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때는 걷거나 달릴 때보다 뉴런이 더 많이 이용된다. 운동뉴런 하나가 종아리 근육의 근육섬유 2천 개의 움직임을 통제할 수 있는 데 비해, 성대를 컨트롤하는 뉴런들은 기껏해야 한두 개 근육섬유를 관장할 뿐이다.
2. 입에서 나온 단어나 간단한 어구의 성격은 다 근육들의 움직임 패턴에 의해 정해진다. “안녕!”이라고 말하는 데 필수적인 정보는 모두 뇌의 언어 영역에 있다. 하지만 이건 엄격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예를 들어, 만약 혀를 다치거나 치과 수술을 받았다면, 새로운 조건에서 그 말을 최대한 더 정확하게 발음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이 바뀐다.
3. “Hello”라는 평범한 단어가 많은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목소리 톤은 그 사람이 만족하는지, 따분한지, 서두르는지, 화내는지, 우울해하는지, 놀라는지, 사나운지 등을 내보인다. 어떤 어구를 입 밖에 낼 때 목소리의 강도 역시 중요하니, 빈정거림이나 애정, 지지, 비웃음 따위를 나타낼 수 있다. 이 단순한 표현의 뜻이 모든 언어 관련 근육의 복잡한 공동작용 덕분에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4. 사람은 말소리를 1초에 최대 14개 낼 수 있고, 이때 (혀, 입술, 턱 같은) 언어기구 요소들은 1초에 2-4번 이내로 움직인다.
5. 우리의 머나먼 조상들에게는 목소리와 촉각과 시각 등이 작동하는 원시적 대화 체계가 있었는데, 이건 여느 동물들의 ‘소통’과 비슷했다. 말하는 능력은 사람이 기호를 사용하여 여러 대상을 제시할 수 있게 되고, 이 지식을 동족들과 나누고자 할 때 생겨났다.
최초의 상징적인 언어 능력은 (‘손재주 좋은’) Homo Habilis/호모하빌리스가 석기를 만들기 시작한 250만 년 전에 나타났다고 학자들은 간주한다. 이 작업이 인류 소통 발달에 중대한 역할을 했다.
말을 알아듣는 정확성이 갈수록 더 좋아지게 되면서, 15만 년 전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의 말하는 능력은 오늘날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이르게 됐다. 입과 코와 인후와 숨통이 점점 복잡한 체계로 바뀌었고, 여기서 혀와 입술이 여러모로 움직이면서 날숨이 모음과 자음 소리로 바뀌었다. 게다가 가장 단순한 단어와 표현으로부터 시작된 진화 과정의 결과로 문법과 구문론이 나타났다.
6. 말하는 능력은 타고난 것인가, 아니면 습득하는 것인가? 세 살이 안 된 아이들을 정글에서 잃은 뒤 몇 년 지나 찾았을 때 그들이 인간의 말을 거의 잘하지 못한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말하는 능력이 발달하려면, 부모며 동갑내기들과 일찍부터 꾸준한 소통이 필요하며, 더욱이 3세 이전이라는 나이가 이 과정에서 필수이다. 뇌는 특정한 연령대에서 말을 배울 수 있게 하며, 이 학습능력이 나이 들면서 줄어드는 듯 보인다. 말하는 능력은 오로지 사회에서만, 또 뇌 성장기에만 발달할 수 있다.
7. 사람의 말하는 능력은 대뇌의 두 중추에 의해 관장되는데, 이 둘은 좌뇌 피질에 위치한다. 우리가 뭔가를 말하고 싶다면, 그건 말의 수신을 담당하는 베르니케 영역(Wernicke zone)에서 시작된다. 이 영역의 자극이 말의 생산을 돕는 브로카 영역(Broca zone)으로 옮겨지고, 여기서 문법 규칙들이 생각에 적용된다.
그 뒤 이 두 영역에서 나온 정보가 말에 관여하는 근육들을 통제하는 데 쓰인다. 또 이 두 영역은 뇌의 시각 영역과도 연결돼 있어서 우리가 읽을 수 있게 하며, 청각 영역과도 연결돼 있어서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듣고 이해하며 대화 주제에 따라 응답하게 하기도 한다. 또 이 두 영역에는 기억 은행도 있어서, 자주 쓰는 표현을 위한 패턴이 여기에 보존된다.
