁이 되면 이 인공 구조물은 산산이 흩어지고,
삶이
뭔가 흐느끼며 몸부림치는 선율로, 야성적인 갈구와 욕망과 그리움과 희망의 소용돌이로 바뀌면서,
이 영원한 손풍금 소리의 무의미한 단조로움과 무의미한 자기 마취에서 벗어나려 했다.
벗어날 수만 있다면야 어디로든 무슨 상관이랴.
오오, 온기 한 점에 갈급한 이 가련한 인간적 욕구여.
네 위에 드리운 얼굴과 두 손이 정녕 이 온기가 될 수는 없는 걸까?
혹은 이것도 자기기만이요 체념이요 도주일까?
정말이지, 외로움 말고 또 뭔가가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되며,
내가 곁에 있기만 해도 그가 행복해한다는 점을 난 문득 알게 됐다.
이런 말 자체야 아주 쉽게 들리겠지만,
이걸 곱씹다 보면 이게 얼마나 중요하고 또 중요한지를 깨닫기 시작한다.
이것이 사람 영혼을 뒤흔들고 사람을 완전히 변용케 할 수 있다.
이건 사랑이긴 한데, 그래도 다른 뭔가가 있어. 그걸 위해 살 가치가 있는 뭔가가.
남자는
사랑을 위해 살 수 없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살 수는 있어.
뭔가 잘못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어?
내가 말해줄게.
절대로 용서를 구하지 마.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냥 꽃을 보내. 서신도 없이. 꽃만.
그게 모든 걸 덮어주거든.
심지어 무덤까지.
사랑하지 않을 때는, 고독이 더 힘들지 않아.
여자하고는 언쟁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화를 낼 수는 있지만.
사랑은 멋진 거야. 하지만 그건 사람 성격을 망가뜨린다.
죽고 싶어지는 순간까지 사는 것보다는
살고 싶을 때 죽는 게 더 낫지.
사실, 돈이 행복을 안기는 건 아니지만, 사람 마음을 지극히 편안케 해주긴 해.
행복이란 세상에서 가장 불확실한 것이자 가장 값비싼 것이야.
사람이 주저앉지 않는 동안에는 자기 운명보다 더 강한 거야.
모든 사랑은 영원하기를 원하고, 그렇기에 사랑의 고통도 영원한 것이지.
여자를 사랑하다가 가난해지는 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세상은 미치지 않았어. 사람들만 그럴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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