8. 언어 능력이 진화 과정에서 급작스레 도약하면서 대략 5만 년 전 언어가 나타나게 됐다. 현재 전 세계에는 6천 개 이상의 언어가 있는데, 그건 다 사람들이 1백에서 1천 명 규모로 그룹이나 마을을 형성하기 시작한 5만 년 전에 생긴 하나의 원시언어에서 나온 것으로 간주된다. 오늘날에는 인도유럽어족, 오스트로네시아어족, 반투어군 등 3개 어족이 있다.
9. 침팬지와 고릴라, 오랑우탄 같은 원숭이들에게 여러 시기에 인간의 기초적인 손짓 언어를 가르쳤다. 일련의 실험에서 그들은 그래픽 기호들을 사용하여 컴퓨터를 다루도록 훈련받았다. 어떤 원숭이들은 (하루 40개까지) 1천 개 이상의 단어를 암기할 수 있었지만, 익힌 단어들에 대한 이해도는 사실상 제로였다. 결국, 모든 것은 대뇌의 능력에 달렸다.
10. 언어의 출현을 설명하는 주요 가설이 세 가지 있다.
* (중미산 버섯에서 채취되는 환각성 물질인) 실로시빈을 함유하는 버섯을 고대 사람들이 식용하면서 뇌에 있는 새로운 영역(브로카 영역)이 활성화될 수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조음 담당 영역이 활성화됐다. 사하라 (알제리 지역인) 타실리나제르에서 발견된 신석기시대 그림들에는 버섯을 잔뜩 움켜쥐고 있는 주술사가 등장한다. 이것이 이 이론을 간접적으로 지지한다.
* 언어의 진화 이론은 오로지 사변적 추론에만 의존하는데, 말이 진화의 결과로 나타났으며 인간이 생존하고 개체군을 늘리고 야수들과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게 했다고 주장한다.
* 우연한 격변이나 돌연변이 역시 말이 생겨난 원인이 될 수 있었다. 언어들에는 특정한 종에 타고난 공통 구조가 있다. 2001년 미국 연구자들이 염색체에서 7번 유전자를 발견했는데, 이 유전자가 없으면 어구의 구성과 이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지적으로 발달한 사람들조차 그렇다. 이것은 언어가 지적 능력 자체와 연관된 게 아니라 유전적으로 획득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점은, 바깥 세계에 대한 느낌과 생각뿐 아니라 바깥 세계 자체를 묘사하는 소리 시그널 시스템을 세우는 능력에 있다.
"아, 새들 중에서도, 예를 들어, 검은뿔찌르레기는 말을 제법 잘 하잖아!" 하고 반박할 수도 있겠다. 또 침팬지들은 단어와 아주 간단한 언어 구조를 몇 가지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언어 체계 일부만 흉내 내거나 단어를 연결하는 정도가 아니라 일관성 있는 언어 체계를 만드는 능력은 인간에게만 고유한 것. 어떤 동물이, 말을 하게 되면서, 자신을 인간이라 불렀다.
원시인들이 타잔처럼 제 가슴을 두드리며 고함지르고 으르렁댔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인간의 입말은 아마 그렇게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는 목구멍소리를 단조롭게 내면서, 그것도 어둠 속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다. 어둠 속에서 인간은 언제나 두려움을 느낀다.
특히 혼자 있을 때 더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해가 떨어지고 달이 뜨는 동안 어두운 동굴에 혼자 있는 게 아니라는 믿음과 평온을 심어주는, 공동체 느낌을 유지하기를 이미 진화 초기에 배우지 않았겠는가. 입말은 불을 사용하는 능력보다 더 먼저 나타났을 것이 분명하다.
동굴 시대 이후 지금까지 우리가 (입)말을 쓰는 까닭은, 어떤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기 위함이다.
‘phatic’이란 단어는 그리스어 ‘phatos’에서 유래하며 ‘말을 주고받는’다는 뜻. 즉, 교감적 커뮤니케이션은 인사말처럼 서로가 동일 사회의 일원임을 확인하기 위해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입말 과정의 목적은 무엇보다도 소통에 있다.
이 과정은 꼭 무슨 의미를 띠기보다는 끊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이를테면, 테이블(식탁) 담화에서 가장 불편한 것은 늘어지는 침묵 아닌가. 이건 대개 대화자들 간에 접촉이 끊어짐을 가리킨다. 많은 경우, ‘실례합니다’, ‘미안하지만...’, ‘먼저 말씀하시지요’ 같은 말이 나오면서 불편한 휴지가 멈추게 되고, 다들 안도한다. 특히 안주인이 가장... 이때,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단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예를 들어, 석기시대 사람들이 쓰던 말이 어떤 것인지 우린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인도유럽어족이나 아리안 어족이라 불리는 이후 말에 관해서는 알려진 게 좀 된다. 그 구조와 일부 어휘가 상당히 바뀌긴 했지만, 그 잔재가 이후 많은 유럽 언어들에 남아 있으니까 말이다. 이는 풍부한 문법을 지닌 복잡한 언어였음에 틀림없다. 말레이시아어나 중국어와는 전혀 다른.
말이 단순하고 평이하게 변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언어 근대화의 일부이다.
현대 영어는 문법 측면에서 모어인 앵글로색슨어(7세기 말부터 11세기까지의 영어)보다 더 상당히 단순하며, 이탈리아어와 에스파냐어는 모어인 라틴어보다 더 단순하다. 물론, 먼 조상들이 ‘벽돌 쌓듯이’ 더 복잡한 언어 구조를 세웠다고 짐작할 필요는 없다. 목구멍에서 내는 원시적인 웅얼거림은 일정한 느낌이나 생각과 연결됐다.
하지만 훨씬 더 이후에, 아마도 로마제국 붕괴 이후에, 우리가 오늘날 언어학자라 부르는 전문가들이 이 웅얼거림의 요소들을 분석하기 시작하면서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같은 용어들을 도입했다.
언어학 이론의 권위자 노엄 촘스키는 인간 뇌에 특별한 장치가 있어서 어떤 언어든 습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은 누구나 별다른 노력 없이 단어들을 처음 소리 내고 새로운 것들을 궁리한다. 또 사람에겐 새로운 말을 만드는 능력이 무한한 듯하다. 이건 인간이 누리는 천부의 재능으로서, 그 근간에는 상반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뇌의 아주 단순한 특성이 있다.
이렇게 판단해 보자. 색상 스펙트럼은 하나의 빛깔에서 다른 것으로 점차 이동하는, 무수히 많은 음영으로 이뤄진다. 사람은 그것을 낱낱의 색상으로 구별하도록 배웠다. 그 외에도 그 음영들을 상반된 의미의 시그널로 이용할 줄 알았다. 교통 신호등의 불빛을 보라.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목소리 기구가 낼 수 있는 말 흐름에서 낱낱의 소리를 식별하여 서로 대비시킬 수 있다.
‘dok’는 ‘k’가 ‘g’에 대비되기 때문에 ‘dog’와 같지 않다. 비록 무성음과 유성음의 차이라 해도.
인간 뇌의 독특한 구성 능력 덕분에 우리는 음소(말의 낱소리)와 형태소(뜻을 지닌 음소들 결합. 가장 작은 말 단위)에 관해, 여러 기능에서 상반되며 한데 묶여 언어를 이루는 최소의 구성 요소들에 관해 말할 수 있다.
우리한테 가장 흥미로운 것은...
어째서 각 단어가 그것이 의미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하는 문제. 원시인들은 높은 곳에 있는 대상을 가리키려 할 때 본능적으로 손을 쳐들고, 아래에 있는 뭔가를 가리킬 때는 내리지 않았을까. 달리 말해, 모방하고 복사하는 능력을 이용했다.
말이 (소리 내려면 근육을 써야 하니까) 신체 움직임으로 그 말이 일컫는 대상이나 행동, 느낌을 흉내 내려고 시도했다는 증거는 없다. 달을 뜻하는, 영어 'moon', 러시아어 ‘luna’, 말레이시아어 ‘bulan’ 등이 모두 발성하면서 둥글고 높은 뭔가를 뜻하는 느낌도 있다. (입술이 둥글게 모이고, 혀끝이 거의 입천장에 닿는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대상과 비슷하거나 모방하는 단어들은 극히 드물다. '개'라는 단어는 개와 전혀 닮지 않았으며, '고양이'라는 단어에 동물을 연상케 하는 뭔가가 있나? 전혀 없다.
학술적으로 표현하자면, 언어에는 아이콘에 의한 상징적 표현이 고유하지 않다. 단어들은 완전히 임의로 태어난다. 만약 갑자기 고양이를 개로 바꿔 부르기로 정한다면, 거기에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논리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전혀 없을 터이다.
달을 보면서 "우바라가암칭메" 소리를 입 밖에 내는 원시인을 나는 막연히 상상한다. 그는 달을 뜻하는 게 아니라, "나는 여기 서서 하늘에 있는 둥근 물건을 봐, 이건 지평선 위에 가장 높게 떠 있네" 하고 말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아침에 일출을 보면서 또 "바키쿠로치치요" 하는 소리를 낼 수도 있었을 터이다.
사람이 'moon'이나 'luna', 'bulan'을 달에, 'sun'을 태양에 연결하며, 하늘에서 떠오르고 저무는 물체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기까지는 많은 세월이 흘렀을 것이다.
자기 말을 표의문자나 철자들로 기록하는 능력은 훨씬 더 늦게 나타났다. 라틴어나 그리스어, 아라비아어 같이 자모가 있는 알파벳은 상대적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인간의 말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 우린 거의 모른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건 새로운 생물학적 종의, 인류의 출현으로 이어진 발전적 도약이었음은 분명하다. 말은 처음 나타났을 때 이미 골격을 상당히 갖추었으며, 점진적인 복잡화 단계를 거치지 않았다. (우리도 포함된) 바깥 세계를 언어 이미지로 만드는 것은 내면세계를, 과학과 기술을 만드는 열쇠가 되었다.
말은 인류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그 풀리지 않는 측면을 끊임없이 숙고하고, 이 기적을 사랑하고 자랑할 만하다.
사실, 우리가 쓰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말을 끝까지 다 이해할 날이 오기란 힘들 것이다. 중국어, 인도어, 영어 같은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말 자체를 이해하기란...
사람이 아무리 풍모가 뛰어나고, 언변이 좋고, 글씨에 능하다 해도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아는 능력이 없으면, 그 인물됨이 출중할 수 없다. 판단력(判斷力)이란, 사물을 인식하여 논리나 기준 등에 따라 판정할 수 있는 능력.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자 볼 때는 미모에 치중하고 남자 판단할 때는 ‘신언서판’을 기준으로 삼는다."
서양의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수사학(rhetoric)이 2500여 년 역사를 자랑한다면, 동양의 (중국의) 신언서판 개념이 본격 등장한 것은 그보다 1천여 년 늦은 당나라 때였다. 서양의 수사학은 중세 암흑 시대에 거의 연구되지 못하다가, 봉건제도가 붕괴하고 민주주의 개념이 싹트면서 다시 빛을 보게 됐다.
근대에 들어 수사학에 가장 일찍 왕성하게 눈길 돌린 지역은 북아메리카 (미국). 이는 대중민주주의며 토론, 선거 유세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말본새 가닥이 잡힌 달변가들 중에는 대체로 의로운 사람이 많다.
하지만 궤변(詭辯)을 잘 늘어놓는 사람을 가리켜 달변가라고 하지는 않는다.
역사에 남은 위인들 가운데는 달변가가 많았는데, 오늘날 미국인들이 역사상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링컨이 상원의원 입후보 때 반대파의 더글러스와 유세전을 벌이던 중…
더글러스는 링컨의 약점을 잡아 비방하였다.
“링컨은 자신이 전에 경영하던 상점에서 금주령을 어기고 술을 팔았습니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상원의원이 되겠습니까?”
이에 링컨이,
“더글러스 후보가 한 말은 물론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당시 저의 최대 고객은 더글러스 후보였습니다. 저는 이미 그 가게를 떠났지만, 더글러스 후보는 지금도 그 가게의 단골로 남아 있습니다.”
당황한 더글러스가 덧붙이기를,
“링컨은 말만 그럴듯하게 하는 두 얼굴의 이중 인격자입니다.”
이에 링컨은 천연스레 응수했다.
“더글러스의 말대로 제가 두 얼굴의 소유자라면 오늘 같이 중요한 날에 왜 이 못 생긴 얼굴을 가지고 나왔겠습니까?”
이 한마디로 유세전의 승패는 단번에 결정됐다.
(*엄밀히 말하자면, 링컨은 달변가는 아니었다고 한다. 글에 더 능했다. 단지, 생각의 정연함, 임기응변, 촌철살인, 적절한 조크 덕분에 그의 말하기가 돋보인 것.)
또, [에]를 [애]에 가깝게 소리 내기. 예를 들어, [세 개]를 [새 개]로, [체념]을 [채념]으로. [계기]를 [게기]로... *[연예인]을 [연애인]으로 소리 내기. 이런 현상은 아래턱과 혀 같은 조음기관이 게으르기 때문에 생긴다. [연애인] 경우에는 장단모음을 무시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
예를 들어, [이해하다]를 [이애하다] 식으로. [남한의]를 [남안의], [솔직히]를 [솔직이] 등.
*자음 소리들은 장단 모음을 제대로 지키면 대체로 어렵지 않게 소리 내게 된다.
이런 문장으로 연습해 보자.
"오해 대신 원활하게 이해하는 한 해를 함께 하도록 힘을 합칩시다."
6. 불명확하게 하는 말
많은 화자들의 말이 명확하게 귀에 쏙쏙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왜냐면, 목소리가 어구 끝에서 낮아지니까. 그럴 때마다 마지막 소리를, 심지어 마지막 두세 개 소리를 청자들이 짐작할 수밖에 없다. 물론, 주의 깊게 들으면서 맥락을 알면 짐작하기가 어려운 것은 전혀 아니다.
하지만 정말 좋은 스피커는 청자가 맥락과 상관없이 쉽게 인식할 수 있을 만큼 소리를 명확하게 낸다. 화자로서는 호흡과 조음기관 가동에 유념해야 한다.
7. 무겁고 굼뜬 스피치
성직자들한테서 자주 보이는, 느려 터진(?) 화법은 <그리 잘 다듬지 못한 모음들 + 다소 묵직한 목소리 내기 + 불명확하게 내는 자음들>에 기인한다.
교사들은 종종 그 반대의 오류를 범한다. 말의 명료함을 키우려고 자음 소리들을 지나치게 열심히 조음한 결과, 말의 가락이 살지 못한다. 단조롭게 된다.
"아, 그래? 목소리를 잘 조율하고 소통과 스피치의 각종 스킬을 부지런히 실습해서 갖추기만 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거야?!"
이런 의문을 품다 보면, 뭔가 채워야 할 과제가 더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뭔가 부족한 듯싶어요.
기법은 기법일 뿐, 그것 하나로는 세상을 좋은 쪽으로 바꾸기 힘들 겁니다. 아니, 그것 하나에만 능통하다면 외려 세상을 더 어지러운 것으로 만들게 될지도 모르죠.
왜냐구요?
왜냐하면, 궤변과 윤색이 판치게 될 수도 있을 테니까.
"아, 말만 빤지르르하게 잘 하는 사람은 싫어!"
이런 평판은 "No, thank you~" 아니겠어요?
잘 다듬은 목소리, 소통과 스피치의 테크닉 이외에 세상을 바꾸는 데 정녕 무엇이 필요할까요?
당신께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네, 그렇습니다, 바로 그거에요!
세상을, 사회를, 사물을, 사안을, 사람을 보는 눈! 올바른 안목, 아니겠습니까?
우리 주변에서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필요가 있어요.
그런 일이 왜 벌어졌는지, 어떤 쪽으로 전개되며 어떤 귀결로 이어질지, 짐작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국제 관계 분야에 대한 글이며 뉴스 따위에 눈길 돌리는 이유와 목적은 딱 한 가지…
'두루 안목을 넓히기 위함'입니다! (물론, 관점은 저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어요. 또, 그게 바람직한 양상일지도 모르겠구요.)
또 고전이며 교양 서적 등에 눈길 돌리는 것도 결국엔 마찬가지 이유 때문이에요!
프랑스에서 사회적으로 합의된, 중산층 기준의 요소는 이렇다고 합니다. (순서는 상관없습니다. 영국에서도 비슷해요.)
1. 악기를 하나쯤 프로 뺨치게 다룰 줄 아는가. 2. 운동을 하나쯤 프로 뺨치게 할 줄 아는가. 3. 집으로 지인들 초대해서 대접할 만한 요리 솜씨 하나쯤 확실히 갖추었는가. 4. 외국어를 한두 가지 능숙하게 구사할 줄 아는가. 5. 어떤 곳에서 어떤 이들과 어떤 주제로든 막힘 없이 대화할 수 있는가. (독서, 경험, 사색 등)
(아파트 평수, 연봉, 현금 보유액 따위) 우리 한국의 중산층 기준을 이 자리에서 들먹이고 싶진 않습니다, ㅎㅎ (거기 어느 한 가지, 사람 냄새 풍기는 게 있나요?) 우리 사이트에서는 신언서판과 Mind stalking 이외에도 사회 현안에 관한 글을 자주 올리고 함께 생각함으로써 올바른 안목의 형성과 확장을 꾀하고자 합니다.
이것을 달리 말하자면, 저 프랑스 중산층 기준 요소에서 5번 항목에 해당하는 내공을 키우기 위함이라고 보면 딱 맞을 거예요. ^^
이런 내공은 우리 사회에서 다가올 대격변 시기를 크게 흔들림 없이, 평온하게 헤쳐 나아가는 데도 크게 도움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더 나은 쪽으로 세상을 바꾸는 데 우리도 한몫을 거들 수 있겠지요!